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편집 매뉴얼 2012 - 편집자가 알아야 할 편집의 모든 것
열린책들 편집부 엮음 / 열린책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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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을 읽고 글을 쓰다보니 문장의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등 편집에 관해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언제부터인가 열린책들에서 기본적인 편집에 대한 내용들을 담은 책들을 매우 저가에 출판하고 나처럼 기본적인 편집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아무래도 직접 출판을 하는 곳이다 보니 표준적인 국어 맞춤법도 그렇지만 실제로 출판사에서 필요한 편집원칙 또한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은 기본적은 표준 맞춤법외에서 편집에 필요한 모든 사항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어있어서 매우 유용하다. 처음에는 출판이 목적이 아니라 열린책들 출판사 자체적으로 매뉴얼을 만들어 내부 교육용으로 사용하다가 사용자가 늘고 요청이 있어서 이렇게 직접 매뉴얼로 출판하였다고 한다. 매우 좋은 일이다. 출판사가 상업적으로 책을 파는 것 뿐 아니라 이렇게 새로운 출판문화와 필요한 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 것들을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얼마전에 내가 일하는 곳에서 작은 책자를 발간할 일이 있어서 사람들로부터 원고를 받은 적이 있었다. 책자로 발간하기 전에 꼼꼼히 읽어보고 오탈자를 수정하려고 하나하나 꼼꼼히 읽은적이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글을 잘 쓰지 못했다. 기본적인 띄어쓰기나 단어선택이 적절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기본적인 주어와 서술어의 상응관계조차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 그러면서 생각난 것이 바로 열린출판사에서 펴낸 이 책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이였다. 내가 작은 책자를 편집하려고 문장을 수정하면서 묘한 즐거움을 느꼈다. 어찌보면 아주 세밀하고 작은 분이지만 인간의 정신의 가장 좋은 표현인 문장을 다듬는 것이 왠지 모를 숭고한 의미를 지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면서 즐겁고 어떤 의식을 행하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책을 보았을 때 문장과 단어들이 정갈하고 깔끔하게 정리되고 정확한 표현을 구사하는 문장들이 보일 때 뭔가 작은 조각작품 같은 느낌이 든다. 외관상으로 보면 문자가 가장 볼품없는 작은 예술품이라고 한다면 인간정신의 발전이나 위대함을 발현이라고 보면 문자야 말로 인류역사에 가장 위대한 작품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문자를 다듬는 편집의 일이야 말로 가장 위대한 예술가중의 하나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미국의 유명한 작가도 작품은 작가가 쓰지만, 편집은 신이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러한 편집에 이 책은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되는 것이다.

 

글을 쓰거나 문장을 수정하면서 헷갈리는 것이 몇가지가 있었다. 먼저 띄어쓰기에 관한 것이였다. ‘것’, ‘수’와 같은 의존명사가 올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붙여쓸때도 있고 띄어쓸때도 있는데 좀처럼 정리가 되지 않았다. 이 책을 보면서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인용문이나 대화문 같은 것은 어떠한 기호로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정리할 수 있었고 외래어를 어떻게 음역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나와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책을 제작하는 방법과 과제 그리고 우리가 무심히 지나가는 책의 용어에 대해서도 알수 있어서 매우 유익했다. 표제지, 면지, 간기면 이러한 것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있어서 또한 유익했다.

 

이 편집 매뉴얼을 보니 더욱 책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남들은 그냥 지나치는 한문장, 한단어도 이렇게 편집자의 정성어린 돌봄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을 옆에 두고 문장을 다듬는 친구로 삼으면 글쓰기나 문장이 한층더 유려해 질것일 것이다.

 

열린출판사의 봉사에 가까운 이책의 출판을 환영하며 감사드린다. 항상 내 책상앞에 두고 야금야금 조금씩 먹는 마음으로 이책의 내용을 섭렵해야 겠다. 문장의 예술가, 문장의 조각가 아마도 그것은 위대한 인간정신을 다듬는 장인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작가 스티븐 킹은 <저술은 인간이, 편집은 신이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저술은 때로는 모험과 도전일 수 있지만, 편집은 언제나 100퍼센트 완성도를 향한 끝없는 노력이기 때문입니다.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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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9 11: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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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0 11: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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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3 18: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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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3 23: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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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혁명 - 지구와 평화롭게 지내기
존 벨라미 포스터 지음, 박종일 옮김 / 인간사랑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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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혁명 이해를 위한 키(Key)

환경 운동가들처럼 실천적인 관점에서 생태의 변화를 보고자 한다면 이 책은 적합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생태와 인간의 상호의존 관계를 거대담론의 차원에서 보고자 한다면 이 책은 매우 넓은 시야의 이론적 렌즈를 제공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저자 존 벨라미 포스터John Bellamy Foster의 약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관건이다. 존 벨라미 포스터John Bellamy Foster는 환경과 관련된 과목을 가르치는 교수가 아니라 사회학을 가르치는 사회학 교수라는 점이다. 이것은 생태의 문제를 '우리가 쓰레기를 버리지 말고 기업은 환경정화 장치니 폐수 처리 장치를 사용하여 이 지구를 살리자' 라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 인간사회의 구조와 연결시킨다. 즉 지구 생태의 문제를 한 개인이나 기업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체제인 자본주의 생산방식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이렇게 생태문제와 사회학을 연결시키기 때문에 이 책에서 사용되는 개념이나 용어는 모두가 거대담론을 형성시키는 것들이다. 이 책의 핵심 개념인 생태사회혁명, 생태산업혁명, 제본스의 역설, 마르크스의 신진대사 균열론, 생태제국주의 등과 같은 용어는 그 안에 담긴 구체적인 함의를 파악하는 것도 한권의 책이 필요할 정도의 거대담론을 형성시키는 개념들이다. 그리고 50페이지나 되는 각주에 포함되어 있는 참고자료는 하나같이 생소한 이름이거나 전문적으로 생태문제를 다룬 자료들이라서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기가 녹록치 않음을 말해준다. 이러한 사실들로 인해 일반인을 상대로 한 책이라기 보다는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 논문모음집이라는 생각이 든다.1)

 

생태혁명의 개괄적 이해

이 책은 총 3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전 지구적 위기, 2부는 마르크스의 생태학, 3부는 생태와 혁명이다.

 

1부 전 지구적 위기

이미 생태학자들이나 환경운동가들이 대부분 동의하는 것은 지구의 환경문제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데에 동의하고 있다. 이러한 대부분 공감대를 형성하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IPCC가 채택하는 “정상영업”이라 부르는 사회경제적 시나리오를 따르고 있다. “정상영업” 이라는 것은- 정상영업이라는 용어가 낯설고 생소하고 무슨 상업적인 단어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이 용어가 의미하는 내용을 담기에 적절한 용어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원서에는 어떤 단어가 쓰였는지 궁금해졌다.-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에 부합하는 생태변화 복원의 방식으로 이러한 방식은 최소한의 변화만을 시도하는 것으로, 자본주의의 이윤추구와 자연을 착취하는 생산방식을 그대로 고수한 채 단지 배출기준치 강화, 수소 연료 차량의 도입, 자연보호제도 개선등과 같은 기술적인 방법만을 사용하므로 분명한 한계를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이윤과 축적의 논리로 움직이는 자본주의의 논리를 그대로 깔고 있기 때문에 결코 진정한 의미의 인간과 자연의 화해(생태혁명)를 이룰 수 없다고 말하다. 그리고 진정한 혁명적인 방법을 위해서 마르크스와 19세기 자본주의 정치경제 비판자들이 제시한 3가지 개념을 중요시 한다. 그 중에서 세 번째 신진대사의 균혈이라는 개념으로 생태혁명과 마르크스주의를 연결시켜 나간다. 먼저 신진대사라는 것은 생리학 용어로써 생물이나 인체의 원할한 생리작용을 말하는 것으로, 이 책에서는 인간과 자연의 자연스러운 상호의존 과정을 말하는 용어로 확장되어 사용하고 있다.2) 자본주의식 생태변화는 그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것은 인간과 자연의 신진대사의 균혈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즉 자연을 이윤과 개발의 대상으로 삼는 자본주의의 논리는 필연적으로 인간과 자연사이의 신진대사 균혈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본주의는 그 모든 함의속에 생태 파괴의 DNA가 숨어 있어서 자본주의식의 “사회-신진대사적 재생산”, 다시 말해 이윤의 논리와 결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한다.3) 그래서 이것을 극복한 유일한 대안으로 마르크스의 생태학을 제시하는 것이다.

 

2부 마르크스의 생태학

2부는 이 책의 핵심 내용으로 저자가 진정한 생태혁명을 이룰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는 마르크스 생태학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솔직히 난 마르크스와 생태가 무슨 연관이 있을까 하고 생각했었다. 그가 주창했던 사회주의가-엄밀히 말하면 마르크스주의-생태에 대해서 어떻게 인간사회와 연결시키는지 매우 궁금해 하면서 읽어 나갔다. 읽어나가면서 생각 이상으로 마르크스 사상의 폭의 매우 크고 미치는 파장 또한 거대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생태문제에 관한 그의 사상은 생태혁명이 사회주의로의 이행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주지시켜 주고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우리 시대 위기의 핵심인 자본주의와 환경의 적대적 관계는 어떤 면에서는 오늘날의 녹색사상가들보다는 19세기와20세기 초의 사회주의자들이 더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주된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생산양식으로서의 자본주의의 본질과 논리이다. 사회주의자들은 현대의 생태적 비판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모든 단계마다 결정적인 기여를 해왔다. 우리가 오늘날 당면하고 있는 환경재난을 분명하게 인식하기 위해서는 생태에 관한 유물주의적 분석도구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고, 그러자면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마르크스의 유산을 밝혀내는 작업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4)

 

그리고 생태혁명의 이론적 자양분을 크게 마르크스의 신진대사 균열론, 지속가능성, 그리고 공산당 선언에서 얻고 있다.

 

3부 생태와 혁명

3부 생태와 혁명은 결론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저자는 진정한 생태혁명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데 그것은 생태혁명은 반드시 사회혁명과 함께 근본적이고 철저하고 포괄적인 혁명이 필요하며 그러한 것을 레닌이 러시아를 전복했던 것과 같은 의미에서 사회주의적 혁명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것의 실천조건으로 자본주의 질서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노동자와 그들의 단합으로 투쟁으로 쟁취해야 할 것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이 대목은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에서 자본주의를 전복하고 새로운 사회주의를 위한 실천방안으로 제시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저자는 다소 과격하게 이러한 글로벌한 시나리오는 칼 마르크스나 그의 추종자 윌리엄 모리스, 그리고 그들에게 영향을 주었던 에피쿠로스에게로부터 영감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로이 모이슨(Roy Morrison)의 말을 빌려 결론적으로 이렇게 주장한다.

 

모든 공동체 하나하나...모든 지역 하나하나가 아래로부터 민주적으로 조직되어야 한다. 새로운 체제는 어떤 수요와 욕구보다도 인간의 기본적인 수요-깨끗한 공기, 오염되지 않은 물, 안전한 식품, 적절한 위생, 사회적인 교통, 보편적인 의료지원과 교육, 이런 것들은 토지와의 지속가능한 관계 위에서 가능하다-의 충족을 앞세워야 한다. 아울러 모리슨은 "생태적 변증법은 투쟁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끝없는 산업적 살육을 부정한다"고 주장했다. 인간세상에서 이런 혁명적인 전환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류의 문명과 생명체의 연결망이 지속가능하려면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는 더 이상 유지되어서는 안된다.5)

 

결론

이 책은 이해하기가 어려웠고 읽는내내 머리가 아팠다. 그러나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회복의 관계를 사회구조적인 측면에서 찾았다는 점에서 내게 매우 유익했다. 그것도 자본주의라는 거대구조의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가 그 파괴적인 영향력을 드러내고, 생태를 회복시키는 대안으로써 사회주의로 돌아간 간 것은 그야말로 혁명적으로 다가왔다. 반면 그러한 대안이 실천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좌파 마르크스주의의 색깔이 너무나 분명한 책인 것 같아서 생태혁명에 대한 저자의 주장이 얼마만큼의 실효성이 있을지 깊은 의문도 들었다. 생태혁명을 위해서는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의 이행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것은 역사의 퇴행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기회가 되면 좀더 꼼꼼히 읽어보고 더욱 이해의 지평을 넓혀야 겠다.

 

ps. 내용적인 면에서 별 다섯 개를 충분히 줄만하지만 조금만 더 쉽게 풀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별 네 개를 주었다.

 

_______________________

1) 존 벨라미 포스터, <생태혁명>, (인간사랑, 2010) pp. 9를 보라.

2) 같은 책, pp. 68~69

3) 같은 책, pp. 73

4) 같은 책, pp. 197

5) 같은 책, pp. 360~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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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3 18: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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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3 23: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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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둑 1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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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소설을 읽다가 중간에 포기하고 책을 덮어버리거나 아예 책을 버리기 까지 했던 적도 있다. 소설을 읽다보면 '겨우 이거 이야기 할려고 이렇게 많은 분량을 쓴거야?'라고 생각될 때가 있다. 어쩌면 아직까지 소설의 맛(?)을 보지 못했던지, 아니면 오래동안 머리의 힘을 잔뜩 주고 보아야 할 논문과 같은 딱딱한 글을 보는데 익숙해져서 한문장에 정확히 전달해야 할 내용이 보이지 않으면 힘들어지기 까지하는 편식적 글읽기의 뇌로 학습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소설을 선택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돈을 지불하고 사야될 책인지 아니면 도서관에서 빌려보야 할 책인지를 선택한다. 선택하는 기준은 딱히 정해져 있지 않지만 소위 말하는 칙릿 소설이라든지 트렌드 소설은 거의 사지 않는 편이다. 한번 읽고나면 그냥 한바탕 수다떠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돌아서면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는 영양가 없는 대화와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설에 대해서는 편애하였던 나의 책읽기 성향에도 불구하고 나의 선택을 받은 소설이 있었는데 그 소설이 바로 이 책도둑이였다. 

 

시립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았을때 먼저는 현대적 감각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고, 책도둑이라는 특이한 소설제목과 책을 펼쳐 보았을때 새로운 소설 형식의 글쓰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 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평가와 문단의 평가가 괜찮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가 이 책을 읽으려고 선택하게 된것은 역사적 배경이 유대인 학살사건, 즉 홀로코스트였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관심을 가지는 역사 분야가 바로 유대인에 관한 역사였기 때문에 그것을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의 이야기가 무척 나의 흥미를 끌었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처럼 전체적이 스토리 라인이 '책'에 대한 내용이였다. 유대역사와 책, 이 두가지로 인해 나는 거의 필연적으로 책도둑을 선택하고 샀다.

 

그러나.. 역시나.. 나는 이 책을 읽다가 중간에 포기하였고 이 책에 대해서 매우 좋은 평가를 하였던 서평이나 추천사에 속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에 대한 평가는 다음과 같다.

 

격조 있고 철학적이며 감동적이다. 천천히 아껴가며 읽어야 하는, 아름답고 중요한 작품. 키커스 리뷰

절제의 승리...최근 오스트레일리아 문학 중 가장 독창적이고 주목할 만한 작품. 더 에이지

이 책은 완벽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목록에 <책도둑>도 추가되었다. 이 책을 사라. 이 책을 읽어라. 그리고 이 책의 가치만큼 이 책을 사랑하라. 너무 멋진 작품이다. 아마존 독자 리뷰

이 책이 보여주는 비극은 미치 생명의 빛깔이 사라진 흑백영화처럼 읽는 이의 마음을 찌른다. <책도둑>은 <안네의일기>나 엘리 위젤의 <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작품이다. 고전이 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USA 투데이

 

하나같이 대단한 작품이라고 추켜세운다. 내가 이책에 대한 위의 평가중에서 동의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독창적 작품'이라는 평가이다. 책도둑은 형식에 있어서 독창적이다. 먼저 죽음의 신이 한 아이의 일생을 내려다 보며 이야기를 진행하는 화자로 등장한다. 그런데 이 죽음의 신은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전지적인 작가관점, 일인칭이 되었다가 다시 사라지고 작가가 갑자기 끼어들면서 작가관점으로 돌아온다. 죽음의 신이 이 소설의 가장 처음 부분에서 전지적 시점에서 이야기를 끌어가고 나레이션을 해주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죽음의 신의 역할은 이야기가 계속될 수록 흐지부지해지고 만다. 이것은 작가 마크 주삭이 죽음의 신의 역할을 창조적으로 끝까지 밀고 나가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주인공 리젤의 심리적 변화나 배경적 상황의 변화를 말해줄 때 색깔이나 말의 구체적인 묘사로 표현된다. 예를 들면 죽음의 신이 말하는 장면이다.

 

사람들은 하루가 시작할 때와 끝날 때만 색깔을 관찰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수많은 색조와 억양이 뒤섞이면서 매 순간이흘러가는 것이 분명하게 보인다. 단 한 시간에도 수천 가지 색깔이 있을 수 있다. 밀랍 같은 느낌이 나는 노란색, 구름이 뱉어낸 파란색, 뿌연 어둠.나 같은 일을 하다보면 숩관적으로 그런 색들이 눈여겨보게 된다.

 

죽음의 신이 보는 색깔은 이 소설 전체에 흐르는 배경의 분위기를 말해준다. 그리고 리젤의 눈으로 소설속의 화자들에게서 나오는 말들이 독특한 형식으로 묘사된다. 이러한 색깔과 언어의 묘사는 이 소설의 형식에 새로움을 불어넣어주는 기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새로운 소설 기법들이 책도둑의 가장 독창적인 형식을 창조하기는 하나 소설의 이야기와 작가, 그리고 화자와 그 묘사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하나의 이야기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 따로노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러한 형식은 나의 개인적인 관점에서 보았을때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끌어가면서 긴장감을 주는 밀도있는 스토리텔링에 오히려 방해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번역자의 번역능력부족인 것 같아서 번역자를 확인해 보았더니 번역자는 정영목이였다. 정영목님은 이미 좋은 번역으로 검증받은 분이고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알랭 드 보통의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의 번역자이기도 하다. 나는 이 책은 매우 재미있게 읽었고 번역의 냄새를 느끼지 못할 만큼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책도둑> 스토리텔링의 느슨함과 밀도감이 없는 것은 번역자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이 책에서 시도하고 있는 새로운 소설형식 때문이였다.

 

그리고 독일 나치 치하의 유대인 학살이라는 역사적 배경이 책도둑의 이야기와 그다지 밀착되는 연관성이 적다. 그래서 이 책과 똑같은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안네 프랑크의 <안네의 일기>나 엘리 위젤의 <밤>에 비견하는 것은 정말이지 어불성설이다. <안네의 일기>나 <밤>은 역사적 배경이 소설의 이야기에 온전히 녹아 있어 그 소설에 무게감과 진중함을 실어주고 역사적 배경이 이야기에 밀착되어 있지만 이 <책도둑>에서는 같은 배경이 이야기와 연결고리가 상대적으로 적다.

 

쓰다보니 리뷰나 서평이 아닌 비평으로 흐른것 같아서 좀 그렇지만, 잔득 기대하고 읽었던 책도둑이 나에게 적잖은 실망감을 안겨준것 같아서 다음부터 소설을 읽을때 서평이나 리뷰를 믿지말고 스스로 읽고 확인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마다 보는 느낌과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감동받은 사람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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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보노보들 - 자본주의를 위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안치용.이은애.민준기.신지혜 지음 / 부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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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자본주의 시대이다. 일본계 미국인 프란시스 후쿠아먀는 그의 저서 [역사의 종언]에서 인간 사회의 마지막 발전된 형태가 자본주의라고 하였다. 다소 순진한(?) 결론이기는 하나 이제 자본주의보다 다 나은 사회제도는 없고 자본주의에서 종결을 맺었다고 하였다. 자유, 시장, 인권으로 대변되는 자본주의가 인간을 좀더 편리하게 하는 제도라는 사실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어두운 그림자를 생각하면 이 자본주의가 후쿠야마의 말대로 인간사회제도의 마지막이라는 말이 웬지 씁쓸하게 들린다. 왜냐하면 자본주의가 주는 폐혜와 부작용도 그동안 인간 역사에서 실험해왔던 사회제도 즉, 군주제도, 봉건제도, 공산주의 등과 같은 제도의 부정적인 측면과 비교해 봤을때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어떤이의 말대로 자본주의는 인간에게 가장 좋은 제도가 아니라 가장 단점이 적은 제도라는 말이 맞는 것같다.

 

우리네 주변을 둘러보아도 자본주의가 주는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젊이들을 보게 된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스펙을 늘리는 것,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해외 어학연수는 물론이고 장기간 유학을 떠나는 것등이 그러한 것이다. 무한 경쟁체제에 생존하기 위해 이렇게 싸우고 있는 것은 자본주의 시스템에 순응하고자 하는 것일 것이다. 어쩌면 자본주의라는 말은 승자독식사회, 무한 경쟁사회라는 말과 순환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세상에서 그야말로 아름다운 연꽃과 같이 사회에 활력을 주고 인간의 삶을 아름답게 하는 보노보들이 존재하는 것은 참 다행이며 좀더 사람살기 좋은 자본주의를 만들어 간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 <한국의 보노보들>에서 처음으로 '사회적 기업'이라는 말을 들었다. 기업의 원래 목적인 이윤을 추구하기 보다는 사회적 목적을 우선시 하는 기업이라고 한다. 이직 우리나라에서는 걸음마 단계이지만 이윤뿐만 아니라 사회적 목적을 함께 생각하는 사회적 기업을 통해서 좀더 아름다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한다. 참 인상적인 것은 사회적 기업이 우리 사회에 아직도 음지에서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그들 또한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워임을 주지시켜주고 그 이윤으로 또 다른 장애인들을 돕는 장애인 기업이였다. 특히 '대안일터 큰날개'라는 기업은 처음에는 장애인들의 일상사를 돕는 서비스로 시작하였다가 제과업으로 돌려 장애인을 고용하고 그 이윤으로 다시 장애인을 돕는 사회적 기업이다. 이 '대인일터 큰날개'를 시작한 박정자 대표는 1년동안 아버지, 어머니, 남편, 큰오빠를 잃으면서 이 사업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5년간 제대로 월급을 받지도 못하고 자신의 집을 저당잡혀 그것을 기업을 운영하면서도 일정한 이윤보다는 장애인들을 고용하고 그들을 돕는 사회적 목적을 우선으로 하였다고 한다. 정말 이윤보다는 사회봉사의 확고한 자신의 인생관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 책 <한국의 보노보들>은 이러한 사회적 기업 곳을 소개한 책이다. 모두가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기업을 운영하며 사람을 위하고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려는 인생관을 가진 사람들이였다. 이런 사람들, 이런 기업이 있는 이상 우리사회는 좀더 아름다워지지 안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보노보들이 만드는 제품을 이용하고 그들의 단골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들었다. 그들의 기업을 이용하는 것이 내가 할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 아닐까 한다.

 

책 표지도 '자본주의를 위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부제와 같이 심플하고 수수한 디자인이여서 참 좋았다. 나도 한국의 작은 보노보가 되기를 조용히 다짐하고 그들을 응원하리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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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전쟁 - 마틴 메이어, 한국 교육을 말하다
마틴 메이어 지음, 조재현 옮김 / 글로세움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교육전쟁, 이 책의 제목은 한국의 교육현상을 가장 극명하게 나타내주는 말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 마틴 메이어는 어떤 시각으로 어떤 한국의 교육의 치열함을 보았기에 한국교육을 한마디로 교육전쟁이라고 표현했을까? 그 안에는 자녀들을 좋은 교육을 통해서 풍요로운 삶을 물려주는 부모들의 열정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열정이 온전치 못한 성적과 대학진학의 절름발이식의 교육을 만들었다는 부정적인 반응이기도 하다. 몇해전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가 우리나라의 교육에 대해서 한말씀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의 대답은 한국의 교육은 한마디로 "crazy"하다는 것이였다. 마틴 메이어가 본 한국교육이 "전쟁"이라면 엘빈 토플러가 본 한국의 교육은 "crazy"하다는 것이다. 이방인들이 밖에서 본 한국교육은 한마디로 "비정상적"이라는 것이다.

 

지금 한국의 교육은 공교육의 정상적 기능의 부재로 인한 엄청나게 고비율, 비인격적 사교육 현장을 낳았고, 이러한 것은 우리의 사회를 학력으로 평가받고 연대를 이루는 학벌사회로 전략시키고 말았다. 교육부장관이 바뀔때 마다 교육정책은 바뀌고 그에 따라 갈팡질팡하며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우리교육의 현실은 실로 눈물겨울 정도이다. 여기저기에서 교육개혁에 관한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의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진정한 참된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 교육의 실태를 그 뿌리부터 진단하고 참된 교육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진단과 처방이 필요한 시기이다.

 

시중에 많은 교육과 관련된 책이 나와 있지만 특히 이 책 "교육전쟁"을 주목해 봐야할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이방인의 눈으로 우리나라의 교육을 바라보았다는 것이다. 한국사람은 한국사회의 특징을 잘 모른다. 하나의 현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밖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한국 교육을 제대로 진단하고 처방하기 위해서는 이방인의 시선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두 번째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이 책의 저자가 마틴 메이어가 이방인일 뿐만 아니라 교육을 평가하고 진단하기에 매우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바라보는 시야가 매우 넓다는 것이다. 먼저 그는 고등학교때까지 모국인 네덜란드에서 자랐다. 그리고 대학은 미국에서 다녔고 최종학위는 러시아에서 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한국에서 8년째 교육계에 종사하고 있다. 단순한 그의 이력만 보아도 그는 네델란드어, 영어, 러시아어, 한국어에 능통하다. 이것은 그가 교육에 대해서 평가하고 진단하는 것이 단편적이거나 자신의 교육이론이나 경험이 아니라 다른 여러나라에서 겪었던 교육경험과 이론이 입체적인 비교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전공을 보면 과학으로 학사를, 신학으로 석사를 그리고 문학으로 박사를 하였다. 그리고 그가 가르치는 분야는 인문학의 핵이라고 할수 있는 철학과 신학이다. 마틴 메이어의 경험과 그의 전공을 보면 이보다 더 완벽하게 교육을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가 잘 갖추어져 있다. 많은 나라들을 다니면서 선진교육을 접하고 직접 그들을 가르쳐보고 또한 훌륭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마틴 메이어는 매우 큰 시야로 우리 교육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해주고 깊은 인문학적 통찰로 우리 교육의 폐부를 날까롭게 해부해준다.

 

이 책을 통해서 볼 수 있는 그의 교육관은 넓고 깊다. 먼저 우리나라 현재 공교육이 참된 교육과 거리가 먼것을 지적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실시되고 있는 교육이라는 것은 고작해야 좋은 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시험을 위한 공부라는 것이다. 거기에는 전인도 없고, 재미라는 것은 더더욱 없다는 것이다. 단순한 입시를 위한 지식교육을 버리고 육체와 감성, 이성, 의지를 모두 표용하는 것이 참된 교육이라는 것을 이 책에서는 시종일관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참된 교육의 실현을 위해서 먼저 그는 한국교육의 문제점들을 분석한다. 부모와 자식간, 그리고 교사와 학생들간의 지나친 연대와 권위가 교육의 상승효과를 가지고 올수도 있지만 오히려 참된 교육을 방해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부모의 자녀에 대한 집착, 한국대학입시제도의 허점, 대학만 들어가면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잘못된 교육제도등을 가장 중요한 한국교육의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그리고 진정한 교육을 위해서 지식중심의 이성보다는 감성을 깨울것을 강조한다. 학생들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존하며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시민으로서 심성을 중심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인간은 재미를 느끼는 존재이므로 교육에 재미가 있어야 효과적은 학습을 기대할 수 있고 인성과 가치교육을 통해서 보편적 인재로 키워야 한다. 특히 교육전쟁에서 그동안 교육에서 소홀히 여겼던 건강한 신체교육을 강조한다. 그리고 휴식을 통한 스트레스 조절 능력을 키움으로서 전인적인 인간이 되도록 자극한다.

 

마틴 메이어는 굉장 정직하고 바르게 쓴소리를 뱉어낸다. 철학적이지만 현실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방인이지만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리에게 쏟아내는 그의 질책들을 겸허히 받아들일때 진정한 교육을 위한 한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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