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무삭제 완역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현대지성 클래식 37
메리 셸리 지음, 오수원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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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이라고 하면 우리는 반사적으로 크고 네모난 두상에 나사못이 꽂힌 괴물의 얼굴을 떠올린다. 이는 미국 유니버설 픽처스의 영화 속 캐릭터 때문이다. 제임스 웨일 감독은 1931년에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영화화하였고, 이 영화는 엄청난 흥행 속에 <드라큘라>와 함께 1930년대 공포영화의 황금기를 이끌었다큰 성공을 거둔 영화 덕분에 프랑켄슈타인이라고 하면 대개 영화 속 괴물을 떠올리지만, 사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만든 박사의 이름이다. ‘드라큘라역시 원래는 드라큘라 백작인 것을 보면 영화 속 괴물이나 흡혈귀의 이미지가 얼마나 강렬했는지 충분히 짐작된다.

 

이렇듯 영화나 이미지로는 익숙한 프랑케슈타인이지만, 원작인 소설은 이번에야 읽게 되었다. 원작의 내용도 궁금했지만, 저자에 대해서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어 더욱 새로웠다. 저자인 메리 셸리는 페미니즘의 선구자인 어머니와 아나키즘 정치철학자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18세의 나이에 시대를 앞서간 작품을 쓸 만큼 뛰어난 문학성을 지녔지만, 그녀가 저지른 불륜 때문에 남편의 전 부인이 임신한 몸으로 자살하는 등 개인사에서는 씁쓸한 뒷맛을 남기기도 했다.

 

메리 셸리가 이 작품을 쓰게 된 계기는 친구들 각자 무서운 이야기를 하나씩 써보자는 시인 바이런의 제의 때문이었다. 작품 아이디어를 고민하던 메리는 우연히 갈바니즘 (Galvanism, 죽은 개구리 뒷다리가 전기 자극을 받고 움찔하더라는 의사 갈바니의 실험)’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소설을 쓰게 되는데, 그 작품이 바로 <프랑켄슈타인>이다. 이렇게 쓰여진 <프랑켄슈타인><걸리버 여행기>, <지킬박사와 하이드> 등과 함께 최초의 SF소설로 자리매김한다.


 

액자소설 형식인 이 작품은 탐험가인 로버트 윌턴이 누나에게 보내는 편지와 그의 탐험선에 구조된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프랑켄슈타인은 오랜 연구 끝에 생명을 창조하겠다는 욕망을 이루지만, 너무나 기괴한 괴물의 모습에 비명을 지르고 만다. 놀라서 도망쳤던 괴물은 외롭게 떠돌며 방황하게 되고, 자신의 순수한 의도와는 달리 흉측한 외모만 보고 공포스러워하는 사람들 때문에 계속 좌절한다

괴물은 결국 불행한 자신을 태어나게 한 창조자 프랑켄슈타인을 저주하게 되고,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의 손에 사랑하는 이들을 계속 잃게 된다프랑켄슈타인이 만든 괴물은 따로 이름을 부여받지 못한 채 괴물/몬스터로 등장한다. 이름이 없다는 것은 끝까지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 미완의 존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프랑켄슈타인은 신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생명 창조에 성공(?)했지만,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괴물을 창조함으로써 자신의 인생마저 철저하게 파괴되고 만다. 창조물인 괴물 역시 불행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자신을 창조하고도 추악하다며 방치한 창조주 프랑켄슈타인을 원망하며 저주와 협박을 일삼는다. 인간에게는 결국 공포의 대상이 된 괴물이지만, 그가 하는 이야기는 의외로 철학적이다. 괴물이 고뇌에 차서 한탄하듯 내뱉는 말들은 인간의 존재, 존엄성, 가족의 의미 등 많은 것들에 대해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처음에 익명으로 출간된 이 작품은 충격적인 내용으로 큰 주목을 받지만, 이후에 작가가 여자임을 밝히자 오히려 혹평 일색으로 바뀐다. 하지만 최초의 SF소설이라 불리는 이 작품은 <터미네이터>, <아이, 로봇> 등 수많은 작품에 큰 영향을 끼친다. 원작인 소설은 1818년에 출간되었지만, ‘창조주가 감당하지 못하는 창조물이라는 테마는 인공지능, 유전공학, AI 등에 관한 연구가 나날이 발전하는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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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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