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의 시대를 건너는 법 - 박웅현의 조직 문화 담론
박웅현 지음 / 인티N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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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는 청바지와 평등하다', '생활의 중심', '사람을 향합니다', '생각이 에너지다', '진심이 짓는다' 누구나 미디어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광고 문구를 만든 박웅현 작가는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뉴욕대학 켈레커뮤니케이션 석사 졸업 후 우리나라에서 인지도가 높은 광고 제작회사인 제일기획을 시작으로 아시아퍼시픽광고제, 칸 국제광고제 심사위원을 담당했으며 현재는 조직문화 개선과 연구를 진행하는 TWBA KOREA에서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베스트셀러인 '책은 도끼다', '여덟 단어',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일하는 사람의 생각' 이 있으며 지난 11월에는 조직문화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 '해적의 시대를 건너는 법'을 출간했다.

'해적의 시대를 건너는 법'은 크게 세 가지 주제로 조직문화 컨설팅을 하며 있었던 이야기를 담아냈다. 회사를 운영하거나 팀장 역할을 맡고 있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했을 이야기를 전작과 마찬가지로 알기 쉽게 풀어내어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최근 통계청의 발표(경제활동 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평균 근속 기간은 약 1년 6.6개월이라고 한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0.2개월 줄어든 수치로 그만큼 20~30대 직장인들이 조직문화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이직을 많이 하고 있다는 거다.

이에 TWBA KOREA 조직문화연구소장인 박웅현 작가는 이전의 조직문화에서 탈피해 직원들이 일을 하고 싶은 문화, 직원들이 회사에 원하는 바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해적의 시대를 건너는법'에서는 '조직은 무엇을 주목해야 하는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 '조직에서 발휘되는 창의성'을 주제로 조직문화 개선법과 함께 직원들이 일을 할 때 '자기주도성'을 갖고 있는지, 만약 '자기주도성'이 없다면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에 관해 상세히 풀어내 알려준다.

박웅현 작가는 책을 통해 이전 시대에 있었던 '조직력, 시스템, 상명하달, 일사불란'은 더 이상 회사를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요소가 아니며 개개인에게 필요한 동기부여와 심정적인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책에서는 우리나라 대기업 중 하나인 LG부터 여러 회사에서 직접 컨설팅한 조직문화 개선법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데 수천 명이 다니는 큰 조직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회사를 운영함에 있어 지금보다 더 나은 발전을 위하거나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은 분들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필독서라 생각이 들었다.

이와 함께 조직력보단 민첩함이 더욱 중요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알아두면 좋은 내용이 많이 담겨 있기에 현재의 불안요소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해적의 시대를 건너는 법'을 통해 배워봐도 좋겠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

이것이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입니다. 나이 든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는 시대가 된 거에요. 시스템, 조직력, 상명하달, 일사불란, 이런 단어들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럼 어떤 단어가 이 시대의 키워드가 될 것인가?

제가 주목한 것은 '에자일'입니다. 이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민첩한, 기민한'입니다. 이 말은 조직력과는 정반대에 있어요. 애자일의 시대에는 개별성, 각자의 창의성, 다발성 같은 말들이 중요하죠.

곧장 밖으로 나가 가까운 바닷가에서 "어디서 반 마리야, 치킨은 한 마리지"를 찍을 수 있는 힘, 이게 조직력일까요, 아니면 민첩함일까요? 시대정신이 완전히 바뀌어버렸습니다 - 51

다윈이 이야기했습니다. "강한 종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변화에 잘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시대가 변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를 성공으로 이끈 방정식이 이제는 실패로 이끌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지금까지 괜찮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괜찮으이라는 법은 없습니다.

조직력, 시스템, 상명하달, 일사불란과 같은 단어가 지금은 꽤 희미해졌지만 어떤 조직에는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단어를 고수하려고 한다면 그 기업의 미래는 어떨까요? - 57

오래전부터 이야기해온 것이 "모든 기업의 1차 고객은 구성원"이라는 점입니다. 구성원을 먼저 회사의 팬으로 만들어야 해요. 그다음에 외연을 확장하는 '동심원'이 되어야 하죠.

저는 이것이 요즘 많이 이야기하는 ESG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기업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 경영을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철학이 담긴 말로, 많은 기업이 ESG라고 하면 '환경'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데요.

하지만 시작은 작은 원 '거버넌스'(Governance) 내부입니다. 또한 거버넌스라고 하면 경영의 투명성을 크게 이야기하지만,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ESG는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구성원의 행복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G, 거버넌스이고, 그 다음으로 제품을 사는 소비자의 행복을 생각하는 것이 S(Scocial), 그것을 친환경적으로 만드느냐, 이것이 E(Environment)인 것이죠 - 66

조직 문화와 관련해 컨설팅을 할 때 제가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치지 말고 반복적으로 계속해야 한다는 겁니다. 문화는 일시적 현상이 아닙니다. 일시적인 유행처럼 스쳐 가는 게 아니에요.

저변까지 다 깔려야 하는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의 '심정적 동의'가 있어야 하고, 오랫동안 같은 방향으로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당연히 짧은 시간 안에 되는 일이 아닙니다 - 73

멋진 카피, 시선을 사로잡는 그래픽, 좋은 음악 모두 광고의 '목적'에 봉사해야 해요. 단지 말이 너무 멋있어서? 음악이 너무 좋아서? 그런 이유로는 안 되죠.

광고는 합목적적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어떤 요소를 쓰는 데는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이게 하나라도 틀어지면 사람들이 쉽게 채널을 돌리고 건너뛰기 버튼을 누르죠.

그래서 잘 만든 광고를 보면 빈틈이 없습니다. 조직이 구성원에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구성원이 그 메세지에 주목하고 감동하고 '심정적으로 동의' 할 수 있게 하려면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를 넘어서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 83

만약 서울 근교의 적당한 펜셔을 잡아서 술이나 진탕 마시고, 아침에 숙취가 덜 깬 상태로 모여서 뭐가 문제였고 승률 4할 이상 올릴 수 있는 전략이 뭐냐, 이런 식으로 워크숍을 진행했다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거예요.

떠날 때와 마찬가지로 찡그린 인상으로 돌아왔을 것이고, 조급함이나 불안을 떨치지 못했을 겁니다. 팀장들이 그런 상태로 돌아와 팀원들을 마주하면 어떻겠어요? 그 부정적인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지 않겠어요?

머리가 아니라 가슴입니다.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제 자랑이나 TBWA KOREA가 얼마나 좋은 분위기인가 하는 게 아닙니다. 전략이 아니라 정서이고, '무엇을'이 아니고 '어떻게'이고, 사실이 아니라 분위기입니다. 이것이 중요합니다 - 112

어떤 방식으로든 개개인에게 필요한 점을 고려해서 동기를 유발하는 겁니다. 저는 사람들을 만나서 함께 일할 때 이런 목표를 가지고 일합니다.

그게 그 사람만이 아니라 제 팀, 제 본부, 회사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상대가 누구이든 간에 그 사람에 모티베이션을 어떻게 줄 것인가, 이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느냐를 만들어주는 게 조직 문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조직에서 어떻게 창의성이 발현되는가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 124

광고는 아이디어 싸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광고뿐만 아니라 창작과 관련한 일들이라면 모두 해당되는 이야기일 겁니다. 조금만 더 붙들고 있으면 더 괜찮은 아이디어가 나올 것 같고, 조금 더 시간을 들이면 퀄리티가 더 좋아질 것 같아요.

실제로 그렇게 일하는 분들도 있고, 그와 같이 일하는 방식도 존중합니다. 하지만 저는 정해 놓은 시간, 그때까지 나온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내게 오지 않은 것까지 나의 최선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게 제가 일하는 방식입니다. 앞서 언급한 '마감력'과도 연관된 이야기입니다 - 135

사유의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무엇을 보든 그것이 내 안에 들어와 몽글몽글 피어나는 시간이 있어야 해요. 요즘은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수신하기만 해도 벅찬 시대죠.

OTT, 유튜브, 릴스, 숏폼의 시대잖아요. 몇 번의 터치로 언제든 어디에든 접속할 수 있고 머리에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아요. 내면에서 올라오는 것을 알아봐주고 찾아줘야 하는데 외부 자극만 끊임없이 들어가고 있어요.

'노 풋'(no put)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끊임없이 인풋이 없고, 아웃풋에 대한 강박도 내려놓은, 노 풋의 시간이 있어야 해요. 그래야 내 목소리가 들립니다.

"Disconnect to connect yourself" 자기 자신과 만나기 위해서 다른 것들과 잠시 분리해야 한다는 말인데 멋지죠. 검색의 시대에 사유를 회복해야 합니다. - 160

어떤 사람은 똑같은 낚시터에서 물고기 다섯 마리를 잡아가고, 어떤 사람은 한 마리도 못 잡아 가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물속에 물고기가 있는지 없는지, 얼마나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다섯 마리를 잡은 사람은 물속에 물고기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고, 못 잡은 사람은 물고기가 없다고 생각한 거예요.

회의실이 똑같습니다. 회의실에서는 물 대신 말이 흘러 다녀야 해요. 물속에 물고기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말 속에 숨어 있는 아이디어는 보이지가 않습니다.

내가 훌륭한 리더라면 흐르는 말 속에서 아이디어를 잡아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흘려보내겠죠. 구성원들이 그런 경험을 해보면 회의실을 좋아하게 됩니다 - 167

생각만 해서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실행에 옮겨야 해요. 물론 실행에 옮기는 건 힘든 일입니다.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윗사람을 설득해야 하고 줄어든 예산 안에서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그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요. 결과가 좋지 않으면 욕을 먹을 수도 있습니다. 한다는 건 그 모든 걸 다 감수하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창의성은 발상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라고 봅니다 - 182

이미 우리는 이 바다 위에 들어섰고 되돌아갈 수 없습니다. 무조건 이 바다를 건너가야 합니다. 결국 조직은 배가 위치한 바다를 파악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 배위에 올라탄 구성원들도 주목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구성원 모두가 같은 배의 일원임을 인식하고 각자 이 항해에 어떻게 일조하게 할 것인가르 고민해야 하죠. 낯설고 새로운 바다에서 낯선 구성원들이 모여 항해를 해야 하는 만큼, 배 안팎의 상태를 점검하고 재정비해야 할 겁니다. 그 과정에서 버릴 것은 버리고 바꿀 것은 바꿔야 합니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 196

우리가 누군가와 관게 맺을 때와 같습니다. 연애를 하든 결혼을 하든, 친구가 되든 어떤 관계를 맺을 때 나와 다른 것을 받아들이고 같은 것은 공유하면서 배울 것은 배우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고칠 것은 고쳐나가지 않나요?

그렇게 서로 섞이고 포용하고요, 조직안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저는 세대론과 같은 거대 담론으로 접근하면 이 갈등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봐요. 거대 담론을 걷어내고 개인과 개인으로 마주할 때,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 208

복지는 '무엇'을 구성원에게 제공하고 있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봐요.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회사가 이런 것 해주니까 좋지?'라는 식으로 생색내는 것도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고 봅니다. 회사도 좀 무심하듯 세련된 태도를 보이면 좋을 것 같아요. "이런 걸 준비했는데 좋아할지 모르겠어"까지만 하는 거죠.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고 팩트가 아니라 분위기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구성원에게 감정 이입을 해보고, 어떤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부여하면서 전달할지 고민해봐야 해요. 이것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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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있는 사람 - 나를 알아가는 시간, 셀프 인터뷰
이승희 지음 / 북스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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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기록의 쓸모'를 시작으로 이승희 작가의 신작이 나오면 그때마다 주문해서 읽곤 한다. 수많은 작가 중에서 이승희 작가의 책에 관심이 있는 이유는 나와 비슷한 또래에 규모과 분야는 다르지만 서로 마케터라는 직업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와는 다른 곳에서 여러 방면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인스타그램에서 볼 때면 자칫 놓치거나 보지 못했을 정보를 알 수 있고, 소품이나 아이템을 수집하는 취미와 더불어 여행을 좋아하는 모습에서도 비슷해 친근감이 든다. (심지어 MBTI E와 I가 반반인 것도 같다)

무엇보다 치과 마케팅으로 시작해 배달의민족 우아한형제, 네이버 마케팅센터에서 오랜 시간 마케터로서 활동한 한 사람의 생각과 경험을 배우고 싶어 온라인 도서 쇼핑몰에 관심작가로 설정해놨는데 최근 셀프인터뷰를 담은 '질문 있는 사람'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구매 후 읽어봤다.

총 100개의 셀프인터뷰를 담은 '마케터 숭' 이승희 작가의 책 '질문 있는 사람'에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마케팅 일을 하며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담아냈다.

전작 '기록의 쓸모', '별게 다 영감', '일놀놀일'과 비교하면 비슷한 내용이 담겨 있지만 이에 더해 새로운 생각과 최근에 있었던 사건과 결혼 생활 등을 담아내어 하나의 성장 일기를 읽는 듯한 느낌도 주었다.

책 '질문 있는 사람'에서는 크게 네가지 주제와 에필로그로 100개의 셀프인터뷰를 모아놨다. '지금의 나를 들여다보는 질문들', '좀 더 빨리 했으면 좋았을 질문들', '앞으로 자주 해야 할 질문들', '언제가 나를 이끌어주는 질문들'은 사회 생활을 시작한 초년생이 알았으면 좋은 내용, 나처럼 직장 생활을 한지 10년이 넘은 사람들 중 앞으로 성장과 발전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길을 제시해준다.

마케터이기에 마케팅 관점으로 작성한 내용이 많지만 하루의 일상부터 회사 생활, 경험, 기록, 글쓰기, 불안, 인관관계, 소비, 독서 습관, 번아웃 극복, 돈, 인생 계획, 여행, 나다운 것 등을 셀프 인터뷰로 알려주기에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보면 좋은 책이라 생각이 들었다.

'마케터 숭' 이승희 작가의 '질문 있는 사람'을 읽으면서 머릿 속에 간직해온 고민 중 하나인 '가짜 경험'에 대해 가장 공감이 됐다.

최근에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 보면 그 사람의 생각인지, 다른 사람의 말과 생각을 그대로 인용한 타인의 생각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본인의 경험이 아닌 제3자의 경험을 마치 자기가 한 것처럼 말하는 것이 나쁘다고 볼 수 없지만 심각한 문제는 그 경험과 생각이 가짜뉴스가 대부분이라는 거다.

그 가짜뉴스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말해놓고 시간이 흘러 틀린 정보임을 아는데도 자존심에 계속해서 믿는 사람들을 볼 때면 '가짜 경험'이 주는 폐해를 알 수 있고, 나 역시도 대화를 할 때 함부로 부풀려 말하거나 가짜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그러한 점에서 이승희 작가가 책 '질문 있는 사람'을 통해 언급한 '나쁜 경험이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 계속 질문해야 한다'는 말이 가장 공감이 됐다.

나 역시 언젠가 마케터 숭처럼 100개의 주제로 셀프 인터뷰를 해보고 싶다. 아직까지 경험이 부족하고 지식 또한 많이 쌓지 못하였기에 현재로서는 공감가는 주제를 담을 수 없지만 지금보다 더 노력하는 삶을 통해 나의 이야기를 인터뷰로 남겨보고 싶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

질문하는 시간은 영감이 되기도 하고, 성장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하고 싶은 도전 앞에서 망설여질 때, 나만의 뾰족한 것은 대체 어디 있는지 감이 잡히지 않을 때,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을 때, 내 안에서 나은 질문은 마치 나도 몰랐던 방향타인 것 같이 든든해진다.

무엇보다 좋은 질문은 누군가와 의미 있는 대화를 마련해주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나를 데려가주기도 한다. 어쩌면 나의 일상을 바꾸는 건 답이 아닌 '좋은 질문'이 아니었을까 - 4

무언가를 잘하는 것보다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게 훨씬 더 어려운 것 같다. 내 정의에 따르면 매력적인 사람은 자신이 잘하는 것으로 캐릭터를 드러내다가도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자신을 변주하는 사람이다.

본업, 부업, 취미, 특기처럼 그 사람의 삶 전반에서 볼 수 있고, '그 사람답다'는 말과 닮았다는 점에서 매력은 퍼스널브랜딩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 24

일 잘하는 마케터는 조금 다르다. 협업을 잘하고 실무를 잘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기준이다. 이에 더해,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는 노력과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맥락을 잘 파악하고, 그 맥락 속에서 타이밍을 잘 잡는 사람. 그래서 나는 일 잘하는 마케터는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영역에서나 필요한 태도지만, 마케터는 특히 더 귀찮아하는 기준이 아주 낮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은 당연하게 여기는 것마다 다시 살펴보고, 의심하고, 질문해야 한다 - 44

인플루언서는 오로지 자기 자신을 통해 영향력을 만들어낸다면 마케터는 그 시장에서, 그 시장을 만들어온 이들과 함께 임팩트를 만든다는 차이가 있다. 유명한 인플루언서가 아니라 일 잘하는 마케터로서 존재감을 갖고 싶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가 혼자서는 못하는 일이라서 함께하는 것에 가깝다. 커피 업계든, 배달 업계든, IT 업계든, 그 큰 업게를 나 혼자 좌지우지할 수 없지만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모여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임팩트를 주고 싶다. 그때 나의 존재감이 도움이 되었으면 더할 나위 없겠고 - 61

자신이 얼마나 쓸모 있는 사람인지는 스스로가 가장 잘 안다. 나를 잘 알면 다른 사람에게 맞출 것도 없이 그 자체로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나는 그 스스로를 '마케터'라고 생각한다. 이승희=마케터, 그래서 언제나 내 무게중심은 상대방에게 좀 더 기울여져 있다. 상대방의 의견을 유심히 듣고, 취향을 발견할 때,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았을 때, 나는 더 큰 즐거움을 느낀다.

애초에 나는 상대방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사람, 해주면서 성취감을 얻는 사람이다. 무게중심이 남에게 약간 기울어져 있는 게 나인데, 시대에 맞춘다며 억지로 나에게 무게중심을 가져오려고 하면 그게 더 힘들고 불행한 일 아닐까 - 65

처음부터 자신의 깊은 곳에 있는 이야기를 툭 꺼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영상을 보고, 책을 읽고, 좋아하는 것이나 싫어하는 것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아닐까. 그러다 보면 그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날이 온다.

단순히 연예인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만 봐도 그렇다. 그 연예인이 나에게 뭔가 해줄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 사람처럼 살고 싶거나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만나기도 힘든데 힘껏 좋아하고 이야기하는 데는 그 사람에게서 나만이 느끼는 포인트가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 것처럼 보이지만 내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기에 결국 나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남에게서 시작하지만 나로 귀결되는 것이 모든 콘텐츠의 마력이다.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스스로 셀프 인터뷰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쉽게 꺼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 86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날 선 조언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계속 그것을 좋아할 수 있도록, 그 시간을 누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우리는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어 하면서도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알아가는 데 시간 쓰길 주저하고 아까워하는 것 같다. '일'이니까 어쩔 수 없이 효율을 따지게 된다면, 그럴수록 '좋아하는'에 집중해서 다르게 봐야 한다 - 119

사람은 누구나 하나쯤 '이미 엎질러진 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없더라도 언제든 생길 수도 있는 문제다. 심리상담을 하면서 그런 문제는 해결하려 애쓸 필요가 없다는 것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내가 엎지르지도 않았는데 공들여 닦을 필요도 없고 말이다. 그냥 '물이 엎질러졌구나' 하고 드령다보는 시간도 필요한 것 같다. 당장 달라지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엎질러진 물은 결국 마를 테니까 - 155

'생각'이라는 말을 잘 생각해야 한다. 손에 잡히지도 눈에 보이지도 않으니까 내 생각인지 네 생각인지 헷갈릴 때가 많은 것 같다. 내가 스스로 생각해낼 수 있어야 '생각하는 힘'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되물을 것 같은데, 유튜브에서 본 유현준 교수님, 송길영 부사장님의 말씀에 빌려보면 '생각하는 힘'이란 이런 거다.

'천 개의 책을 읽어도 질문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냥 천 명의 생각을 읽은 것과 같다' 책을 읽으면서 질문하고, 나 자신은 어떤지 돌아보고 생각하는 것, 천 권을 읽으면 천 개의 생각을 떠올릴 줄 아는 게 '생각하는 힘'이다. 책을 잘 읽는 법이란 곧 생각하면서 읽기, 질문하면서 읽기와 같다 - 169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어느 정도 비슷한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좀 더 큰 집에 사느냐 작은 집에 사느냐 하는 차이야 있겠지만, 돈이 아무리 많아도 하루에 열 끼를 먹을 수 없고, 하루 24시간 이상의 시간을 살 수도 없다.

주어진 시간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표현력이 클수록 비슷한 삶은 좀 더 풍요로워지는 것 같다. 자신이 어떻게 은유하면서 살아가는가에 따라 삶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풍요로운 삶은 풍요로운 생각과 표현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 176

보고 나서 '경험 하나 했다' 하고 그칠 것이 아니라 "'내가' 한다면 어떨까"라고 생각해야 한다. 책이든 유튜브든 어떤 매체에서든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 대중이 따르는 사람들은 모두 명확하고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그래야 말하는 사람의 전문성이 살고, 듣는 사람도 마음 편히 믿을 수 있으니까. 편해서든 그들의 단호함에 기가 눌려서든, 받은 대로 받아들이다 보면 자신만의 색을 찾기도 전에 잃게 된다. '근데 이게 맞나, 나는 어떻게 생각하지?' 하며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는 건 간접경험에, 아니 모든 경험에 해당되는 중요한 포인트다 - 226

부부든 친구든 누군가와 평생을 함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생각의 싱크로율'를 맞추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야 함께 더 많이 대화하고,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가치관을 단단하게 다지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을 테니까.

이때 중요한 건 속도다. 방향만 크게 다르지 않다면, 서로의 속도를 존중해가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한 사람만 너무 빠르거나 느리지 않게, 둘 다 정체되지 않고 지치지도 않도록, 사랑에서 이해로, 이해에서 성장으로, 성장에서 믿음으로 - 268

흔히 말하는 '느낌적인 느낌'에만 머물러서 '안다'고 착각하는 것, 가짜 경험은 나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유튜브 영상이든 인스타그램의 카드뉴스, 온라인에 떠도는 무료 PDF 등 콘텐츠가 너무 많다. 좋은 자료를 후루룩 보기만 해도, 갖고 있기만 해도 '안다'고 생각될 때도 많다.

스스로 생각해야 할 주제를 대신 요약 정리해주는 사람도 많다. 보다 보면 익숙해지고, 너무 익숙해서 내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이건 마치 글쓰기에 대한 강연을 본 후 '난 이제 글쓰기 안다'고 하는 것과 같다. 나의 글을 한 줄도 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알고 있는 것이 과연 나의 언어와 행동으로, 결과물로 구현해낼 수 있을 만큼 아는 건지 돌아보자. 그렇지 않다면, 나쁜 경험이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 계속 질문해야 한다. 어떤 경험이든 경험 자체에는 죄가 없다 -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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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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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의 한 분야 속하는 노벨문학상은 1901년 프랑스 시인 쉴리 프뤼돔 수상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매년 이어지고 있다. 2023년에는 노르웨이 희곡 작가 욘 포세가 선정됐고 수상 이후 온라인 도서 쇼핑몰에는 그가 쓴 작품이 하나둘 출간됐다.

평소 책에 관심이 많고 그만큼 도서를 많이 구매하지만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하여 따로 찾아보거나 하진 않았으나 평소 북유럽 작가의 소설에 관심이 있었고 문학상을 받은 작품은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궁금해 찾아보다가 장편소설 책 '아침 그리고 저녁'을 발견해 주문하고 읽었다.



2023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쓴 욘 포세는 1959년 노르웨이 헤우게순에서 태어나 1983년 당시 장편 소설 '레드, 블랙'으로 데뷔 후 1989년에 쓴 '보트 창고'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다.

이후 '병 수집가', '납 그리고 물', '멜랑콜리아', '저 사람은 알레스', '잠 못 드는 사람들', '올라브의 꿈', '해질 무렵'을 발표했고, 1994년에는 첫 희곡 작품인 '그리고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으리'를 발표하여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췄다.

여러 작품을 발표하며 노르웨이 늬노르스크 문학상, 스웨덴 도블로우그상, 노르웨이 예술위원회 명예상, 브라게상 명예상, 스웨덴 한림원 북유럽 문학상, 국제 입센상, 북유럽이사회 문학상을 수상받았고, 2003 프랑스 공로 훈장, 2005 노르웨이 세인트 올리브 훈장을 수훈받았을 정도로 유명한 작가다.




욘 포세가 2000년 당시 출간한 책 '아침 그리고 저녁'은 2023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여러 도서 매체에 소개됐다. 총 페이지 135페이지로 장편소설이라기엔 짧은 편이지만 누구나 읽기 쉬운 문체로 번역되어 어렵지 않게 완독할 수 있었다.

'아침 그리고 저녁'은 일반 소설과 다르게 문장 끝 마침표가 없다. 책을 다 읽고난 후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10번 남짓 마침표가 붙은 문장이 있는데 마침표의 유무에 대해 찾아보는 것도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라 생각이 들었다.

작품 속 주인공은 노르웨이 어부의 아들인 요한네스로 책 초반에는 그의 아버지 올라이가 나온다. 아내 마르타가 요한네스를 낳고 있는 시점에서 아버지가 태어날 아들을 향한 묘사는 다른 책에서는 접해보지 못했던 문장을 나타낸다.

이후 2장에서부터 주인공 요한네스의 시점으로 내용이 전개되는데 홀멘이라는 섬에서 이미 죽은 아내인 에르나를 그리워 하는 늙은 어부로 살아가고 있었다.

이후의 내용은 스포일러가 있어 다 밝히진 못하지만 2023 노벨문학상 수상작 '아침 그리고 저녁'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한 사람의 인생을 135페이지에 녹여냈으며, 한 평생을 살면서 만나왔던 사람들을 떠올리고 생각하는 요한네스를 보며 후회없는 인생을 산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특히 책 후반 부분에 막내 딸 싱네와 요한네스가 서로 교차되며 말하는 부분에서 그가 얼마나 가족을 사랑했는지 알 수 있었고, 한 사람이 태어나 인생을 살고 가족과 친구를 만나고 죽어가는 과정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욘 포세가 쓴 다른 작품도 모두 찾아 읽어보고 싶었다.

2023 노벨문학상 수상작 책 '아침 그리고 저녁'은 초반을 제외하곤 어렵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 없이 읽을 수 있다. 책 뒤편에 옮긴이의 말을 읽으면 작품에 대해 더욱 상세히 알 수 있기에 읽을 만한 장편소설을 찾는다면 추천하고 싶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 (스포일러)

지금 이게 뭐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군. 오늘 페테르와 밖으로 나가 게방을 끌어올리지 않았나 그리고 꽃게를 팔러 시내에도 갔었는데, 하나도 팔지 못하고, 페테르가 안나 페테르센에게 선물로 꽃게가 가득 든 비닐봉지 하나를 넘겨준 게 다지,

그러니까 페테르가 봉지를 부두에 놔두고 왔고, 한참 후 그녀가 와서 가져갔지, 그들이 집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조금 지나서 안나 페테르센이 왔었지, 그 모든 일이 생생한데, 지금 내가 죽었다니 - 130

요한네스는 어부이며 에르나와 결혼했고 올라이의 아들이며 어느 순간, 일곱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고, 그중 한 아이는 할아버지처럼 올라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그외에도 이 책에서 열 번 남짓 마침표가 사용되는 순간들은 이렇다. 여느 때와 같이 잿빛인 하늘. 새벽의 추위. 만으로 내려가는 길. 아내 에르나가 죽은 뒤로 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나면 치받치던 욕지기. 커피. 담배. 브라운 치즈를 얹은 빵. 친구 페테르.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문장, 요한네스가 확실할 수 있는 것은 그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일상이다. 환각과 비슷한 상태에서 다가오는 죽음은 그가 살아오며 느끼지 못한 것들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확신했던 일들을 불확실하게 만든다 -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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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정지아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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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장편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통해 정지아 작가를 처음 알게 됐다. 책 내용을 간단히 말하자면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전직 빨치산이었던 아버지를 둔 딸 고아리의 1인칭 시점으로 줄거리가 진행되는데, 장례식장에서 그(고상욱 씨)를 아는 친척과 지인들의 대화를 통해 생전에 몰랐던 아버지를 이해하게 내용을 담았다.

지난 9월 말 '아버지의 해방일지'로 제38회 만해문학상을 수상한 정지아 작가는 평소 즐겨찾는 술과 위스키를 주제로 담은 에세이 '마시지 않을 수는 없는 밤이니까요'를 출간했고 몇 주 후 온라인 도서 쇼핑몰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소설을 읽고 작가의 문체와 함께 이야기의 전개 과정에 푹 빠졌던 나는 에세이를 통해 정지아 작가의 일상과 생각을 알고 싶었고 그렇게 평소처럼 도서를 주문하고 읽었다.



에세이 베스트셀러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를 쓴 정지아 작가는 1965년 전라남도 구례 반내골에서 태어나 중앙중학교 대학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마치고, 1990년 당시 '빨치산의 딸'을 펴내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고욤나무'를 내 당선되었으며, 이후 '행복', '봄빛', '숲의 대화', '자본주의의 적', '아버지의 해방일지' 등을 공개하며 이효석 문학상, 한무숙 문학상, 올해의 소설상, 오영수 문학상,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정지아 작가가 지난 9월 초에 발간한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는 그녀가 좋아하는 술과 위스키를 통해 대학교를 다녔을 당시부터 현재까지 있었던 사건을 통해 만나왔던 인연을 말해준다.

30대 당시 군사정 시기에 수배 생활 중 방문했던 지리에서 처음 마셨던 위스키부터 가족, 친구와 함께 나눈 이야기, 여러 나라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경험, 인연, 추억 등을 담은 34편의 이야기를 만나는 동안 장편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 전편을 보는 듯했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에세이 베스트셀러에는 시바스리갈부터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위스키인 조니워커 블루가 나오며 책을 읽기 전만 해도 몰랐거나 이름으로만 들어본 캪틴큐, 패스포트, 시바스 리갈, 로얄살루트, 맥켈란, 히비끼, 아와모리, 아이리스 등을 알게 됐고 평소 술을 좋아하는 나는,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을 통해 처음 들은 위스키와 외국술을 따로 찾아보게 만들 정도로 이야기의 전개에 이끌렸다.

한편으론 1장에서 4장, 에필로그까지 이어지는 동안 만난 사람, 친구, 지인이 무척 많다는 것, 우연히 만나거나 스쳐지나갔을 법한 관계에서 대화를 이끌고 이후에도 오랜 시간 알고 지내는 정지아 작가만의 매력 포인트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평소 책에 대한 관심이 많고 자주 접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에세이 베스트셀러를 자주 찾아보곤 한다. 평소라면 만나지 못했을, 나와는 전혀 다른 직업군을 가진 사람들의 일상과 생각을 책으로나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는 나처럼 술, 위스키를 좋아하거나 관심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군사정권부터 현재에 이르러 삶을 살고 있는 한 사람의 일생을 통해 사람과의 관계, 삶에 대한 태도를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

다들 앉은걸음으로 문을 향했다. 찬 공기에 몸서리를 치며 목만 길게 빼고 내다본 바깥은 온통 새하얀 눈밭이었다. 발자국 하나 나지 않은 백색의 순수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르르 마당으로 달려 나갔다.

매화나무에도 감나무에도 눈이 한 뼘씩 쌓여 있었다. 뒤란의 대나무는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땅 끝까지 휘늘어진 채였다. 자연의 장관 앞에서 다들 입을 다물었다.

누군가 전등을 하늘로 비췄다. 빛기둥 안에서 주먹만 한 눈송이들이 수직으로 낙하하고 있었다. 순수에 압도당한 최초이자 마지막 경험이었다.

그날 나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토록 순수하게, 이토록 압도적으로 살고 싶다고. 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던 걸 보면 친구들 역시 비슷한 마음이지 않았을까?

열아홉, 그때는 믿었다.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을 순백의 시간을 순백으로 살아낼 수 있을 거라고 - 28

나는 입 안에 든 시바스리갈, 그러니까 위스키 한 모금을 오래도록 머금었다가 천천히 삼켰다. 그날 처음으로 30년간 나의 일부였던 식도와 위의 위치와 모양을 구체적으로 체감했다.

위스키가 훑고 간 자리마다 짜릿한 쾌감으로 부르르 떨렸다. 나는 젖 먹는 송아지처럼 자꾸만 입술을 햝았다. 보다 못한 그가 700밀리 한 병을 주문했다. 그것이 나와 시바스의 첫 만남이었다.

어쩌면 그날의 시바스리갈은 가난과 슬픔과 좌절로 점철된 나의 지난 시간과의 작별이었다. 짜릿하고 달콤했던 건 위스키의 맛이 아니라 고통스러웠던 지난날과의 작별이었을지 모른다.

그날로부터 나의 변절과 타락이 시작되었다. 참으로 감사한 날이지 아니한가 - 35

태어나는 것도 죽는 것도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어찌어찌 태어났으므로 우리는 어찌어찌 살아내야 한다. 고통이 더 많은 한 생을.

소설적 성취? 사회적 명예? 죽는 수간부터 아무 의미가 없음을 안다. 그런데도 요즘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직 살아있는 엄마 때문이고, 내가 없으면 오래 살아온 공간을 떠나야 할 나의 냥이들 때문이다.

나에게 마음 두고 있는 존재들을 슬프게 하지 않기 위해 나는 오늘도 꾸역꾸역 살아내는 것이다. 데이브에게는, 그런 엄마에게는, 그런 존재가 없었을지도. 아니, 그런 존재가 있음에도 살아내기 어려운 섬세한 마음의 소유자였을지도.

자기 손으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그 쓸쓸한 마음을 헤아리기 어려워 나는 말했다. "마셔, 우리에게는 알코올이 있잖아. 알오코올처럼 인생에 잘 어울리는 게 없어" - 59

먹이사슬로부터 해방된 초원의 단 하루, 이것이 술의 힘이다. 최초로 술을 받아들인 우리의 조상도 아프리카 초원의 저 동물들과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해마다 돌아오는 해방의 하루, 숙취의 고통을 알면서도, 술 깬 직후의 겸연쩍음을 알면서도, 동물들은 그날의 해방감을 잊을 수 없어 또다시 몰려드는 것일 테다.

술은 스트레스를 지우고 신분을 지우고 저 자신의 한계도 지워, 원숭이가 사자의 대가리를 밟고 날아오르듯, 우리를 날아오르게 한다.

깨고 나면 또다시 비루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지만 그러면 또 어떠한가. 잠시라도 해방되었는데! 잠시라도 흥겨웠는데! - 67

남성의 교성이 세상의 자잘한 소음을 누르고 당당히 온 동네에 울려 퍼졌다. 소리에 놀란 후박나무 잎사귀가 또 한 잎 고요히 내려앉았다.

이상하게 숙연해졌다. 살아 욕망을 분출하는 토마스 부부도, 죽어 고요히 떨어지는 후박나무 잎사귀도, 종말이 머나먼 태양에서 시공을 뚫고 지구, 그것도 누추한 내 집의 담 사이에 당도한 햇살도, 모든 존재가 서글펐다.

살아있는 모든 것의 슬픔을 애도하며 나는 한 방울의 눈물을 찔끔 떨궜다. 위스키든 소주든 천천히 오래오래 가만히 마시면 누구나 느끼게 된다.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연민을 - 96

그는 갔고, 남은 사람들은 그에 대한 원망밖에 갖고 있지 않다. 그를 이해하려 애쓰기에는 아직도 그 마음이 너무 크다. 사촌들의 그 마음을, 맞고 자란 고모의 마음을 알면서도 나는 간혹 뭐라 말할 수 없는, 인간의 모든 냄새가 벤 그 방이 그립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소주를 숟가락으로 떠 계란에 붓던, 큰아버지의 그 조심스런 손길이 글비다. 어저면 인생이란 그렇게 속절없는 게 아닐까.

무슨 일로 심사 복잡한 날이면 고립된 우주 같던 큰아버지의 방이 떠오르고,큰아버지에게 술 한잔 대접하지 못한 게 마음에 얹히고, 위스키가 아닌 소주가 그리워진다.

위스키로는 달래지지 않는, 소주로밖에는 달랠 수 없는 어떤 슬픔이, 우리 민족에게는 있는 모양이다 - 105

간혹 신라호텔에서 마신 로얄살루트 38년산이 그립다. 그 뒤로 몇 번 더 마셔보기는 했다. 누군가가 구례로 들고 온 덕에, 그래도 역시 처음 마신 그날, 샥스핀과 함께했던 그날의 38년산이 최고였다.

다시 할 수 없어서, 다시 돌아갈 수 없어서 더 그립고 사무치는 것이 인지상정, 그래서 나에게 로얄살루트 38년산은 영원히 다시 만날 수 없는 추억의 술이다 - 132

이런 젠장, 달팽이가 존나 빨라 봤자 얼마나 갈 수 있겠는가. 작가로서의 내 인생이 뻔히 보이는 것 같았다. 그날 존나 빠른 달팽이는 시바스리갈 700밀리 한 병을 다 비우고 꽐라가 되었다.

가관이었겠지만 뭐 괜찮다. 아무도 보지 못했으니까. 유일한 목격자인 A는 맥주 세 캔에 취해서 나보다 빨리 기억이 끊겼고, 내 기억도 끊겼으니, 뭐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쿨하게, 어디에 가닿건 존나 빨리는 달려보자. 그게 그날의 결론이었다 - 164

히비끼 30년산은 묘한 술이었다. 부드러운데 향은 매우 강했다.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단맛이 부드럽게 혀를 감쌌다. 그날의 분위기와 묘하게 어울리는 맛이었다.

치과의사가 무서웠다는 야쿠자, 유부남 꼬봉과 임신한 딸아이 때문에 주먹 대신 돈 보따리를 안기는 야쿠자, 인간 세계의 밖에 있을 것 같던 그도 결국은 인간이었다.

어쩔 수 없이 꼬봉을 이혼시켰지만, 덕분에 그의 딸은 탈 없이 애아빠와 살게 되겠지만, 그게 속상해 위스키를 물잔으로 원샷하는 그가 나는 어쩐지 이웃집 아저씨처럼 친근했다.

한쪽에서는 야쿠자인지 뭔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나이들이 근엄한 모습으로 얼굴도 본 적 없는 친구의 아버지 제사를 모시고, 한쪽에서는 야쿠자 아저씨가 딸과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히비끼를 물 마시듯 마시고, 그 풍경이 강하면서 부드러운 히비끼와 참으로 절묘하게 어울리는, 오사카의 첫 밤이었다 - 174

인터뷰의 마지막 날, 그의 아들이 스낵이라는 곳에서 술을 샀다. 스낵은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룸살롱, 그러나 우리나라와는 달리 개방된 카페 같은 곳이었다.

자리마다 여자들이 접대를 한 다는 것만 비슷했다. 누구의 제안이었는지 그날은 위스키 대신 아와모리를 마셨다. 40도가 넘는 일본 소주였다.

안동소주 맛과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 캬, 하고 몸을 떨면서 나는 A의 눈빛을 떠올렸다. 사람을 꿰뚫어 보는 듯한 A의 눈빛은 지독이 외롭고 고독했다.

시장에서 순대를 파는 엄마에게 가게를 하나 내주고 싶었다는 십 대의 A는 아직 그런 눈빛이 아니었으리라. 짝사랑 하는 조선 여자애의 치마를 들추는 일본애의 면상에 주먹을 날리며 A의 눈빛은 단단해지기 시작했을 테지.

A가 건너왔을 그 무참한 세월이 안타까워 나는 쓰디쓴 아와모리를 연거푸 들이켰다. 다시는 아와모리를 마시고 싶지 않다. 다시는 A를 만나고 싶지도 않다. 쓰라림은, 슬픔은, 저만치 두고 나는 벚꽃 분분히 흩날리는 이 봄처럼 가볍디가볍게 떠돌고 싶다 - 183

술이 들어가고 말은 차츰 사라졌다. 누군가는 뚫어져라 모닥불을 쳐다보고, 누군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누군가는 끝도 없이 펼쳐진 초원을 바라보았다.

그저 고요히 술을 마셨을 뿐인데 잠자러 들어갔던 사람들이 하나둘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그들도 우리 곁에 털썩 주저앉아 말없이 술을 마셨다. 그들도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그들에게도 이런 순간에는 약간의 알코올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들과 우리는, 그러니까 그냥 우리는, 그날 알코올의 힘을 빌려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하거나 잠시 우주의 일부가 되는 경이를 경험했다. 새로운 별들이 떠오르고, 달이 초원을 가로질러 달리고, 술이 천천히 우리의 혈관을 게우고, 모닥불은 사위고, 그렇게 초원의 밤이 깊어졌다 - 208

그도 나도 식사를 반 넘게 남겼다. 식사하는 내내 그는 밝게 웃었다. 조용한 식사가 끝났고, 그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정도의 외출도 힘에 부칠 만큼 쇠약한 상태였다. 그는 들고 왔던 작은 쇼핑백을 건넸다.

"Redbreast for you" 그는 가볍게 나를 안고 나서 내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Meeting you was greatest delight of my life" 대충은 알아들었다. pleasure나 happy와는 격이 다른 듯한 delight라는 표현이, 영어도 모르는 문외한인 주제에 어쩐지 마음에 걸렸다.

우리에게 시간이 좀 더 허락되었다면 그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그와의 만남이 내 인생의 delight가 될 수 있었을까? 평생 몸담았던 교정을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그는 뒤돌아보지 않았고, 걸음을 늦추지도 않았다 - 216

아이리스 위스키를 마실 때마다 이미 세상에 없는 그가 떠오른다. 우리는 그때 잠깐이나마 서로 사랑했을까? 내가 붉은 가슴으로, 뜨거운 가슴으로 다가갔다면 우리는 사랑할 수 있었을까?

아쉬울 때도 있고,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될 때도 있다. 어느 쪽이든 이제 그는 없다. 그가 준 레드브레스트도 없다. 다시는 레드브레스트를 마시고 싶지 않다 - 218

나는 아직도 할머니 편이다. 술이 소화제라는 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술꾼이라도, 알코올중독이라도, 나처럼 날씨라든가 실연이라든가 이따위 핑계를 댈 수 있을 뿐이다.

술이 소화제라는 명언은 정말 술 덕분에 얹혀 있는 무엇인가를 쑫 내려본 경험이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다. 할머니의 마음에 얹혀 있던 게 무엇인지 영원히 알 길은 없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까. 할머니가 자신의 제사상이나 받으러 와ㅏ서 겨우 술을 마시겠구나 싶으면 안타깝다. 나라도 소주 한잔 올리고 싶은 심정이다 - 241

영태의 술은 운전할 때가 아니라면 아침도 낮도 가리지 않는다. 하늘이 고우면 고와서, 바람이 스산하면 스산해서, 노골노골 땅이 녹는 초봄에는 마음이 노골노골해서, 비가 한줄금 긋고 지나가면 맘이 괜시리 착잡해서 마신다.

어느 봄날 우리 집 개 호랑이가 주인집 닭 백 마리를 순식간에 학살한 날. 백 마디 닭의 사체를 치우고 온 영태는 마음이 심란해서 안 되겠다며 그 찬란한 봄날, 내내 소주를 마셨다.

백 마리 닭의 기구한 죽음과 보기 드문 대전투에서 승리한 호랑이의 전율과 앞다투어 피어나는 봄꽃들과 섬진강 쪽에서 물의 냄새를 품고 흘러온 고요한 바람과 말없이 오래 앉아 있으면 바위인가 싶은 고창 농부와 그걸 바라보는 나와 물인 듯 술인 듯 술술 들어가는 소주와, 참으로 오묘한 봄날이었다 - 280

답을 찾을 때도 있고, 못 찾을 때도 있다. 찾으면 유레카!를 외치며 축배를, 못 찾으면 연구과제가 생겼으므로 축배를 든다. 우리 집 술자리에서 참으로 많은 발견이 있었다.

많은 친구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상처를 드러내며 울고, 자기를 넘어서기도 했다. 알고 보니 상처 없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에게 술은 자신의 상처는 물론 치졸한 바닥까지 드러낼 수 있게 하고, 그로 인해 사람과 사람의 사이를 친밀하게 좁혀주는, 일종의 기적이다.

술 없이 이토록 솔직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나는 그만한 용기가 없어 술의 힘을 빌 뿐이다 -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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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 경제 영재를 만든 엄마표 돈 공부의 기적
이은주.권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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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이은주


14살 아들 권준과 7살 딸아이의 엄마로 스무살 당시 뉴스 기상캐스터로 방송을 시작으로 여러 프로그램 MC, 아나운서, 라디오 진행을 맡았다. 현재 제주도에서 레저 체험 관광지 '성읍랜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국 곳곳을 다니며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쭈니맨(권준)


현재 14살로 구독자 1만 4100명에 달하는 '쭈니맨'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다. '쭈니맨'을 통해 초등학교 시절 주식 투자를 했던 과정과 수익률을 공개하며 입소문이 나면서 국내 언론은 물론 영국 로이터통신, BBC에 소개된 바 있다. 유튜브 운영뿐만 아니라 '주니와우몰'이라는 스마트스토어 쇼핑몰을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개그맨, 방송MC, 투자가가 꿈이다.


※'열네 살 경제 영재를 만든 엄마표 돈 공부의 기적' 책에서 나오는 주제


*열네 살 경제 유튜버, 주식 투자의 비밀

*생산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하라

*작은 돈, 큰 돈이 따로 없다

*부모는 아이의 꿈 매니저

*성적보다 상상력이 아이를 부자로 만든다

*성장하는 부모, 더 성장하는 아이


※하고 싶은 이야기


13살, 초등학교 6학년에 자본금 3,000만원으로 주식 투자를 하여 월 수익 150만 원을 만든 쭈니맨, 심지어 나와 같은 지역에 사는 제주도 어린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놀라움과 함께 한편으론 "집이 부자라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을까?"라는 의구심을 들게 했다.


하지만 중학생, 고등학생도 아닌 초등학생이 부모님의 도움없이 주식 투자를 시도했다는 내용을 보고 어린이가 어떤 관점을 가지고 수익 창출을 했는지 궁금했었는데, 쭈니맨의 엄마이자 저자 이은주 작가의 책 '열네 살 경제 영재를 만든 엄마표 돈 공부의 기적'이 출간됐다는 소식을 듣고 집에 책이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읽어봤다.


준이는 7살 때부터 부모님의 사업장에서 미니카 사업을 시작으로 12살 때는 자판기를 통해 음료수를 판매했다. 이 또한 부모님의 제안이 아닌 쭈니맨의 아이디어로 시작됐고 직접 사업계획서까지 작성하기도 하며 일반 사업장과 마찬가지로 끊임없는 토론을 거쳐 진행했다.


부모님의 사업장인 '성읍랜드'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여행객이 많이 찾는 곳인 만큼 아이들의 시각으로 부모님의 사업을 도우며 경제 활동을 꾸준하게 이어나갔다.


부모님 지원없이 본인의 용돈 40만 원으로 시작했던 미니카 사업은 초반에는 잘 됐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매출이 늘어나진 않았다. 이에 쭈니맨은 미니카 체험을 할 수 있는 트랙 경기장을 만들었고, 일반 모터보다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모터를 따로 판매하는 등 아이디어를 통해 직접 도전하며 사업을 이어가며 현재도 진행 중이다.


개그맨이자 방송MC가 꿈이기도 한 쭈니맨은 어렸을 때부터 유튜브 방송활동에 도전했으나 남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번 실패를 맛봤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실패를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으면 현재는 1만 4천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해 추가 수입을 창출 중이기도 하다.


쭈니맨은 2021년 1월 25일 언론사 한국경제TV 기사를 시작으로 이데일리, SBS, 영국 로이터통신, JIBS, 조선비즈, 뉴스1, TV조선, 아리랑TV, 머니투데이, MBN, EBS, 한국경제신문, 영국 BBC, 조선일보 등을 통해 인터뷰 및 방송을 했으며 유튜브 채널인 '존리 라이프스타일 주식'에 출연할 정도로 이미 유명인이다.


쭈니맨의 어머니인 이은주 작가는 아이의 경제관념을 키워주기 위해 이전에는 해보지 않았던 다양한 도전을 시도했다. 단순히 돈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쭈니맨의 유튜브를 할 수 있도록 직접 6개월 동안 영상편집을 배웠고 온라인 쇼핑몰 운영에 필요한 공부를 하기도 했다.


준이는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아이이기도 하다. 산만한 성격으로 학원과 과외에서 쫓겨나기도 했지만 학교에서 진행한 바자회에서 돈을 벌어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기부했을 뿐만 아니라 '주니와우몰'이라는 스마트스토어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라이브커머스 쇼호스트로 나서며 흑돼지를 판매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부모님인 이은주 작가님의 응원 아래 시도할 수 있었는데, 보통의 부모님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직접 성공과 실패를 경험할 수 있도록 책임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현 시대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었다.


'열네 살 경제 영재를 만든 엄마표 돈 공부의 기적'에는 단순히 쭈니맨의 성공스토리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유아기 시절부터 현재까지 직접 경험하고 도전했던 쭈니맨의 이야기를 상세히 말해주면서 평생을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돈과 경제 관념'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방법을 소개한다.


나같은 경우에는 아직까지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없지만 '열네 살 경제 영재를 만든 엄마표 돈 공부의 기적'을 읽으면서 그가 사업을 할 때의 마인드와 도전 정신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유용했으며 현재의 내 직업을 지금보다 더 발전시키기 위한 고민도 하게 됐다.


여러 언론사에 따르면 MZ세대를 넘어 2010~2020에 태어난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는 현재의 어른들보다 훨씬 가난한 세대가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그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는 인공지능이 대부분의 직업을 대체할 것이고 지금보다 물가 상승률이 더 높아질 것이며 저출산으로 인해 개인당 국가에 내야 하는 세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보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라면 하루라도 빨리 경제 공부를 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기 전 들었던 의구심인 "부자라서 할 수 있던 거야", "코로나로 인한 주식하락장에서 운으로 돈을 번 거야"라는 생각은 결국 착각이었다. 아무리 돈이 많은 부자든 주식하락장이든 상관없이 지금의 쭈니맨이 유명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 부모님과 함께 아이디어를 토론하고 직접 시도했던 쭈니맨의 이야기는 책을 읽으면 누구나 공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열네 살 경제 영재를 만든 엄마표 돈 공부의 기적' 기억하고 싶은 구절


준이는 경제 전문가도 주식 전문가도 아니다. 엄마인 나 역시 마찬가지다. 어린 나이에 스스로 주식에 투자하고 성과가 남달랐다는 것은 화제에 오르내릴 만하지만, 아이를 주식 투자의 고수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해다.


다만 준이의 주식 투자가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진 경제활동이 아니라는 사실은 독특한 점이라고 자부한다. 아이는 다섯 살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만의 작은 사업들을 시도하며 꾸준히 용돈을 벌어서 모아왔다. 주식 투자는 그것들 중에서 한 갈래일 뿐이다 - 11


나는 경제 근력을 키우고 법적 성년에 진정한 경제적 독립을 이루어 성인으로 자립하는 것은 아이가 자기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되리라고 믿어왔다. 준이가 다섯 살 때부터 일상 생활에서 다양한 경제 교육을 시도하면서 아이가 직접 경제활동을 경험하도록 유도한 것은 그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에게 최고의 경제 교육 현장은 부모가 다양한 경제활동을 꾸려가는 실제 생활 현장이기도 했다. 아이가 실질적으로 배워야 할 것은 학교 책상 앞이나 경제 교과서 속이 아니라 바로 거기에 전부 있기 때문이다. 평범한 장난꾸러기 아이를 세계가 주목한 '초등 주식 투자가', '경제 유튜버 쭈니맨'으로 어떻게 성장했는지 내가 실제로 아이에게 적용한 일상생활 속 경제 교육법을 이 책에 담았다 - 12


나는 주식에 투자해본 적도 없고, 주식에 대한 관심도 전혀 없었다. 주변에 주식을 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게다가 지금껏 살면서 주식으로 망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어도 흥행다는 이야기는 별로 들어본 기억이 없었다. 더구나 이제 겨우 초등 6학년인 아이가 '주식'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갑자기 투식에 투자하겠다니, 정말로 기가 막히고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 26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이라면 다 알고 있는 너무나 평범한 말이 떠오르지 않느가?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라는 이야기 말이다. 앞으로 주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을지라도 이미 충분히 떨어졌으면 그쯤이 무릎이든 허벅지든 들어갈 시점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욕심이 소박해서 만일까?


그조차 시도하지 못한다면 작은 것도 얻지 못한다. 주식 투자든, 어떤 운이든 자기 현실로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그 판에 뛰어드는 실행력 자체다. 말장난으로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가 된다지만 그것이라도 되면 다행이다. 실제로는 아무것도 안 된다 - 36


10대 혹은 그 이전에 경제적 경험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고 모두가 준이처럼 어릴 때부터 주식 투자를 해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어린이 주식 투자가에게는 '여유 자금으로 오래도록 묵혀두기'가 가능하다는 확실한 장점이 있으므로 그게 뒷받침될 수 있다면 권할 만하다.


주식 투자의 또 다른 좋은 점은 세상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자기 돈이 투자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세상의 움직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진다. 주식 자체에 대한 공부를 넘어서서 환율, 달러,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국내외의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변화, 세계의 이슈 등 세상으 급속도로 변화하는 뉴스에 폭넓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러면 '경제'와 '사회'도 더 이상 책상머리에서 글로만 배우는 학과목이 아니다. 자기 삶과 아주 민감하게 이어져 있는 생생한 공부가 된다 - 39


주식 투자와 유튜브, 세계 언론의 주목과 공중파 방송 출연, 그리고 이 책의 출판까지 아이에게 생겨나는 호사들이 단박에 우연히 이루어진 일은 절대 아니다. 우연한 행운처럼 보인다면 그것은 잔잔한 수면 아래에서 벌어지는 백조의 발버둥질은 보지 못하고 수면 위의 그럴듯한 모습만 보아서다. 우리로서는 오랫동안 준비하고 실행하고 실패하며 꾸준히 도전해온 노력의 결과물이다.


우연이고, 어쩌다 벌어진 일이라면 그 성공 경험은 다른 사람에게는 물론 자기 자신에게도 아무 가치가 없다. 특히 누군가 거둔 성공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가치 있는 경험이 되려면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따라 할 수 있어야 한다 - 58


돈 걱정 없는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스스로 살아갈 경제력을 갖추지 못하여 부모에게 의존하며 직업이나 결혼 등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부모의 의견에 좌지우지당하는 경우는 꼭 드라마 속에만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더욱 큰 무제는 실상 이런 걱정조차 일부의 배부른 근심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의 세대는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취업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자기 집 마련은 꿈꿀 수조차 없어서 연애와 결혼과 출산마저 포기한다는 이야기가 진작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다.


초고속으로 진행되는 노량화로 한 사람이 책임져야 할 노인의 등짐 가득한 시대가 코앞이다. 등짐을 감당할 능력은 고사하고, 늙은 부모의 육아낭에서 기어 나오지도 못하는 유약한 성년이 많은 미래는 모두에게 불행이다. 연금 못지않게 자녀가 자립적인 성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경제 교육을 제대로 시키는 일도 부모의 중요한 노후 준비다 - 65


몇 년 전에 준이가 동전 크기별로 칸칸이 분리되어 저금되는 돼지 저금통을 떠올린 적이 있다. 그 작은 아이디어 하나에도 귀 기울이고 깔깔대면서 나눈 이야기들을 정리하여 특허라는 결심을 만들어냈다. 실제로 우리는 칸칸이 저금통 디자인 특허를 2개나 획득했다.


그 후로 준이가 아이디어를 내면 나는 무조건 곧바로 정리해서 변리사에게 이메일부터 보낸다. 솔직히 변리사가 귀찮아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의 미래를 위해 보물이 될지도 모를 아이디어를 확보해두는 일이라 미안함을 무릎씁고 바로 즉시 실행한다.


특허 이외에도 준이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명인 '쭈니맨'을 본인 명의로 상표권 출원 등록을 해놓았다. 자신이 열심히 만든 콘텐츠와 미래의 사업을 위해서 미리 상표권을 등록하는 등 자기 것을 지키는 게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알려줬다. 이렇게 진짜로 세상에서 능숙하게 살아가는 공부를 하나하나 해나가는 과정에서 아이가 느끼는 재미가 쏠쏠하다 - 100


수입 파이프라인은 사업하는 어른들만의 화두인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나는 준이에게도 이 조언을 들려준다. 돈 버는 능력을 갖추되 그게 한 가지여서는 안 된다는 것까지 알려주는 것이다.


준이도 스스로 깨닫고 있었다. 코로나 위기로 자신의 미니카 판매점 판매가 중단되고, 단체 관광객이 찾아오면 많은 매출을 올리곤 했던 자판기 음료수 판매도 중단된 것이다.


음료수 자판기인 경우, 이런 상황에서도 전기세는 고정적으로 지출되고 있다는 문제까지 알게 됐다. 준이가 돈 버는 방법을 다양하게 구사하고, 최근에 주식 투자까지 시작한 것도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 104


제주 흑돼지고기 파냄는 2020년 9월 초, 추석 2주 전에 시작했다. 그날 새벽에 잡은 흑돼지고기를 오전 11시에 배송해서 '새벽 흑돼지'라고 이름을 정했다. 우리 돼지고기는 배송받은 후 이삼 일 후에 먹으면 숙성되어 더욱 맛이 좋다. 다행히도 주변 지인들이 많이 구매해줘서 추석 시즌 매출이 500만 원이나 되었다. 그러나 지인 찬스 효과는 두 달이 지나자 어느 정도 끝났다.


대신에 주변 인플루언서들이 자기 블로그에 많이 올려주면서 고객들이 천천히 늘어났고 단골 고객도 생겼다. 내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준이의 유튜브 채널에도 전부 '주니와우몰' 링크를 걸어놨다. 어디로 들어오든 '주니와우몰'을 볼 수 있도록 연결해둔 것이 시너지 효과를 낳았다. 그렇게 스마트스토어 오픈 4개월 만에 드디어 파워 등급에 올랐다. 설 명절에는 엄청 팔려 나가서 하루 매출 300만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 110


라이브 커머스는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방송할 수 있다는 것이 아주 큰 장점이다. 한라봉을 판 적도 있는데 그때는 한라봉 창고에서 주문받은 한라봉 박스를 포장하다 말고 방송해서 많은 판매고를 올렸다.


라이브 커머스 판매 방송을 하기 위해 쇼호스트의 스피치 공부를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쇼호스들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면서 구매를 유도하는지 꼼꼼히 둘러보고, 꼭 전해야 할 내용을 종이에 적어둔 뒤 체크해가며 방송을 했다. 무슨 일이든 우선 부딪히다 보면 그 안에서 나만의 방법이 생기기 마련이다 - 113


간단한 영상을 편집하는 데 가장 편리한 방법은 스마트폰으로 하는 것이다. 유튜브와 책의 도움을 받아가며 6개우러 동안 영상 편집을 혼자 공부했다. 그렇게 공부하다 보니 실력이 점점 늘어서 나중에는 '스마트폰 하나로 영상을 편집하는 방법'을 강의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실제로 어느 기관에서 6주 과정으로 강의 요청을 받기도 했다. 다른 일들로 다양해서 그 요청을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아들의 꿈을 따라가다가 나도 앞서가는 사람이 된 것이다 - 120


남들의 눈에는 주식 폭락장에 갑자기 나타나서 누가 투자해도 나올 만한 수익률을 자랑하는 벼락 스타로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준이가 주식으로 성공하기 이전에, 그리고 자신의 주식 투자 성과를 알린 영상을 '쭈니맨'에 올리기 오래전부터 길고 꾸준한 경제활동을 해왔다는 것, 그리고 중단 없는 시도를 포기하지 않고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왔다는 것을 세상이 알아주면 좋겠다.


"아들아, 포기하지 마, 매일매일 꾸준히 고민하고 실행하다 보면 지금보다 더 반짝반짝 빛날 날이 분명히 올 거야, 너는 할 수 있어" 나는 오늘도 준이에게 긍정적인 동기부여를 계속하고 있다 - 123


아이들이 돈에 관심을 갖고 돈 걱정을 하게 하는 건 순수한 동심을 오염하는 일이라고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러울 때가 있다. 돈을 효과적으로 쪼개어 쓰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작은 물건 하나도 가격 비교를 거쳐 가성비를 챙기며 실속있게 구입하고, 떄로는 가계 수입이 부족해서 생활비를 줄여야 하는 부모의 일상적 수고를 아이들이 알면 절대 안 될까?


돈 걱정은 아이들에게 해롭기 그지없어서, 부모가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아끼며 쓰든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기만 하면 될까? 그것이 진정 아이들을 위한 길일까?


유년기의 가난을 겪은 부모들은 특히 돈 이야기를 뱀 피하듯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서 본인이 돈에 대해 관심이 있든 없든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치고 돈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행복은 돈만으로 꿈꿀 수 없지만, 돈 없이 완전한 행복도 누리기 힘든 것이 엄연한 사실 아닌가,


"돈에는 작은 돈, 큰 돈이 따로 없다" 이것이 내가 늘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다. 작은 돈을 아낄 줄 아는 사람이 큰돈을 만들 수 있고, 그 큰돈을 능숙하게 다룰 줄 알게 된다. 이익이 크게 날 일을 두고도 작은 투자금이 없어서 눈앞의 기회가 얼음처럼 녹아 사라지는 것을 안타깝게 바라봐야 하는 일이 얼마나 흔하게 일어나는가? - 132


나는 여러 경제활동을 통해서 자산을 불려가는 과정이 너무나 즐겁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은 내 자산을 점점 크게 만드는 것이고, 이 일은 나에게 취미다. 장사를 사업으로 발전시키고, 수익 파이프라인을 여러 가지로 구축하기 위해 분산 투자하며, 큰 위기가 찾아와도 흔들리지 않는 경제 상태를 만드는 것, 100세 시대에 든든한 노후를 위해 고생스럽더라도 젊을 때 집중적으로 자산을 형성하고 재테크하는 것,


그리고 나의 경제활동 현장에 아이들과 함께 다니며 생생하게 가르치고 내가 겪으며 알게 된 노하우들을 단계별로 공유하는 것이 나한테는 아주 즐겁고 중요한 일이다. 경제활동을 즐겁고 중요한 일, 바로 이것이 준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경제활동의 기본적 정서다 - 141


모든 거래에서는 사후 관리가 따른다. 소비자나 구매자들의 불만에 스스로 대처할 능력이 있어야 장사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스스로 물건을 팔았으니 구매자의 불만까지 스스로 해결해보라고 두었다.


아이는 배터리만 살 수 있는지 드론 제조사에 전화를 걸어서 열심히 구매 여부와 가격을 알아보고 그 사실을 구매자에게 알리느라 부산을 떨었다. 그러나 결국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으로 흥건해진 얼굴을 하고 방에서 나왔다 "무조건 환불해달래서 결국 환불해주기로 했어요" 자신이 파는 물건의 특징과 결함에 대해서는 구매자에게 명확히 잘 알려야 한다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뼈저리게 경험한 셈이다.


거래를 서두르다 보면 꼭 실수를 하게 된다. 팔 때도 그렇지만 살 때도 마찬가지다. 사업을 하다 보면 어떤 일은 비일비재하기에 부모가 나서서 해결해주는 것보다 아이 스스로 느끼며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도 아주 값진 경험이다. 이렇게 열세 살 준이는 CS라는 고객 서비스를 배웠다 - 151


엄마가 말렸는데도 혼자 도전해본 첫 사업의 기억은 쓰라렸다. 현재도 준이의 도마뱀 분양 사업은 진행 중이지만 시작이 좋지 않아서인지 전혀 재미를 못 보고 있다. 아이 스스로도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라고 말했는데 아마도 거의 처음 맛본 실패였을 것이다.


"네가 잃어버린 기회비용도 꼭 생각해봐야 할 거야" 34만 원이라는 돈의 기회비용에 대해서도 다시 설명해줬다. 도마뱀을 사지 않았더라면 그 돈으로 할 수 있었던 다른 일도 많으니까 말이다. 아이가 그 문제를 깊이 생각해주길 바랐다. 돈을 쓰기 전에 반드시 여러 경우의 수를 두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뒤 현명하게 소비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으리라 믿는다 - 155


성공적인 매니지먼트를 위한 키워드는 바로 '스토리'라는 점이다. 아이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스토리'를 쓰도록 도와줘야 한다. 나만의 스토리는 유일무이하고 대체가 불가능해야 한다. 이때 꿈 매니저인 부모가 해야 하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


내 아이만의 스토리 방향이 잡혀서 아이가 그와 관련된 경험과 활동을 쌓아가고 있다면 내 아이라는 브랜드의 성장 과정을 부모가 세세히 '기록'하고 세상에 널리 알려야 한다.


기록은 대단한 힘을 갖는다. 나는 내 사업 이야기와 육아 이야기를 블로그에 꾸준히 포스팅해왔다. 기록해두지 않으면 소중한 경험의 순간들이 금세 잊히고, 무엇보다 이런 기록들이 필요한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 183


자식 사업은 하나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과 똑같다. 상품을 잘 만들어 그 스토리를 기록하고 브랜딩하여 세상에 널리 알리고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 그리고 상품의 가치를 계속 업그레이드하면서 발전시키는 것이 아주 비슷하다.


우리가 한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그 회사를 분석하고 미래 가치를 예측하여 투자하는 것처럼 나는 '권준'이라는 기업을 분석하여 미래가치를 믿으면서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주식시장에 상장하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부모와 아이가 하나가 되어 환상의 호흡을 맞추며 손을 잡고 목표를 향해 간다면 아이라는 작은 기업은 점점 발전하여 규모가 커지고 가치가 높아져 곧 코스닥을 넘어서 코스피 시장에 진출하게 될 것이다. 부모의 투자가 성공적이도록 계속해서 함께 발전해나가는 것이다. 코스피 시장 1등을 향해서 - 184


나는 내 일터는 물론이고 다른 경제활동 현장에도 아이들을 데리고 다닌다. 아이에게는 자연스러운 경제 공부가 되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오늘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지를 물어보고 그날의 경제활동을 중심으로 나라면 어떻게 하겠는지 아이의 의견도 들어본다.


어릴 때 재테크를 실행하는 아이는 커서 부자가 될 수밖에 없다. 아이가 스무 살이 되어 성인으로 세상에 나간들 그때 돈을 벌고 굴리는 방법을 누가 거져 가르쳐주지 않는다. 돈 공부는 어릴 때 하루라도 빨리 부모가 집에서 시켜야 한다 - 188


학교에서 아이들 사이에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길 때마다 부모가 달려간다면 아이는 문제 해결 훈련을 할 기회를 잃는다. 이 또한 부모가 평생 아이의 뒷꽁무니를 따라다니며 대신 해결해줄 작정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자기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일찌감치 배울 수 있도록 아이가 힘들어 보여도 아이의 역량을 믿고서 응원하며 내버려두자. 스스로 한두 번 해결해나가다 보면 아이는 자신감을 느끼게 되고 점점 더 큰 문제들에도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 198


사업을 하면 세상의 새로운 트렌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업장의 경쟁 상대는 다른 승마참, 카트장, ATV장이 아니다. 관광객의 여행 일정에 우리 사업장이 들어가느냐 마느냐가 중요하기에 제주도의 다른 모든 사업장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경관까지 다 경쟁 상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출근길에 옆기로 새어서 아무 데나 평소에 내가 잘 다니지 않는 길을 따라가보곤 한다. 그 길에 인기 많은 카페가 있으면 들어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움직임을 관찰하며 그들의 입장이 되어 그들의 마음을 상상한다. 왜 이곳에 가게를 만들었을까? 손님들은 동네 사람인가, 관광객일까? 손님들은 어떤 경로로 이곳에 오게 됐을까? - 241


어릴 때 아이에게 독서 습관을 잘 들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나는 아이의 기질과 성향에 따라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요즘은 지식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가 정말 다양해졌다.


앞에서 얘기했지만, 나도 어릴 적에 독서를 즐기지 않았기에 아이한테도 어릴 때부터 반드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았다. 뭐든 본인한테 필요하면 스스로 찾아보게 되어 있다.


내가 목표한 것을 아주 빠르게 달성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 스스로에게 셀프 동기부여를 하는 방법인데 이를 준이에게도 알려줬고, 준이는 이 방법으로 어린 나이에도 크고 작은 성과를 만들어냈다.


가령 단시간에 책을 많이 읽고 싶다면 우선 다음과 같이 큰 목표를 설정하고 여기에 기간까지 정해준다 (목표 : 책의 저자가 되기, 실천 기간 : 2년)

나는 블로그 포스팅을 하루에 하나씩 한다. 준이는 일주일에 두 번씩 유튜브 영상을 업로드하기 위해 원고를 작성한다. 이 내용들을 모아서 2년 안에 책을 쓰고 저자가 되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이것이 스스로에게 확실한 동기부여로 작용한다. 내가 쓸 책의 주제까지 구체화하면 좀 더 전문적인 내용을 담기 위해 관련서들을 탐독하게 되고, 이는 내 생각을 풍성하게 다지고 보완하는 데 거름이 되어준다. 기간은 반드시 정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면 작심삼일로 늘어지기 쉽다.


그렇게 저자가 되고 나면 해당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 다른 많은 저자와 친분을 쌓으며 교류할 기회가 생겨날 것이다. 그것이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흥미로 이어지고 더 넓은 책의 세계로 이끌어 줄 것이다. 이처럼 책을 쓰겠다는 목표보다 더 부지런히 책을 읽으며 공부하게 해주는 셀프 동기부여 방법도 없다. 그 과정에서 차곡차곡 쌓이는 방대한 지식은 덤이다 - 247


부모가 새로운 것을 알지 못하면 아이에게 지적인 자극을 줄수 없다. 우리는 현재 오프라인 사업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메타버스에서도 성읍랜드를 운영하게 될지 모른다. 오프라인 사업만으로 버티기 힘든 시대가 왔다는 것은 이제 현실이다.


준이 세대에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사업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큰 자본을 들이지 않고 디지털 세계와 접목할 수 있는 사업을 해야 한다. 메타버스에서 준이가 물건을 판매하거나, 강연 혹은 노래를 할 수도 있다.


우리 레저 체험장이 메타버스에서 새롭게 오픈한다면 더 이상 단순히 말이나 카트나 ATV만 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세상 모든 레저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일 것이다. 거기에는 강연도 콘서트도 포함할 수 있으리라 -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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