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정원사 누리 - 누리와 함께 가꾸는 자연 정원 이야기
이창형 글, 최나미 그림 / 자연사랑 / 199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내고 점차 자라면서 큰 도시로 삶의 터전을 바꾸어야했던 사람들은, 언젠가는 시골로 돌아가서 살아야지 하는 바램을 마음속에 지니고 산다. 그러나 도시에 일터를 가지고 있고, 도시의 아파트 생활에 익숙하고, 농사를 지어 본 경험도 없기에 그것은 아마 영원히 이루어 질 수 없는 꿈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러나 도시에 살면서도 정원에 자연을 만들 수 있다면 그 꿈을 절반쯤은 실현한 것이 아닐까?

꼬마 정원사 누리는 그 꿈을 눈앞에 보여준다. 너무나 환상적이어서 지은이가 조경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었다면 설마 이처럼 정원을 가꿀 수 있을까 하는 의심까지 들 정도이다.

'어린 나비와 어린 꽃과 어린 나무와 어린 여러분을 위한 책'이라는 어른이 보기엔 몹시 서운한 구절이 있지만 자연을 벗삼아 살고 싶은 어른이라면 기꺼이 '어린'이를 자처하며 이 책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꼬마 정원사 누리는 참 이상한 책이다. 이 책은 현란한 색깔로 넘쳐나는 요즘의 다른 아동도서와는 달리 무채색이다. 그러나 이 아무 색깔이 없는 정원의 나무와 꽃과 나비가 너무나 아름답게 보인다. 그림을 그린 이는 정원에 사실적이고 화려한 색을 입힐 유혹을 이겨내어 색깔이 있을 때보다 더 자연에 가까운 정원의 느낌을 살려내었다. 비어있는 무채색의 정원 그림을 바라보며 거기에 마음의 색들을 자유로이 입힐 수 있다.

책을 읽으며 나는 꿈을 꾼다. 언젠가 누리의 정원 같은 야생의 섬을 만들고 나비와 개구리와 지렁이를 불러모으는 멋진 정원사가 되어 있는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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