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Story - 행동의 방향을 바꾸는 강력한 심리 처방
티모시 윌슨 지음, 강유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문명이 발달한 이래 의술은 꾸준히 발전해왔습니다. 삶 그리고 죽음과 직결되는 문제인만큼 모든 사람들의 공통 관심사였을 뿐만아니라 가장 가치있는 학문 중 하나로 존중받았기 때문인데요, 첨단을 걷는 과학으로 상상도 못했던 것들이 가능하게 된 지금 역시 의학은 멈추지 않고 발전하고 있습니다. 획기적인 기술로 점점 더 많은 것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되고, 알 수 없었던 것들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것만큼 놀라운 발견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방법으로도 볼 수 없는 "마음"은 어떨까요? 일찌기 아무도 확실히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 "자아와 무의식"에 관한 연구는 시작되었고, 이미 많은 시도와 (부분적인) 성공으로 우리는 수많은 책들과 연구 결과를 통하여 마음의 세계에 조금은 더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의례 그렇듯이 확실한 실체를 확인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죠. 그렇기 때문에 저명한 심리학자들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기도 하고, 너무나도 평범하고 광범위한 주제에 수많은 답변들이 쏟아져나오곤 합니다. "결국 알지 못하는 것은 모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이러한 도전과 관심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 아무도 알 수 없는 "마음"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습니다.

 

 

 

 

매일 수 없이 쏟아져나오는 것이 바로 "심리 서적"입니다. 자기계발 서적만큼이나 그 종류도 다양할 뿐더러, 아우르고 있는 장르 역시 다채롭습니다. 심리학 전문서적부터 종교서적, 때로는 사이비 이단 서적까지 제목만 보고서는 언뜻 그 내용과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파악하기 힘든 것이 바로 심리 서적인데요. 그만큼 고르고 구입하는 것에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한 예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오프라 윈프리의 추천도서 "시크릿(secret)"은 엄청나게 간단명료하면서도 직선적이고 독단적이기까지 한 메세지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의심했는가 하면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은 끊임없이 열광하며 무조건적인 지지와 믿음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조금만 비판적인 시선으로 읽기 시작하면 "사이비 이단 서적"으로까지 느껴지는 단호한 메세지를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이 맹신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러한 행동은 과연 적절한 것이었을까요?

오늘 소개할 책 역시 "시크릿"이 약속하는 것과 비슷한 주제를 내놓습니다. "내 인생 내 마음대로 편집하기". 하지만 그 접근 방식은 조금 다릅니다. 아니, 완전히 반대편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책은 드러내놓고 "안티 시크릿(Anti-Secret)"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비슷한 주제를 말하고 있으면서도 반대자의 입장을 가진 책 - 티모시 윌슨 저 "스토리 - 행동의 방향을 바꾸는 강력한 심리 처방" 을 소개합니다.

 

 

 

 

해가 되는 치료법들

 

"수세기 동안 철학자들은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은 객관적인 세계가 아니라 우리가 그 세계를 표현하고 해적하는 방식임을 인식하고 있었다. 사회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주관적인 해석이 빠르고 무의식적으로 형성된다는 중요한 조건을 추가했다. 우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 때 뇌는 신속히 기어를 전환해 최대한 그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 속도는 우리가 세계를 '관찰' 하고 있는 건지, '해석'하고 있는 건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19페이지)

 

저자 티모시 윌슨은 사회심리학자로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입니다. 사회심리학자로 그는 수 많은 임상실험과 다양한 연구에 참여하였고, 심층적인 분석과 통계를 연구한 결과 우리가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대부분의 자기계발서와 심리 서적, 그리고 우리가 쉽게 접하게 되는 여러 자아분석법 및 심리치료법이 제대로된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남용되고 있음을 깨닫고 이를 경고하기에 나섭니다. 시중에는 그야말로 홍수처럼 심리 서적이 범람하고 있고, 이 중에는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해가 되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합니다. 인터넷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두근 두근 심리 퀴즈" 뿐만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실시되는 심리 치료 및 재활 프로그램까지도요. 확실한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곧장 실전에 도입되는 이론들은 어마어마한 금전적 그리고 시간적 손해일 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심적 건강에 돌이킬 수 없는 해악이 될 수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습니다.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도 모자라 오히려 해가 되는 사례들은 책 전반에 걸쳐 소개되며, 이 때마다 저자는 하나 하나 조리있게 그 문제점을 짚어내려갑니다.

 

 

 

 

저자는 구체적인 사례와 그 출처에 대해 자세하게 기술하며 자신의 반론을 펼칩니다. 이 중에는 저자의 일방적인 주장 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워 반대편의 변론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사례에서는 저자의 의문제기와 비판이 상당히 논리적이며 합당하게 보입니다. 그가 스스로 설명한 것처럼 이러한 "상식의 오류와 관련된 사례" (309 페이지) 의 맹점은 어떠한 반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당연한 논리의 결과물로써 절대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관찰력과 통찰력이 뛰어난 누군가가 먼저 논리의 오류를 지적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의 치명적인 피해사례가 드러나기까지 하나의 "진실"로써 프로그램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게는 크고 작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시크릿", 보고 있나?

 

흥미로운 것은 저자가 유독 론다 번의 밀리언셀러 "시크릿"을 주 비판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것입니다. 간단명료하지만 강력한 메세지로 인해 미국 전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던 "시크릿"의 "끌어당김의 법칙"은 의심쩍고 황당한 방법일 뿐만 아니라 물질로써 행복을 얻게된다는 큰 오류로부터 시작된 주장이라고 비판합니다.

 

"인간이 행복해지려면 당연히 좋은 유전자와 안락한 생활환경 그 이상이 필요하다. 행복의 요건이 그게 전부라면 다른 포유류 동물들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 기초적인 욕구를 충족할 자원이 충분히 있는 상태에서 렉서스 자동차와 대저택을 추가한다고 해도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행복해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물질적인 것들이 아니다." (55-56 페이지)

 

이어지는 저자의 주장은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던 "마이클 센델" 교수의 저서와도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즉,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사회적 관계의 질과 인생 안에서의 정의의 실현이 행복의 결정적인 조건이 된다는 것이죠.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와 최근에 발간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읽어보셨다면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스티브 샐러노의 말을 빌려 이러한 인간의 사회적 측면과 행복을 위한 기본적인 충족 조건을 무시한 자기계발서들이 오히려 행복해지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경계합니다.

 

"자기 계발서들이 펼치는 논리를 받아들이면 실패를 자기 탓으로 돌리고 실제 효과 있는 치료법을 외면하게 된다는게 그 (스티브 샐러노) 의 주장이다. 더구나 자기 계발서에 제시된 조언은 과학적 검증이 가능한 경우라도 실제로 검증된 적은 거의 없다." (45 페이지)

 

 

 

 

즉, 모든 것을 "끌어당김의 법칙"으로 설명하는 시크릿의 경우, 그 주장을 맹신하게 될 때의 자신의 실패와 낙오를 책임질 수 있는 것은 어떠한 환경적 요인이나 불가항력적 요소가 아닌 전적으로 자기자신의 무능이 된다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이 실패를 끌어당겼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고, 가난함과 굶주림을 끌어당기고 있는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은 기아에 고통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티모시 윌슨 교수가 구체적으로 "시크릿"을 언급하고 그것의 이론을 하나 하나 지목하며 비판한만큼, 론다 번씨가 이에 대해서 어떻게 반박할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물론, 이러한 논쟁이 화두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합니다만). 가장 큰 위험은 이러한 자기계발서 혹은 범국민적으로 실시되는 국가적 프로그램이 가지는 영향력이 막대한 것에 있습니다. 잘못된 인식과 방법을 받아들인 그들의 삶에 끼칠 영향 역시 미지수로 남게되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당신의 삶을 주도한다 - 스토리 편집 접근법

 

 

 

얼마 전 읽은 두 권의 책이 생각납니다. 먼저 현대인과는 뗄레와 뗄 수 없는 불안과 공포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던 한스 모르쉬츠키 박사의 "두려움의 열 가지 얼굴" 그리고 행복학의 고전이라 불리우는 베란 울프 박사의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비슷하면서도 서로 상반된 주제를 가지고 있는 두 책의 핵심적인 메세지를 종합한다면 "자기 스스로가 삶의 주도권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살라" 라고 압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보자면 티모시 윌슨 교수가 주장하는 "스토리 편집 접근법" 역시 같은 맥락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신적 쇼크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이 주도권을 가지고 사건을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그는 주장합니다. 물론 그것이 아무렇게나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검증된 시간과 방법을 따라 실행되어야 하며, "스토리 편집"이라는 다소 생소한 접근법을 통해 우리는 보다 효과적으로 우리의 삶에 강력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얄팍한 보상이 아닌,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근본적인 동기를 창출해내는 것입니다.

 

 

 

 

저자는 스토리 편집 방향에 따라 같은 상황을 겪고 난 뒤라도 그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지는 사례를 소개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치료와 동기부여법은 스토리 편집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저자의 이론은 사회심리학적 근거들과 수많은 임상실험들을 토대로 하고 있어 읽어 내려가는 내내 흥미진진하게 그의 주장에 대해 생각해보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그는 자신의 이론을 포함하여 자기계발서에 등장하는 모든 이론들과 방법에 열광하고 그대로 실천에 옮기기 보다는 근본적인 질문을 잊지 않도록 격려합니다.

 

"무엇보다도 누군가가 당신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준다거나, 다른 사람에 대해 관대한 마음을 갖게 해준다거나, 더 좋은 부모로 만들어 준다거나, 혹은 당신 자녀가 술과 담배를 멀리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면 정중하게 되묻기 바란다. '그런데 그게 효과 있는 방법인가요?'" (304 페이지)

 

 

 

 

우리 마음에 스토리가 산다!

 

책 전반에 걸쳐 소개되는 다양한 테마를 겨냥한 스토리 편집 접근법의 시작은 1930년대와 1940년대에 사회심리학 분야를 정립한 쿠르트 레빈의 이론이라고 합니다.

 

"레빈은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들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그들이 어떻게 상황을 파악하는지 이해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가,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눈을 통해 문제를 바라보아야 할 뿐만 아니라 비교적 간단한 개입으로 그들의 관점도 바꿀 수 있다고까지 이야기했다." (25 페이지)

 

역자가 이미 서두에 언급하고 있듯이 이 책에는 번역하는 과정에서 스토리(story)와 네러티브(narrative)가 자주 혼용되어 있습니다. 즉 "이야기"를 뜻하는 스토리의 원 뜻보다 "사람이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 혹은 "사람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스토리 편집 접근법은 사람들의 이런 고유의 방식을 특정한 방향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으로 시작되며, 그들의 인식에서 효과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전환이 이루어졌을 때 그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이 과정이 절대 쉬운 일은 아닙니다.

 

"내러티브는 우리가 매일 조금씩 칠해나가는 유화와 같다. 그 내러티브를 수정하려면 겹겹이 쌓인 유화물감을 벗겨내고 새 캔버스 위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만큼 어마어마한 과업이라는 뜻이다." (25 페이지)

 

티모시 윌슨 교수가 제시하는 구체적인 스토리 편집 접근법은 그 기초가 사회심리학에 근거하고 있는만큼 무작정 자신의 방법을 권유하는 일부 자기계발서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며, 대부분은 초보라도 쉽게 시도할 수 있을 간단한 것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해보이는 그런 방법들이 그가 주장한 대로 효과적인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 핵심을 찌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상황이나 사건에 있어 그것을 돌려서 생각하거나 해석하려들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근본적으로 인정함으로써 치료를 시작하고 자신의 스토리를 써내려가는 그의 방법은 충분히 실행가능하면서도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수많은 자기계발서를 읽다보면 문득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 모두 이렇게 성공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다면 어째서 스스로 성공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인데요, 얼토당토 않게 너무 많은 것을 약속하는 책을 읽을 때면 이런 비판을 공개적으로 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기도 한답니다 (물론 굉장히 소심한 성격이라 실행에 옮긴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만). 그런 면에서 티모시 윌슨의 "스토리"는 그러한 일부 자기계발서의 맹점을 정확히 찌른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또 번호를 알려주겠다고 유혹하는 사람에게 "스스로 로또를 타서 부자가 되라"라고 역설적으로 공격하는 식이죠. 물론 윌슨의 이러한 주장 역시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유명한 사람이 집필했고, 밀리언셀러라고 해서 무조건 맹신하는 경향은 확실히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크릿" 만큼은 아니지만 출간부터 큰 반향을 일으킨 티모시 윌슨의 "스토리". 그의 방대한 스토리 편집 접근법을 이 한권의 책으로 이해하는 것부터가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책에서 제시된 크고 작은 방법들을 실천하다가 보면 아직까지는 생소한 스토리 편집 접근법을 보다 가깝게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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