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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 금욕과 관능의 미술사 ㅣ 해시태그 아트북
헤일리 에드워즈 뒤자르댕 지음, 고봉만 옮김 / 미술문화 / 2021년 5월
평점 :
색(色)은 저마다 가진 특유의 이미지가 있다. 색의 상징에 대해 일부러 생각하지 않더라도 빨강은 피/정열, 흰색은 순수/고결, 등 특정한 색을 보면 자연스레 어떤 느낌을 떠올려지곤 한다. 그런가 하면 색은 신분이나 계급, 방위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래서 특정한 어떤 색은 특정 계급 외에서는 쓰지 못하도록 금지되기도 했다.
동양에서는 전통적으로 방위나 음양오행을 상징하는 색을 즐겨 사용해왔다. 흔히 아는 ‘동청룡-서백호-남주작-북현무가 그렇고, ’청백적흑황‘의 오방색(五方色) 역시 그러하다. 또한 대학교나 대학원의 입학 졸업식에도 단과대에 따라 상징하는 색이 다르게 쓰인다.

이렇듯 색은 저마다 고유하게 지닌 이미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검정 Black’은 조금 독특하다. 검정은 같은 색 안에서도 전혀 상반된 이미지를 가진 색이다. 물론 하나의 색이라도 여러 이미지를 동시에 가지는 경우는 종종 있다. 하지만 ‘피-뜨거움-열정-에너지’(빨강), ‘자연-환경-지구-상쾌’(초록) 하는 식으로 연관된 이미지를 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에 검정은 연관된 이미지가 아닌 상반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무채색인 검정은 어두움, 죽음, 슬픔, 금욕의 상징이다. 검정은 상복이나 수도자의 옷에 쓰이고 영화나 드라마 속 저승사자의 옷도 검정색이다. 이렇듯 검정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검은색은 금욕이나 죽음, 공포를 상징한다.
그런데 또 검정은 고급스러움과 품위, 관능의 상징이기도 하다. 귀빈용의 고급 승용차는 당연히 검은색이고, 고급 정장이나 예복에도 검은색이 쓰인다. 그런가 하면 서양회화에서 품위 있는 귀부인의 드레스, 영화나 드라마에서 유혹하는 여성의 관능적인 옷차림은 여지없이 검정색이다. 이러한 예에서 보듯 검정은 가장 소박한 색인 동시에 가장 화려한 색이다.

이 책은 검정색의 이러한 양면적인 상징성을 미술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저자는 고대 라스코 동굴벽화에서부터 현대 회화 중에서 검정색의 상징이 두드러지게 드러난 작품들을 골라 작품 설명과 함께 검정색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에는 ‘검정색’하면 빼놓을 수 없는 카라바조, 티치아노, 고야의 그림도 보이고, 화가 이름보다 그림이 더 익숙한 ‘회색과 검정의 배열-화가의 어머니’나 ‘빅토르 위고의 초상’도 보인다. 좋아하는 베르나르 뷔페의 그림이나 사진 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만 레이의 사진도 함께 볼 수 있는 점도 좋았다.
미술사를 다룬 책을 보면 미술사적 의의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아 수록된 작품이 중복될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미술사적 의의가 아닌 ‘검정’이라는 색을 주제로 한 책이라 처음 보는 작품들도 꽤 많았고, 모르는 작품들을 새로 알게 되어 좋았다. 수록된 작품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해시태그를 활용해 ‘검정’, ‘마녀’, ‘인상주의’ 등 ‘hashtagartbook’ 시리즈로 구성한 점은 신선하게 느껴졌다. ‘마녀’는 또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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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