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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시와 같다.
기쁨이 무엇이냐 생각하면 기쁨을 전해 준다.
더 깊은 진실을 찾아 들여다볼 때도 생각거리를 준다.
꽃의 음악은 닫힌 귀를 열어주고,
꽃의 말은 눈을 멀게 한다.

다이앤 애커먼, 나는 작은 우주를 꿈꾼다 중에서


***   이제 곧 피어나 정원을 채우게 될 장미를 보며 이 글을 떠올리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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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울면서 집에 들어옵니다. 그러면 무슨 일이니, 누가 그랬어, 왜 우는데, 하기 전에 먼저 살펴봐야 할 게 있습니다. 먼저 언제부터 울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계속 울면서 왔는지, 울다가 그쳤다가 집에 와서 다시 우는 것인지, 아니면 꾹 참고 있다가 오자마자 울기 시작한 것인지를 살펴야 합니다. 그러려면 첫째, 눈물을 얼마나 흘렸는지, 눈에만 그득한지, 얼굴에 번졌는지, 손등까지 범벅이 되었는지, 먼저 흘린 눈물이 말라 버린 소금기가 하얗게 있는지 어떤지를 살펴야 합니다. 둘째, 울음소리가 어떤지, 목소리가 쉬었는지, 소리의 높낮이가 어떤지, 소리를 내는지 들이키는지, 흐느낌이 얼만큼 반복되는지 어떤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그러면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아파서 우는지, 억울해 우는지, 겁이 나 우는지, 서러워 우는지, 민망해 우는지 등등의 슬픔의 종류와 강도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 뒤에야 비로소 무슨 일인데, 누가 그랬니, 그만 울어라 하는 말 중에서 어떤 말을 써야 할지를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 김진송, 나무로 깍은 책벌레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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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28 2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비 2004-04-29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반가워요.^^
우리집 아이들은 툭하면 잘 울거든요. 그래서 제 맘에 이 글이 콕 박히더라구요.
근데 실천은 잘 안되요. 얼른 그치지 못해~~ 하고 소리만 지르죠.
 
나는 작은 우주를 가꾼다 - 어느 자연주의자의 정원 이야기
다이앤 애커먼 지음, 손희승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책을 받기 전에는 정원에 관한 책이기에 사진과 그림이 가득 있을 줄로 알았다.
정작 받아보니 글자만 빽빽해서 약간 후회를 하기도 했다.
사치스럽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그러나 손바닥만한 정원도 없는 나로서는 부럽기만한 지은이의 정원 가꾸기에 빠져들면서 사길 잘 했단 생각이 들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진 책을 봄부터 읽기 시작하다가 어느덧 여름으로 넘어가야 할 때
나는 다시 봄의 처음으로 돌아왔다. 
낮 기온은 30도에 육박하는 고온이라지만 아직 4월이고, 모란은 아직도 활짝 피지 않아 나의 봄은 이제야 시작이므로.....

요즘은 여름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 그때는 또 마음놓고 책장을 넘기며 여름정원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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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정원사 누리 - 누리와 함께 가꾸는 자연 정원 이야기
이창형 글, 최나미 그림 / 자연사랑 / 199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내고 점차 자라면서 큰 도시로 삶의 터전을 바꾸어야했던 사람들은, 언젠가는 시골로 돌아가서 살아야지 하는 바램을 마음속에 지니고 산다. 그러나 도시에 일터를 가지고 있고, 도시의 아파트 생활에 익숙하고, 농사를 지어 본 경험도 없기에 그것은 아마 영원히 이루어 질 수 없는 꿈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러나 도시에 살면서도 정원에 자연을 만들 수 있다면 그 꿈을 절반쯤은 실현한 것이 아닐까?

꼬마 정원사 누리는 그 꿈을 눈앞에 보여준다. 너무나 환상적이어서 지은이가 조경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었다면 설마 이처럼 정원을 가꿀 수 있을까 하는 의심까지 들 정도이다.

'어린 나비와 어린 꽃과 어린 나무와 어린 여러분을 위한 책'이라는 어른이 보기엔 몹시 서운한 구절이 있지만 자연을 벗삼아 살고 싶은 어른이라면 기꺼이 '어린'이를 자처하며 이 책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꼬마 정원사 누리는 참 이상한 책이다. 이 책은 현란한 색깔로 넘쳐나는 요즘의 다른 아동도서와는 달리 무채색이다. 그러나 이 아무 색깔이 없는 정원의 나무와 꽃과 나비가 너무나 아름답게 보인다. 그림을 그린 이는 정원에 사실적이고 화려한 색을 입힐 유혹을 이겨내어 색깔이 있을 때보다 더 자연에 가까운 정원의 느낌을 살려내었다. 비어있는 무채색의 정원 그림을 바라보며 거기에 마음의 색들을 자유로이 입힐 수 있다.

책을 읽으며 나는 꿈을 꾼다. 언젠가 누리의 정원 같은 야생의 섬을 만들고 나비와 개구리와 지렁이를 불러모으는 멋진 정원사가 되어 있는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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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생활의 방법
와타나베 쇼이치 지음, 김욱 옮김 / 세경멀티뱅크 / 1998년 12월
평점 :
절판


내가 정기 구독하는 잡지 중에 <인물과 사상>이라는 책이 있다. 그 책의 11월 호에 실린 최성일의 글 때문에 <지적생활의 방법>을 접하게 되었다. 최성일은 그 글에서 책을 권하는 릴레이를 말하면서 그 예로 <지적생활의 방법>을 들고, 본인이 이 책을 읽게되기까지는 세 명의 책 권하기 릴레이가 있었노라고 말하고 있다.

최성일 뒤로 이어지는 릴레이의 끝에 내가 서 있다. 그 글을 읽고 이 책을 샀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 서평을 읽은 누군가가 내 뒤를 이어 릴레이의 주자가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 말고도 최성일의 글을 읽고 그의 릴레이를 이어받은 내 친구도 있으니, 어쩌면 이 릴레이는 피라미드처럼 퍼지지 않을까.

<지적생활의 방법>은 나에게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곰곰이 생각해 볼 기회를 주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책은 내 행동까지 변화시켜버렸다. 학교를 다닐 때는 서술형 시험의 답안지일지라도 글을 써야했지만, 졸업한 이후에는 남에게 보여주는 글과는 담을 쌓았던 내가 지금 겁도 없이 모든 사람에게 공개되는 인터넷에 서평을 올리는 것이 그 증거다. 이 책에서 언급된 능동적인 지적 생활을 하려고 생각하니 가장 쉬운 길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이 책은 무난하게 누구에게나 받아들여질 수 있는 쉬운 주장으로 시작하고 있다. 우선 모르는 것이 있을 때 자기자신에게 솔직 하라는 말을 다시 새롭게 들려준다. 그것이 진정으로 알게되는 가장 중요한 자세라고. 그리고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으면 독서의 질이 높아지며, 그렇게 반복되는 독서에서 선택되는 책들이 자신만의 고전이 된다는 것이 그 것이다.

주문은 점점 어려워진다. 집은 좁은데 책이 넘치면 그 위에 이부자리를 깔고 잠을 자더라도, 돈이 쪼들릴 때에도, 무리를 해서라도 꼭 책을 사라는 것, 끊임없이 책을 사들여서 자신만의 장서를 갖추라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부끄러워진다. 나는 반복해서 읽는 책이 몇 권이나 되지? 누군가 집을 방문하면 내 지적 여정을 알아볼 수 있는 책으로 들어찬 책장은 가지고 있나?

그리고 이제는 책을 사고, 읽고, 얘기 나누는 수동적인 지적생활을 떠나서 글을 써서 발표하는 능동적인 지적생활을 하라는 주문에 이른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책이 더 많이 필요하다. 한 권의 책을 쓰는데는 50배, 100배의 책을 가지고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리되면 책이 엄청나게 많아지니까 서재가 아닌 도서관을 가지는 게 좋다 !

아, 나는 책장도 보잘것없는데, 도서관이라니.

그러나 때로는 나에게 다행스러움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여러 작가들이 글을 쓰는 방법을 언급한 대목이다. 나는 위대한 걸작을 남긴 뛰어난 작가는 번득이는 영감으로 순식간에 엄청난 양의 글을 쏟아내는 줄 알았었는데, 이 책은 그들도 꾸준한 근면 성실함과 엄격한 시간 관리로 그 일을 해냈다는 비밀을 누설한다.

'몇 줄의 글을 쓰는데 왜 나만 이렇게 오래 걸리고, 자꾸 썼다 지웠다 고쳤다 하는 거야?' 같은 생각을 다시는 하지 않아도 된다니. 그리고 구상이 떠오르면 먼저 과감히 쓰기 시작하라는 충고도 시작하기 전에 망설이다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일이 많은 내게 적절했다.

그러나 이 책에도 내가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점이 있기는 하다. 질이 좋은 책(고급 양장본)이 좋다는 것은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지만, 결혼의 폐단이라든가, 여성은 결혼을 해도 남편에 대한 의무감과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여성이 남성보다는 지적생활을 영위하기에 더 좋다는 생각은 우리 여성의 처지를 너무나 잘 모르고 하는 소리 같다.

그러나 그런 작은 허물을 덮고 보면 전체적으로 이 책은 책읽기와 책 모으기, 그리고 글쓰기에 관해 따라하고 싶은 좋은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지적으로 살고싶은 사람에게 꽤나 유용한 책이며, 참으로 믿음직한 길라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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