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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평점 :
노벨상의 한 분야 속하는 노벨문학상은 1901년 프랑스 시인 쉴리 프뤼돔 수상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매년 이어지고 있다. 2023년에는 노르웨이 희곡 작가 욘 포세가 선정됐고 수상 이후 온라인 도서 쇼핑몰에는 그가 쓴 작품이 하나둘 출간됐다.
평소 책에 관심이 많고 그만큼 도서를 많이 구매하지만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하여 따로 찾아보거나 하진 않았으나 평소 북유럽 작가의 소설에 관심이 있었고 문학상을 받은 작품은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궁금해 찾아보다가 장편소설 책 '아침 그리고 저녁'을 발견해 주문하고 읽었다.
2023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쓴 욘 포세는 1959년 노르웨이 헤우게순에서 태어나 1983년 당시 장편 소설 '레드, 블랙'으로 데뷔 후 1989년에 쓴 '보트 창고'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다.
이후 '병 수집가', '납 그리고 물', '멜랑콜리아', '저 사람은 알레스', '잠 못 드는 사람들', '올라브의 꿈', '해질 무렵'을 발표했고, 1994년에는 첫 희곡 작품인 '그리고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으리'를 발표하여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췄다.
여러 작품을 발표하며 노르웨이 늬노르스크 문학상, 스웨덴 도블로우그상, 노르웨이 예술위원회 명예상, 브라게상 명예상, 스웨덴 한림원 북유럽 문학상, 국제 입센상, 북유럽이사회 문학상을 수상받았고, 2003 프랑스 공로 훈장, 2005 노르웨이 세인트 올리브 훈장을 수훈받았을 정도로 유명한 작가다.
욘 포세가 2000년 당시 출간한 책 '아침 그리고 저녁'은 2023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여러 도서 매체에 소개됐다. 총 페이지 135페이지로 장편소설이라기엔 짧은 편이지만 누구나 읽기 쉬운 문체로 번역되어 어렵지 않게 완독할 수 있었다.
'아침 그리고 저녁'은 일반 소설과 다르게 문장 끝 마침표가 없다. 책을 다 읽고난 후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10번 남짓 마침표가 붙은 문장이 있는데 마침표의 유무에 대해 찾아보는 것도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라 생각이 들었다.
작품 속 주인공은 노르웨이 어부의 아들인 요한네스로 책 초반에는 그의 아버지 올라이가 나온다. 아내 마르타가 요한네스를 낳고 있는 시점에서 아버지가 태어날 아들을 향한 묘사는 다른 책에서는 접해보지 못했던 문장을 나타낸다.
이후 2장에서부터 주인공 요한네스의 시점으로 내용이 전개되는데 홀멘이라는 섬에서 이미 죽은 아내인 에르나를 그리워 하는 늙은 어부로 살아가고 있었다.
이후의 내용은 스포일러가 있어 다 밝히진 못하지만 2023 노벨문학상 수상작 '아침 그리고 저녁'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한 사람의 인생을 135페이지에 녹여냈으며, 한 평생을 살면서 만나왔던 사람들을 떠올리고 생각하는 요한네스를 보며 후회없는 인생을 산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특히 책 후반 부분에 막내 딸 싱네와 요한네스가 서로 교차되며 말하는 부분에서 그가 얼마나 가족을 사랑했는지 알 수 있었고, 한 사람이 태어나 인생을 살고 가족과 친구를 만나고 죽어가는 과정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욘 포세가 쓴 다른 작품도 모두 찾아 읽어보고 싶었다.
2023 노벨문학상 수상작 책 '아침 그리고 저녁'은 초반을 제외하곤 어렵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 없이 읽을 수 있다. 책 뒤편에 옮긴이의 말을 읽으면 작품에 대해 더욱 상세히 알 수 있기에 읽을 만한 장편소설을 찾는다면 추천하고 싶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 (스포일러)
지금 이게 뭐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군. 오늘 페테르와 밖으로 나가 게방을 끌어올리지 않았나 그리고 꽃게를 팔러 시내에도 갔었는데, 하나도 팔지 못하고, 페테르가 안나 페테르센에게 선물로 꽃게가 가득 든 비닐봉지 하나를 넘겨준 게 다지,
그러니까 페테르가 봉지를 부두에 놔두고 왔고, 한참 후 그녀가 와서 가져갔지, 그들이 집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조금 지나서 안나 페테르센이 왔었지, 그 모든 일이 생생한데, 지금 내가 죽었다니 - 130
요한네스는 어부이며 에르나와 결혼했고 올라이의 아들이며 어느 순간, 일곱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고, 그중 한 아이는 할아버지처럼 올라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그외에도 이 책에서 열 번 남짓 마침표가 사용되는 순간들은 이렇다. 여느 때와 같이 잿빛인 하늘. 새벽의 추위. 만으로 내려가는 길. 아내 에르나가 죽은 뒤로 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나면 치받치던 욕지기. 커피. 담배. 브라운 치즈를 얹은 빵. 친구 페테르.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문장, 요한네스가 확실할 수 있는 것은 그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일상이다. 환각과 비슷한 상태에서 다가오는 죽음은 그가 살아오며 느끼지 못한 것들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확신했던 일들을 불확실하게 만든다 - 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