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 - Himalaya, where the wind dwell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은 대사가 거의 없고 그저 바람소리만 가득한 영화이다.
어찌보면 이 영화는 아주 불친절한 다큐멘터리처럼 보인다.

그래도 영화를 이끌어 가는 줄거리는 있는데...
첫 장면에서 기러기 아빠인 '최'는 대기발령을 받고 회사에서 짐을 꾸려 나온다.
물론 이 영화는 (불친절하므로) '최'가 기러기 아빠라는 것도, 대기발령을 받았다는 것도 한참 나중에야 '최'가 가족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으로 알려준다.

'최'는 동생이 운영하는 공장에 들렀다가 거기서 일했던 네팔 노동자 도르지가 단속을 피하려다 교통사고를 당해 죽었다는 걸 알게 되고
그의 유골을 유가족에게 전달하는 임무를 띠고 네팔로 간다.(고 해석된다. 역시 아무 말 없이 호텔에 도착해 트렁크를 열어보니 유골함이 있는 장면만 보여준다.)

'최'는 고산병으로 심하게 고생을 하고, 도르지의 가족에게는 차마 도르지가 죽었다는 걸 말 못하고 잘 지낸다고 거짓말을 하며, 도르지의 집에서 며칠을 보낸다.

그와 도르지의 아들이 함께 보내는 시간과 교감, 술에 취해 돌아오는 길, 호숫가에 앉아 있을 때 지나가는 사람이 부르는 노래, 그가 홀린 듯 쫓아 가는 흰 말, 양을 산 채로 잡는 마을 사람들.....
이러한 영화가 보여주는 것들은 마치 꿈인 듯 아름답기도 하고 히말라야에 부는 바람처럼 아스라하기도 하다.

이 영화를 본 어떤 사람들은 재미없고 심심한 영화라 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멀리 솟은 산 위 만년설의 서늘함, 그 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내 가슴까지 불어 오는 느낌, 그 바람에 터서 갈라지는 입술처럼 척박하지만 생생한 마을 사람들의 삶이 이렇듯 가까이 느껴지고, 그 바람을 견디며 서 있던 '최'는 돌아가서 다시 시작할 수 있겠다 싶은 건 이 영화에 말이 거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최'를 연기한 최민식은 그가 바로 '최'인 듯 도저히 연기처럼 보이지 않는 완벽한 '최'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나는 아직도 궁금하다. 최민식씨, 정말 어디가 편찮으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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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09-09-06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부산영화제에서 연출자랑 최민식씨가 관객과의 대화 하는 것을

우연히 봤어요. 그 장면을 보면서 이 영화를 보고 싶어서 저도 봤답니다.

뭐, 저는 심심한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