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햇볕에 마음을 말린다 - 딸에게 보내는 시
나태주 지음 / 홍성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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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뭔가 아득해지면서 아련한 느낌이 들곤 한다. 그런 느낌 사이사이로 바다는 파도 소리를 앞세워 몇 번씩 출렁인다. 아마도 그런 느낌이었나 보다. 딸을 키운다는 것은. 시인은 작가 서문에서 딸아이를 생각할 때마다 쿨렁, 바다가 한 채 가슴에 안기는 듯한 충만감을 느끼곤 했다고 하였다. 딸을 생각하는 부모의 가슴에는 그렇게 저마다의 바다가 몇 번씩 출렁이는지도 모르겠다.

 

󰡔너의 햇볕에 마음을 말린다󰡕는 제목부터 곱다. 제목 고운 이 책은 나태주 시인이 딸에게 보내는 시라는 부제를 달아 펴낸 시집이다. 시인은 딸을 키우면서 느꼈던 감정, 딸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를 시어에 담아 한 권의 시집으로 펴내었다. 물론 중간중간에는 아들에 대한 시도 함께 실려 있다. 시인은 처음에는 자신의 딸을 두고 시를 썼지만, 시간이 갈수록 세상의 모든 딸들로 확장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서문에서 세상 모든 예쁜 아이들은 다 딸이고 또 세상의 귀엽고 조그맣고 사랑스러운 것들은 또한 모두가 딸이라고 밝히고 있다. 시인은 세상의 모든 아들과 딸에게 전하는 한 아버지의 마음을 시어에 담아내었다.

 

시인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딸에 대해 그냥 별이었다/ 꽃이었다/ 반짝임 자체였다/ 그만 나는 무너지고 말았다’(발견, p.32)라고 말한다. 그 속에는 딸 앞에서 매사에 약해지고 마는 딸바보아빠의 모습이 그대로 들어있다. 그런가 하면 나의 직업에서는 번번이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을 들게 하는 자식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자식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부모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늘 너한테 섭섭해

전화해도 잘 안 받고

 

늘 너한테 안타까워

카톡 하면 아예 대답도 없어

 

그래도 나는 어쩔 수 없어

너의 생각 멀리 보낼 수 없어

 

전화기 너머

카톡 문자 너머

 

오늘도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직업이란다.

 

부모의 마음은 다 비슷한 모양이다. 부모는 자식의 전화 한 번, 카톡 한 번이 늘 반가운데, 아이들은 뭐가 그리 늘 바쁜지... 그래서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은 언제나 짝사랑이다. 그 마음은 우리들에 대한 우리 부모님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시집을 읽으며 딸에 대해, 아들에 대해 생각을 하다 보면 당연하게도 연이어서 부모님에 대한 생각도 떠오른다. 자라는 동안에는 미처 몰랐던, 내가 부모가 되어서야 차츰차츰 이해하게 되는 부모님의 마음. 내가 내 자식을 바라보는 나의 직업에 충실할 때, 나의 부모님은 자식인 나를 바라보는 그분들의 직업에 여전히 충실하고 계실 테니 말이다. 딸에게 보내는 시인의 시를 통해 딸에 대해, 아이들에 대해 그리고 부모님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는 시간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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