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통해 만나는 로마 24시

로마에서 24시간 살아보기 - 2000년 전 로마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생활 밀착형 문화사 ㅣ 고대 문명에서 24시간 살아보기
필립 마티작 지음, 이정민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6월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가끔씩 그런 상상을 할 때가 있다. ‘타임머신’이나 ‘타임슬립’ 등을 통해 예전 어느 시대로 가보면 어떨까 하는 그런 상상. ‘그럴 수만 있다면 궁금한 역사적 사실도 직접 확인할 수 있을 테고 당시 사람들의 사는 모습, 문화도 볼 수 있을 텐데’ 하며 대개 답 없는 상상으로 그칠 뿐이지만. 그래도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에서처럼 과거의 삶에 대한 그리움은 시대를 막론하고 비슷한 것 같다.

 <로마에서 24시간 살아보기>는 그런 상상을 현실감 있게 그려주는 책이다. 그것도 그저 작가의 상상으로 구성한 소설이 아니라, 고대 로마사로 학위를 받은 저자가 역사적 지식을 바탕으로 재미있게 재구성한 문화사이다. 로마 시대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책은 많이 나와 있지만 이 책의 구성은 조금 독특하다. 서기 137년경의 로마는 거대하고 강력한 제국이었지만, 저자는 로마의 위대한 역사를 서술하는 대신 로마 14대 황제인 하드리아누스 시절의 어느 하루로 독자를 안내한다. 그는 자정 무렵부터 시작해서 다음날 도시가 잠드는 로마의 하루를 통해 로마인들의 평범한 일상을 돌아보도록 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살펴보는 로마의 모습은 마치 옆에서 지켜보는 듯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책에는 모두가 잠든 밤, 도시의 안전을 책임지는 순찰대원의 일과를 시작으로 로마의 아침 식사를 책임지는 제빵사, 길바닥 수업을 들어야하는 남학생, 물시계공과 목욕탕 종업원, 점성술사와 검투사 등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또한 사이사이에 로마 시인들의 풍자시나 당시 사람들이 주고받은 서신과 사진 등 여러 자료를 실어 당시 로마 사회의 분위기를 짐작케 한다.

인구 밀도 높은 대도시 로마에서 사는 사람들이 그 시대에도 알람시계를 사용했다든지, 불이 나면 순찰대원이 어디든 들어갈 수 있다든지 혹은 불이 나더라도 소방대 소유주에게 건물이 팔려야만 불을 끌 수 있었던 화재 진압 방식 등은 조금 놀랍기도 하다. 또 효모를 발견하기 전인 로마시대에 빵을 부풀리기 위한 제빵사의 노력이라든지, 노예 출신의 선생, 자신보다 더 힘을 가진 고위층의 후견인을 얻기 위한 상원의원, 시멘트와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석공, 별자리를 보고 점을 치는 점성술사 등 계층과 직업을 망라한 여러 사람들의 모습은 당시 로마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책을 읽다 보면 때로는 ‘이 시대에도 이런 게 있었어?’하고 놀라거나 혹은 ‘사람 사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어 읽으면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고대 어느 동굴에는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너무 없다’고 써있다던가? 2천년도 넘는 시간의 간격이 있는 로마와 현대지만 도시의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전혀 낯설지가 않다.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을 따라 그들의 일터를 돌아보다 보면 어느새 로마의 하루가 저문다. 역사라는 무거운 짐 대신 생활과 문화라는 평범한 일상을 통해 로마시내를 하루 동안 여행한 기분이다. 로마 뿐 아니라 다른 시대, 다른 도시로도 이런 여행이 이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