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마음 관찰기

서른세 살 직장인, 회사 대신 절에 갔습니다
신민정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20년 6월

흔히들 하는 얘기가 있다. ‘일 힘든 것은 견디겠는데, 사람 힘든 것은 못 견디겠다’고. 일이야 힘들어도 그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을 얻던가 아니면 일에 대한 보수가 있어서 그것으로라도 위안 삼게 된다. 하지만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면 나머지 여건들이 아무리 좋아도 모든 상황이 힘들게만 여겨질 뿐이다. 문제의 원인이 되는 사람과의 관계를 개선하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러기란 쉽지 않다. 근본적인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마땅한 해결책도 없이 관계는 악화되고 마음의 상처는 깊어만 간다. 그럴 때면 다 내려놓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게 떠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저자는 그렇게 악화된 관계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뒤 절로 떠나는 방법을 선택했다. 딱히 종교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절을 선택하게 된 것은 아는 교수님의 소개 덕분이었다. ‘한 보름 정도 템플스테이를 하려고’ 갔던 그녀는 그 길로 100일 동안 절에 머물며 상처받은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 이전까지 불교와 별 관련이 없던 저자는 108배며 반복해서 경전 읽기 등을 힘겨워하면서도 꾸준히 한다. 대인관계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절 하기조차 힘든 몸이었다는데 그럼에도 그저 스님의 말씀을 따라 묵묵히 하루하루를 지낸다.

책은 1일차부터 100일차 회향까지 하루하루의 기록으로 되어있다. 저자는 자신이 사회 생활에서 받았던 상처나 현재의 몸 상태 등에 대해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그날그날의 변화와 느낌을 얘기한다. 그에 따라 처음에는 낯선 환경에 몸과 마음이 적응하느라 애를 쓰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과거의 상처나 복잡한 머릿속은 다 잊은 채 스스로의 마음 바라보기에 집중하는 저자의 모습이 느껴진다.

저자는 처음에는 타인으로 받은 상처와 분노, 배신감에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나’라는 존재에 대해 주목하고, 통증을 바라보고, 세상의 소리 대신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과정을 겪는다. 그런 그녀 옆에는 그녀를 도와주고 바라봐주는 절 식구들과 주변 신도들이 있다. 사람으로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한다는 말처럼 스님과 보살님, 스승 같은 어린 행자님과 신도들의 따뜻한 배려와 관심 속에 그녀의 상처도 점차 아물어간다.

수행일기 같은 저자의 글은 소박하지만 솔직하다. 그녀는 마음 바라보기 과정에서 얻은 작지만 큰 깨달음들을 하루하루의 수행일기로 풀어내었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절에서 나온 이후의 생활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여전히 지극히 평범한 생활을 하며 이따금씩 힘들어하기도 하고, 어리석은 선택도 하고, 옳으니 그르니 분별을 하고 살아간다고. 하지만 나와 다른 상대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좀 더 유연해졌다고 말한다. 그런 여유로움이 바로 행복이고, 만족 아닐까.

누구나 사회생활과 대인관계의 스트레스를 안고 살지만, 모두가 저자처럼 다 내려놓고 떠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저자가 자신의 마음을 두고두고 관찰했듯이 각자 스스로 ‘내 안의 나’를 바라봐주는 시간을 가져준다면 마음은 좀더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