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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좀 빌립시다! - 역사상 가장 흥미롭고 기괴하며 파란만장한 시체 이야기
칼린 베차 지음, 박은영 옮김 / 윌컴퍼니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처음에는 이 책을 읽을까 말까 잠깐 망설였다. 영화도 호러나 좀비물은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인데 ‘시체 이야기’를 다룬 책이라니? 그런데 또 목차나 책 소개를 보자 내용이 좀 궁금해졌다. 죽어서도 편히 못 쉬는 유명인사들과 그들의 시신과 관련한 여러 에피소드를 다뤘는데 그냥 ‘시체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다. 아마 나처럼 망설이는 독자가 많을 것을 예상했는지, 작가는 ‘아직도 이 책을 읽을지 말지 결정하지 못하셨다면’이라고 운을 띄우는 동시에 햄릿과 그의 ‘애완 두개골’ 얘기를 들려주면서 책 속으로 이끈다. 참 영리하고도 치밀한 작가다. (^^)

동양에서 시신이 훼손되는 경우는 대개 ‘부관참시(剖棺斬屍)’ 같은 형벌을 받거나 묘가 도굴을 당했을 때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서양에서는 시신이 훼손되는 경우와 이유가 무척 다양했던 것 같다. ‘1832년까지 영국에서는 시체를 훔치는 것이 범법행위가 아니었다’고 하니 범죄의식이나 죄책감도 지금과는 사뭇 달랐던 모양이다. 때로는 유명 인물의 기념품(?)을 간직하려는 극성 팬 (주로 주변 사람)에 의해서, 때로는 이미 죽었는데도 뱀파이어로 의심받아서, 때로는 도둑맞거나 분실되어서 등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신 훼손의 이유나 상황은 각각 달라도 그들 모두 사후에 편안히 잠들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다.

시신이 훼손된 내용을 보면 손가락, 뇌, 심장, 다리 같은 신체 부위 일부를 도난당하거나 아예 시신이 사라지는가 하면 역으로 시신 하나에 머리(두개골)가 두 개 묻혀있는 기막힌 경우도 있다. 어찌 보면 무척 엽기적이고 잔인할 수도 있는 내용인데 작가는 위험하고 민감한 부분을 묘하게도 잘 헤쳐나간다. 단순한 ‘시체 이야기’가 아니라 역사적 인물의 에피소드 같은 이야기여서 그동안 몰랐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는 느낌이다. 특히 각 장 끝부분에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란 코너를 통해 사라진 신체나 시체의 후일담을 들려주어 독자가 가질 궁금증을 미리 풀어주어 좋았다.
시체나 죽음 같은 무겁고 어두운 소재에, 때로는 기괴하고 무시무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내용을 작가의 위트 섞인 글과 경쾌한 번역 덕분에 즐겁게 읽은 것 같다. 거기에 팀 버튼의 영화 캐릭터를 닮은 삽화들이 보태져 그로테스크하면서도 동시에 유쾌한 책으로 느껴지게 한다. 호기심 많은 독자라면 특히 좋아할 책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