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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집 - 늘 곁에 두고 싶은 나의 브랜드
룬아 지음 / 지콜론북 / 2020년 2월
평점 :
옷이나 물건을 살 때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 것 같다. 싸고 실용적인 것 여러 개를 살 것인지 아니면 비싸더라도 제대로 된 것 하나를 살 것인지. 이건 어느 쪽이 맞다는 정답도 없고, 어느 한쪽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 사람마다, 물건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것이니까. 어떤 때는 가성비 좋은 것을 사고, 또 어떤 물건은 대를 물려서 써도 좋을 멋진 것을 살 수도 있다. 그런 것을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잘 믹스매치해서 어울리게 쓰는 것이 진짜 멋쟁이일 것이다.
20대에는 취향이라기보다 그저 보기에 예쁘고 좋으면 샀던 것 같다. 학생 때라 비싼 것을 사기보다는 가성비 좋은 실용적인 것을 더 선호했고, 오래 두고 보는 것보다 질리지 않게 자주 바꾸는 게 더 좋았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차츰 느끼게 되는 것은 하나를 사더라도 제대로 된 것을 사서 오래 두고 보는 재미도 좋다는 점이다. 이제는 이것저것 많이 갖고 있기보다 내 맘에 드는 ‘제대로 된 하나’에 더 호감이 간다. 그게 꼭 비싸고 좋은 것이어서가 아니라 그게 내 취향이고, 더 편안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양 보다는 질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고, 안목이 그만큼 자란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늘 곁에 두고 싶은 나의 브랜드’라는 부제로 저자가 자신의 취향대로 고른 브랜드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소비하지 않는 것을 포함한 투표적인 소비를 통해 자신의 확고한 취향을 드러내고 있다. 그녀는 사지 않는 것으로 자신의 취향을 표시하는 미니멀리스트, 자신의 공간에 들이는 물건 하나하나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깐깐한 소비자다. 이 책에서 다뤄진 브랜드들은 순전히 그녀의 개인 취향이지만, 그것이 전혀 낯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감되고 그곳에 가보고 싶은 호감이 생긴다.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을 보면 괜히 반가워지는 그런 느낌이다.
책에는 수집품과 오브제를 다루는 카페, 편집숍, 와인바, 사진 전문 서점 등이 소개되어 있고, 한국의 차를 다루는 티 카페, 보자기 포장과 전통 소품을 다루는 매장도 눈에 띈다. 저자는 이외에도 잡지사 사옥이나 일러스트레이션 스튜디오, 매트리스 브랜드 등을 방문하여 그곳의 대표들과 인터뷰를 하고,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브랜드의 정체성과 개성에 대해 알게 되고 그에 대한 나의 취향과 느낌도 확인하게 된다.

취향을 알아간다는 것은 나 자신을 알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스스로의 성격이나 취향을 모르면 입고, 먹고, 쓰는 것에 대해서도 딱히 개성이나 취향이 없이 그저 ‘아무거나’를 선호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과 만날 때도 ‘무조건 그게 아니면 안 돼’라는 고집하는 건 좀 문제가 있지만 늘 ‘나는 아무거나 괜찮다’고 하는 것도 좋은 선택은 아니다. ‘아무거나’라고 하는 것은 다시 얘기하면 어느 것도 다 100% 맘에 들지는 않는다는 얘기일 테니까.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내 취향이 어떤지 알고 선택을 한다면 결과가 어떻든 내 선택의 결과에 대해서 좀 더 만족하고 행복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