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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핀 - Seraphin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허드렛일을 하며 어렵게 그림을 그리던 천재이며
훌륭한 작품을 알아보는 미술 평론가에게 발굴 되어 후원을 받게 되지만 불행하게 삶을 마감한 화가인 세라핀의 삶을 그린 영화> 라고 소개하면 이 영화를 반의 반도 이야기 하지 못한다.
<세라핀>을 보며 느낀 감상을 어떻게 써야 할까....
참 아름다우며 슬픈 영화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만 한 세라핀이 그린 독특한 그림들이 아름답고
그녀가 사는 프랑스 시골 풍경이 아름답고
무엇보다도 순수한 세라핀의 모습이 아름답고 슬픈 영화다.
세라핀은 고된 노동으로 투박한 손과 결코 예쁘다고는 할 수 없는 얼굴과 몸을 가지고 있다.
아름답기는 커녕 그녀의 궁핍한 모습은 가엾기만 하다.
그런데 그 무뚝뚝해 보이기만 하는 그녀의 얼굴 아래에 누구도 가지지 못한 천진함이 있다.
그녀의 얼굴에 잠깐씩 스치는 해맑은 표정과 웃음에 나도 모르게 같이 웃음짓고 있었다.
그녀가 교회의 촛농을 슬쩍하면서 성모마리아를 쳐다보는 눈빛... 저 그림그리는 거 아시죠? 성모마리아님께서 그리라고 하셨잖아요. 그러니까 요 정도는 용서해 주실 거죠? 하는 듯한 천진한 그 표정.
그리고 평론가 빌헬름과 점차로 가까워 지면서 생겨나는 둘 만의 교감.
슬플 때는 숲 길을 걸어 보라고, 나무를 안고 말을 해 보라고, 그리고 그에게 차 대신 자신이 만든 와인을 권하는 세라핀
그녀를 의자에 앉히고 '세라핀, 일만 하다가 언제 그림 그릴 거예요?' 라며 안타까워하는 빌헬름
그들은 신분의 격차도 있으며, 애인 사이도 아니고 부부도 아니었지만 둘 사이에 흐르는 따스함은 마치 첫사랑의 풋풋함을 보는 듯 했다.
물론 그 공감의 느낌이 세라핀에게는 어쩌면 아픔이었으리라.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다른 방법으로 사랑을 한답니다. 다른 사람에게서 그 이의 모습을 볼 때도 있어요.' 라고 말하는 세라핀이었으니.
빌헬름이 전쟁으로 마을을 떠난 후 그가 세라핀을 앉혔던 의자가 눈 내린 정원에 동그마니 그림자를 드리우며 남아있을 때,
그리고 세라핀이 의자를 들고 커다란 나무 아래로 언덕을 올라 가는 마지막 장면에서
그 의자는 세라핀을 이해했던 오직 한 사람, 그러나 결코 세라핀과 함께 하지 못했던 빌헬름의 분신인 듯 하여 가슴이 아렸다.
열정적으로 아름답고, 가슴 시리게 섬뜩한 세라핀의 그림들을 직접 볼 수 있다면 참 행복하겠다.
그리고 영화로 세라핀의 일생을 접하고 세라핀의 그림을 볼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