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내내 토요일 - 2단계 문지아이들 33
파울 마르 지음, 김서정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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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토요'의 아빠였다면 집채만한 몽둥이를 들고 다니면서 때렸을 지도 모른다.
토요는 천방지축에 청개구리에 추남에 천도 복숭아 머리색깔을 하고 있는 아이? 꼬마? 아기?이 다. 그런데 이런애가 어디서 나왔을까.


무기력한 타젠비어씨가
'일요일 아침에 일광욕을 하고, 월요일에는 월요병걸린 친구 월차, 화요일에는 화분, 수요일에는 수도꼭지, 목요일에는 목감기, 금요일에는 금일 휴무" 를 하여,
토요일에는 토요의 아빠가 된 것이다!

무지하게 커다란 입, 짧은 코끼리코? 돼지코? 같은 코, 넓적한 얼굴에 파란색 주근깨들, 불타는 듯한 머리카락, 외계인처럼 뾰족한 귀. 토요는 아기같이 타젠비어씨에게 안겼지만 절대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니었다.

삐삐와 같은 현란한 말솜씨와, 시를 잘 짓고, 옷이면 옷 철이면 철 모래면 모래 못먹는게 없다. 그뿐이 아니다. 토요의 아빠 타젠비어씨가 '~했으면 좋겠다' 하면 뚝딱 뚝딱 요술처럼 그것을 해낸다.
토요은 삐삐만큼 못 말린다. 보통 아이들의 모습을 하고 있는게 토요인 것 같다. 모래든 철이든 먹고 싶은건 다먹고 하고, 싶은 건 다하고, 못되고 권위만 차리는 어른들을 혼이 쏙 빠지도록 놀리고, 노래 같은 시도 잘 짓고.

또 하나의 재미는 타젠비어씨와 같이사는 사나운 로트콜 부인이다. 어떤 소원에서 타젠비어씨가 로트콜 부인이 말하고 싶은 반대로 말하게 해서 로트콜 부인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고운말만 한다. 이 장면은 통쾌하기도 하고 재밌다.
토요가 지은 로트콜 부인의 시도 있다.

로젠콜 부인이
노글노글해졌네.
바람 빠진 공처럼
노글노글해졌네.
로젠콜 부인이
바람 빠졌네.

난 이 시가 제일 맘에 든다.
처음엔 토요가 하도 말을 안들어서 때리고 싶었지만, 나도 어디센가 토요와 같이 말썽을 부리며 통쾌하고 재미있어했다.

안타깝게 토요는 토요일 까지 밖에 있지 못했지만.
지금 타젠비어씨는 그리운 토요를 기다리며

다시 또 '일요일 아침에 일광욕을 하고, 월요일에는 월요병걸린 친구 월차, 화요일에는 화분, 수요일에는 수도꼭지, 목요일에는 목감기, 금요일에는 금일 휴무'를 한다.

소란스럽고 우당탕탕 못말리는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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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라, 내 동생
빌리 슈에즈만 지음, 김서정 옮김, 민은경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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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라 내 동생" ,  "잘 가라 벤야민"은 죽은 "벤야민"의 시점으로 바라본다. 사후의 세계를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다른 시선으로 이야기 하는 것이다. 

유머스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한 벤야민은 자신의 죽음보다 남아있는 사람들의 아픔을 더 슬프게 여긴다. 남아있는 사람들이 자신을 더이상 기억하지 않을 때 사라지는.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슬픈 일이다. 그런 속에서 자신의 죽음을 담담히 받아드리고 가족들의 아픔을 나눈다. 

최근에 죽음에 관한 동화를 많이 읽게 됐다.  남은 사람들의 기억, 나의 죽음, 슬프고 아픈것, 자연스러운 것.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인생에서 없어질 때.  그 사람이 세상에 남기고 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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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네가 남긴 것 사계절 1318 문고 25
지그프리트 렌츠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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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네가 남긴 것"에서 아르네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아르네의 형이되는 한스가 아르네의 방을 정리하면서 아르네의 기억을 차근차근 되살려 나간다. 이미있었던 일이 지만 다시 생겨나는 일 같이. 담담한 한스의 목소리가 들린다. 

난 이 책 그대로도 좋았지만 이 책이 나에게 준 것은 아르네였다. 

아르네는 누구도 가지지 못한 어떤 것을 가지고 있다. 헤르만 헤쎄의 "데미안"에 데미안에게서도 느낀 어떤 것이었는데 아르네는 그것보다 약하게 보이기 때문에 나에겐 더 강하게 다가왔다. 꼼꼼한 손놀림, 작은 목소리, 눈빛. 아르네는 다정했고, 

자신이 하는 일에는 어떤 것도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뜀틀을 못넘지만 창피해 하지 않고, 아이들과 친해지려는 데도 거부당하지만 그런것에 화를 내지 않는다.아르네는 유리노르스테인의 사랑스런 "푸른 악어" 같기도 했다. 

거기에 나오는 푸른 악어는 꽃을 사랑하고 아기자기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다. 다른 악어들은 못생긴 애가 꽃같은 걸 좋아하냐면서 비웃고 따돌렸지만, 푸른 악어는 아랑곳 하지 않고 꽃을 좋아한다. 꽃밭에서 놀던 악어는 꽃을 좋아하는 예쁜 염소를 만나게 되고 사랑하지만 염소는 가을이 오자 꽃과 풀이 없는 악어를 떠나려고 한다. 염소는 하나의 풀이라도 있으면 그곳을 떠나지 않겠다고 한다. 

악어는 곧바로 나무에 메달려 하나의 나뭇잎으로 변한다. 

누가 뭐라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변하지 않는 따뜻한 마음이 푸른 악어와 아르네가 닮은 것이다.쉽고 평범한 일인것 같이 들리지만 살아가다 보면 이렇게 하는 게 정말 힘들다는 걸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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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테드 반 리스하우트 지음, 신홍민 옮김 / 양철북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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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에서 형 루크는 동생 마리우스가 죽에서 기억을 더듬어 간다. 동생이 남기고 간 일기장을 통해. 일기장을 읽어나가면서 동생이 동성애자였다고 말했던게 장난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되고, 자신도 자신의 기억속에서 솔직하지 못했던, 동성애자이였던 것을 더이상 숨기지 않게 된다. 알 수 없었던 형과 동생의 거리감. 동생의 죽음으로서 그 거리가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인지 알게 된다. 

 하지만 마리우스는 죽었다. 작게 시작된 몸의 떨림증세가 걷잡을 수 없이 된 것이다. 

형은 마리우스에게 옆에 있는 듯, 말을 건넨다. 자극적이고 어려운 문제를 절제된 문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따뜻하게 그려냈다. 이 책이 동성애를 주제로 다루었다기 보다는 동성애라는 것은 하나의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생각하고 그것을 통해 가족의 관계 형제의 우정이라는 것을 더 깊고 끈끈하게 들려주는 듯했다. 선명한 이미지와 그 나이 특유의 유머스러움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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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기요시코 카르페디엠 11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오유리 옮김 / 양철북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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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기요시코. 

푸른색 바탕에 모자를 푹눌러 쓰고 입을 다문 아이, 기요시코. 말은 하지 않은 것 같고 앞으로도 말을 하지 않은 채로 가만히 서있을 것만 같다. 

나는 기요시코와 함께 나의 어린 시절을 같이 뒤돌아 걸었다. 행복했던 일보다는 답답하고 어렵고 울고 싶었을 때로 말이다. 자신의 비밀은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하고 자기소개조차 잘 말하지 못하는 아이, 기요시코. 그리고 나. 

소년은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말의 첫 음이 막혀 다음 말이 이어지지 않는다. ‘가’행과 ‘다’행 탁음, 긴장하거나 흥분해서 숨을 잘못 쉬면, 다른 음으로 시작하는 단어까지 전부 막혀 버린다. 말을 더듬는 것이다. 미안하다(고멘나사이)는 말도, 갖고 싶은 게임기 이름도, 그리고 자신의 이름까지 목구멍에서 걸려버리고 만다.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도 막히는 단어를 피해 다른 단어를 생각해 내느라 애를 쓰거나 아애 말을 하지 않는다. 친구들은 소년을 놀리거나 그냥 무시해 버린다. 더구나 아버지 일 때문에 전학은 밥 먹듯이 간다.

 기요시코에게는 자기소개 하는 것도 고역이다. 이야기는 기요시코의 어린시절부터 청년이 될 때 까지 이어진다. 

어린 시절이야기 에서는 나도 기요시코를 따라갔다. 난 남들 앞에 서는 것에도 겁을 내고, 목소리도 작고, 글씨도 잘 모르는 아이였다. 어떤 행동에서 화를 내야하는지, 어떤 말에 고맙다고 해야 하는지,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하는지를 잘 몰랐고, 책을 읽을 때 혹 아는 글씨가 나와도 읽지 않았다. 한 창 얘기를 하다가 백지가 되거나 하는건 나와 똑같다. 

다른 공간에 다른 시간에 살았던, 살지 않았던, 기요시코를 통해 내 어린시절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고, 어린시절의 아픔이 해결 되었다기 보다는 같이 나눌 수 있었던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말하지 않고 손을 잡고 있었던 것 같았다. 

기요시코의 말더듬은 나아지지 않지만, 말하지 않아도 조급해 하지 않는 어른이 되어간다. 

 “품에 안겨 말을 할 수 있을 때가 있으면, 말하지 못할 경우도 있을 거야. 하지만 누군가에게 안기거나 손을 맞잡으면, 네 마음속에 있던 생각은 꼭 그 사람에게 전달돼. 

그것이 진정으로 전하고픈 이야기라면... ... 전해진다. 꼭."

 “너는 잘못된 게 아니야. 외톨이가 아니야. 외톨이인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명도 없어. 네가 안고 싶은 사람이나, 손을 맞잡고 싶은 사람은 어딘가에 반드시 있고, 널 안아 줄 사람이나 네 손을 잡아줄 사람도 이 세상 어딘가에 꼭 있어.” 

소년은 다시 한 번, 이번에는 좀 더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에서 어스시의 마법사를 번역한 시미즈 마사코 할머니를 만났을 때 내가 '안녕, 기요시코'를 좋아한다고 했다. 시미즈 마사코 할머니는 자기도 무척 좋아하는 동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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