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번의 여행에서 찾은 수상한 유럽 - 가이드북에 없는 유럽의 작은 마을 탐방기
톰 체셔 지음, 유지현 옮김 / 이덴슬리벨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오스트리아 빈에 14년동안 살다가 한국으로 들어온지도 이제 1년이 조금 넘었네요. 길고 긴 외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할 때는 그저 "자국민"이 된다는 생각에 마냥 기뻐하기만 했었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타지생활은 정말 서럽고 힘들 때가 많은 것이니까요.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조금은 "객관적"이고 "거리를 두며" 다시한번 빈에서의 생활을 돌아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무조건 한국이 좋고 무조건 한국에 들어오고 싶다는 감정이 조금은 가라앉아 빈에서의 생활이 "이랬구나~"하고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러면서 가장 크게 후회되는 것이 있습니다. 너무도 당연하게 평생을 유럽에서 보낼 것이라고 확신했기에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변변한 여행 한번 다니지 않았다는 것인데요. 공연이 있거나 콩쿨, 페스티벌에 참여하지 않고서는 뭔가 "가고 싶어서 떠난 적"이 단 두 번 밖에 없었답니다. 그것도 한 번은 빈에서 기차로 겨우 한 시간 거리의 작은 도시를 방문했던 것이었고요. 조금만 투자하면 유럽 전역을 마음대로 기차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고, 이제 베네치아나 티롤을 방문하고 싶다면 8000km를 날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후회가 막심할 뿐이네요. 워낙에 집고양이 체질이었어서 나가기 싫어했던 것도 있지만, 원체 "여행"이라는 것이 부담스럽고 낯설어 선뜻 나서지 못한 탓도 있었답니다.

 

 

 

 

오늘 소개할 책의 저자 톰 체셔 씨는 저와는 정 반대의 인물입니다. 20여년간 더 타임즈 지의 여행기자로 근무하면서 전세계 80개국 이상을 방문한 그는 말 그래도 "여행전문가"라고 할 수 있죠. 비행기를 타고 세계 이곳 저곳으로 날아가 그곳의 문화를 체험하고 그것을 사진과 기사에 담던 그는 오랜 경험을 통해 아마 "세상의 모든 것을 다 봤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멋진 일이라도 계속 반복해서 하다보면 진력이 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가 고안해낸 조금은 기발하고 조금은 엉뚱한 유럽여행 비법!! 저가 항공을 통한 유럽의 듣도 보도 못한 도시들 방문하기! 전적으로 직감에 따라 움직이면서 새로운 여행을 찾아 떠나기 인데요. 그 1년여간의 여정을 담은 것이 바로 "천 번의 여행에서 찾은 수상한 유럽" 입니다.

 

 

 

저가 항공으로 떠나자~♬

 

저가 항공의 등장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습니다. 공연이나 일정이 있어 이웃나라인 독일이나 스위스, 프랑스 등으로 가야할 때도 비싼 항공료 때문에 어김없이 기차를 타고 열 시간 이상 이동하곤 했었는데, 이런 고민이 한방에 해결되어 버렸기 때문이죠. 가장 심각했을 때가 독일과 스위스 그리고 오스트리아 국경이 만나는 지역인 Bodensee 에서 투어 공연을 했을 때인데, 이 때는 공연과 공연 사이 계속 빈에서 다른 공연을 해야 하는 바람에 하루 공연하고 왕복 스무 시간 기차로 이동하곤 했답니다. 공연한 것은 정작 힘들지 않았는데 여행하다가 지쳐버렸죠. 몇 번의 공연을 위해 이동하면서 그 두꺼운 톨키엔의 "반지의 제왕"을 모두 읽어버렸으니 알만하죠? ㅎㅎ

 

하지만 저가 항공의 등장으로 정말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갑자기 외국에 있는 친구들과 한층 가깝게 (때로는 마치 같은 나라에 살고 있는 것처럼) 메세지를 주고 받을 수 있게 된 것 정도일까요? 가족을 오스트리아에 두고 독일에서 일하고 있는 아버지들은 주말마다 부담없이 집으로 날아갈(!) 수 있게 되었고, 휴일을 잘만 이용하면 1박으로 크로아티아의 아름다운 해변을 즐기고 올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말처럼 그렇게 쉽진 않았지만요. 아무래도 항공은 항공인지라 공항의 여러가지 복잡한 절차를 거치고 나면 상당히 많은 추가시간이 필요했답니다.

 

 

 

 

톰 체셔는 바로 이 저가 항공을 이용해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도시들을 위주로 그만의 여행을 시작합니다. 목적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라던가 특별한 계획 없이 그저 "복불복 원칙"을 친구삼아 주말 여행을 떠나는 것이죠. 그리고 너무도 당연하게, 가끔은 멋진 주말에 놀라고, 때로는 끔찍한 주말에 놀라게 됩니다.

 

 

여행 가이드가 필요없는 유럽 여행 이야기

 

비엔나에 산 지 한 5년 되었을 때였던 것 같아요. 갑자기 한국에서 손님들이 오신다는 말에 깜짝 놀라 그제서야 "빈 여행 가이드"를 구입했습니다. 정작 빈에 5년이나 살았지만 그간 학교-집-교회를 반복했던 터라 마땅히 가이드를 할 만한 지식이 없었기 때문이죠. 새롭게 빈 여행 가이드를 탐독하면서 느낀 것은 "여행 가이드와 주관적인 판단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죠. 가이드는 그것을 집필한 사람과 대다수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을 뿐 점쟁이처럼 제 마음을 맞출 수는 없을테니까요. 하지만 정작 산책하기도 별로고 맛있는 레스토랑도 없는 거리가 추천코스로 지정되어있는가 하면, 정말 예쁘고 특이해서 꼭 가야할 곳이 빠져있는 것을 보면 "아무것도 모르고 이 가이드대로 여행했다가는 참 많은 것을 놓쳤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원하는 것이 다르고, 그것이 얼마나 충족되었느냐에 따라 여행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지게 되니까요.

 

 

 

 

그런 면에서 체셔가 선택한 여행은 그야말로 "복불복"입니다. 기대한 것이 없으니 틀에 박힌 관광도 없겠고, 그야말로 도시의 첫 인상과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여행이 극적으로 달라질 수 있을테니까요. 어쩌면 세계 주요도시와 명소, 관광지에 지친 그가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정말 "특별하지 않은 것"이야말로 그에게는 "특별한 것"일 수 있을테니까요.

 

 

 

 

그리고 그의 여행 일지는 이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그가 무작위로 골라낸 여행지들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어서 비슷한 점을 가진 도시가 거의 없으니까요. 체셔가 방문한 도시 중에는 유럽에서 가장 가난하다고 할 수 있는 도시에서부터 삶을 가장 여유롭게 영위할 수 있는 도시까지 다양한 경제적 상황과 문화적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행기에 올라탈 때마다 순식간에 이러한 격차를 경험하게 되는 것 역시 대단히 이색적인 일일 것 같아요. 제 2의 호화별장을 어떻게 꾸밀까 고민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금새 생계를 위해 가리지 않고 궂은 일을 해야 하는 집시들과 마주하게 되니까요.

 

 

 

 

상업적인 가이드북이라면 정말 "소개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 도시들을 찾아 떠나는 체셔. 그렇지만 가이드북과 체셔, 그리고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치관은 서로 너무도 다르기에 그는 오히려 이런 작은 도시들에게서 원하던 것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이색적인 사진없는 여행기

 

 

 

 

솔직히 고백하자면 "천 번의 여행에서 찾은 수상한 유럽"을 받아들고 정말 의아했답니다. 뭔가 이색적인, 소개되지 않은 도시들을 소개하는 책이니만큼 어마어마한 사진들을 기대했기 때문이에요. 보통 여행기나 여행 가이드 등을 구입할 때면 아직 가보지 못한 그 도시의 사진과 여행의 발자취들을 감상하느라 한참을 구경하고는 하는데, 이 여행기에는 사진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단 한장도!

 

혹시 저자 (혹은 출판사?) 가 출판비를 조금이라도 절약하기 위해서 사진을 싣지 않은 것이 아닌가 라는 상당히 저렴한 생각을 머리속에서 지우게 된 것은 책을 읽기 시작한 얼마 후였습니다. 이름도 못 들어본 유럽의 작은 도시들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은 끝까지 아쉬웠지만, 사진이 없었기 때문에 체셔의 설명을 가이드삼아 상상력을 동원하여 도시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은 상당히 이색적인 경험이었답니다. (물론 책을 다 읽은 후에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인터넷에서 여러 검색을 했습니다만)

 

 

 

 

체셔는 유능하고 노련한 기자일 뿐만 아니라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쾌하고도 즐겁게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고난(?)에 힘이 빠지고 화가 나야할 상황인데도 특유의 여유와 유머로 상황을 풀어나가는 것을 읽다보면 어느새 그와 함께 그곳을 여행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그가 표현하고 묘사하는 도시와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상투적이지도, 진부하지도 않기 때문에 다소 굵직한 분량에도 빨려 들어가듯이 순식간에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단코 (포프라트의 시장 안톤 단코) 는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으로 선수 생활 이후에는 심판으로 주요 경기에 참여하며 세계를 여행했다. 그래서 그는 포프라트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열망이 강하다고 했다. [...]

"우리는 비즈니스센터와 5성 호텔을 지을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대상 이용객은 어떻게 됩니까?"

그가 경쾌하게 대답했다.

"물론 비즈니스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 되겠지요. 지금 이건 시작 단계에 불과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요." 그는 잠시 중단했다.

"하지만 맥도널드가 들어올 겁니다. 매장을 열기로 했거든요!"

나는 그제서야 포프라트가 제3세계를 제외하고 내가 방문한 곳 중 맥도널드가 없는 유일한 도시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63 페이지)

 

 

 

 

 

도시가 아닌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쯤해서 눈치 채셨을 수도 있겠지만, 체셔의 여행기는 굳이 알려지지 않은 작은 도시들을 소개하는 여행 안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의 여행목적은 도시가 아니라는 생각을 읽어내려갈 수록 하게 되었으니까요. 그의 주요 관심사는 "도시"가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만큼 그의 여행기에는 그가 각각의 도시를 방문하면서 만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유럽에 살았던 저로서는 각 나라 사람들의 특징적인 성격을 묘사한 것을 보면서 혼자 배시시 웃곤 했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라도나 경상도 등 지역에 따른 특징적인 성격이 있듯이, 유럽에서도 특히 동유럽과 북유럽 그리고 중유럽에 따라 상당한 멘탈의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죠. 체셔는 이런 세밀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그의 여행일지에 유쾌하게 담아냅니다.

 

 

 

 

가끔은 너무도 적나라한 표현과 묘사에 "체셔는 이 사람들이 자신의 책을 읽은 뒤 어떤 파장이 올지 생각해본걸까?" 생각하기도 했답니다. 특히 실명이 밝혀진 사람들의 경우, 기분나빠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마조마하더군요. 자신이 만난 사람들 - 특히 정치인들을 - 을 신랄하게 묘사하면서 가식을 벗어버린 솔직함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답니다. 어쩌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것도 확연한 문화 차이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특히 이름을 밝히지 않은 (그의 말에 따르자면 "그녀가 항상 그렇게 불쾌하지 않은 사람일 때를 대비해서") 브르노의 가이드를 표현한 부분은 정말 유쾌하기 그지 없습니다. 물론, 그에게는 끔찍한 경험이었겠지만.

 

성으로 가는 길에 우리는 지하 통로를 지나갔는데 그곳에 베트남인들이 가판대를 펴놓고 물건을 팔고 있었다. 상당수가 무릎 길이의 부츠를 나란히 세워놓고 팔았다.

"세상에, 여긴 정말 무섭네요." X (가이드) 가 떨면서 말했다.

나는 부츠를 파는 한 가판대의 사진을 찍었다.

"당신 카메라를 훔쳐갈 거에요. 빨리 가요! 저 사람들은 베트남하고 중국에서 온 사람들이라고요!"

나는 두 나라를 다 가봤지만 카메라를 무사히 다시 가져올 수 있었다고 말해주었다. 그녀는 나를 째려보았다.

"이곳에선 집시들이 물건을 훔쳐간다고요."

그녀는 이제 공격 대상을 바꿔 말했다.

"이 지역에서는 아주 조심해야 하요. 기차역 근처나 버스 정류장 같은데선 특히 더요. 또 그들은 에스컬레이터 맨 위에서 기다렸다가 날치기를 하기도 해요."

나는 그녀에게 물건을 털린 적이 있냐고 물었다.

"아뇨, 난 없어요. 하지만 아주 조심하죠."

물론 그러실 테지.

(154-155 페이지)

 

 

 

 

 

푹신한 침대에서 떠나는 유럽 여행

 

제가 책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책 겉표지를 열 때마다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받지 않고 가장 멀리 여행을 떠날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저의 소망을 너무도 즐겁고 훌륭하게 이루어준 책이었고요.

모든 이야기가 그렇지만,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의 재량에 따라 즐거움의 강도가 결정되고는 합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톰 체셔는 유쾌하고도 날카로운 이야기꾼입니다! 그의 이야기를 따라서 유럽의 이름없는 작은 도시들을 여행하는 것이 정말 즐거웠으니까요. 때때로 춥고 고달픈 환경에 노출되었던 그와는 달리 편안하게 침대에 누워서 떠난 것인 만큼 더욱 더 안락한 여행이 되었고요.

 

 

 

 

올 여름 간절히 원하던 유럽 여행을 아쉽게도 조금 더 미룰 수 밖에 없다면 이 책과 함께 이색여행을 떠나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그 종착지가 어디이던지간에, 정통적인 "유럽여행"이 되지 않을 것만큼은 분명하니까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토리 Story - 행동의 방향을 바꾸는 강력한 심리 처방
티모시 윌슨 지음, 강유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문명이 발달한 이래 의술은 꾸준히 발전해왔습니다. 삶 그리고 죽음과 직결되는 문제인만큼 모든 사람들의 공통 관심사였을 뿐만아니라 가장 가치있는 학문 중 하나로 존중받았기 때문인데요, 첨단을 걷는 과학으로 상상도 못했던 것들이 가능하게 된 지금 역시 의학은 멈추지 않고 발전하고 있습니다. 획기적인 기술로 점점 더 많은 것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되고, 알 수 없었던 것들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것만큼 놀라운 발견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방법으로도 볼 수 없는 "마음"은 어떨까요? 일찌기 아무도 확실히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 "자아와 무의식"에 관한 연구는 시작되었고, 이미 많은 시도와 (부분적인) 성공으로 우리는 수많은 책들과 연구 결과를 통하여 마음의 세계에 조금은 더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의례 그렇듯이 확실한 실체를 확인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죠. 그렇기 때문에 저명한 심리학자들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기도 하고, 너무나도 평범하고 광범위한 주제에 수많은 답변들이 쏟아져나오곤 합니다. "결국 알지 못하는 것은 모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이러한 도전과 관심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 아무도 알 수 없는 "마음"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습니다.

 

 

 

 

매일 수 없이 쏟아져나오는 것이 바로 "심리 서적"입니다. 자기계발 서적만큼이나 그 종류도 다양할 뿐더러, 아우르고 있는 장르 역시 다채롭습니다. 심리학 전문서적부터 종교서적, 때로는 사이비 이단 서적까지 제목만 보고서는 언뜻 그 내용과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파악하기 힘든 것이 바로 심리 서적인데요. 그만큼 고르고 구입하는 것에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한 예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오프라 윈프리의 추천도서 "시크릿(secret)"은 엄청나게 간단명료하면서도 직선적이고 독단적이기까지 한 메세지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의심했는가 하면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은 끊임없이 열광하며 무조건적인 지지와 믿음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조금만 비판적인 시선으로 읽기 시작하면 "사이비 이단 서적"으로까지 느껴지는 단호한 메세지를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이 맹신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러한 행동은 과연 적절한 것이었을까요?

오늘 소개할 책 역시 "시크릿"이 약속하는 것과 비슷한 주제를 내놓습니다. "내 인생 내 마음대로 편집하기". 하지만 그 접근 방식은 조금 다릅니다. 아니, 완전히 반대편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책은 드러내놓고 "안티 시크릿(Anti-Secret)"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비슷한 주제를 말하고 있으면서도 반대자의 입장을 가진 책 - 티모시 윌슨 저 "스토리 - 행동의 방향을 바꾸는 강력한 심리 처방" 을 소개합니다.

 

 

 

 

해가 되는 치료법들

 

"수세기 동안 철학자들은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은 객관적인 세계가 아니라 우리가 그 세계를 표현하고 해적하는 방식임을 인식하고 있었다. 사회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주관적인 해석이 빠르고 무의식적으로 형성된다는 중요한 조건을 추가했다. 우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 때 뇌는 신속히 기어를 전환해 최대한 그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 속도는 우리가 세계를 '관찰' 하고 있는 건지, '해석'하고 있는 건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19페이지)

 

저자 티모시 윌슨은 사회심리학자로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입니다. 사회심리학자로 그는 수 많은 임상실험과 다양한 연구에 참여하였고, 심층적인 분석과 통계를 연구한 결과 우리가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대부분의 자기계발서와 심리 서적, 그리고 우리가 쉽게 접하게 되는 여러 자아분석법 및 심리치료법이 제대로된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남용되고 있음을 깨닫고 이를 경고하기에 나섭니다. 시중에는 그야말로 홍수처럼 심리 서적이 범람하고 있고, 이 중에는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해가 되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합니다. 인터넷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두근 두근 심리 퀴즈" 뿐만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실시되는 심리 치료 및 재활 프로그램까지도요. 확실한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곧장 실전에 도입되는 이론들은 어마어마한 금전적 그리고 시간적 손해일 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심적 건강에 돌이킬 수 없는 해악이 될 수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습니다.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도 모자라 오히려 해가 되는 사례들은 책 전반에 걸쳐 소개되며, 이 때마다 저자는 하나 하나 조리있게 그 문제점을 짚어내려갑니다.

 

 

 

 

저자는 구체적인 사례와 그 출처에 대해 자세하게 기술하며 자신의 반론을 펼칩니다. 이 중에는 저자의 일방적인 주장 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워 반대편의 변론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사례에서는 저자의 의문제기와 비판이 상당히 논리적이며 합당하게 보입니다. 그가 스스로 설명한 것처럼 이러한 "상식의 오류와 관련된 사례" (309 페이지) 의 맹점은 어떠한 반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당연한 논리의 결과물로써 절대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관찰력과 통찰력이 뛰어난 누군가가 먼저 논리의 오류를 지적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의 치명적인 피해사례가 드러나기까지 하나의 "진실"로써 프로그램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게는 크고 작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시크릿", 보고 있나?

 

흥미로운 것은 저자가 유독 론다 번의 밀리언셀러 "시크릿"을 주 비판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것입니다. 간단명료하지만 강력한 메세지로 인해 미국 전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던 "시크릿"의 "끌어당김의 법칙"은 의심쩍고 황당한 방법일 뿐만 아니라 물질로써 행복을 얻게된다는 큰 오류로부터 시작된 주장이라고 비판합니다.

 

"인간이 행복해지려면 당연히 좋은 유전자와 안락한 생활환경 그 이상이 필요하다. 행복의 요건이 그게 전부라면 다른 포유류 동물들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 기초적인 욕구를 충족할 자원이 충분히 있는 상태에서 렉서스 자동차와 대저택을 추가한다고 해도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행복해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물질적인 것들이 아니다." (55-56 페이지)

 

이어지는 저자의 주장은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던 "마이클 센델" 교수의 저서와도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즉,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사회적 관계의 질과 인생 안에서의 정의의 실현이 행복의 결정적인 조건이 된다는 것이죠.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와 최근에 발간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읽어보셨다면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스티브 샐러노의 말을 빌려 이러한 인간의 사회적 측면과 행복을 위한 기본적인 충족 조건을 무시한 자기계발서들이 오히려 행복해지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경계합니다.

 

"자기 계발서들이 펼치는 논리를 받아들이면 실패를 자기 탓으로 돌리고 실제 효과 있는 치료법을 외면하게 된다는게 그 (스티브 샐러노) 의 주장이다. 더구나 자기 계발서에 제시된 조언은 과학적 검증이 가능한 경우라도 실제로 검증된 적은 거의 없다." (45 페이지)

 

 

 

 

즉, 모든 것을 "끌어당김의 법칙"으로 설명하는 시크릿의 경우, 그 주장을 맹신하게 될 때의 자신의 실패와 낙오를 책임질 수 있는 것은 어떠한 환경적 요인이나 불가항력적 요소가 아닌 전적으로 자기자신의 무능이 된다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이 실패를 끌어당겼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고, 가난함과 굶주림을 끌어당기고 있는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은 기아에 고통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티모시 윌슨 교수가 구체적으로 "시크릿"을 언급하고 그것의 이론을 하나 하나 지목하며 비판한만큼, 론다 번씨가 이에 대해서 어떻게 반박할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물론, 이러한 논쟁이 화두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합니다만). 가장 큰 위험은 이러한 자기계발서 혹은 범국민적으로 실시되는 국가적 프로그램이 가지는 영향력이 막대한 것에 있습니다. 잘못된 인식과 방법을 받아들인 그들의 삶에 끼칠 영향 역시 미지수로 남게되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당신의 삶을 주도한다 - 스토리 편집 접근법

 

 

 

얼마 전 읽은 두 권의 책이 생각납니다. 먼저 현대인과는 뗄레와 뗄 수 없는 불안과 공포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던 한스 모르쉬츠키 박사의 "두려움의 열 가지 얼굴" 그리고 행복학의 고전이라 불리우는 베란 울프 박사의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비슷하면서도 서로 상반된 주제를 가지고 있는 두 책의 핵심적인 메세지를 종합한다면 "자기 스스로가 삶의 주도권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살라" 라고 압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보자면 티모시 윌슨 교수가 주장하는 "스토리 편집 접근법" 역시 같은 맥락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신적 쇼크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이 주도권을 가지고 사건을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그는 주장합니다. 물론 그것이 아무렇게나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검증된 시간과 방법을 따라 실행되어야 하며, "스토리 편집"이라는 다소 생소한 접근법을 통해 우리는 보다 효과적으로 우리의 삶에 강력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얄팍한 보상이 아닌,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근본적인 동기를 창출해내는 것입니다.

 

 

 

 

저자는 스토리 편집 방향에 따라 같은 상황을 겪고 난 뒤라도 그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지는 사례를 소개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치료와 동기부여법은 스토리 편집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저자의 이론은 사회심리학적 근거들과 수많은 임상실험들을 토대로 하고 있어 읽어 내려가는 내내 흥미진진하게 그의 주장에 대해 생각해보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그는 자신의 이론을 포함하여 자기계발서에 등장하는 모든 이론들과 방법에 열광하고 그대로 실천에 옮기기 보다는 근본적인 질문을 잊지 않도록 격려합니다.

 

"무엇보다도 누군가가 당신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준다거나, 다른 사람에 대해 관대한 마음을 갖게 해준다거나, 더 좋은 부모로 만들어 준다거나, 혹은 당신 자녀가 술과 담배를 멀리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면 정중하게 되묻기 바란다. '그런데 그게 효과 있는 방법인가요?'" (304 페이지)

 

 

 

 

우리 마음에 스토리가 산다!

 

책 전반에 걸쳐 소개되는 다양한 테마를 겨냥한 스토리 편집 접근법의 시작은 1930년대와 1940년대에 사회심리학 분야를 정립한 쿠르트 레빈의 이론이라고 합니다.

 

"레빈은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들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그들이 어떻게 상황을 파악하는지 이해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가,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눈을 통해 문제를 바라보아야 할 뿐만 아니라 비교적 간단한 개입으로 그들의 관점도 바꿀 수 있다고까지 이야기했다." (25 페이지)

 

역자가 이미 서두에 언급하고 있듯이 이 책에는 번역하는 과정에서 스토리(story)와 네러티브(narrative)가 자주 혼용되어 있습니다. 즉 "이야기"를 뜻하는 스토리의 원 뜻보다 "사람이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 혹은 "사람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스토리 편집 접근법은 사람들의 이런 고유의 방식을 특정한 방향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으로 시작되며, 그들의 인식에서 효과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전환이 이루어졌을 때 그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이 과정이 절대 쉬운 일은 아닙니다.

 

"내러티브는 우리가 매일 조금씩 칠해나가는 유화와 같다. 그 내러티브를 수정하려면 겹겹이 쌓인 유화물감을 벗겨내고 새 캔버스 위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만큼 어마어마한 과업이라는 뜻이다." (25 페이지)

 

티모시 윌슨 교수가 제시하는 구체적인 스토리 편집 접근법은 그 기초가 사회심리학에 근거하고 있는만큼 무작정 자신의 방법을 권유하는 일부 자기계발서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며, 대부분은 초보라도 쉽게 시도할 수 있을 간단한 것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해보이는 그런 방법들이 그가 주장한 대로 효과적인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 핵심을 찌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상황이나 사건에 있어 그것을 돌려서 생각하거나 해석하려들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근본적으로 인정함으로써 치료를 시작하고 자신의 스토리를 써내려가는 그의 방법은 충분히 실행가능하면서도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수많은 자기계발서를 읽다보면 문득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 모두 이렇게 성공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다면 어째서 스스로 성공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인데요, 얼토당토 않게 너무 많은 것을 약속하는 책을 읽을 때면 이런 비판을 공개적으로 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기도 한답니다 (물론 굉장히 소심한 성격이라 실행에 옮긴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만). 그런 면에서 티모시 윌슨의 "스토리"는 그러한 일부 자기계발서의 맹점을 정확히 찌른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또 번호를 알려주겠다고 유혹하는 사람에게 "스스로 로또를 타서 부자가 되라"라고 역설적으로 공격하는 식이죠. 물론 윌슨의 이러한 주장 역시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유명한 사람이 집필했고, 밀리언셀러라고 해서 무조건 맹신하는 경향은 확실히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크릿" 만큼은 아니지만 출간부터 큰 반향을 일으킨 티모시 윌슨의 "스토리". 그의 방대한 스토리 편집 접근법을 이 한권의 책으로 이해하는 것부터가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책에서 제시된 크고 작은 방법들을 실천하다가 보면 아직까지는 생소한 스토리 편집 접근법을 보다 가깝게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하는 것을 얻는 31가지 방법 - 클레오파트라처럼, 신데렐라처럼
후지타 나오미 지음, 유가영 옮김 / 골든북미디어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사람이 둘 모이면 갈등이 시작되고 셋이 모이면 정치가 시작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수라 할지라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관계를 형성해 나가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것이 갈등이며, 정치는 그 갈등을 해소 (혹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전환) 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등장하게 된다는 말이 사회생활을 하면 할 수록 점점 공감이 가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가족 혹은 연인이라는 이름의 공동체 역시 이러한 갈등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오히려 가깝고 서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만큼 더욱 더 첨예한 대립이나 갈등이 빚어지기 마련이죠.

 

학교나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어려운 것은 학업이나 자신이 맡은 업무가 아니라 바로 "인간관계"라는 것을 자주 듣게 됩니다. 아무리 업무가 고달프고 힘들어도 회사 분위기가 좋고 화기애애하다면 견디기 쉬운 반면, 그다지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동료 사원이나 상사로 인해 인생이 "지옥"으로 변해버리는 일이 허다하니까요. 안타깝게도 아무리 훌륭한 고등교육을 받았다 할지라도 이러한 인간관계에 대해서만큼은 거의 배우는 일이 없기 때문에, 사회 초년생들은 어쩔 수 없이 스스로 부딛혀가며 노하우를 익히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습니다. 물론 스스로 "익힐 수 있는지"의 여부는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요. 하지만 이러한 노력의 여부와는 관련없이 어느 공동체에서든 힘든 인간관계를 만나기 마련인데, 이미 뒤틀어질대로 뒤틀어져버렸다면 그 집단을 떠나는 것이 마지막 남은 유일한 방법처럼 보이곤 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고민은 직장인들 뿐만 아니라 사회적 상황에 처한 모든 사람들이 자신에게 묻는 질문일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내 주장을 효과적으로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그를 설득시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원하는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이러한 모든 질문은 결국 한가지 쟁점으로 모이게 됩니다. "협상" -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에게는 "구사하기 힘든 어려운 전문 스킬"이라는 고정관념을 주는 이 주제를 가지고, 제목부터 매력적인 "원하는 것을 얻는 31가지 방법" 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한다면 협상의 전문가가 되라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협상"이란 어렵고 힘든 것이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속이는 부정행위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저자 후지타 나오미 씨는 지적합니다. 실제로 협상을 처음 시도하는 사람에게는 그 상황이 낯설고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녀는 가장 기본적인 기초부터 알려주면서 협상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소개합니다. 책 전반에 걸쳐 강조되는 또 하나의 사실은 좋은 협상은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이득을 보는 것"입니다. 같은 결과라 할지라도 그곳에 도달하는 과정이 어땠느냐에 따라 만족도와 성취감이 확연하게 달라지는 원리를 깨닫기만 한다면, 협상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해의 차이가 협상의 열쇠가 된다. 이 차이를 발견할 수만 있으면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41 페이지)

 

 

 

흔히 "협상"이라는 해결책에 도달하기 전, 우리는 갈등 상황과 마주하게 되면 상대방과 "대치 상태"가 되곤 합니다. 이미 서로의 감정이 상한 상태거나 오해가 쌓인 상황이라면 문제는 더욱 더 심각해져 정면충돌 밖에는 다른 돌파구가 없다고 단정지을 때도 있죠. 하지만 협상의 기술은 이러한 "극적 상황"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감정적인 문제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나 상대방과 나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다시한번 살펴보고 상황을 전환시키는 힘, 그것이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협상의 기술"이 가진 위력입니다.

 

 

나만을 위한 길? 상대방 역시 배려하는 길!

 

 

"협상이라고 하면 '뻔뻔스럽다'거나 '자기 이득만을 생각한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를지 모른다. 그러나 협상술을 잘 활용하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또한 같은 결과로도 상대방을 더 만족시킬 수 있다. 좋은 협상은 자신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한 기술임과 동시에 상대방에 대한 배려인 것이다." (머리말 중, 5 페이지)

 

발상의 전환으로 양쪽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다주는 일. 너무 이상적으로 들릴지는 모르지만, 저자는 협상의 기술을 단련하여 이러한 해결책을 충분히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뒤로 물러날 줄도 알아야 하고, 때로는 손해를 감수하면서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 중에는 말 그대로 언제 "치고 빠져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언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쪽만 일방적으로 만족하고 다른 한쪽은 그렇지 않는 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32 페이지)

 

협상을 통해서 나의 이익만 챙기다 보면 결국 한두번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는 있어도 그것이 지속적으로 계속될 수 없다고 저자는 경고합니다. 사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은 상당히 주관적이고 감정에 기반하고 있을 때가 많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이득만을 노리는 기회주의자"라고 판단이 서게 되면 그를 더욱 더 경계하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죠. 따라서 협상의 전문가가 되려면 서로가 이득을 보는 윈윈 협상 (33 페이지) 을 기본으로 실행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아는 사람만이 이길 수 있다

 

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이 책에는 협상 전문가가 되기 위한 31가지의 기본적이며 효과적인 방법들이 담겨 있습니다. 협상이 체결되려면 최소한 두 사람이 필요한 것처럼, 협상의 기술은 절대적으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기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즉, 나 자신이 설득시키는 입장이 될 수도, 설득당하는 입장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죠. 다른 사람을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행동 패턴과 사고방식 그리고 선호도 등 기본적인 정보를 입수하고 그에 맞게 처신하는 기술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았을 떄, 상대방 역시 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자신의 원하는 바를 위해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겠죠. 또한, 상대편이 옳지 못한 방법이나 정직하지 않은 꼼수를 쓰려 할 때, 그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그러한 "블랙 협상술"에 대한 대비 역시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의 인상이나 판단은 외부의 다양한 요소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이런 영향을 100% 완벽하게 피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우리의 판단이 사소한 요소에 의해 쉽게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자." (178 페이지)

 

 

또한 이 책에서는 인간관계의 가장 기본적인 처세술 - 갈등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 에 대해서 역시 근본적인 "생각거리"를 제공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어떻게, 언제, 어디에서 전달하느냐의 여부 뿐만 아니라 상당히 다양한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얼굴표정, 제스쳐 등) 으로도 상대방을 설득하는 데 있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예문과 함께 배우면서, 끔찍하지만 피할 수 없는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개선시킬 수 있는지 다시한번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상대방의 행동을 개선시키고 싶다면 직설적으로 말하지 말고, 번거롭더라도 사전 준비와 예행연습을 거친 다음에 접근하라. 당신이 바라는 것은 개선이라는 결과다. 결코 인간관계를 악화시키려는 것이 아니다." (231 페이지)

 

인간인지라 감정적인 접근에는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싶은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만, 저자는 그것이 오히려 관계를 어렵게 만들고 지속적인 문제 상황을 유발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눈엣가시처럼 매번 방해공작을 펼치는 얄미운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는 "그 사람을 이기거나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 원하는 바를 이루는 것"임을 다시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인생에 두고 두고 필요할 31가지 처세술

 

 

 

 

"아마존 저팬 베스트셀러 1위"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이 책은 체계적이면서도 결코 어렵거나 애매하지 않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정리정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매 챕터마다 내용을 다시한번 정리해주고, 중요한 부분을 굵은 글씨체나 그래픽으로 다시한번 강조한 본문 디자인에 상당히 만족할 것입니다. 이 책은 다른 자기계발서처럼 한두 번 읽고 책장에 넣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두고 두고 다시 읽고 음미하면서 소개된 "협상의 기술"을 연마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결국 이러한 기술은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연습하고 단련해나갈 때 비로소 몸에 익힐 수 있는 것이니까요.

 

직장인들 뿐만 아니라,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서투르고 자신의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오해를 일으키곤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필요로 할 "인간관계 처세술". 이 책에서는 "협상"이라는 다소 딱딱한 주제로 소개되고 있지만, 결국에는 이 기술들 모두가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는 필수적으로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이 책을 읽음으로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도, 연인에게도, 자신의 원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 상대방의 요구도 원만하게 수용할 수 있는 마술 같은 기술. 오늘부터 천천히 연습해나간다면 분명 주변사람들과의 관계가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어로 즐겁게 트위터
함인순 지음 / 영어포럼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파랑새 한마리 - 그 새 한마리가 전세계를 이렇게 점령하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이미 Web 2.0의 시대가 열린지는 한참 되었고, 사람들은 소통할 만큼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트위터의 저력을 과소평가한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가 버렸고, 스마트폰의 진화와 함께 트위터는 더이상 현대인의 삶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애플이 자체 iOS에 트위터를 탑재함으로 트위터의 인생개입(?)은 한걸음 더 앞으로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트위터나 (트위터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인식되고 있는) 페이스북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이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싸이월드나 카페 등의 소셜 네트워크 전단계 서비스들이 성황을 이루고 있었지만 혜성처럼 등장한 두 외국 서비스에 얼마 못가 "최강의 자리"를 넘겨주고 말았는데요, 그 이유와 실패요인에 대한 서적이나 문건 또한 분석된 이유만큼이나 많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많은 서비스보다는 가볍고 간단한 인스턴트 메세징을 앞세운 것이 가장 큰 승부수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너무도 간단하고 명료하기 때문에 쉽게 배울 수 있고, 끈기가 없어 블로그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던 사람이라도 부담없이 즐기면서 자신의 계정을 꾸려나갈 수 있기 때문이죠.

 

 

 

 

또 하나의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하는 것은 다름아닌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입니다. 싸이월드나 카페활동을 통해서는 외국인 친구를 만날 확률이 아주 낮았기 때문에, 외국어 공부를 하기 위해서 친구를 사귀려면 따로 펜팔 사이트 등에 가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전세계인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서비스인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경우 굳이 찾아다니지 않아도 간단한 검색으로 여러 나라 친구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죠.

 

참 비슷한 점이 많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이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한가지 있다면 두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관점입니다. 언젠가 트위터에서 이런 문구를 읽고 참 공감했던 적이 있어요 (제대로 인용을 하고 싶지만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아 검색할 수가 없네요. 원작자님께는 죄송한 마음입니다!)

 

"페이스북은 아는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곳이고, 트위터는 모르는 사람들에게 진실을 말하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트위터 혹은 페이스북 사용 성향을 한 문장으로 함축해놓은 듯한 명언이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답니다. 그렇습니다. 주로 "오프라인"에서도 알고 있는 지인들을 중심으로 구축되어있는 페이스북 네트워크에 반해 트위터는 팔로우와 언팔로우가 그야말로 간단하기 때문에 원하는 사람을 팔로우 했다가 언팔로우 하는 자유로운 네트워크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오프라인 지인들보다는 온라인에서 서로 성향이 맞는 사람들의 네트워크가 구축되어가는 것이죠. 따라서 지인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자 조금씩 진실을 보태거나 감하는 페이스북과는 달리 트위터에서는 진솔한 감정이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을 연동해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하지만요.

 

 

 

 

하지만 아무리 "글로벌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말 "글로벌" 하게 포스팅을 시작하지 않으면 외국 친구들과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은 어렵습니다. 참 간단한 원리인데도 지금까지 무슨 말을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만 하셨다면, 오늘 소개할 책으로 새롭게 다시 시작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영어 표현은 저기 멀리~! 오늘은 가장 쉬운 말부터 배워가면서 점점 트위터 내공을 쌓아가게 도와주는 가이드북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바로 "영어로 즐겁게 트위터" 입니다!

 

 

 

 

손에 딱 맞는 앙증맞은 사이즈에 150 페이지의 얇은 두께로 휴대가 참 편리한 "영어로 즐겁게 트위터". 시원해보이는 "트위터 블루"의 표지디자인처럼 내용 역시 블루와 블랙으로 구성되어 있어 읽기도 편하답니다. 현대인의 주요 관심사 두 개 (영어공부와 트위터) 를 묶어놓은 컨셉인만큼 많은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일본에서 활발하게 영화, 드라마 등의 번역가로 활동 중인 Kashiwagi Shoko 씨가 감수하였고, 그렇기 때문에 책의 구성이나 내용에 있어서 일본 특유의 정서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읽기 쉬운 레이아웃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테마 구성으로 영어에 대한 사전지식에 있어 (기본적 지식만 가지고 있다면) 큰 차이 없이 누구나 편하게 읽으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훌륭하게 커버하고 있는 트위터의 두 가지 장점은,

 

140자로 표현하기: 짧은 글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필요없이 긴 문장보다는 컴팩트하고 효과적인 문구를 사용하게 됩니다.

살아있는 생생한 표현: 유행에 민감한 SNS 인만큼, 교과서에서만 나오는 표현이 아니라, 실제 많은 사람들에게 쓰이는 표현을 중심으로 배우게 됩니다. 또한 트위터라는 새로운 포맷 안에서 발생하는 유행어나 은어 (여기서는 꼭 부정적인 의미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를 소개함으로써 스스로 표현할 때는 물론,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것도 수월해질 것입니다.

 

 

"영어로 즐겁게 트위터" 내용 살펴보기

 

 

 

 

본격적인 내용을 시작하기 앞서 각 장에서 어떤 내용을 만날 수 있는지 소개하고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복잡한 문법이나 단어설명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문법 소개는 제 1장에서 간단하게 훑어보는 시제 정도가 전부입니다. 영어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지식은 가진 독자층을 위해 쓰여진 책인 만큼 문법을 알려주기보다는 예문과 본문 중심으로 실전대비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트위터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가진 책인만큼, 트위터에서 프로필 작성하기, 팔로우 할 때 혹은 팔로잉 되었을 때 처신하는 방법 등 포맷에 있어 알면 편리한 정보들과 조언들을 간간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소개한 대로 꼭 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처음 트위터를 시작해서 잘 모르는 분이라면 조언을 따라 사용법을 익혀가면 별다른 실행착오 없이 무난하게 배워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각 테마별로 가장 중요한 단어들만 모아 설명하는 "단어집"이 챕터별로 따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컴팩트한 양으로 원하는 표현이나 단어를 모두 소개할 수 있는 방법은 없겠지만, 주로 실생활에서 많이 필요한 "생활단어" 및 "생활숙어"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여기 나오는 단어들만 제대로 익혀두어도 응용을 통해 점점 더 풍부한 표현을 익혀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한 챕터의 끝부분에 등장하는 One more phrase! 에서는 보다 매끄러운 영어표현을 위한 부가설명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흔히 우리나라말에서 영어로 직역할 때에 발생하는 실수들이나 조금 더 캐쥬얼하거나 정중한 표현을 익히기 위해 꼭 알아야 하는 영어상식들이 친절하게 예문과 함께 소개되어 있어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제가 오스트리아에서 유학하던 시절,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하나만 소개하자면, 그 당시 학사 과정을 마치고 석사과정을 밟고 있었기 때문에 독일어가 꽤 원활하게 잘 되던 때였습니다. 학사 논문 (석사과정에 비하면 소논문에 불과하지만) 도 제출했겠다, 수업도 독일어로 듣겠다... 본인의 독일어에 대해서 별로 부족함을 느끼지 못할 때였죠.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세면대의 수도꼭지가 망가져버려 더이상 물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당장 샤워하고 세수할 것이 급했던지라 얼른 관리사무실에 전화를 했고 이 급박한(?) 상황을 설명해야 할 때였는데... "수도꼭지"라는 말이 생각나질 않더군요. 독일어로 대화하는 것이 어렵지 않아 사전도 대비해두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말입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수도꼭지"라는 말을 배운 적이 없었습니다 (음대에서 배울 리가 만무하죠 ㅎㅎ). 결국 스무고개하듯 이 설명 저 설명 덧붙여가며 어떻게 설명은 마쳤는데, 참 당황스러웠답니다.

이 이야기를 왜 했는지 짐작이 가시죠? 영어를 열심히 공부해서 왠만큼 자신감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는 참 생각도 못한 단어가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고급단어들은 구사하면서 정작 필요한 단어가 생각이 안나 고민하게 되는 곳. 트위터도 그런 특징을 가진 플랫폼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상황을 대비해 이모티콘이나 감탄사, 줄임말까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고, 나머지 부분은 스스로 부딛혀가면서 배워야 하겠지만요.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참 "일본원작답게" 어렵거나 힘든 테마 (정치나 사회 등) 는 피하고, 안전하고 일반적이며 포괄적인 일상, 대중문화 혹은 스포츠에 주제를 국한시킨 것이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트위터를 특정한 목적이 아닌 일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라면 역시 이런 주제들이 주를 이루게 되겠죠. 뮤지컬이나 콘서트 상황, 혹은 연예인을 직접 보았을 때 필요할 만한 트위터 표현들을 모았기 때문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한가지 특별한 점은 "엔터테인먼트 번역자" 혹은 "스포츠 번역자"가 추천하는 표현 부분인데요. 누구보다도 번역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그 미묘한 뉘앙스를 극복해나가는 특정 테마 전문가들의 조언인지라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한 듯 합니다. 처음에는 등장하지 않다가 대중문화 상황에 따른 구체적인 표현들을 소개하면서 간간히 등장하고 있는 이 부분들이 좀 더 많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아쉽네요.

 

 

즐거운 트위터 표현사전 vs 또 하나의 영어표현사전

 

 

대형 서점의 외국어 코너로 가면 셀 수도 없는 많은 언어교재들이 쌓여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영어 단어장을 사려고 갔다가 이것 저것 보는 사이에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난 경험을 해보셨을 수도 있겠네요. 우리나라는 특히 외국어에 대한 꿈과 필요가 강해서 그에 따라 정말 많은 책들이 날마다 쏟아져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어학교재의 홍수 속에서 "영어로 즐겁게 트위터"를 바라본다면 어떨까요? 트위터와 영어회화를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확실히 컨셉의 희소성은 관심을 끌기 충분합니다. 또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과 컴팩트한 사이즈로 휴대도 용이할 뿐더러 짜투리 시간에 활용하기에도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만큼은 조금 아쉬운 생각을 감출 수가 없네요. 트위터를 겨냥한 서적인만큼 조금 더 컨셉에 충실했으면 오히려 다른 교재들보다 부각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가끔은 "트위터" 활용사전이 아니라 그저 "영어표현사전" 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아쉽더군요. 그런 영어표현사전이라면 집에 수도 없이 쌓여있는 실정인지라... 진부한 단어 혹은 숙어의 나열보다는 실제로 사용되는 예라던가 트위터 고유의 표현법을 더 많이 소개했다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부족하다던가 읽을만 하지 않다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워낙에 소재가 참신하고 흥미로웠던지라 그 특징을 더욱 더 부각했으면 차별화에 보다 효과적으로 성공하지 않았을까...하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파랑새. 시스템 업데이트 이후로는 위의 그림과 같이 45도 위를 향한 모습으로 변했더군요.

그 가능성을 파악하고 있는 사람도, 예측하고 있는 사람도 정말 드물것이라고 생각되는 가운데 분명한 것은,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정말 멋지고 유용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외국 친구들과 교제하면서 언어를 발전시키고 싶다면 오늘부터 짧게나마 영어 트위팅을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즐거울 뿐더러 영어와 좀 더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테니까요^^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많은 어학책들의 문제점이기도 하지만... 제본 상태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닙니다. 쭉 펴지 않으면 책이 자꾸 덮여버리기 때문에 성가신데, 그렇다고 쭉 펴버리시면 금방 페이지가 뜯겨져 나오니까... 주의하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려움의 열 가지 얼굴 - 내 안의 불안 심리 인정하고 내려놓기
한스 모르쉬츠키 & 지그리트 자토어 지음, 김현정 옮김 / 애플북스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 가을, 가수 김장훈씨가 수 년간 앓아왔던 공황장애의 재발로 갑작스럽게 스케쥴을 전면 취소하고 활동을 중지했다는 기사로 떠들썩했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평소 여유만만하고 긍정적으로 보이던 김장훈씨였기에 그 충격은 더욱 컸던 것 같은데요, 이처럼 "공황장애"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연예인들은 김장훈씨 뿐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공황장애는 "연예인병"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인기 연예인들에게서 흔히 발견되곤 합니다. 겉으로는 건강해보이고 아무런 이상도 없는 것 같은 이들이 호소하는 "공황장애". 여러분은 어디까지 알고 계신가요?

 

 

 

 

위의 기사는 2011년 10월 18일 인터넷 한겨레 뉴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사 원문보기). 기사에서는 공황장애가 "특별한 이유 없이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는 극단적인 불안 증장"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설명이 오늘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것이 아닐까 싶네요. 이렇게 알게되는 공황장애에 대한 시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① "에이, 이유도 없이 그러는게 어딨어. 정신적으로 정말 나약한 사람인가보군" (공황장애에 대한 잘못된 인식). 혹은 ② "이유가 없다니 정말 무섭군. 남 얘기가 아닐 수 있잖아" (공황장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첫번째 반응의 경우, 일반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만한 반응입니다. 신체적으로 아무런 문제도 없고, 두려움을 가질만한 상황적 근거가 아무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죽을 만큼의 공포를 느낀다는 것은 비이성적으로 들릴 뿐만 아니라 단지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이라고 판단하기 쉽습니다. 특히 아직까지도 "정신질환=정신병환자"라고 인식되는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정신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 마저 상당히 억제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두번째 반응의 경우, 이미 공포증의 징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감할 수 있는 공포를 막연하게 두려워하면서 공포를 더욱 더 키워가게 되는 것인데, 이 때 이러한 증상이 완화되지 않으면 스스로 장애까지 키워나갈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불안과 우울"은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그것이 병적으로 발전할 때, 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줄 수 있는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안과 우울"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며, 어디서부터가 병적인 증상이라고 할 수 있는지 궁금하시다면 "이보연 아동/가족 상담센터 - 마음백과" 에서 위의 그림을 소개한 블로그 포스팅을 읽어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블로그 포스팅 보러가기). 아마도 상당히 많은 분들이 이러한 심리적 장애에 대해 읽어내려가시면서 "잠시만, 이것은 나도 경험했던 것인데?" 하고 놀라시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사회적인 인지 혹은 이해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현대인으로서 흔히 겪고 있는 질환이라는 구체적인 연구결과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아직까지는 우리에게 생소한 (혹은 상당히 "왜곡되어 알려져 있는") 심리적 장애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그에 대한 자가진단과 자가치료방법을 다룬 책을 오늘 소개하려 합니다. 바로 한스 모르쉬츠키와 지그리트 사토르 공저 "두려움의 열 가지 얼굴"입니다.

 

 

 

 

 

당신이 부정하는 불안이 당신을 갉아먹고 있다

 

"불안"과 "두려움"이라는 단어는 우리의 삶과 상당히 친숙한 편입니다. 누구나 불안해하는 것이 있고 두려워 하는 것이 있으니 이런 감정이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며, 사실 이것이 가장 정상적이고 건강한 리액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불안과 두려움의 정도가 지나쳐 일상적인 생활을 불가능하게 하고 살아가는 시간이 생지옥으로 바뀐다면 어떻게 될까요?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도 없다는 불안장애. 그리고 그것은 누구에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필요합니다.

 

 

 

 

"불안을 뜻하는 독일어 '앙스트(Angst)'는 라틴어인 앙구스티아(Angustia) 혹은 인도게르만어인 앙호스(anghos)에서 유래한다. 두 단어 모두 답답함, 압박감을 의미한다. 이렇게 이미 우리 선조도 목을 조르고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가슴을 압박하고 죄는 신체적 반응으로서 불안을 이해했다. 그리고 이것은 오늘날까지 계속 이어진다. 불안은 바로 '근원적 잠재 본능'이다." (14 페이지)

 

이 책에서는 두려움과 불안이 병적으로 치닫아 발생하게 되는 열 가지 불안장애를 먼저 소개합니다. 제 1부는 이른바 "두려움의 열 가지 얼굴" 즉, 불안장애의 종류와 알려진 원인, 특징 그리고 경과 과정을 설명하는 한편 제 2부에서는 괴로운 불안장애를 스스로 진단하고 완화시킬 수 있는 7단계의 자가치료법을 공개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불안장애는 일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이 아니라,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때로는 짧게, 때로는 긴 시간동안) 안고 살아가고 있는 문제입니다. 불안장애의 한 형태인 사회공포증의 경우 전체 인구의 8~13% 정도가 겪고 있다는 통계 (91 페이지) 는 아직까지는 생소한 개념이었던 불안장애가 얼마나 우리 삶 깊숙이까지 파고들고 있는지 알려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불안장애 혹은 불안장애의 전조를 앓고 있다고 해도 사회적인 시선 혹은 개인적인 무지로 인해 극복 방법 혹은 치료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국 공포증과 함께 홀로 남겨진 채 외로운 싸움을 시작하게 되지만, 그 과정은 고통스럽기만 합니다.

 

다른 병과는 달리 딱히 이렇다 할 징후나 신체적인 변화를 알아채기 힘든 불안장애의 경우, 본인의 적극적인 개선 의지와 그에 앞선 자가진단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이 책에서는 각 공포증에 따른 자가진단법을 구체적으로 기재하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권장함으로써 보다 체계적인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내 머릿 속 괴물의 세계

 

흔히 공황장애라고 하면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릴 것입니다. 주인공의 시야가 점점 흐려지면서 카메라가 빠르게 원을 그리며 돌아가고 점점 어지러워지는 느낌에 결국 주저앉아 소리를 치는 주인공. 한번쯤은 보신 적 있으시죠?

하지만 실제적으로 공황발작이 매번 이렇게 "드라마틱"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공황발작을 일으키는 사람 역시 우리가 생각하는 "정신질환자"가 아니라 평소에는 아무런 징후를 보이지 않던 평범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공황장애로 다시 보게 된 가수 김장훈씨 역시 평소에는 웃고 잡담을 즐기며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그야말로 "정상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를 비롯한 많은 연예인들이 때때로 대중을 두려워하고 공황발작을 일으키게 되는 것일까요?

 

 

 

 

"불안은 머리에서 시작된다.

과거 혹은 미래의 상황을 뚜렷하고 선명하게 의식하는 것만으로 생생한 신체 반응이 유발된다. 성공적인 사건과 행복한 감정에 해당하는 것은 불안이나 공황 상태에서도 마찬가지로 똑같이 해당된다.

이는 신체가 외적 현실 뿐만 아니라 기억과 근심 같은 내적 상태에도 반응하기 때문이다." (21 페이지)

 

놀라운 사실은 "신체는 실제 위험과 상상 위험을 구분하지 못한다" (28 페이지) 는 것입니다. 즉, 원하던 원하지 않던, 우리의 신체는 우리의 머리가 생각하고 명령하는대로 움직이게 됩니다. 그것이 뻔한 자기최면이 아니라 "현실 혹은 진실이라고 믿는 그 순간" 우리의 신체는 그것에 대응하여 반응하게 되는 것이죠. 공황발작은 이러한 연쇄작용의 하나로, 극도의 심리적 혹은 육체적 스트레스를 겪은 이후에 서서히 압박으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에서 겪게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안 장애를 극복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과 교육으로 "위험"이라고 느끼는 상황 및 과정을 서서히 "제대로 다시 인식해가면서" 완화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불안장애의 가장 큰 위협은 과거 (장애를 가지게 된 원인) 가 아닌 미래 (재발할까 두려워하는 공포) 에 있기에 무엇보다도 발작에 대한 공포감을 줄이고, 스스로가 자신의 장애를 극복할 수 있음을 깨닫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합니다 (51 페이지).

 

이 책은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심리치료사로 활동중인 한스 모르쉬츠키 박사와 오랜 세월 오스트리아 국영방송 ORF 에서 진행자를 맡아왔던 지그리트 자토어가 공저한 것으로, 자토어는 5000명의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실신해 쓰러진 것을 시작으로 극심한 공황장애를 앓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모르쉬츠키 박사를 만나 치료를 받아 호전된 그녀가 직접 전하는 이야기이기에 더욱 더 "불안장애에 고통받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실제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소개하는 "불안 장애"의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공황장애: 불안 자체에 대한 불안

② 광장공포증 : 불안할 때 탈출구나 조력자가 없어 생기는 불안

③ 특정공포증 : 특정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불안

④ 사회공포증 : 타인의 시선에 대한 불안

⑤ 범불안장애 : 모든 것에 대한 걷잡을 수 없는 불안

⑥ 외상스트레스장애 : 충격의 기억으로 인한 불안

⑦ 강박장애 : 두려움을 피하려는 강박감에서 생기는 불안

⑧ 건강염려증 : 병이 들었다는 상상으로 인한 불안

⑨ 기질성 불안장애 : 질병의 후유증으로 생기는 불안

⑩ 물질유도성 불안장애 : 알코올과 마약의 후유증으로 생기는 불안

 

 

 

 

이 열가지의 분류에서 각각의 증상은 비슷한 증상을 동반하기도 하고, 때로는 비슷한 경험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합니다. 또한 이러한 장애로 유발되는 증상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너무도 친숙하고 익숙한 것이어서 "맞아, 나도 이런 이유로 힘들었던 적이 있었지" 라고 고개를 끄덕이실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장애와 증상들이 충분히 극복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관심을 받지 못하고 따라서 완화되지 않아 더 큰 문제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언제나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괴로워하는 현대인이 정작 그것을 다스릴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은 대단한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자신이 불안을 느낀다고 해서 그것을 무조건 "불안장애"로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모르쉬츠키 박사는 "도움을 주는 불안"과 "장애적 불안"이 확실히 구분된 뒤에야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31 페이지).

 

열 가지의 장애 중 눈에 띄는 한 가지 장애를 짚고 넘어갈까 하는데요, 특히 지난 2009년 조선일보에 기제되었던 한 기사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역시 오스트리아의 디자이너들이 고안하여 만들었다는 "건강염려증 환자들을 위한 이불" 입니다 (기사 원문보기). 건강염려증이란 병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과 병에 걸렸다는 확신으로 인해 "나는 분명히 생명을 위협하는 병에 걸렸으며 그로 인해 죽을것이다"라는 불안에 시달리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들어보면 정신나간 이야기같지만, 건강에 대한 (때때로 서로 상반되는) 정보가 홍수처럼 범람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겪어야만 하는 과정처럼 보입니다. 듣고 아는 것이 많을 수록 공포는 커지게 되고, 그만큼 "걱정할 거리"가 많아지는 것이죠. 실제로 이런 건강염려증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발견되는 불안 장애 중 하나이며, 이러한 불안 증세로 인해 직업도 그만두고 자신의 건강을 돌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우습게 보일 수도 있어도, 당사자의 머릿속에서만큼은 "현실을 능가하는 현실"이기 때문에 더욱 더 위험한 불안 장애. 자신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정신과 육체를 갉아먹고 있습니다.

 

 

불안 일기로 자신의 감정을 극복하기

 

이 책에서 제시하는 일곱 단계의 자가치료로 들어가기 전, 모르쉬츠키 박사는 "불안 일기"를 소개합니다.

 

"우리가 제안하는 불안 극복 프로그램의 기초는 불안 일기다. 되도록 빨리 불안 일기를 시작할 것을 권장한다. 불안과 관련된 당신의 모든 행동 방식, 생각, 감정, 신체 반응을 불안 일기에 기록해두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느끼는 불안의 원인과 유발 요인을 인식하게 된다." (165 페이지)

 

 

 

자신이 불안을 느낄 때 그 즉시 불안 일기를 작성하게 되면 어떠한 상황에서 왜 불안한 감정이 들었는지 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자신의 불안을 글 혹은 말로 표현함으로써 더욱 구체적이며 현실적으로 자신의 불안을 관찰할 수 있게 됩니다. 극복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알고 있는 것 뿐" (191 페이지)이라고 모르쉬츠키 박사는 강조합니다. 막연하게 알고 있거나 추측하는 것으로는 불안을 극복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불안을 보다 더 세세하게 알아차리고 분석하는 것은 불안을 극복하는 것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입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던가요, 불안 역시 그 요소를 파악할 때에 비로소 극복할 수 있게 됩니다.

 

"어떤 감정이 당신을 실제로 움직이는지 인식했을 때에만 이 감정을 사회적 환경에서 적절하게 표출하고 다스리는 법을 배울 수 있다. (...) 그 순간의 감정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욕구를 전달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다." (309 페이지)

 

 

결정은 당신의 손에 있다

 

337 페이지에 걸쳐 두려움과 불안을 샅샅이 파헤치고 그에게서 유발하는 장애를 되짚어보며 극복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메세지는 다름아닌 "능동적인 행위자"가 되라는 것입니다. 모든 불안과 공포의 시작이 스스로의 머릿속에서 시작되었다면, 그것을 끝낼 수 있는 사람 또한 자기 자신, 단 한 사람 뿐입니다. 가족과 지인의 따뜻한 보조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어도, 스스로 자신의 장애를 대면하고 맞서려는 의지가 없다면 결코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이 모르쉬츠키 박사의 입장입니다. 또한 증상의 정도와 관계없이 스스로 자주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이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며 건강한 정신상태라는 것 역시 여러 차례에 걸쳐 강조됩니다.

 

"관계 개선의 첫 번째 단계는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다. (...) 불안장애 환자는 불안을 극복한 후에도 실제로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다양한 대인관계의 문제를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 (314 페이지)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극단성"에서 유발되는 강박장애의 경우 특히 자신이 아닌 상대의 잣대로 모든 것을 평가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가치 기준이 스스로에게 있지 않고 타인에게 의존되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위축된 자아의 부작용을 낳게 됩니다.

 

"강박은 자신에게 더 많은 확실함을 부여하기 위한 시도이다. 그 배후에는 대부분 가정이나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경험하거나 적정한 자율성과 독립성을 발휘하지 못한 직장 생활에서 경험한 불확실한 사건과 예측할 수 없는 사건으로 가득 찬 개인사가 숨겨져 있다." (286 페이지)

 

이처럼 어른이 된 후에도 정신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매사가 타인에게 의존되어 있는 사람의 경우 불안 장애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렸을 때의 상황이나 트라우마 혹은 특정한 계기로 인해 학습된 불안은 더이상 스스로 다스릴 수 없을 정도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됩니다. 많은 경우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부모님이나 다른 가족, 선생님 혹은 직장내 관계에 의해서 이러한 정신적 장애를 가지게 된다고 합니다. 이 때 특별히 나쁜 관계 (예를 들어 일방적이거나 폭력적인 관계 등) 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지나치게 의존하게 만드는 관계일 경우 마찬가지로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너무 친밀한 관계는 독자적인 삶을 전개하지 못하게 하고, 혼자 있을 경우 잠재적 혹은 드러난 불안감이 생기므로 혼자 있는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 (318 페이지)

 

 

 

 

그렇지만 "자신을 이런 상황으로 몰아넣은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못한 일입니다. 아무리 그 주장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또 다른 의존행위인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당신의 불안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을 비난하지 마라. 그렇게 되면 결국 당신은 그 사람의 영향력을 더욱 막강하게 만들어줄 뿐이다. 다른 사람에게 너무 많은 힘을 부여하지 말아야 한다. 이로 말미암아 당신은 영원히 희생자가 될 뿐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맞서 싸우려 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위해 노력하고 당신의 목표를 실현하도록 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비중을 두지 말고,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을 당신 자신이 떠맡아라. 당신에게 유익한 일을 하라!" (319 페이지)

 

아무리 극한 상황에 처했다고 할지라도 그것에 대면하는 자기 자신의 행동에 따라 스스로 희생양이 될 것인지, 자기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것인지 결정하게 된다고 모르쉬츠키 박사는 강조합니다. 이것은 우리 자신이 오랫동안 망각하고 있었던 진정한 "자유"를 되찾음으로서 다시금 스스로의 주인이 되는 것을 뜻합니다. 그리고 두려움과 불안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누리며 삶의 주인이 되기까지의 모든 열쇠는 어느 누구도 아닌 스스로의 손에 쥐여져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아직까지 많이 과소평가되고 있는 불안 장애.

조금씩 쌓이던 스트레스가 어느순간 포화상태에 도달하여 거꾸로 삶을 갉아먹기 전 우리 스스로에게 정직하고 애정어린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르쉬츠키 박사와 자토어 씨의 "두려움의 열 가지 얼굴"은 자칫 오해하거나 잘못 이해하기 쉬운 불안 장애에 대해서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하는 한편, 스스로가 장애를 극복하고 일어설 수 있도록 많은 조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스트레스를 다스리고 올바르게 표출하고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한 오늘, 이 책이 더욱 더 많은 관심을 받아 이슈화되어 사회의식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