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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건축가다 - 자연에서 발견한 가장 지적이고 우아한 건축 이야기
차이진원 지음, 박소정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사람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스스로 칭하면서, 사람이 아닌 동물에 대해서는 사람보다 열등한 존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새나 붕어, 개에 대해 우스갯소리처럼 붙이는 말들이 대부분 그런 선입견에서 비롯된 말들이다. 아마도 그 작은 머릿속, 그 작은 뇌에 얼마만한 지능이 있겠냐는 일종의 무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동물들의 세계는 인간의 그것만큼 혹은 인간 세계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과학적일 때가 많다. 개미나 꿀벌의 세계도 그렇고, 이번 책에서 다뤄진 새의 세계도 그렇다.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새의 둥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 적이 없었다. 가끔 동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본 적은 있지만, 책으로 접하기는 처음인 것 같다. 이번 책은 특히 차이진원(蔡錦文)의 글과 그림이 함께해서 오랜만에 그림책을 보듯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인 차이진원은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국립타이완대학교 삼림연구소에서 야생동물 생태학을 오래도록 연구하고 조사해 온 연구자다. 그는 10여 년 동안 전 세계의 부엉이와 앵무새를 기록한 책들로 호평을 받았고, 이 책 역시 2년에 걸쳐 완성했다고 한다.
책은 공룡이 조류로 진화했다는 다소 믿기 힘든 이야기로 시작한다. 조류의 둥우리 건축 본능을 공룡에서 찾은 것인데 아무래도 ‘빨리 뛰기에 능했던 두 다리가 펄럭이는 두 날개’로 진화했다는 설은 조금 납득하기 어렵다. 저자 역시 ‘지나친 상상은 잠시 접어두겠다’며 여지를 남겨두고 있기는 하다.

그렇게 시작한 책은 재봉새, 베짜는새, 벌새, 제비, 딱따구리, 물총새, 독수리, 백로와 같은 ‘특이한 스타일의 건축가’(2장)와 물꿩, 요정올빼미, 벌잡이새, 무덤새, 후투티, 굴뚝새, 바우어새 등 ‘재미있는 둥우리’(3장)를 짓는 새들에 대해 알려준다. 새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바느질이나 뜨개질하듯 집을 짓거나 진흙 알이나 침을 뭉쳐서 집을 짓는다. 동굴을 파거나 낡은 둥우리를 반복해서 재사용하는 새들도 있고, 포식자를 피해서 물 위에 떠있는 집을 짓거나 아파트처럼 떼 둥우리를 짓는 새, 특이하게 향기 나는 식물로 집을 짓는 새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아예 둥우리를 짓지 않고 남의 둥우리에 탁란을 하면서, 그것도 모자라 원래 주인의 알을 먹어치우고 자신의 알을 대신 넣어두는 파렴치한도 있다. 남의 둥우리에 기생한 벌꿀길잡이새 새끼나 두견의 새끼는 태어나자마자 둥지의 원래 주인인 숙주의 새끼부터 죽이는 악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눈도 제대로 뜨기 전에 생존 본능에 의해 저지르는 처참한 악행인데, 그런 기생 조류에 대항해 숙주도 나름의 대책을 세우는 것을 보면 자연의 섭리와 진화는 역시 볼수록 경이롭다.

저자는 담백하고 잔잔한 느낌의 그림과 함께 이해하기 쉬운 글로 새들의 집짓기를 소개하고 있다. 책을 읽어보면 새들의 건축 솜씨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정교하고 정성스러움에 감탄하게 된다. 4장에서는 새 둥우리를 발견하는 재미와 분류하고 측량하는 방법 등 새 둥우리 관찰에 대한 저자의 노하우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조심스러운 관찰 기록’에서는 새 둥우리를 관찰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동시에 새들을 방해하지 않도록 독자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저자의 지도교수인 위안샤오웨이는 추천사에서 ‘벽에 걸어놓고 감상할 수 있는 책’이라고 하였다. 그의 말처럼 이 책은 과학적 전문성과 자연에 대한 관찰력이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어울려 있다. 자연과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껴볼 수 있는 책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