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권정생'은 "강아지똥"으로 알게 되었고
한우리 독서지도자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실기책으로 '아기소나무와 권정생 동화나라'를 접하며
작은 것의 소중함과 일상의 따뜻함을 느끼게 되었어요.
특히 저자의 소개에서
19살에 늑막염과 폐결핵을 앓고 거기에 신장, 방광결핵까지 겹치는 몸으로
부모님과 동생에게 죄스러워 죽음만큼 괴로워했다는 이야기.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경북 안동에 혼자 남아 교회 종지기로 일했다는 이야기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한편으로 외로움도 가득 느껴져서 마음 한편을 참 아련하게 합니다.
작가가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을 돌아보고 따뜻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저자의 삶이 녹아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듭니다.
"아기토끼와 채송화꽃" 이 책은 아주 귀여운 그림과 함께
권정생님의 아기 토끼와 채송화꽃, 까치골 다람쥐네, 또야 너구리의 심부름, 밤 다섯 개
이렇게 네 편의 동화가 엮여 있는 책입니다.
요즘 아이들에겐 너무나도 잔잔해 보일 이야기들이지만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어서 읽고 있으면 저절로 마음이 따땃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특히 아기 토끼와 채송화꽃, 밤 다섯 개라는 두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왔어요.
[아기 토끼와 채송화꽃]은 돌아가신 아빠를 그리워하는 엄마와 아이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엄마를 졸라 아기 토끼를 한마리 사온 아이는
홀로 있는 토끼가 가엾어서 한마리를 더 사와 둘이 지내게 해주죠.
엄마와 아이 둘의 대화를 들으면 마음이 찡해집니다.
일부러 울리는 것도 아닌데 이야기가 참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이런 이야기가 권정생 작가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어쩌다 보면 엄마의 눈도 빨갛게 될 때가 있습니다.
저쪽으로 돌아서서 행주치마로 얼굴을 포옥 쌌다가 내렸을 때,
얼른 쳐다보면 으레 엄마의 두 눈은 빨갛습니다. "
"누구라도 가만히, 가만히 소리 안 나게 울면 눈이 빨개진다고 명수는 생각합니다."
"아기 토끼는 엄마가 사 가지고 올 때 가만히, 가만히 울었을 것입니다.
바구니 속에 쭈그리고 앉아 그동안 얼마나 울었을지 모릅니다."
"혼자서만 계시는 아빠 사진 밑에 정성스레 놓았습니다. 채송화꽃은 아빠 얼굴을 쳐다보며 방긋 웃습니다."
[밤 다섯개]라는 이야기는 아주 짧지만 여운을 많이 남기는 이야기였어요. 또야는 엄마가 준 삶은 밤 다섯개를 동무들에게 하나씩 나눠줍니다.
그런데 다 나눠주고 나니 정작 자신이 먹을 것은 없었어요.
눈물을 흘리는 또야. 그 모습을 보며 같이 울음을 떠뜨리는 친구들.
또야 엄마는 삶은 밤 한개를 또야에게 줍니다.
그제서야 모두 울음을 그치고 밤을 맛있게 먹는 다는 이야기에요.
요즘 아이들은 내꺼!라는 것만 많이 아는데요. 남을 배려하고 챙기는 마음을 느끼게되네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아이다움, 아이의 순수함이 많이 들어있어요.
한평생 힘 없는 이웃과 어린이 자연을 사랑했으며 폭력과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사라지는 세상을 꿈꿨다는 작가의 생을 알게 된다면
일상의 소소함을 담은 이 네편의 이야기들이 조금은 더 깊게 마음에 다가올 것 같아요.
권정생님의 동화집은 말이 참 예쁘고 정감이 갑니다. 내용도 말할 것 없이 남을 배려하고 착한 마음과 여유를 배우게 됩니다.
나만 알고 나만 최고가 되면 된다고 강요받는 사회에서 되새겨봐야할 얘기들이었어요.
'아기 토끼와 채송화꽃'으로 소소한 따뜻함에 푸욱 물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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