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에 따라 산다 - 차와 함께라면 사계절이 매일매일 좋은 날
모리시타 노리코 지음, 이유라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글을 쓰듯 차를 우리고, 차를 우리듯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쓴 글은 어쩐지 담백하고 맑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담백하고 잔잔하게 읽힌다.

오랜만에 섬세하고 고운 글을 읽었다. 일 년 사계절의 절기(節氣)에 맞추어 다도의 예를 행하며 그때 그때의 느낌을 쓴 글이다. 저자인 모리시타 노리코는 40여 년째 다도 생활을 해오고 있는 에세이 작가다. 처음 다도를 시작한 것은 스무 살 무렵으로, 마음을 안정시키고자 반쯤은 억지 같은 어머니의 권유로 시작했다는데 그렇게 시작한 다도가 어느새 40년이나 된 셈이다. 저자는 다도 수업을 하며 적어온 노트를 토대로 이 책을 집필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내용에 앞서 작가 서문을 읽는데, 성격이며 상황이 나와 너무나 흡사한 작가의 글에 공감의 미소가 지어졌다. ‘집에서 일을 한다기보다 작업실에서 살고 있다에 가깝다던가 작은 일에 우울해하고 일일이 상처받는 나 자신을 버거워하는 모습 등등. 그래서인지 업무나 일상의 자질구레한 여러 가지 일에서 주기적으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그녀의 이야기에 계속 몰입이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특히 좋았던 것은 책의 시작이 봄이 아니라 딱 지금 계절인 겨울에 시작하는 점이었다. 보통 사계절을 배경으로 한 책들은 대개 봄부터 다루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책은 일 년의 시작을 겨울인 지금 소한(小寒)’부터 시작을 하고 있다. 소한, 대한을 시작으로 우수, 경칩을 지나 하지, 입추, 입동을 거쳐 밤과 낮의 길이가 다시 같아지는 동지까지 겨울--여름-가을-다시 또 겨울로 일 년의 순환이 이어진다. 그래서 딱 요즘 계절과 요즘 시기-이를테면 한 해의 마무리와 시작-에 맞는 내용이라 더욱 와닿았다. 

 

저자의 다도 선생님인 다케다 선생은 다실의 족자에 계절에 따라 거기에 맞는 글을 바꾸어 걸곤 한다. 일 년의 마무리인 이즈음에는 해마다 다음과 같은 글이 걸린다고 한다.

 

  올해도 무사히 보내고 마지막 날을 맞이했습니다.

  先今年無事芽度千秋樂

 

책을 읽으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다도 모임과 방 안의 풍경이 어렴풋이 그려진다. 저자는 계절 특유의 풍경과 그에 따라 달라지는 다도 모임의 분위기를 글로 묘사하고, 그날그날 달라지는 다완의 모습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그러면서 사이사이에 느끼는 자신의 감정을 담백하게 얘기하고 있어서 마치 그 옆에서 같이 있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저자가 이전에 쓴 다도 에세이는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라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이 책 역시 그런 분위기가 느껴진다. 계절에 따라 따끈하게 혹은 시원하게 느껴지는 다완, 장지문으로 비쳐드는 햇빛, 소나기가 올 것 같은 하늘... ‘담담히 살고 싶어 계절을 우리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계절을 우리듯 담담하게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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