천하제일명산 금강산 유람기 - 영악록 瀛嶽錄
정윤영 지음, 박종훈 역주 / 수류화개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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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여행 좀 한다는 사람들에게 금강산은 언제나 손에 꼽히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에도 금강산 유람은 시인 묵객들의 평생 소원 중 하나였으며, 지금 시대에도 휴전선 너머로의 금강산 여행은 언제쯤 갈 수 있을지 막연한 바람일 뿐이다. 춘하추동 계절에 따라 금강산(金剛山)-봉래산(蓬萊山)-풍악산(楓嶽山)-개골산(皆骨山)’으로 불리우는 금강산을 언제쯤 가볼 수 있을지그래서일까. 발로는 언제 직접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글로 먼저 금강산을 가볼 수 있는 이 책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이 책은 조선시대 문인 후산 정윤영(1833~1898)이 금강산을 여행하고 돌아와 쓴 <영악록>을 해석해놓은 책이다. 저자인 정윤영은 65세이던 1897816~108일 사이에 금강산을 여행하였고, 여행 중에 남긴 간략한 기록과 기억을 토대로 같은 해 10월에 <영악록>을 저술하였다. 후산은 총 511,700리에 걸친 금강산 유람을 여정별로 기록하였으며, 우리는 그의 여정을 따라 안성에서 장안사, 표훈사, 보덕암과 마하연암, 묘길상과 유점사 등 금강산의 명소들을 두루 돌아보게 된다. 여정은 다르지만, 옛사람의 글이라 그런지 최남선의 <심춘순례(尋春巡禮)>에서 남쪽의 금산사, 백양사, 내소사, 선운사 등을 돌아볼 때의 느낌이 겹쳐지기도 했다.


 

정윤영은 유람 중 지은 시편을 통해 자신의 소회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김창협, 이의현, 이곡 등 전대(前代) 문인들의 기록을 많이 수용하였다. 특히 중국 학자들이 중국 산수에 대해 남긴 기록을 많이 인용한 점이 눈에 띈다. 초반에 소개되는 해제에 중국의 참고 서적이 훨씬 많아서 좀 의아했는데, 이는 <영악록>의 특징이었다

저자는 중국 산수에 대한 기록과 여러 번 비교하며 금강산의 절경이 더욱 우위에 있음을 말하곤 한다. 이는 자신의 표현보다 전인(前人)의 표현이 더 뛰어나다는 겸손의 표시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한편으로는 척사사상가이자 중국 중심적 세계관을 지닌 성리학자로서 중국 문학에 대한 박학함을 드러내는 일면으로도 보인다.


 

책은 정윤영이 안성에서 출발해서 돌아오기까지 51일간의 여정을 기록하고 있다. 금강산 유람에서 돌아온 뒤 여행 중에 쓴 기록을 토대로 여행의 경험을 떠올리며 쓴 글이어서 그런지 여행기도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읽힌다. ‘금강산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마음은 이미 설레고 있기에 여정을 먼저 경험한 안내자의 기록이 차분한 것이 오히려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여준다. 여러 시편과 금강산의 옛 모습을 알 수 있는 사진 및 서화 작품들이 사이사이 실려 있는 점도 무척 좋았다. 책 말미에는 <영악록> 한문 원문이 첨부되어 있어 자료가 필요할 때 볼 수 있을 듯하다. 지금은 눈으로 읽었지만, 언젠가는 이 책의 여정을 따라 금강산 일만이천봉을 두 발로 직접 가보게 되는 기회가 있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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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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