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논문을 쓰고 있다.
조교 시절만 해도 하룻밤이면 논문 한편을 썼건만, 지금은 그때의 감각이 사라진 지 오래,
벌써 일주일째 논문 한편을 붙잡고 끙끙대는 중이다.
9월호 잡지에 실리려면 6월 말까지는 투고를 해야 하는데(우리 잡지는 일년에 4번 나온다)
지금처럼 하루에 몇줄씩 쓰는 페이스라면 마감에 맞추기가 빠듯해 보인다.
물론 학교 일을 하는 틈틈이 논문을 쓰느라 그런 것도 있지만,
가장 훼방스러운 건 다름아닌 인터넷이다.
한줄쯤 쓰면 기분이 좋아져 여기저기 사이트를 헤매고 다니고
다시 한줄을 쓰고나면 또다시 야구스코어가 궁금해진다.
그래서 지난 주말엔 실험실 컴퓨터로 논문을 써봤다.
실험실 컴퓨터는 기종이 옛 모델이고
인터넷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
인터넷이라면 네이버 사전을 검색해 쓸 수 있지만
그 컴퓨터를 쓸 땐 한영사전을 뒤적이며 논문을 써야 한다.
문제는 진짜 옛날 모델이라 USB도 안된다는 것.
그러니 거기서 한글파일로 논문을 써봤자 다른 컴퓨터로 옮길 방법은 아예 없다.
유일한 방법은 이거다.
논문을 쓴다--> 손으로 베낀다--> 연구실 컴퓨터로 와 옮겨쓴다
얼핏 보면 무지하게 비능률적인 것 같지만
지난 토요일날 내가 일을 하는 짬짬이 쓴 논문의 양은 최근 어느 날보다도 많았다.
A4 로 한장 가까이 썼으니 말이다.
앞으로도 쭉 거기서 논문을 쓸 예정인데,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옛 것이 더 능률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