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아이를 적게 낳는 시대다. 이 책을 읽는 엄마들도 외동딸이거나 여자 형제가 한 명, 혹은 남자 형제가 있다고 해도 오빠나 남동생 중 한 명의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다시 말해 본인이 아들을 낳기 전까지는 가까이서 사내아이의 고추를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재미있는 질문을 해보자. 땅에 자기 오줌으로 반지름이 2m  가 넘는 큰 원을 눈 깜짝할 사이에 그릴 수 있을 까? 아니면 지름 2cm 인 구멍에 대고 우줌을 눌 수 있을까?

사내 아이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그런 일들을 할 수 있다. 사내 아이라면 누구나 그렇다. 그것은 성기가 몸 밖으로 나와 있는 독특한 구조 때문이다.

사내 아이는 오줌을 눌 때 어느 쪽으로 누면 좋을 지 판단한다.

동시에 자기 손으로 고추를 잡고 원하는 쪽으로 정확히 일을 본다.

순전히 자기 판단에 따른다. 변기에 오줌을 잘 흘리지 않고 누게 된 아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사내 아이에게 오줌 누기는 자기를 조절하는 법을 배우는 첫걸음이다.

 

그런데 '바람이 불어도 ' 고추는 언제나 흔들거린다. 이 때문일까. 사내 아이는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기가 흩어지기 쉬운 특성이 있다.

사내 아이는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자신을 억제시키지 못하고 돌아다닌다. '지칠 줄 모르는 아이처럼' 이라는 말은 사내아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항상 여기저기 분주하게 옮겨 다니며 놀지, 진득하게 앉아 있는  법이 없다.

나는 너무 산만한 큰 아들에게 지친 나머지 아버지께 푸념을 늘어놓은 적이 있다. 그러자 아버지는 '그런 말 마라. 너는 얘보다 백 배는 더 산만했다." 하고 말씀하셨다.

 

'들어가며'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까불까불 나대는 이 에너지야 말로 사내아이에게 없어서는 안될 가장 중요한 힘이라고 생각한다.나는 이것을 고추의 힘'이라고 부른다.

고추의 힘은 재미를 추구하고, 찾고, 발견하게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멋진 아이디어를 얻는다. 고추의 힘은 남자의 모든 창조의 근원이다. 고추의 힘이 있기 때문에 남자는 재미있는 일을 생각해낸다. 그리고 고추때문에 늘 마음이 흐트러져서 무의미한 일을 되풀이 하기도 한다. 사실 사내아이들은 이러한 특성 때문에 산만하다는 이유로 야단을 많이 맞는다. 하지만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아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야단치는 것은 고추를 떼어 버리라고 하는 것과 같다. 사내아이를 기르면서 고추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가?

 

사내 아이를 이해 못하는 사람은 엄마뿐이 아니다. 학교 여선생님도 마찬가지다. 남자 형제가 없는 여자들은 사내아이의 고추를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사내 아이들이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아. 어째서 사내 아이들은 저 모양일까? '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고추의 힘을 잘 모르는 사람이다.

 

남자들에게는 대부분 '산만하다'는 특성이 있다. 책상 앞에 앉혀 놓아 봤자 오랫동안 얌전히 있지 못하는 것은 고추의 힘이 움직이라고 지령을 내리기 때문이다. 이것이 보통 사내아이의 모습이다. 그러므로  사내 아이를 키울때는 억지로 책상앞에 않혀두기보다는 차라리 충분히 에너지를 발산하게 도와주는 것이 좋다. '침착하지 못하다'고 한탄할 필요은 없다. 오히려 건강하고 남자답다고 기뻐해야 할 일이다.

예를 들면 산책 나간 개가 물 만난 물고기처럼 까불대며 짖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지는 주인처럼 말이다.

 

예전에는 집 밖으로 한 발자국만 나가도 죄다 자연이요, 놀이터였다. 주택가 골목을 달리는 자동차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안전하게 놀 만한 장소가 고작해야 학교 운동장 정도다. 일본의 경우 최근 50년 동안 도심에서는 아이들 놀이터가 50분의 1 이하로 줄었다고 한다. 여기에다 변태적인 사건까지 겹쳐 밖에서 무리지어 노는 아이들이 오히려 눈치를 봐야한다.

나는 눈물로 호소하고 싶다. 이래서는 사내 아이들이 제대로 클 수 없다. 사내아이의 모든 근원인 고추의 힘이 자랄 수 없다. 그러므로 어른들은 아이들이 맘껏 뛰놀 수 있는 놀이터 환경부터 정비하는 데 힘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교육환경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겪은 적지 않은 경험에서 깨닫게 된 사실은 사내아이를 제대로 된 남자로 키우려면 먼저 충분히 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없다. 시험 공부는 그다음이다. 그리고 그런 환경은 우리 어른들만이 마련해 줄 수 있다. 사회 전체가 한 뜻으로 아이들이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때 아이들은 나라의 장래를 짊어질 건강한 일꾼으로 자란다.

 

도시화가 이루어지면서 사내아이들이 오줌을 눌 장소는 눈에 띄게 준 반면, 양변기 사용은 급격히 늘었다. 양변기는 사내아이에게 올바른 고추 조절법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된다. 양변기에는 벽이 없다.  그 대신 물웅덩이 안에 누는 구조다. 양변기를 이용할 때는 물이 튀지 않게 고추를 잘 잡고 무릎의 반등을 이용하여 변기와 물의 접점에서 누는 기술이 필요하다. 오줌을 다 눈 다음에는 반드시 물도 내려야 한다.

과외 교사를 해본 경험상 화장실에서 지린내가 나는 집의 아이는 대부분 어떤 일도 깔끔하게 끝내지 못했다. 오줌을 잘 못 누었을 때 뒤처리까지 철저하게 하는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자 아이는 오줌을 누면서 까불어도 될때와 얌전히 있어야 할때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오줌을 누면서도 계속 산만한 아이는 어떤 일이든 덜렁되기 쉽다. 그러므로 아이가 오줌을 잘 눌 수 있도록 어릴 적부터 가르쳐야 한다. 이것은 아버지가 모범을 보이면 좋다.

 

최근 화장실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사내아이한테 앉아서 소변을 보도록 가르치는 가정이 있는데.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화장실 청소의 수고를  아이 교육보다 우선하면 안 될 것이다. 그런데 늘 그렇게 가만있지 못하던 사내아이들도 열 두살 , 열 세살 나이를 먹으며 음모가 나고 성기에 오줌 누는 것 이외에 또 다른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저절로 점잖아진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여전히 까불거리고 나댄다면 보통일이 아니다. 아주 모자라는 바보든지. 아니면 장래에 큰 일을 할 인물이다.

 

여하튼 점잖아진 내면에서는 오랫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쌓은 경험이 본격적으로 호기심과 창조성을 발휘할 준비를 한다. 이것이야말로 사내아이가 공부를 잘하게 되는 힘의 원천이다. 충분히 논 아이는 어려운 일에 부딪혔을 때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노력한다. 더구나 공부도 스스로 알아서 하기 때문에 옆에서 시끄럽게 잔소리할 필요도 없다.

 

이쯤되면 학원을 포함해 아이의 교육환경을 정비해주도록 한다.놀이 감각이 있는 아이는 어느 학원에 보내든 성적이 급상승할 것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겪은 이런저럼 체험들이 어려운 문제에 부칮혔을때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된다. 단 국어 능력과 계산력이 부족하면 성적이 가파르게 상승하지 못하므로 이것만큼은 미리 다져두어야 후회가 없다.

이렇게 해서 고추의 힘을 제대로 기른 사내아이들은 마침내 탐구심과 창조력, 업무 능력이 뛰어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어른으로 자란다.

 

현대 사회에서 사내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놓치기 쉬운 것이 바로 이 '고추의 힘'이다.

 

작은 소리로 아들을 위대하게 키우는 법 -마츠나가  노부후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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