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논문을 쓰고 있다.

조교 시절만 해도 하룻밤이면 논문 한편을 썼건만, 지금은 그때의 감각이 사라진 지 오래,

벌써 일주일째 논문 한편을 붙잡고 끙끙대는 중이다.

9월호 잡지에 실리려면 6월 말까지는 투고를 해야 하는데(우리 잡지는 일년에 4번 나온다)

지금처럼 하루에 몇줄씩 쓰는 페이스라면 마감에 맞추기가 빠듯해 보인다.

물론 학교 일을 하는 틈틈이 논문을 쓰느라 그런 것도 있지만,

가장 훼방스러운 건 다름아닌 인터넷이다.

한줄쯤 쓰면 기분이 좋아져 여기저기 사이트를 헤매고 다니고

다시 한줄을 쓰고나면 또다시 야구스코어가 궁금해진다.

 

그래서 지난 주말엔 실험실 컴퓨터로 논문을 써봤다.

실험실 컴퓨터는 기종이 옛 모델이고

인터넷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

인터넷이라면 네이버 사전을 검색해 쓸 수 있지만

그 컴퓨터를 쓸 땐 한영사전을 뒤적이며 논문을 써야 한다.

문제는 진짜 옛날 모델이라 USB도 안된다는 것.

그러니 거기서 한글파일로 논문을 써봤자 다른 컴퓨터로 옮길 방법은 아예 없다.

유일한 방법은 이거다.

논문을 쓴다--> 손으로 베낀다--> 연구실 컴퓨터로 와 옮겨쓴다

얼핏 보면 무지하게 비능률적인 것 같지만

지난 토요일날 내가 일을 하는 짬짬이 쓴 논문의 양은 최근 어느 날보다도 많았다.

A4 로 한장 가까이 썼으니 말이다.

 

앞으로도 쭉 거기서 논문을 쓸 예정인데,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옛 것이 더 능률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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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7-06-19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컴은 출력이 안되나요? =3=3=3

부리 2007-06-21 08:11   좋아요 0 | URL
출력이 되면 제가 손으로 쓰겠어요.....ㅠㅠ

다락방 2007-06-19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파비아나님 말씀처럼, 그 컴은 출력이 안되나요? 손으로 옮겨쓰면 힘들것 같은데요..

부리 2007-06-21 08:11   좋아요 0 | URL
프린터가 연결이 안돼 있어요. 사정이 열악해요 흑

해적오리 2007-06-19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신력을 장을 다스리는 데만 쓰지 마시고 인터넷 앞에서도 좀 써보세요. 그럼 훠얼씬 능률이 오르지 않을까 싶은데...^^

부리 2007-06-21 08:11   좋아요 0 | URL
정신력을 인터넷 앞에서 쓰다가 번번히 실패했다는....

작은앵초꽃 2007-06-19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줄쯤 쓰면 기분이 좋아져 여기저기 사이트를 헤매고 다니고 => 공감 100배!!!ㅋㅋㅋ


부리 2007-06-21 08:10   좋아요 0 | URL
호호 님도 그러시죠??

가을산 2007-06-19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 안하면 능률 다섯 배는 되는 것 같아요.
특히 공부는요. ㅎㅎㅎ

부리 2007-06-21 08:10   좋아요 0 | URL
다섯배라는 말씀이 전혀 과장이 아니게 들립니다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미즈행복 2007-07-03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불쌍한 부리님~
돈 많은 학교는 뭐하고 있답니까?
성질 나쁜 제가 가서 폭파라도!-그러다 가실 직장이 없어질까봐 참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