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가 일주일 후면 4개월이 된다.
수컷 진돗개를 32평 아파트에서 키울 수 있을 것인가?
불가능은 없다.
아무도 그렇게 안 산다지만 난 그렇게 살면 되지.. 뭐.
이것도 진리에 구애를 받아야 하는 것인가?
아이들도 나도 헤라가 좋아서 처음 집에 데리고 왔을 때 먹었던 맘- 친정 엄마집에 있는 마당으로 옮겨서 키우는 것은 내키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고 진돗개를 중성화 수술 시킨다는 것은 흔하지 않다.
이렇게 이쁘게 생긴놈의 후손을 보지 않는다니..
아파트에서 계속 키우려면 수술을 해야만 한다.
며칠을 고심하다가 오늘 병원에 데리고 갔다.
수술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10분이면 된다는 것. 단지 마취에서 깨어나야 하니까. 2시간 후에 찾으러 오란다.
헤라를 맡겨두고 나오는데 너무 속이 상한다.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책에서 파울로 코엘료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어느날 정원을 정리하며 잡초를 제거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란다. 잠깐 발췌하자면
잔디가 내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살려주세요 ..잡초가 날 죽이려해요" 야생화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당신의 정원에 도착하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오래 여행했는지 아세요? 왜 우리를 죽이려는 거죠?"
고민하는 내 머릿 속에 <바가바드기타>의 한 대목이 떠오른다.
결전을 앞둔 아르주나는 사기가 꺾여 무기를 바닥에 내더지며 크리슈나에게 대들었다. 그는 형제를 죽여야 하는 전투에 나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항변했다. 그러자 크리슈나가 대답했다. "네가 정말로 누군가를 죽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 너의 손은 나의 손이다. 네가 하는 모든것이 이미 기록되어있다. 죽이는 자도 죽는자도 없느니.." 갑작그레 떠오르는 이 대목에서 나는 용기를 얻어 다시 '창'을 집어들고 정원에 자라난 불청객들을 향해 돌진했다.
오늘 한가지 깨달음이 내게 남았다. 내영혼안에 원치 않는 무언가가 자라나면 나는 신께 간구할 것이다. 아무 연민 없이 그것을 제거할 용기를 내게 허락해 달라고.
수술을 의뢰하고 나오는데 기분이 찜찜했다.
한편은 내가 더 힘이 세다는 이유로 강아지의 행복보다는 내 행복을 더 우선시 여겨 그 힘을 행사했다는 것인데. 도데체 이것이 하나님이 세상을 다스리라고 하신 그 질서에 어긋난 것은 아닌가 하는 ..
수술을 하자니. 미안하고 안하자니 키우기 힘들것 같고.
그래서 나도 파울로 코엘료처럼 기도해 본다.
"주님. 저도 남편처럼 헤라에게 이렇게 말하게 해주세요.
한여름에 탕이 되지 않는 것이 복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