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혼자서 - 60세에 첫 유학길에 오르다
강인순 지음 / 에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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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고 하지만 막상 나이가 들어서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마음의 나이야 2, 30대처럼 늘 청춘이지만 몸의 나이는 하루가 다르게 예전 같지 않음을 실감하게 된다. 몸의 나이가 여전히 젊다고 해도 가족과 일과 주변의 이런저런 상황을 생각하다 보면 나 자신을 위한, 나만의 시간을 갖기란 더더욱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중년을 넘은 나이에 무언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관심을 끈다.

 

<파리, 혼자서>60세의 나이에 파리 유학을 떠난 저자의 이야기다. 젊은 나이에도 쉽지 않은 유학 생활을 60대에 떠났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작가가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항공사에서 근무를 하고, 유럽의 가구를 수입하는 일을 가족 사업으로 오래도록 해왔다는 것은 분명 남다른 강점이기는 하다. 그런 강점이 나이가 들어서 과감하게 유학을 떠날 수 있었던 이유이자 장점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여건이 된다고 해도 그저 익숙한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것을 누리며 사는데 충분한 것이 인지상정이고 보면 작가의 도전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쉽지 않은 일에 도전한다는 것! 나이가 적고 많음을 떠나서 그런 게 바로 청춘이 아닐까 싶다.

 

책의 서두는 카뮈의 무덤에 꽂아두고 온 명함이 인연이 되어 프로방스의 작은 마을 루르마랭으로 떠나게 된 소설가 함정임의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그녀는 카뮈의 무덤을 방문하고 꽃다발 대신 명함을 꽂아두었는데, 그 명함이 우연찮게 한국에 관심 많은 한 프랑스인의 관심을 끌었다. 그 일을 계기로 한국의 소설가는 루르마랭을 다시 방문하게 된다.

그 에피소드에 자극받은 저자는 카뮈의 이방인을 다시 읽으며 오랫동안 꿈꿔왔던 프랑스 유학을 현실로 구체화시킨다. 이후 작가는 파리에서의 유학 생활과 몽생미셀, 옹플레르, 샹보르성, 부르고뉴 등을 방문하고 그 곳에서 경험한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이 책은 전문적인 여행에세이나 예술 기행서는 아니다. 그렇다고 생기발랄하다 못해 때론 가볍다고 느껴질 만한 청춘의 좌충우돌 여행기도 아니다. 저자는 파리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 곳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느낀 현실적이고 생생한 감정들을 읽기 편하게 들려준다. 이가 만들어내는 원숙함과 인생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한 이야기들이 부담없이 다가와 쉽게 읽힌다. 작가는 파리, 혼자서라고 했지만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옆에서 같이 따라 걷는 느낌이다. 나이가 들었지만 아직 나이가 들기 싫은 청춘이라면 60대 청춘이 혼자 파리를 걸으며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기울여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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