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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파울로 코엘료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평점 :
저자의 책 <연금술사>가 인기 있는 책이라 관심을 가져 왔지만 어찌 읽기는 <흐르는 강물처럼>을 먼저 읽게 되었다. 흥미로운 책 하나를 발견하면 그 저자의 생활에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마치 스토커라도 된 양 사적인 일부분까지도 관심의 레이다가 발동하기 마련.
인품 좋은 할아버지 처럼 생긴 작가의 프로필은 상당히 놀랍다.
"1947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났다. 17세부터 세 차례나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불행한 청소년기와, 록밴드를 결성하고 극단 활동에 참여하는 등 히피문화에 심취한 청년기를 보낸다. 1973년 함께 음악 활동을 하던 친구 라울과 「크링 하Kring-ha」라는 만화잡지를 창간했으나 잡지의 성향이 급진적이라는 이유로 당시 브라질 군사정권에 의해 두 차례 수감되고 고문당했다. 그후 세계적인 음반회사의 중역으로 일하며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던 그는 1986년, 돌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순례를 떠난다. 이때의 경험은 코엘료의 삶에 커다란 전환점이 된다. 그는 이 순례에 감화되어 첫 작품 <순례자>를 썼고, 이듬해 자아의 연금술을 신비롭게 그려낸 <연금술사>로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
프랑스로부터 '레종도뇌르' 훈장을 받았으며, 브라질에 '코엘료 인스티튜트'라는 비영리단체를 설립, 빈민층 어린이와 노인들을 위한 자선사업을 펼치고 있다 "
저자의 삶이 파란만장하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더구나 누구도 쉽지 않은 길 , 안정된 삶을 버리고 어려서부터의 꿈 작가가 된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으리라. 엔지니어인 아버지 밑에서 한번도 본적이 없는 작가가되기로 결심한 것 자체도 범상치는 않았는데. 자신이 구축한 안정적인 삶의 터전을 버리고 새로 시작하기란 기성세데에서 어려운 일 아닌가. 한 사람의 삶의 모습이 이렇게 다양하니 그가 깨닫고 체험하고 느꼈을 것들은 얼마나 많았을까.
그런 저자가 낸 이책에선 시골 방앗간을 개조해서 만든 집에서의 일상적인 생활과 지금까지 살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구축해 나가면 중요하게 느꼈을 만한 글 들과 연재되던 글을 모아서 만든 책이다. 저자의 소설들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아마도 그 소설속의 사건들은 저자의 삶과 많은 체험을 담고 있을 것은 분명하다.
잠잠히 흘러가는 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시간가는 줄도 모르게 사소한 일까지도 섬세하고 깊이 있게 생각하는 그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그가 살아온 삶을 내 나름대로 추적해 보자면 아마도 신을 인정하지 않았을 젊은 시절과 신을 인정하는 성숙한 시절의 구분이 있지 않았을까.
성경에는 이런 말이 있다. 모든 지혜의 근본을 하나님을 아는 것이란말. 코엘료가 더 깊어진 감성을 갖게 된 데는 신을 만나고 부터일 것이란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의 이야기도 이것을 반증하고 있다. 그의 이야기 중 한 부분을 발췌한다.
연필 같은 사람
할머니가 편지쓰는 모습을 지켜보던 소년이 문득 물었다.
"할머니, 우리 아야기를 쓰고 계신거예요? 혹시 저에 관한 이야기인가요?" 할머니는 쓰던 손길을 멈추고 손자에게 대답했다.
"그래 너에 대한 이야기지. 하지만 무슨 이야기를 쓰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쓰고 있는 이 연필이란다. 이 할머니는 네가 커서 이 연필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소년은 의아한 표정으로 연팔을 주시했지만 특별히 눈에 띄는 점은 없었다.
"하지만 늘 보던거랑 다른 게 하나도 없는데요!"
그건 어떻게 보느냐에 딸린 문제란다. 연필에는 다섯가지 특징이 있어. 그걸 네것으로 할 수 있다면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게야.
첫번째 특징은 말이다. 네가 장차 커서 큰 일을 하게 될수도 있겠지? 그때 연필을 이끄는 손과 같은 존재가 네게 있음을 알려주는 거란다. 명심하렴. 우리는 그 존재를 신이라고 부르지. 그분은 언제나 너를 당신 뜻대로 인도하신단다.
두번째는 가끔은 쓰던 걸 멈추고 연필을 깎아야 할 때도 있다는 사실이야. 당장은 좀 아파도 심을 예리하게 쓸수 있지. 너도 그렇게 고통과 슬픔을 견뎌내는 법을 배워야 해. 그래야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거야.
세번째는 실수를 지울 수 있도록 지우개가 달려 있다는 점이란다.잘못된 걸 바로잡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오히려 우리가 옳은 길을 걷도록 이끌어주지.
네번째는 연필에서 가장 중한 건 외피를 감싼 나무가 아니라 그 안에 든 심이라는 거야. 그러니 너는 네 마음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렴.
마지막 다섯째는 연필이 항상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이야 .마찬가지로 네가 살면서 행하는 모든 일 역시 흔적을 남긴다는 걸 명심하렴. 우리는 스스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늘 의식하면서 살아야 한는 거란다.
그는 세상을 조성하신 창조자를 인정하고서야 비로소 삶에도 그의 창작에도 안정을 되찾지 않았을까. 다소 건방진 추측일수도 있겠지만 그의 글에선 늘 이런 향기가 풍긴다.
정원의 잡초를 제거하면서도 그는 이렇게 기도하고 있다.
내 영혼 안에 원치 않는 무언가가 자라나면 나는 신께 간구할 것이다. 아무 연민 없이 그것을 제거할 용기를 내게 허락해 달라고.
우리 삶속에서 갖을 수 밖에 없는 욕심과 이기심 그리고 자신을 향하지 못하고 나를 감시하는 듯한 이웃을 향한 끊임없는 탐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쓸모 없는 것들을 향한 연민의 마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