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안녕하세요. '책을 해부한다'의 사회자 서민입니다. 오늘 디벼볼 책은 <밑줄 긋는 여자>입니다. 성수선 씨가 쓴 이 책이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면서 사회 전역에 '성수선 신드롬'이 일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그 책이 잘 팔리는지 토론자리를 마련해 봤습니다. 전문가 두분을 모셨습니다. 먼저 몇권의 저서를 쓴 바 있으며 미녀를 유난히 밝히는 마태우스 씨입니다.

마태우스: 안녕하세요?

사회: 그 다음으론 특별한 직업이 없이 두문불출하며 세상사의 이치에 대해 연구하고 계시는 부리 씨입니다.

부리: 반갑습니다. 부립니다. 




 

 

 

 

 

 사회: 먼저 마태우스 씨에게 질문을 드리지요. 이 책의 어떤 부분이 대중들에게 어필하는 걸까요?

마태: 지금 이 책이 나오자마자 2쇄를 찍었다고 합니다. 전 책이라는 건 한번 찍으면 다 팔릴 때까지 팔다가 남은 건 저자가 다 사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저희 집엔 제 저서가 아주 많이 있습니다, 허허.

사회: 여기에 대해 부리씨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부리: 저도 이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제가 성수선 씨 블로그에 출근도장을 찍었었거든요. 전 독서 에세이를 낸다기에 거기 실린 것들을 추려서 내는 줄 알았는데, 주제별로 거의 다시 쓰다시피 했더군요. 저같은 백수야 일년에 두세권 분량도 너끈히 쓰지만, 회사에서 과장의 중책을 맡고 있고, 밤에 대학원도 다니고, 또 미녀고, 이런 상황에서 책을 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마침 부리씨가 말씀을 해주셔서 말인데요, 이 책이 잘 나가는 데는 저자가 미녀라는 점도 있지 않을까요?

마태: 그건 단견이지요. 짧을 단, 견해 견. 이 책을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책 날개를 포함해 어디에도 저자가 미녀라는 얘기가 없어요. 전 그 점을 높이 평가해요. 미녀 마케팅을 하는 대신 책의 내용으로 승부하겠다는 거지요.

부리: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책엔 사진이 없지만 저자의 첫 책인 <나는 오늘도 유럽출장간다>를 보면 성수선 씨의 사진이 큼지막하게 실려 있어요. 그리고 한국경제 7월 24일자를 보면 성수선 씨가 책을 들고 웃는 사진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요즘같이 인터넷 주문의 비중이 높아진 시대에는 저자의 미모를 알아채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단 얘기지요.

사회: 듣고보니 그렇네요.
 


 

 

 

 

 

부리: 그뿐만이 아닙니다. 231쪽을 보면 "같은 과 동기 C에게 장미꽃 스무 송이를 선물받았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장미꽃 스무송이 받아본 적 있습니까? 이거 아무나 받는 거 아니죠. 미녀만이 누리는 특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 확실한 증거가 있지요. 249쪽을 보면 "회사 송년회 때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난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 1위로 뽑혔다"라고 되어 있지요? 주목해야 하는 건 그 다음 구절입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데이트하고 싶은 사람 1위였는데!" 그 사람 많은 회사에서 데이트하고 싶은 사람 1위라니, 이것만큼 확실한 증거가 어디 있겠어요?


세계일보 7.24

사회: 마태우스 씨가 지금 십분째 말씀을 안하고 계신데, 마태님은 이 책에 대해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마태: 저는 이 책의 제목을 참 잘 지었다 싶습니다. 카롤린 봉그랑이 쓴 <밑줄 긋는 남자>가 별 반응없이 사라진 것에서 보듯 우리나라 사람들은 '뭐뭐하는 여자'란 제목에 신비감을 갖습니다. 한젬마 씨의 <그림 읽어주는 여자>가 그 대표적인 예지요. 만약 <밑줄 긋는 할아버지>라는 책이 나왔다면, 이 책이 그렇게 대박이 났을까요?

부리: 제목도 제목이지만, 내용도 참 공감이 갑디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조건적인 지지와 격려'를 읽고 자기 아이를 무조건적으로 옹호하는 어머니들이 더 이상 싫지가 않더라고요. 거기 보며 저자가 어린 시절에 "복도에 쭈그리고 앉아 하염없이 울었다"는 대목이 있는데요, 애를 그렇게 잡는다고 무조건 강한 아이가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저만 해도 어릴 적 맞고 자랐지만, 그렇게 강하지 않잖아요? 표범은 오냐오냐 하며 키워도 표범이고, 방목을 해도 표범인 거죠.
 

표범사진은 무단복제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사회: 표범을 예로 들어 설명해 주니 공감이 가네요. 마태우스님은 달리 하실 말씀이 없으신지요?

마태: 이 책이 술술 읽혔던 이유는 한 주제에 대해 여러 권의 책을 적절히 배치한 저자의 연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책들이 우리가 듣도보도 못한 어려운 책도 아니고, <모모>나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같이 친근한 책들이거든요. 그 책들에서 한 구절씩을 따서 결론으로 이끌어가는 게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회: 이제 정리할 시간인데요, 간결하게 한마디씩 해주시죠. 먼저 부리님부터.

부리: 취미를 물으면 보통 독서라고 대답하잖아요? 그게 "독서를 해야 하는데 못한다"는 미안함에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독서는 정말 좋은 취미라고 생각해요. 성수선 씨가 해외영업을 그렇게 열심히 다니는데, 책이 없었다면 비행기 안에서, 출장지에 가서, 얼마나 심심했겠어요? 맞고가 취미면 비행기에서 할 수 없는데, 책은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잖아요? 그렇게 책을 읽다보면 성수선 씨처럼 멋진 책도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회: 네, 저도 앞으로 책을 좀 열심히 읽겠습니다. 마태님은 하실 말씀이...?

마태: 공포영화를 보면 관객은 하나도 안무서운데 배우들만 무섭다고 소리지르는 그런 영화가 있잖아요? 이 책을 보니까 그간의 제 삶이 부끄럽더군요. 남들은 하나도 재미없는데, 저 혼자만 재밌어하는 책만 낸 거 아닌가 싶어서요. 저서가 딱 두권이지만, 성수선 씨는 정말 책다운 책을 냈다는 게 저와 틀린 점이죠. 물론 속이 꽉 찬 저서를 스무권이나 낸 지승호 님도 계시지만, 아무튼 전업작가도 아닌데 시간을 아껴가며 이렇듯 훌륭한 책을 쓴 성수선 씨에게 찬사를 보내겠습니다. 짝짝짝. 제가 보기엔 장정일보다 훨씬 훌륭한 독서일기라고 생각해요. 짝짝짝.

사회: 사자는 굶어도 풀을 뜯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완벽한 책이 아니면 내지 말라는 뜻으로도 해석이 되는데요, 여러 가지로 감사했습니다. 다음 토론 때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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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7-29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치요. 관심만 가지면 [밑줄 긋는 여자]의 저자가 미녀라는 사실은 금세 알 수 있지요. 그런데도 미녀마케팅을 하지 않다니, 대단해요. 저도 어제 그부분 읽었거든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조건적인 지지와 격려' 많이 공감했습니다.

그나저나 부리님,
표범사진 무단복제는 안되요. 표범한테 혼나요.


마늘빵 2009-07-29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ㅋㅋ 혼나요.

하늘바람 2009-07-29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넘 재미나네요. 점점 이 책궁금하네요

2009-07-29 1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리 2009-07-30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하핫 네. 여전하답니다
하늘바람님/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아프님/혼..나는군요^^
다락방님/표범한테 물리면 많이 아플까요?^^

wings 2009-08-04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부리님, 위트가 넘치는 이 포스트
저희 웅진윙스 블로그로 담아가도 될까요?^_^

부리 2009-08-12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답이 늦었네요 괜찮습니다 얼마든지요^^ 제가 웅진에 빚이 좀 많은데 다행입니다^^

치타 2011-06-24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 사진은 표범이 아니라 치타인..

치타네요 2011-09-28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비슷하게 생겼긴한데 저건 치타..
표범은 좀더 호랑이같은 그런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