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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서툰 엄마 사랑이 고픈 아이 - SBS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이보연이 전하는 아이 사랑의 기술
이보연 지음 / 아울북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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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눈에 보이지 않죠? 하지만 신체 모든 감각을 통해 살아있음이 느껴지지요?
그것만으로도 이 아기는 엄마의 소유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임을 엄마에게 아빠에게 당당하게 전달하고 있는 거예요.”
출산을 두 달 앞두고 나간 임신출산교실에서 엄마가 되었다는 기쁨과 설렘만 가득했던 나에게 그 말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참 오랫동안 생각하게 하였다.

둘이서 시작된 가족의 울타리 속에 아이가 탄생하면 그 울타리 속에는 더 많은 이야기와 감정들이 오고간다. 곧 만나겠지 하는 기다림을 시작으로, 이렇게 요렇게 생긴 모습의 아이가 태어났으면 하는 기대와 바람을 꿈꾸며 열 달의 시간을 맞이한다. 막상 출산의 고통을 겪고 아이를 출산하고 나면, 그 어떤 것보다 건강한 울음을 터뜨리며 세상에 나와 준 것만이 세상을 다 얻은 듯 행복하고 그 무엇도 부럽지 않을 만큼 가슴 벅차다.
그런데 이 마음은 정말 하루도 채 가지 않음에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지 느낄 수 있다.
건강하다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쌍꺼풀이 있었더라면, 눈이 좀 더 컸더라면 하고 바라는 마음부터
나의 이런 점만은, 아빠의 이런 점만은 닮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따라 앞으로 무얼 가르치고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오직 나만의 욕심과 잣대로 아이의 앞날을 결정짓고 있는 나를 보면서 얼마나 부질없고 어리석은가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어떤 딸이었을까?
우리 엄마는 나에게 무엇을 바라며, 무엇이 되길 진심으로 바래오셨을까?
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엄마가 나에게 ‘공부 잘 해서 무엇이 되어라’라는 바람을 들어 본 기억이 없다.
엄마라고 왜 자식 넷을 키우면서 꿈이 없고 바람이 없었을까? 엄마는 소위 말하는 가방 끈이 긴 것도 아니고,  훌륭한 가정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오직 사랑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한 생활이 전부였다.
간식을 나눠주면서도 큰 놈 작은 놈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500원짜리 과자 한 봉지였고,
벌을 설 때도 똑같은 크기의 화분을 두 손으로 받치는 것이었으며, 물려 입는 옷이 신물 난다고 작은 놈이 투정부리기 전에 새 운동화와 새 옷으로 그 마음을 미리 달래주는, 그 마음이 자식 넷을 사회에서 제 몫을 해 내며 남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남는 사람으로 자라게 하였다는 것을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엄마의 자리가 얼마나 크고 소중한지, 엄마가 자식을 위해 얼마나 애써 오셨는지 그 노고가 더욱 감사하게 느껴진다.

아들로 태어난 동생의 그늘에 가려져 목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끊임없이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엄마의 마음을 먼저 달래주려고 하는 철이 너무나 일찍 들어 어두운 아이. 미정이.
미정이가 상담실을 오게 된 것은 엄마 아빠의 뜻이 아닌 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인한 억지걸음으로 시작되었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기에 상담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아빠의 반대에 부딪히고, 엄마는 얘만 아니었으면 아무 문제없는 집인데, 미정이로 인해 문제 있는 집이 되었으며, 아빠와 시댁으로부터 눈치를 받아야 하기에 상담실을 왔다는 자체만으로도 불만인 엄마는 상담 선생님에게 그 어떤 소리라도 들을까봐 돌아서는 발걸음이 분주하고, 시선 마주치기 조차 부담스러워한다.
그것은 미정이에게서도 똑같이 보여지는 모습이다.
아빠에게 한없이 순종하며, 싸움조차 하면 안 되는 줄 알며 살아왔다는 엄마와 아들이란 이유로 어른들의 사랑부터 모든 걸 쥐고 흔드는 남동생에게 주눅 들어 누나로서 단 한번 큰 소리 내지 못한 미정이는
아주 행복한 모녀 사이가 될 수 있었는데도 어린 시절의 상처와 함께 바로 앞에 떨어진 불똥을 끄기에 급한 엄마의 마음으로 서로 바라볼 뿐 다가서지 않는 모녀 사이가 되어 있었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상처를 표현하는 것조차 미숙하고 모양새 좋은 가족의 모습을 위해 마음속에 꼭꼭 숨겨두기에 바쁘던 미정이네 가족에게 미정이와 엄마의 변화는 사람 냄새 나는 가족의 모습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아주 행복한 결과라 하겠다.
엄마가 곁을 떠날까 전전긍긍하며 불안해하는 마음에서 무조건적인 이해로 엄마의 작은 관심과 사랑을 기대하는 미정이의 진심을 알게 되었을 때 엄마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어린 시절 자신이 가졌던 상처가 고스란히 딸 미정이에게 전달되었으며, 그러면서도 엄마에 대한 사랑만은 잃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하고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참고 참고 또 참았다는 사실이 상처투성이 엄마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도려내고 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엄마와 미정이는 서로를 가여워하는 마음이 사랑이었음을 알게 되었으며, 표현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정이의 상담치료 과정을 읽어내려 가면서, 미정이의 내면에는 무엇이 있는지, 꼭꼭 감추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해지면서 한편으론 그 문제점을 혹시 내가 내 아이에게 하고 있는 행동이나 마음 때문에 일어나는 결과는 아닐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기도 했다는 것이 솔직한 나의 마음이다.
미정이가 무관심에서 반항으로, 호기심에서 마음 열기의 과정을 거쳐 가며 진정한 미정이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그 어떤 순간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 그것이 엄마와 아이 그리고 가족이 행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전해준다.
미정이의 마음이 담긴 편지를 마지막으로 읽으며 베시시 짓게 된 미소와 희망으로 책장을 덮게 되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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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
스티브 비덜프 지음, 이승희 옮김 / 북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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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 』라는 제목을 본 순간 내가 읽어야, 읽어줘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 책에 대한 나의 첫느낌이다. 출산을 앞두고 10여 년 동안의 사회생활을 접으며 전업주부라는 새로운 이름표를 단지 횟수로 3년에 접어드는 나에게 완전한 내 편이 되어주는 책이라는 느낌에서 였다.


일을 원하고, 일을 하고자 하는 나에게 직장은 6개월이라는 꽤 긴 육아휴직을 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을 해 왔다. 많은 선배맘들은 백일까지만 엄마가 키우고 그 이후엔 조부모나 보모 또는 보육시설에 맡겨도 큰 지장이 없으니 직장에 나오라고 조언을 해 주었다. 다른 동료들보다 3개월이나 더 주는 육아 휴직을 포기하지 말라고, 가정에서 다시 사회로 나오기는 쉽지 않는 일이라는 말로 나에게 많은 갈등을 안겨 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과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를 두고 한 가지만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나의 갈등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기에 이르렀다.

그 때, 아빠라는 존재에 행복을 느끼며 출산의 그 날만을 기다리는 신랑은 나의 갈등을 완전히 해소시키는 고백을 해 왔다. 신랑을 출산하면서 건강을 잃으신 어머님은 어린 신랑을 데리고 병원을 다니시느라 아이의 투정을 받아줄 여력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투정을 받아주며 사랑을 베풀어주시기에 본인의 몸이 따라주지 않으셨다. 엄마의 사랑에 항상 목말라 있었다는 신랑은, 내 아이에게만은 엄마의 손으로, 엄마의 따스한 가슴을 느끼며 자라게 해 주고 싶다고 나에게 아이를 길러줄 것을 간곡히 부탁해 왔다.

나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만큼 아이의 탄생을 행복하게 기다리고 있었기에 내 일을 과감하게 접을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그러나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육아가 항상 행복하고 즐거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 전업주부들이 갖는 갈등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가정의 재정을 책임진다는 명목으로 육아에 소홀히 하는 아빠와 끊임없이 엄마에게 사랑을 요구하는 아이 사이에서 때로는 지치고,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 3년의 시간을 전업주부로 살아온 나이고, 현실이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말귀를 알아듣고, 배변 훈련도 되어 있으며, 22개월 정도 되었으니, 어린이집을 포함한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기고 다시 내 일을 시작해 볼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그 때마다 포기하는 것은 아빠가 아닌 엄마인 내 자신이다. 엄마인 내 품에서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깊은 잠에 빠진 이 아이를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맡겨, 팔은 내 아이를 안았지만 눈은 다른 아이를 바라보는 이에게 맡긴다는 것이 아직 내 마음속에서는 허락하지 않는다. 그리고 너무나 싫은 일이다. 나의 이 소중한 아이를 누군가 시간 때우기 식으로, 월급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만지고 애정을 쏟는 척 하는 것에 아직은 나의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 이런 나의 마음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으며, 나의 우려가 아이에게 얼마나 큰 배신감과 허전함, 그리고 불안감을 안겨주는지 실험을 통한 연구로 발표된 사례를 보여주기에, 지금 내 품에 안겨있는 내 아이를 3살까지 또는 좀 더 긴 시간을 엄마와 함께 하는 것이 엄마와 아이 그리고 아빠의 미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나의 생각에 행복한 육아로 새로운 시작을 하도록 든든한 응원가를 들려준다.


다시 일을 하고 싶다는, 이대로 있다가는 전업주부로, 아줌마로 눌러앉게 될까 두렵고, 언젠가 부딪혀야 하는 사화에 적응하지 못할까 하는 두려운 것이 솔직한 나의 마음이라 하더라도 내가 원하고, 내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에 배변 훈련 중 실수로 바지에 쉬를 한 아이에게 얼굴 하나 찌푸리지 않고 환하게 웃으면서 바지를 갈아입히면서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렇게 난 행복하게 내 아이를 안아주고 눈을 마주치며 오랜 시간 함께 하련다고 마음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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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아빠가 잠시 잊고 있었단다 - 늘 바쁜 아빠가 가슴으로 쓰는 편지
윌리엄 란드 리빙스턴 원작, 코하세 코헤이 글, 후쿠다 이와오 그림, 이홍렬 옮김 / 깊은책속옹달샘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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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가진 초보엄마입니다. 책 제목에서 말하는 아들은 없지만, 아들과 딸에게 공평하게 불리우는 이름 아빠. 2004년 초가을 예비 아빠의 대열에 선 신랑이 떠올라 자연스럽게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아이없이 단둘이 살자던 그가 두 돌을 바라보는 아이와 지내는 모습을 바라볼 때면, 만약 우리에게 딸이 없었더라면, 저 사람이 지금의 이 행복을 평생 모르고 살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딸의 사소한 손짓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딸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한글자 한글자 읽어내려가다 저도 모르게 울컥하고는 가슴이 메어지게 아려옴을 느낍니다. 배변 훈련이 힘든 과정인 줄 짐작하면서도 실수로 쉬를 하면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지고, 밥 안 먹겠다고 고개를 돌릴 때마다 '그럼 먹지 마. 그 대신 간식으로 우유 안 줄거야.'하고 엄포를 놓기 일쑤이고, 외출할 때마다 옷 안 입겠다고 도망가는 딸 아이에게 엄마 혼자 나가겠다고 겁을 주는, 5초만 생각하면 하지 않을 말 실수를 이렇게 매일 하고 있는 제 자신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일까요?

엄마가 좋아서, 책이 좋아서 엄마 무릎에 폭 안겨 있는 이 아이가 바로 내 딸이고, 아직은 너무나 작고 어린데, 난 이 아이에게 내 방식대로 하려고 많은 것을 요구해 왔다는 것을 정말 몰랐습니다. 아니 알았지만 내 성질이 못 이겨 닥달하고 보챘습니다.  이렇게 작고 어린 아이일 줄은. 목이 메어 책장이 안 넘겨지더니, 아이의 머리 위로 눈물이…

놀란 딸 아이가 고개를 휙 돌려 보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작은 손으로 얼굴을 매만지는 이 작은 아이, 나의 소중한 공주님을 가슴에 꼭 안았습니다. 그리고 다짐했습니다.

'잊지 말자. 내 아이는 아직 작고 어리다는 것을. 그리고 내 아이도 나와 같은, 나보다 더 멋진 미래를 꿈꿀 인격체임을.'

아이가 나에게 찾아왔을 때의 당혹함과 설렘. 아이가 처음으로 발길질을 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려왔을 때의 놀라움. 아이가 세상으로 나와 꼬물꼬물 거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의 행복. 그 순간들을 너무나 쉽게 잊은 건 아니었을까요? 아이가 짧은 시간동안 나와 가족에게 준 기쁨과 행복을 따지자면 내가 살아온 30년이라는 세월보다 많은 것을 나는 왜 이렇게 쉽게 잊고 있었던걸까요? 잊지 말아야 했는데, 부모의 욕심은 끝도 없다더니 더 많은 행복과 기쁨을 욕심내고 있기에 정작 소중하게 여겨야 했던 참된 행복마저 놓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난 딸 아이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었던 시간들을 반성하면서 또 다시 욕심을 가져봅니다.

정리하지 않아도 자기만의 상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신나게 노는 아이로 자랐으면,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가 퇴근하는 엄마 아빠에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친구들 앞에 자신있게 엄마 아빠를 소개하는, 엄마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아이로 자랐으면, 옷이 엉망이 되고, 운동화가 쉽게 닳더라도 자연과 친구가 되어 즐길 줄 아는 아이가 되었으면, 아빠 엄마의 꾸지람 속에서도 마음을 표현하여 아빠 엄마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어줄 줄 아는 아이가 되었으면 하고 말입니다.

아빠의 야단으로 얼룩진 하루였지만,  잠자리에 들기 전 아빠를 품에 안아줄 만큼의 사랑이 깊은, 책 속의 아들을 만나면서, 아빠의 반성과 눈물 속에 담긴 사랑이 아들의 마음에 충분히 닿았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고 마음이 한시름 놓입니다.

반성하고 후회하는 여러 날들 앞에 곧바로 생겨나는 욕심의 무게에 짓눌리는 엄마보다는 사랑으로 그 욕심을 뛰어넘을 수 있는, 표현에 인색하지 않는 엄마가 그리고 아빠가 되어보려 노력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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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아이 성격 부모가 만든다
노혜진 지음 / 무한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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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많은 이들의 축복의 눈물과 함께 세상에 첫 발을 내딛은 아이가 건강하다는  소리 못지않게 반가운 소리가 또 하나 있었다. “엄마 아기 O형이네요.” 하는 간호사의 말에 “정말요?” 나는 재차 확인한 후에 기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소심하기로 유명한 혈액형, A형을 가진 나와 신랑. 연애할 때도 부부로 살아가는 지금도 아닌 것 같으면서도 마음속에 꾹 담고서 스스로 괴로움을 자처하는 편이라 혈액형만이라도 조금 달랐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명랑하고 쾌활하다는, 혈액형별로 나뉜 성격이 100% 맞지 않다하더라도 O형이라는 소리에 출산의 고통을 잊을 만큼 기쁘고 행복했다.


아이가 뱃속에 있는 10개월 동안, 난 정말 큰 욕심과 많은 바람을 가진 엄마였다. 나와는 좀 다른 삶을 살았으면, 무언가 한 가지에 뛰어난 재능을 가졌으면, 키가 좀 컸으면 등 사소한 것부터 미래의 모습까지도 상상하고 바람대로 태어나 주기를 간절히 바란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내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고, 아이와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면서 간절하리만큼 바라던 욕심은 자연스레 사라져 자취를 감추었다. 나에게 모든 것을 맡긴 채 해맑게 웃는 아이의 미소를 보면서, 눈을 마주치며 편안한 모습으로 바라보는 그 눈을 보면서, 욕심내고 기대했던 그 마음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건강하게 태어나 이렇게 평온한 표정을 지어주는 아기에게 그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부터 난 내 아이에게 크고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 엄마가 되고 싶어졌다. 책을 가까이 하면서 힘겨운 이의 그늘이 되어주고, 당당하게 해를 향해 가지를 뻗어나갈 수 있는 자연을 닮은 아이로 자라날 수 있도록 곁에서 자연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 주는 엄마가 되고 싶어졌다.

이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내 마음이 너무나 편안해졌다. 느리면 느린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이가 하는 만큼에 행복하고, 배우는 만큼에 기쁨을 느끼면 된다는 것을, 그것이 엄마가 있어야 할 자리라는 것을 요즘 하나씩 배우고 느껴가고 있다.


나는 때때로 엄마가 아닌 인간이 되어 있다. 엄마로 아이를 대하면 즐겁고 행복하고 아이의 작은 손짓 몸짓하나에도 넘어갈 듯 웃음이 터져 나오지만, 엄마의 자리를 잠시 잊고 본연의 내가 되면, 아이의 작은 실수에 불같이 화를 내고, 엄마가 하려고 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도 확실한 판단이 서지 않는 아이에게 자꾸만 무얼 하라고, 하지 말라고 요구를 하고 있는 낯설지만, 이것이 진짜일지도 모르는 나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때로는 나의 지침에 이끌려 사소한 문제로 큰 소리를 내며 부부 싸움이라는 것을 하여 아이가 엄마 아빠를 향해 불안한 시선을 던지는 것을 보고, 이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되는데, 애 앞에서만큼은 하지 말아야 하는데 하는 뒤늦은 후회를 한다.

집을 찾아온 손님과 자리에 있지 않은 다른 사람의 실수를 확대해석하여 입에 올리기도 하고, 아이의 이유 있는 울음을 모른 척하면서 내 요구만을 강요하기도 하였다.

실수라고 하기엔 너무나 가혹한 행동들이 나의 아이에게 얼마나 큰 불안감과 불신을 안겨주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오늘 아이의 웃음을 보았다. 들었다. 그리고 느꼈다.

엄마의 작은 몸짓에도 넘어갈 듯 웃으며 행복해하는 아이를 보면서, 엄마가 아이에게 바라는 것이 작듯, 아이 또한 엄마에게 바라는 것은 정말 작은 것인데, 그것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나를 먼저 내세우고, 나를 중심으로 놓고 아이를 끌어당기려고만 했던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의 성격, 바로 엄마의 관심이고 아빠의 후원이 박자 맞추어 갔을 때 이루어지는 하나의 개성 넘치는 완성품이 아닐까 한다.

정답이 없는 아이의 성격을 내가 원하는 틀에 끼여 맞추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만들어가는 성격에 엄마 아빠의 끊임없는 사랑과 관심이 더해져 좀 더 세상을 넓고 깊게 볼 수 있는 가슴을 채워 주는 것이 책이 말하는 1등 성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오늘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내 아이는 내가 아니다. 그리고 나의 바람은 바람일 뿐이지 아이의 꿈이고 목표일 수 없다.

다만, 책을 좋아하고 자연을 닮은 아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만큼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아이의 웃음이 오래도록 입가에서, 마음에서 떠나지 않도록 지켜주는 것이 엄마와 아빠의 몫이라는 것을 말이다.

나는 이제 책이 되고, 자연이 되어 갈 것이다.

아이가 언제든 나를 바라보며 닮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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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이전의 자존감이 평생 행복을 결정한다
토니 험프리스 지음, 윤영삼 옮김 / 팝콘북스(다산북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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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나를 위한 온전히 나만을 위해 무언가 하는 것이 시간이나 정신적으로 사치라고 느껴질 만큼 여력이 되지 않는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며 나 자신을 버러고 살게 되었다.

'내 일을 하면 살아야지' '내 삶에 만족하며 살아야지' 하던 마음이 한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좋은 엄마가 되어야지'하는 마음으로 바뀐 건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엄마의 자리만, 아내의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내 마음을 헤어려 주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 준 것이 바로 '8살 이전의 자존감이 평생 행복을 결정한다' 이 한 권의 책이라는 것을 책장을 넘길 때마다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마치 누군가에게 나의 실체를 모두 보여준 듯한 느낌이다.

시중에 나온 많은 책들 중 한권인 육아서라고 생각하고 펼친 책은 그 동안 꽤 괜찮은 사람이 아닐까 했던 내 자신을 자존감이 무척 낮은 사람이며, 엄마로 추락시키고 말았다. 한 남자를 만나 가정을 이루면서 상대를 위한다고 상대에게 져준다고 했던 나의 말과 행동은 정작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닌 나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었고 그것은  상대에게 더 큰 상처를 주었을 뿐 아니라 갈등의 요소를 뒤로 감추게 하여 정작 풀어내야 하는 것이 무언지 조차 느끼지 못하게 하였던 것이다. 뒤로 물러난 갈등은 언제고 다시 고개를 들고, 그것은 항상 우리 부부 사이에 함께 존재하고 있었음을 그 동안 알지 못했다. 내가 모르고 살았던 내면의 것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면서도 아주 당연하게 너무나 뻔하다는 듯이 써 내려가는 작가의 말에 당황스러우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였다. 이렇게 난 '8살 이전의 자존감이 평생 행복을 결정한다'를 만났다.

그리고 희망을 만났다.너무나 모자라고 낮은 자존감을 가진 내가 '내가 좋은 엄마,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키워가는 엄마'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만났다.

자존감은 유전이 아니며,부모의 자존감에 영향은 받지만, 그대로 이어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노력하면, 그렇게 해 본다면 자존감이 높은 엄마가 부보가 되어,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실페을 드러나고도 내 자신에 대해 실망하지 않았던 보상이랄까, 작은 선물처럼 너무나 큰 기쁨을 만난 듯 뿌듯함을 느끼게 되었다.

내 삶 속에 들어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신랑과 딸                                                                                                  그 두 사람에게 난 늘 아내의 자리, 엄마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조금은 어설픈 완벽주의에 빠져 허우적거리느라 내 자신이 가족을 힘들어 하였다는 것을 알았다.

사랑하여 맺어진 가족이라는 이름표 아래 나는 너무나 많은, 모든 것을 얻으려고 했던 나를 돌아보았다.     말 안해도 알아주겠자, 이렇게 하면 나머지는 해 주겠지, 나의 속마음을 그는 이미 알고 있을 거야. 하는 지레짐작이 상대뿐만 아니라 나에게 얼만 많은 생채기를 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온다.

나는 이제 이렇게 살아보려 한다.                                                                                                                                  믿고 의지하려는 수동적인 삶을 살았던 나를 인정하고 긍정적인 생각과 말로 상대의 마음을 받아주며,        솔직하고 자신있게 나를 내보이는 또 다른 나를 자신있게 표현하며 살고 싶다.                                                  어색하고 쑥스러워 가슴에 담아 두었던 것들을 하나씩 표현하면서 나로 인해 신랑과 딸의 자존감을 높이는데 노력해야겠다는 아주 큰, 아주 행복한 실천을 해 보려한다.

자존감.

나 스스로를 사랑해야지 하면서 붙인 나의 닉네임 '이쁜 은재'

앞으로 나의 닉네임이 더욱 빛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실천하고 가슴 깊이 사랑하는

아내이고, 엄마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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