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의 나무 일기
리처드 히긴스 엮음, 허버트 웬델 글리슨 외 사진, 정미현 옮김 / 황소걸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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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비드 소로라는 이름을 들으면 <월든Walden>이라는 책 제목이 동시에 떠올려진다. 소로는 1845년 월든 호숫가의 숲속에서 2년간 자급자족 생활을 하면서 그간의 일들을 기록하였고, 이 기록들을 모아 출간한 책이 <월든>이다. 그는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으면서도 세속적인 직업을 갖지 않았다. 대신 측량이나 목수 일처럼 땀 흘려 일하는 육체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했으며 자연주의 생활을 이어나갔다.

소로의 글은 대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보여주는 동시에 문명 사회에 대한 솔직하고 통렬한 비판을 하며 자연의 소중함을 환기시켜주었다. ‘대지를 즐기되 소유하려 들지 마라는 그의 가르침은 후대의 사람들에게 많은 귀감이 되었다.

 

이번에 읽은 책 <소로의 나무 일기>는 소로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월든>의 연장선상에서 읽게 된 책이다. 숲과 나무와 자연의 생명력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보였던 소로이기에 나무 일기라는 책 제목이 소로와 무척 잘 어울려 보인다. 나무도 사람처럼, 사람도 나무처럼 모두가 생명력을 가진 존재이기에 나무를 바라보는 소로의 시선이 궁금했다. 나무를 바라보는 소로의 애정 어린 시선, 하나의 인간으로서 나무라는 자연물과 교감하는 그의 이야기, 나무를 통해 얻어진 깊은 철학적 사유에 대해 듣고 싶었다.

 

저자인 리처드 히긴스는 소로가 걸었던 곳을 걷고, 그가 바라본 것들을 바라보며 소로의 흔적을 그대로 짚어나간다. 히긴스는 200만 단어, 14권 분량에 이르는 소로의 일기와 짧은 에세이 등에서 100편의 글을 발췌하여 이 책을 엮었다. 거기에 히긴스 자신이 찍은 나무 사진들과 소로의 세계를 시각적 기록으로 구현한 허버트 웬델 글리슨의 사진을 덧붙였다. 또 사이사이에는 소로가 직접 스케치한 그림들도 포함되어 소로의 숨결을 한층 가까이 느끼게 해준다.

소로의 글을 읽으며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바라본 사진 속의 나무들을 보면 소로가 바라보았던 나무들을 함께 바라보는 듯하다. 소로의 흔적을 좇는 히긴스를 통해 우리도 그들과 함께 숲길을 걷고, 나무를 바라보는 느낌이다.

 

<월든>에서도 그랬듯이 <소로의 나무 일기>는 잔잔하고 차분하게 읽힌다. 빠르기만한 요즘 세상에서 천천히 읽게 되는 소로의 글들은 우리에게 한번쯤 숨고를 시간을 준다. 주변에 늘 있는 나무들이라 대개는 피상적으로 보게 마련이다. 하지만 소로의 글은 나무를 가까이서 보고, 나무의 마음을 느끼고, 나무를 알아가게 해준다. 글에 어울리는 사진과 함께 차분하게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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