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로딕이라서.....

 

 

 

앤디 로딕과 로저 페더러,

이 둘을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다

한명은 세계 1위고 다른 한명은 9위에 턱걸이하고 있다는 걸 제외한다 해도

지난 호주오픈 때 로딕이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3대 0으로 진 뒤부터는

누구도 로딕이 페더러를 꺾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테니스계는 '페더러와 아이들' 혹은

나달을 좀 잘 봐줘서 '페더러와 나달과 아이들'이다.

샘프라스 시절엔 아가시나 베커 같은 라이벌이 있었던 반면

페더러에겐 별반 적수가 보이지 않는다.

세상에, 일년에 90승 이상을 거두면서 패배는 서너번밖에

안하는 선수라니 좀 너무하지 않는가?

샘프라스와 비교해 누가 잘했다는 말을 하는 건 의미가 없겠지만

최소한 페더러가 가장 dominant(지배적?)한 선수라는 데는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로딕과 페더러를 비교하고자 하는 건

테니스 대회 중 유일하게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에 대한 둘의 태도 때문이다.

KBS 스카이스포츠에서 중계를 해준 덕분에

난 2006년 로딕이 미국 팀의 일원으로 뛰는 걸 볼 수 있었다.

로딕이 사핀에게 패하면서 팀은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결국 러시아가 작년 대회의 우승컵을 안지만

그 자리에 세계 1위 선수를 보유하고 있던 스위스는 보이지 않았다

(난 작년에 페더러가 참가했는지 여부는 모른다)


지난 2월 올해의 데이비스컵이 막을 열었다.

로딕과 블레이크가 활약한 미국 팀은

베르디크라는, 세계 15위 선수가 버틴 체코를 4대 1로 꺾었다.

2대 1로 미국이 리드를 한 상태에서 로딕과 베르디크가 맞붙었는데

이 경기가 5판 3선승제의 데이비스컵 1라운드를 좌우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로딕은 3대 1로 이기며 미국팀을 2라운드에 올려놓았다.


스위스는 스페인과 붙었다.

스페인은 강팀이었다.

라파엘 나달이 뛰지는 않았지만(그는 벤치에 앉아 열심히 응원을 했다)

나달을 제외해도 세계 14위의 데이빗 페러가 있다

하지만 지난해 메이져타이틀만 3개를 획득하며 전성기를 누린 페더러는 스위스 팀에 없었다.

그래서 스위스는 랭킹 100위 안에도 못드는, 즉 이형택보다도 못하는 선수들로 팀을 구성해야 했다.

스위스는 선전했지만, 스테판 볼리가 베르다스코(33위)에게 지면서 1라운드에서 탈락하고 만다.

페더러가 참가해 두 단식을 모두 잡아줬다면 스위스가 올라갔다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난 페더러가 왜 참가하지 않았는지 모른다.

그리고 국가를 위해 뛰는 것만이 옳다고 생각진 않는다

(참고로 난 박지성이 별반 의미없는 경기를 위해 영국서 날아오는 게 이해가 안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더러가 스위스 팀에서 뛰었다면,

좀 더 멋있는 선수로 내 머릿속에 각인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건 오랜 기간 국가주의의 망령에 지배된 내 한계일 테지만 말이다.

난 로딕 선수를 높게 평가하지 않았었다.

서브 하나 빼곤 건질 게 없는 선수이며

위에서 말했듯 아무리 코너즈를 코치로 쓰고 난리를 피워도

페더러에겐 상대가 안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로딕이 데이비스컵에 참가해 맹활약을 펼치는 걸 보면서

그에 대해 좋은 느낌을 갖게 된다.


안드레 아가시라는 선수가 있었다.

샘프라스가 못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그는

호주오픈과 윔블던에는 오랜 기간 참가하지 않은 적이 있지만

데이비스컵에는 꼬박꼬박 참가해 미국에 우승컵을 안겨줬다.

코트 밖에서 더 뉴스거리가 되는 아가시지만,

내가 그를 위대한 선수로 기억하는 건 그가 95년 데이비스컵에서

미국을 우승시킨 선수이기 때문이다.

 

* 원문: http://www.nytimes.com/2007/03/23/opinion/03kris.html?n=Top%2fOpinion%2fEditorials%20and%20Op%2dEd%2fOp%2dEd%2fColumni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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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 2007-03-25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문이라며 붙여놓은 사이트를 클릭하신 분들, 제게 낚인 겁니다. 제가 쓴 글인데 원문이 어디 있어요 호호호.

마늘빵 2007-03-25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문 있는데요?

진주 2007-03-25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디 로딕 로저 패러더 앤디 로딕 로저 패러더.....
혀를 굴리며 두어 번 발음해 봅니다.
부리님이 아니고선 저는 절대 모를 이름들이죠^^

Mephistopheles 2007-03-25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컴퓨터 테니스게임도 페더러의 그래프가 제일 높아요...스테미너 스킬 파워...
다높아요~

마법천자문 2007-03-25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의 뉴욕 타임스 닉네임이 'Page Not Found'였군요. 웹서핑하면서 이 닉네임을 굉장히 많이 봐서 도대체 어떤 분인가 궁금했는데, 부리님이었다니 정말 놀랍군요. 이렇게 훌륭한 친구를 둔 마태우스님이 부럽습니다.

2007-03-25 15: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7-03-25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저도 낚였어요. ;;;; 어쨌든 추천입니당. ;;

해적오리 2007-03-26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저도 낚였는데... 달의 눈물님 댓글, 정말 사랑스럽네요.^^

부리 2007-04-01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그렇게 하겠습니다. 참고로 오늘 아침 무리하게 테니스 치러 갔다 도졌다고 하네요...
해적님/뭐, 이 정도 낚인 거야 ^^
달밤님/여러가지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