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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네가 남긴 것 ㅣ 사계절 1318 문고 25
지그프리트 렌츠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아르네가 남긴 것"에서 아르네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아르네의 형이되는 한스가 아르네의 방을 정리하면서 아르네의 기억을 차근차근 되살려 나간다. 이미있었던 일이 지만 다시 생겨나는 일 같이. 담담한 한스의 목소리가 들린다.
난 이 책 그대로도 좋았지만 이 책이 나에게 준 것은 아르네였다.
아르네는 누구도 가지지 못한 어떤 것을 가지고 있다. 헤르만 헤쎄의 "데미안"에 데미안에게서도 느낀 어떤 것이었는데 아르네는 그것보다 약하게 보이기 때문에 나에겐 더 강하게 다가왔다. 꼼꼼한 손놀림, 작은 목소리, 눈빛. 아르네는 다정했고,
자신이 하는 일에는 어떤 것도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뜀틀을 못넘지만 창피해 하지 않고, 아이들과 친해지려는 데도 거부당하지만 그런것에 화를 내지 않는다.아르네는 유리노르스테인의 사랑스런 "푸른 악어" 같기도 했다.
거기에 나오는 푸른 악어는 꽃을 사랑하고 아기자기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다. 다른 악어들은 못생긴 애가 꽃같은 걸 좋아하냐면서 비웃고 따돌렸지만, 푸른 악어는 아랑곳 하지 않고 꽃을 좋아한다. 꽃밭에서 놀던 악어는 꽃을 좋아하는 예쁜 염소를 만나게 되고 사랑하지만 염소는 가을이 오자 꽃과 풀이 없는 악어를 떠나려고 한다. 염소는 하나의 풀이라도 있으면 그곳을 떠나지 않겠다고 한다.
악어는 곧바로 나무에 메달려 하나의 나뭇잎으로 변한다.
누가 뭐라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변하지 않는 따뜻한 마음이 푸른 악어와 아르네가 닮은 것이다.쉽고 평범한 일인것 같이 들리지만 살아가다 보면 이렇게 하는 게 정말 힘들다는 걸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