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 내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취향수집 에세이
신미경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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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이 되면서 생기는 변화 중에 하나는 에게 관심이 많아진다는 점이다. 노년이 되면 또 어떨까 궁금해지기도 하지만 그건 그때 가서 또 경험할 일일 테고. 일단 이미 경험했던 2, 30대와 비교해보면 확실히 나이가 들수록 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10대부터 30대까지는 세상에 대해 알아야 할 것도, 배워야 할 것도 너무나 많은 때여서 세상을 알아가기에만도 무척 바쁘다. 그래서 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보다 주로 바깥 세상에 관심이 집중될 때가 많다. 그러다가 적당히 나이가 들고, 몇 번의 크고 작은 좌절을 경험하면서 어느 정도 세상을 알게 되면, 그제서야 관심사는 바깥이 아닌 내면으로 향하게 되는 모양이다.

    

  

스스로를 돌아보다 보니 요즘 들어 자주 생각하게 되는 일 중의 하나는 내가 뭘 제일 좋아하지?’, ‘내가 어느 때 제일 편안하지?’하는 점이다. 예전에는 별다른 호불호 없이 그냥 아무거나혹은 난 다 좋아를 얘기할 때가 많았는데, 그런 선택은 딱히 나쁠 것도 없지만 크게 만족할 일도 없는 어정쩡한 결과일 때가 많았다. 물건을 사거나 음식 메뉴를 고르는 상황일 때는 그게 별로 중요한 문제도 아니고, 어느 쪽이든 크게 개의치 않는 선택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런 일들이 쌓이다 보면 선택에 대해 점점 무뎌져서 날이 갈수록 선택에 자신이 없어지고, 결정 장애가 될 때도 많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취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나 스스로 무지해진다는 점이다.

 

이 책은 나의 취향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통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소박하게 들려준다. 그녀는 젊은 시절에 누구보다 유행에 민감하고, 소비할 만큼 소비해본 경험 끝에 지금은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는 최소의 것들만 유지하는 미니멀리스트가 되었다고 한다. 일상에서건 여행에서건 혹은 쇼핑에서건 자신의 취향을 찾은 그녀의 글에서는 소소하면서도 행복한 만족감이 가득 느껴졌다. 그러한 만족감은 스스로의 취향과 성격을 잘 아는 사람이 가진 자기 확신이자 여유로움이기도 했다. 언뜻언뜻 내 취향과 비슷한 그녀의 선택을 보며 그녀의 여유로움에 공감이 가기도 했다.

 

 

어릴 때는 또래문화나 유행에 따른 선택과 소비도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고, 자신만의 세계가 생기면 상황에 의한 선택이 아닌 스스로의 선택이 점점 더 중요해진다. 같은 물건을 소비하더라도 스스로 선택한 소비에는 후회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아무리 비싸고 좋은 것일지라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공허해질 때가 많다.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취향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자기 확신에서 오는 자신감이다. 그런 자신감은 스스로를 만족하게 하고, 보는 사람을 편안하게 한다. 그런 자기 확신이야말로 어느 광고 카피 문구처럼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다.

  

미니멀리즘이 유행이라고 해도, 사람에 따라 미니멀리스트가 맞는 경우도 있고, 상황에 따라 맥시멈리스트의 삶이 맞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나 자신을 정확히 알고, 내게 맞는 취향을 찾아 스스로 만족한 선택을 해나갈 때, 우리의 일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만족해지지 않을까 싶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무엇인지, 내가 언제 가장 행복한지, 나의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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