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한 스푼 - 365일 미각일기
제임스 설터.케이 설터 지음, 권은정, 파브리스 모아로 / 문예당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음식을 '먹는 다는 것'을 단지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을 위한 의식주의 하나로써의 의미를 지닌다고 보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인간생존의 필수조건인 '의식주'는 시대가 지날수록 그것이 하나의 문화이며 의식이 되어왔다. 그래서 입고 먹고 거주하는 것은 그것의 필수적인 기능을 넘어서 인류가 만들어온 하나의 문화가 되었고 의식주는 새로운 기능이 계속적으로 첨가되었다. 그것은 자신의 사회적인 위치를 알려주는 기호로써의 기능이다. 그래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선구적인 이론가인 프랑스 철학자 쟝 보드리야르는 현대의 소비는 단순히 필요한 '물건'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기호'를 소비한다고 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기호란 인간이 소비하는 모든 행위의 기본동기인 필요위에 그것를 넘어서 새롭게 생산된 모든 의미를 말한다.

 

예를 들어서 핸드폰을 살때는 원래 필요에 의한 기능만 있으면 된다. 그것은 상대방과 원거리에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통화의 기능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햅틱이나 이아폰을 구입하여 필요에 의한 기능을 훨씬 뛰어넘는 것을 소비하므로써 인류가 축적해온 문명을 소유하고 그러므로 자신이 현대문명에 깊이 소속되어 있다는 정체성을 갖게된다. 이것이 '기호'로써의 '소비'의 의미이다.

 

그중에 특히 '식' 즉 먹는다는 것은 자신의 사회적인 위치와 계급을 표시해주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닐 뿐 만 아니라 독특한 의식으로써의 기능도 첨가되는 것이 현대사회에서 '먹는 다는 것'의 의미이다. 이것은 다른말로 하면 인간은 타자와 함께 음식을 나눔으로 인간적인 교류를 가능하게 하고 음식을 나눔으로 더이상 자신과 심리적으로 동떨어진 타자가 아니라 하나의 공동체임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절대로 아무나 하고 음식을 나누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음식을 함께 나누는 것은 생명을 함께 나누는 것과 같은 의미이며 그래서 함께 식탁에 앉아 먹는 것은 거룩한 의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음식을 먹는 의식을 통해서 나와 너는 남이 아니라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함께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가족의 기본 개념은 '식구(食口)'이다. 한솥밥을 먹는 사람들이 바로 '식구(食口)' 즉 가족구성원이 되는 것이다. 그만큼 '먹는다는 것'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신성한 의식'이다.

 

이 책 <위대한 한 스푼>은 먹는다라는 것을 하나의 문화와 의식으로써 쓰여진 책이다. 요리책도 아니요 그렇다고 음식에 대한 문명사도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 어떤한 그림이 그려진다. 이 책을 쓴 두저자 제임스 솔터와 케이 솔터는 부부이다.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이 책은 두 사람이 함께 부엌에서 요리를 하면서 그 음식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 먹고 음식에 얽힌 이야기와 문학 이야기 그리고 댜양한 이야기들을 기록한 결과물이다. 간단한 음식 레시피가 적혀있긴 하지만 이것은 기술적인 요리책이 아니라 두 사람의 신성한 의식으로써의 음식만들기와 먹기를 간략하게 적은 것이다. 참 멋진 광경이다. 음식을 통해서 함께 생명을 나누는 '우리'임을 의식하고 다양한 주제로 대화하는 멋진 광경이 떠오른다. 1년 365일 그들이 나눈 '신성한 의식'으로써 '음식 만들기'와 '음식 나누기'를 엿보면 이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곱게 그리고 멋지게 나이들어 가는지 그저 부러울 따름이였다. 앞 날개 사진에 찍혀있는 그들을 보면 신성한 의식을 행한 그들이 얼마나 하나로 묶여져 있는지 단적으로 느낄 수 있다.

 

단순하게 보면 요리책도 아니고 음식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개인적인 음식에 대한 소견을 주저리 주저리 나열하는 분명한 정체성없는 잡다한 책같지만 이 책은 나에게 분명하게 음식은 '신성한 의식'이라는 것을 깨우쳐 주었다. 나에게도 옛날부터 한가지 꿈이 있었다. 가족들과 식사를 하면서 하루의 삶을 이야기하고 토론하며 논쟁하는 신성한 의식을 만들고 싶다는 작은 꿈이였다. 식사하게 전에 촛불의식을 행하며 하루를 감사하고 서로 나누며 축복해주는 멋진 의식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한 것을 실천하기 위해 유대인들의 식사법에 대한 자료를 모으기도 했다. 이제 조금씩 신성한 의식으로써의 식사를 실천해 봐야 겠다. 

 

"우리는 이 책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음식을 단지 생존을 위한 것 이상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었으면 한다." (p. 9)

 

"태초부터 인류가 사회를 형성하게 된 원인은 다름 아닌 식량이었다. 사실 먹는 것이 섹스보다 훨씬 더 절박하고 그 횟수 또한 잦다. 음식과 노동의 격조가 삶의 질을 결정한다.원시 인류는 시간을 정해놓지 않고 배고플 때 음식을 먹다가 차츰 일정한 시간에 먹는 방식으로 발전했으며, 더불어 먹을 때마다 가족이나 씨족이 자연스럽게 함께 모이게 되었다. 이와 같이 인류가 집단을 형성하고 점차 사회로 발전되면서 도시가 생겨났으며, 이를 통솔하기 위해 정치가 시작되어쏙 식량 때문에 전쟁이 터지기도 했다." (p.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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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모노로그 2012-11-09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는 처음 보는 것이데요 ^^ ㅎㅎ 역시나 멋지구나 ~ ㅋ

불꽃나무 2012-11-10 23:01   좋아요 0 | URL
오래전에 써놓은 리뷰여요~ㅎㅎ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