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 FAST, SLIM 먹고, 단식하고, 날씬해져라
아만다 헤밀턴 지음 / 롤링비틀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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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다이어트 열풍입니다. 간단한 다이어트 팁에서부터 괴소문(?)까지, 마치 "살을 빼는 것"은 우리나라 여자들의 공통관심사인것마냥 다이어트 열풍이 벌써 20년 가까이 사그러지지 않는 듯합니다. 물론 그 전에도 다이어트를 하려는 여성분들은 많았지만, 지금처럼 다이어트가 "여자라면 도저히 그냥 지나갈 수 없는 지옥의 관문"이 된 것은 이 정도 되지 않았을까요? 처음엔 몸매를 중시하는 일부 여자들의 소망이었다면, 이제는 단지 "외모"에서 더 나아가 연애는 물론 직업은 물론 자신의 정신적 안녕을 위해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 되어버린 다이어트. 모두가 날씬하고, 군살없는 탄탄한 몸매를 꿈꾸지만, 정작 그것을 가지는 사람은 너무도 적은(?) 이른바 "살과의 전쟁"입니다.

 

그래서인가 마치 이단 종교마냥 이상한 다이어트 방법들도 공공연히 떠돌아다닙니다. 언뜻 듣기만 해도 분명 건강에 나쁠 것이 뻔하고 효과도 기대못할 것이 당연한데도 이런 다이어트 사업들은 놀라우리만치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한 번 속은 고객들은 깨닫고 다시는 속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음 속임수에 가장 먼저 노출되는 희생양들로 반복되어집니다. 도대체 다이어트가 뭐길래 이렇게까지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 타격을 받아가면서 감행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요? 조금 살이 빠질 수만 있다면 정말 물불도 가리지 않게 되는 것일까요?

 

얼마 전 SBS 스페셜에 처음 등장한 이후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간헐적 단식".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으면서도 몸매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증언에 힘입어 수많은 사람들이 이 새로운 다이어트 방법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도전한 사람들 중 얼만큼이 제대로 성공했는지는 잘 알 수 없지만, 언제나 그러했듯이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인 반응들도 종종 보이더군요. TV에 나왔을 때는 정말 이대로만 하면 완벽한 몸매를 가질 수 있을까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 그닥 큰 효과가 보이지 않더라는 내용의 포스팅을 읽은 적도 있습니다.

 

"살과의 전쟁"에서 매번 참패만 당하는 분들은 정녕 아무런 희망이 없는 것일까요? 하라는 대로 했는데도 되지 않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요? 다른 여성분들 못지 않게 (혼자 나름대로) 살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저 역시 이 점이 참 궁금했답니다. 그러다가 한 권의 책을 만나게 되었고, 읽으면 읽을 수록 점점 "유레카"를 외칠 수 밖에 없었고요! 바로 오늘 소개할 책 "먹고, 단식하고, 날씬해져라 (Eat, Fast, Slim)".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평생 다이어트, 지겹지도 않니? 

 

"언제 한번 밥 먹어야지?"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밥을 같이 먹는 것이 마치 친해지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도 되는 듯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음식은 물론 음주도 너무 사랑하는 민족인지라(?) 남자들 사이에선 술 한번 같이 마시지 않았다면 친해지지 못했다고들 하고요. 물론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담소를 나누고 서로에 대해 좀 더 깊이 알아가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도 "먹는 것"에 집착한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제3자의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자면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너나 나나 날씬하고 아름답기를 바라는 한국 사회에서 유독 넘쳐나는 것은 바로 "맛집"입니다. 거리를 보아도 즐비한 식당과 먹거리에 조금이라도 식탐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치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현대인의 대부분은 하루 1500칼로리를 소비하기 어려울만큼 움직이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들이 하루에 섭취하는 칼로리는 그것의 몇 갑절이나 됩니다.

삼겹살 1인분이 보통 270kcal라고 하는데, 솔직히 고깃집에서 삼겹살을 1인분만 드시는 분은 아주 드물죠. 게다가 밥이니 반찬이니 고기 외의 것들은 계산조차 하지 않았고요. 한참 고기를 먹고 배가 불러올 때쯤 "입가심"으로 먹게되는 냉면은 보통 500kcal를 웃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삼겹살 집에서 조금 과식을 했다면 심지어 자신의 하루 대사량보다 많은 칼로리(그것도 나쁜 칼로리)를 삼켜버린 것이죠.

 

이렇게 반복되다 보면 살이 찌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만, 진짜 속상하고 안타까운 일은 여기에서부터 시작입니다. 매일매일 옆으로 퍼지는 자신을 보면서 불만족스러운 나머지 다이어트를 결심합니다. 가장 건전한 방법으로는 헬스 클럽에 등록해 운동을 하겠지만, 대부분 "덜 건전한" 방법을 택하게 되곤 합니다. 14일동안 매일 아침저녁으로 먹기만 하면 20kg 감량하게 된다는 다이어트 알약이나 영양 불균형을 부르는 비정상적인 식단, 정체모를 가루만 섭취하는가 하면 심한 경우 과학의 힘을 빌어(?) 여러가지 시술을 받기도 하죠.

건강에 좋지 않다는 치명적인 단점 외에도 어째서 돈을 내고 음식을 먹고, 다시 그것을 몸으로부터 떼어내기 위해 엄청난 돈을 투자하는지, 옆에서 보고 있자면 참 알 수 없고 한심하기만 합니다.

 

여기까지 읽으시면서 혹시 눈치 채셨나요? 저 역시 이러한 "바보스럽기 그지 없는 패턴"의 희생양(?) 중 하나랍니다. 필요하지도 않은 음식을 꾸역꾸역 위로 밀어넣으면서, 지칠줄 모르고 솟는 몸무게에 한숨 짓고, 스트레스에 못 이겨 시작한 다이어트 며칠 뒤에 빠진 것도 별로 없으면서 폭식을 해버리는... 도대체 먹을 것이 무엇이고 다이어트가 무엇이길래 (나름) 이성적인 사람마저 생바보로 만들어버리는지 원망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결혼 전 꿈에 그리던 몸무게 45kg에 도달하면서 입고 싶었던 옷을 맘껏 입는 것은 물론, 가벼워진 몸에 성격마저 유쾌하고 긍정적으로 변했던 제가 결혼 후 1년 반만에 약 10kg가 찌고 예전에 입던 옷들을 전부 처분해야만 했을 때 이미 "날씬한 몸매"는 평생 물건너간 듯 보였습니다. 그 이후로 남편을 졸라 덴마크 다이어트도 해보고 집에서 할 수 있는 헬스 기구를 구입하고, 마지막에는 헬스 클럽 이용권까지 구입했건만, 야속한 몸무게는 1kg도 제대로 빠지지 않더군요. 조금만 방심하고 먹다 보면 어느새 요요가 오고, 오히려 더 쪄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답니다. 그러던 도중 알게된 것이 바로 이 "간헐적 단식"이고요, 아직은 정말 시작단계지만 놀라운 결과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도저히 구제불능일 줄 알았던 저에게도 맞는 방법이 있더군요. 그리고 오늘 소개하는 책 "먹고, 단식하고, 날씬해져라"를 통해 단식에 대한 저의 신뢰는 점점 더 깊어지게 되었답니다.  

 

 

단식, 다이어트를 위해 한다면 역겹다? 

 

굶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간헐적 단식"에 실패하신 분들이 가장 간과하신 면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요? 간헐적 단식은 "굶기 때문에 살이 빠지는 것"이 아닙니다. 저자인 아만다 헤밀턴은 오히려 이것이 더 부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기본적으로,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하는 단식에서는 영양이 가장 중요하다. 먹을 때는 잘 먹어야 한다. 단식 기간에는 탄수화물이나 필수지방 같은 주요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이 책은 굶으면서 칼로리를 계산하는 것보다는 단식요법을 실천하면서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에 초첨을 두었다. 사실, 단식 기간에는 먹는 양이 전반적으로 줄기 때문에 영양이 더더욱 중요하다. (18 페이지)

 

즉, 간헐적 단식이라는 말 때문에 "굶는 것"에만 초첨을 맞추다 보면 제대로 단식을 할 수도 없을 뿐더러 용솟음치는 식욕과 단식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것인데요. 아만다는 자신이 단식을 제대로 배우기 시작한 인도에서는 "다이어트를 위해 (즉, 날씬해지기 위해) 단식을 하는 것을 역겹다"고까지 여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기왕 하는 김에 제대로 하자는 마음에 단식에 칼로리 제한에 (안하던) 운동까지 곁들이게 되고, 이것은 (보통 의지력이 아니고서는) 작심삼일로 끝날 수 밖에 없는 다이어트 환경을 조성합니다. 게다가 간헐적 단식의 엄청난 보상 중 하나인 "먹을 땐 제대로 먹자"를 잘못 이해해서 실컷 단식을 한 뒤 삼겹살이나 치킨, 패스트푸드 등으로 달려가는 것 역시 정말 큰 문제 중 하나고요.

진정한 "단식"은 몸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비울 수 있는, 그러니까 단식 자체를 즐기고 자신의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상태를 뜻합니다. 그것이 18시간 이하의 간헐적 단식이든지 몇십 일에 걸친 장기간의 단식이든지 단지 살을 빼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고 새롭게 다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저자인 아만다는 이러한 단식의 엄청난 위력을 체감하고 엄청난 연봉과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무작정 스페인으로 떠났다고 합니다. 자신이 발견한 사실과 노하우들이 체중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은 물론 각종 우울증과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는 걸 확신했기 때문이죠.

 

그녀가 소개하고 있는 단식의 종류와 방법들은 단순한 "경험담"에 그치지 않고 철저히 의학적으로 검증된 이론을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혹시라도 아직까지 불투명하거나 확실하게 증명되지 않은 부분은 똑똑하게 표시하고 있고요. 유능한 영양학자이자 수많은 사람들의 단식을 도운 건강 전문가로서의 그녀의 소견은 독단적이지 않고 놀라우리만치 솔직합니다. "이것만 하면 뭐든지 다 해결돼!"라고 외치는 다른 (몇몇의) 책들과는 상반되는 부분이죠.

크게 네 파트로 나뉘어진 책에서 그녀는 먼저 "어째서 단식이 유익하고 우리가 단식을 해야하는지"(Part 1)에 상당히 많은 지면을 할애합니다. 과학적 근거와 임상학적 실험 결과, 마지막으로 그녀 자신의 경험담을 중심으로 단식에 대한 여러가지 오해를 풀고, 올바른 단식으로 임할 수 있는 자세를 가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Part 2에서는 자신에게 맞는 단식법을 선택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소개합니다 (모두에게 단식이 맞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여성과 남성의 단식 효과의 차이와 주의할 점은, 단식을 시작하기 전에 꼭 읽어보고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먹은 것을 좋아하고 식탐이 있는 분들에게는 저승사자만큼이나 무서울 "단식"의 종류는 생각보다 다양하기 때문에, 꼬박 굶지 않고서도 효율적으로 생활에 적용시킬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어떤 단식이 맞는지 한번 잘 찾아보세요!

자, 자신이 실천하고자 하는 단식을 찾았다면 이제는 행동에 옮길 차례죠. Part 3에서는 아까도 언급한 "진짜 단식"을 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식단을 짜고,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를 설명합니다. 단식을 극대화한답시고 영양마저 포기하시는 분들이 참 많은데요, 그것은 단식의 지속성을 무너뜨릴 뿐더러 자신의 영향 균형과 건강마저 해칠 수 있는 아주 위험한 행동입니다. 다른 때는 음식을 제한하는 만큼 먹을 때는 고영양 저열량의 "리얼 푸드(Real Food)"를 섭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마지막 Part 4에서는 본격적인 단식 플랜과 레시피로 넘어갑니다. 아쉬운 것은 레시피 자체가 간략하고 (무엇보다도 예시 없이) 글로만 설명되어있는 것인데요, 조금 레시피를 줄이더라도 시각을 자극할 수 있는 사진을 함께 넣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대부분 "다이어트 음식"이라고 하면 채소 위주의 맛없는 식단이라고 오해하시곤 하는데, 리얼 푸드가 이렇게나 훌륭한 요리들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눈으로 보면 마음이 바뀌실 수 있을텐데 말이죠. (물론 그렇게 해서 칼라 사진이 들어간다면 책의 단가도 훨씬 높아졌을 거라는 단점은 있습니다만!)

 

책을 끝까지 읽고 난 뒤라면 확실히 "단식"에 대해 조금은 다른 시선을 가지실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진짜 단식을 시작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겠지만).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단식은 우리가 살을 빼기 위해 행하는 뭔가 부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하루 세 끼"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것입니다. 방송을 통해 잘 알려져 있지만 우리가 하루 세 끼를 먹기 시작한 것의 역사는 채 100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워낙 가난했고, 굶는 것이 다반사였기에 많이 먹는 것이 좋은 것이고, 부의 척도가 되었던 것이죠. 하지만 이것이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 주었나요? 그 이름이 무색하게 아이들에게까지 빈번하게 발생하는 성인병과 비만 합병증, 비만과 싸워 이기기 위한 엄청난 재정 낭비와 무분별한 관련 사업들의 확장,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과격성향까지 (실제로, 사람은 먹는 것에 따라 성격이 변하고, 건강하지 못한 음식을 주로 먹는 사람들에게서 공격성향이 드러나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고 합니다). 이제는 건강하지 못한 식생활에 이별을 고하고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 자신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이어트를 넘어 라이프스타일로 

 

이미 블로그에서는 관련 포스팅을 정기적으로 올리고 있습니다만, 얼마 전부터 저는 "로푸디스트"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남편 역시 전적으로 지지해주며 스스로도 로푸디스트가 되겠다고 다짐했는데요, 확실히 가족(특히 함께 사는!)의 지지 없이는 쉽게 바꿀 수 없는 것이 바로 식생활입니다. 나 혼자라면 작정하고 독하게 해볼 수 있겠는데, 매 번 끼니 때마다 부딛히게 되고, 다른 사람이 먹는 "맛있는 음식"에 의지가 와르르 무너져내리니까요.

식사 양을 개선하고 배가 고프기도 전 와구와구 먹어대기 전에, 진정 내가 지금 배가 고픈 것인지 아니면 심리적으로 배가 고프다고 상상하는 것인지 묻다보니 하루에 필요한 칼로리의 양이 먹어왔던 것과는 비교도 안되게 적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인지하고 정말 "건강한 식단"을 꾸리다보니 이상하리만치 허기도 느껴지지 않았고요. 일주일이 안되는 시점에서 1.4kg를 감량한 것은 물론, (부족한 수면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상쾌하게 일어나고 전반적으로 가볍고 유쾌한 기분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에 치일 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던 도망치고 싶었던 욕구도 잔잔해지고 미리 스트레스를 받거나 화를 내지 않고도 차근차근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요. 전반적으로 정신적으로 밸런스와 안정을 찾은 느낌이랍니다. 식습관 개선을 통해 감정적인 부분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놀라운 것 같아요.

 

로푸드를 시작한 뒤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여러가지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같은 것을 말하고 있는 것에 놀랐습니다. 로푸드와 단식 모두 결국 다이어트나 체중 감량에 목표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식생활 개선으로 인한 전체적인 삶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저는 로푸드도, 단식도 "다이어트"와 연결지어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물론 "제대로" 성공할 수 있는 다이어트 방법이긴 하지만, 살이 빠지고 균형잡힌 몸매를 가지게 되는 것은 부수적인 효과일 뿐, 전부는 아니니까요.

그런 면에서 로푸드도, 단식도 다이어트라기보다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누구나 라면을 좋아하고 고기를 즐겨먹는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네, 맞습니다. 라면을 좋아하고 고기를 즐겨먹는 것이 올바른 식생활을 유지하며 로푸디스트로 살아가는 것보다 백 배는 쉬운 일이겠죠. 스스로가 절제하고 의지로 이겨나가야 하는 것은 물론, 주위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까지도 감당해야 할테니까 말입니다. 특히 "예외"를 허락하지 않는 우리나라 사회에서 채식주의자나 비건, 로푸디스트, 단식주의자는 "유별난 사람" 혹은 "이상한 사람"으로 간주되기 십상입니다. 그렇다고 매번 다른 사람들에게 리얼 푸드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고, 나름 건강한 식단으로 인한 "고충"을 견뎌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나 먹을 것이 많고 식당이 넘쳐나는 거리에서 제대로 된 채식식당이나 비건을 위한 레스토랑을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운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다이어트에 목을 매는 사회이건만, 정작 권장하고 있는 식단은 고열량 저영양인 것이 아이러니하기 그지 없네요.

 

그래도 긍정적인 것은, 계속해서 우리나라에 이런 식습관 개선을 종용하는 책들이 발간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직까지는 "다이어트"라는 공통 관심사를 통해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정도이지만, 앞으로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올바른 먹거리와 자신의 몸이 진정으로 원하는 영양이 무엇인지 알고, 그로 인한 합병증이나 정신적인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졌으면 하는 것이 소박한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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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제3인류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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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에 새로운 것을 배우고,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독서를 참 좋아하면서도 소설에만큼은 유난히 인색했습니다. 어렸을 때 세계문학전집이 있었기에 고전이라 불리우는 소설들은 꾸준히 읽었지만, 스스로 도서를 고르고 구입하기 시작하면서 주로 전공서적과 전문서적을 선택하게 되었죠. 그래서인가 지금도 저희 집의 여러 책장에는 전공도서가 빼곡히 차 있습니다만 소설책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결혼 후 신랑과 함께 독서라는 "같은 취미"를 갖기 시작하면서 서로의 도서 선정 취향에 영향을 받기 시작했는데, 저와는 달리 여러 소설을 두루 섭렵하고자(?) 했던 신랑 덕분에 저 역시 소설을 다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답니다. 특히 다니는 교회 도서관에서 매 달 신작 소설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되면서 신작은 물론이고 오래된 베스트셀러들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처음으로 읽었던 장편소설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였는데, 각 600쪽이 넘는 세 권의 엄청난 분량이었지만 일주일도 안되어 모조리 읽어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도대체 언제 책을 잠시 덮고 쉬는 것인지 몰라 밤낮없이 읽었던 것인데요, 정말이지 '아, 소설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답니다. 그 후 화차로 알게된 미야베 미유키(통칭 미미여사님)의 이유를 읽은 뒤 세 번째 만나게 된 장편소설이 바로 (당시 따끈따끈한 신작이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웃음입니다.

1Q84이유보다는 훨씬 적은 분량(?)의 장편소설이었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너무도 거대해지는 세계에 읽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아니, 이 작가. 나중에 이걸 어떻게 수습하려고 그러지?' 결말이 궁금해서라도 쉬지 않고 읽었고, 하루가 채 안되어 마지막 장을 읽을 수 있었어요. 책을 덮으면서 느꼈던 것은 '에이... 조금 더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을걸' 이었는데, 너무 성급하게 읽다보니 (나름의) 반전과 (어쩌면) 예상못할 결말의 임팩트를 충분히 만끽하지 못한 것 같더군요. 


그러던 도중 정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바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제3인류의 번역본이 드디어 출간되었다는 것이었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조금 더 빨리 이 두 권의 책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엔 인류다!


"웃음"이라는 기발한 소재로 풀어나갔던 지난 소설과는 달리 이번에는 인류학 전체를 거꾸로 뒤집는 엄청난 소재로 돌아온 베르베르. 그의 말에 따르자면 우리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최초의 인류가 아니라고 합니다. 우리 전에 있었던 첫번째 인류는 멸망하였고 우리는 두번째로 세계를 덮은 인류라는 것인데요, 충격적인 이 사실에도 모자라 소설의 주인공은 우리 이후의 인류인 "제3의 인류"입니다. 


만물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런데 어느 때가 되면 변화가 갑자기 빨라지고 급격해지고 두드러진다. (...) 

그저 공포와 이기심과 폭력 속에서 살던 미개한 부족은 의식이 고양되어 서로 연대하는 문명사회로 변모해 간다. (...)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만약 유기체가 변화를 거부하면 경화증에 걸리고 낡은 껍질 속에서 숨이 막혀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

- 에드몽 웰즈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제 7권 (11~12페이지)


소설을 시작하는 에드몽 웰즈의 인용문에서 이 소설의 모든 컨셉을 담아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류의 발견과 발전 그리고 진화에 이르기까지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여러 과정들을 통해 베르베르는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을 역설합니다. 우리는 사회가 타락하고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그것이 아니라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인류의 특성이 아닐까 반문하는 것이죠. 

실제로 이 소설에는 인간의 여러가지 특성을 대변하는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아직까지도 아이의 모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다비드와 상처를 숨기려는 엘리트 페미니스트 오로르, 강인하다못해 무자비하게까지 비추어지는 나탈리아, 그녀에게 종속된 듯 무능하게 보이지만 사실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가진 마르탱 대위, 자기중심적이고 독선적이지만 카리스마 있는 펜테실레이아, 그리고 헌신적이지만 지나치게 감성적인 누시아까지. 여기에 더욱 다채로운 주변 인물들이 더해지면서 제3인류는 과연 인간의 본질이란 무엇인지, 인간이 가진 성질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꺼내놓습니다. 그들은 모두 다른 사람들이고,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그들 하나하나가 더해져서 "인류"가 되는 것입니다. 



기발한 발상과 섬세한 과학의 만남 


지난 웃음에서도 그러했듯이 긴박한 상황이 점점 말초신경을 자극해올 때 베르베르는 말 그래도 "쉬어가는 페이지"를 통해 숨을 돌립니다. 소설을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이 완급조절이 때로는 너무 절묘해서 탄성이 나기도 한답니다. 웃음 때는 (엄연히 주인공 중 하나인) 다리우스 워즈니악의 유머가 적절하게 삽입되었다면 이번 제3인류에서는 주인공인 다비드의 증조할아버지인 에드몽 웰즈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 등장합니다. 사실 이 책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자신이 쓴 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세번째 개정판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실제로 "제3인류"에서 인용된 에드몽 웰즈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내용들은 상상력 사전의 내용과 같습니다 (일부는 조금 더 심화되어 있습니다). 

웃음에 반한 이후 두 번째로 만나게 된 ("개미"는 전 권을 읽지 못했으니 굳이 포함시키지 않으려 합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은 본격적으로 그에 대한 흥미를 넘어 존경심마저(?) 가지게 된 계기였답니다. 하나의 세계관을 창조하고 그것들을 서로 연결시킬 때 완벽한 허구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위에 존재하지만 확실히 밝혀지지 않는 미지의 세계를 도입하여 현실과 상상의 완벽한 연결구를 찾아내는 그의 발상은 정말 기발하더군요. 워낙에 짧은(?) 저의 과학적 상식 때문인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읽다보면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허구인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어쩌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의 가장 큰 흡입력이 이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와 관계가 없는 "허구의 세상" 이야기가 아니라, 때로는 소름끼칠 정도로 가까운 테마들이 소설에 등장하면서 어느새 소설도 실제도 아니게 되어버리는 것이죠. 또한 특유의 유쾌함과 시니컬함으로 풀어나가는 소설의 내용은 영상으로 상상하고 싶지 않은 잔인한 내용 역시 포함하고 있습니다. 너무 덤덤하게 써내려가는 바람에 자칫하면 놓칠 수도 있지만, 조금만 깊게 생각해봐도 "절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이 연속해서 일어나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런 이유로 인해 베르베르의 작품이 영화화 된다고 해도 굳이 영화관에 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너무나도 현실적인 굴레 가운데서 일어나는 믿기 힘든 상상의 이야기. 그것이 진행되는 방향이 예측할 수 없긴 하지만 납득할 수 있기에 더욱 더 빠져드는 것이 아닐까요?



일단 믿고 읽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책을 받은 후 1주일만에 서평을 써야 했답니다. 책만 읽는다면 별 문제 없겠지만 녹록치 않은 스케쥴에, 책을 읽고 서평까지 쓰려면 정말 빡빡한 일정이겠구나 하고 내심 걱정을 좀 했습니다. 게다가 책이 배송된 날이 하필이면 제주도로 떠난 날이었기에 무려 이틀이나 늦게 읽기 시작했고요. 하지만 그런 걱정들은 모두 기우에 불과했으니, 책을 잡자마자 그냥 손에서 놓지를 못하겠더군요. 결국 이틀 밤을 읽어 결말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그래서인가 확실히 좀 피곤하긴 합니다! ㅎㅎ). 굳이 다 읽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 아니라,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도대체 어디서 잠시 끊고 휴식을 취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였고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은 역시 "일단 믿고" 읽는 소설인가 피식 웃음이 나더군요.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도 새벽 세시 반까지 잠을 재우지 않는 그의 긴장감 넘치는 문장과 도저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전개는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결말 역시 지난 웃음 때와는 달리 의미심장하고, 오히려 책을 덮은 이후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웃음의 경우 2부 중반부터 결말이 예측가능한지라 조금은 김빠지는 느낌이었거든요. 


서평을 쓰면서 어떻게 하면 소설을 읽은 감상을 어떠한 스포일링도 하지 않은 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답니다. 비록 깨알같은 정보라 하더라도 모르고 읽었을 때와 알고 읽었을 때는 하늘과 땅 차이가 아닌가요. 저 역시 제3인류를 읽기 전 어떠한 정보도 접하지 않고 무작정 읽기 시작했답니다. 덕분에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요. 때문에 더이상의 어떠한 내용에 대한 언급 없이 그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일단 믿고 읽어보세요!"


끝으로 덧붙이자면, 책을 읽으면서 두 세 군데의 오타를 발견했답니다. 단어 중간이 빠져있거나 문장이 연결되지 않는 단순한 편집 실수였는데요, 그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맨 마지막 기다리고 기다리던 엔딩을 읽은 뒤 등장하는 "제 1부 끝"은 정말 혼란스러웠습니다. 처음에는 마찬가지로 오타인가 싶었는데 (설마 이런 중요한 부분에 오타가?!), 베르베르에 대해 조금 검색해보니 의문이 풀렸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제목으로 봐서는 상관없는) 소설들은 서로 연대기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었는데요, 예를 들어 1994년의 타나스토스가 2000년 천사들의 제국으로 이어지고 (이 둘을 "천사 시리즈"라고 합니다), 2004년 우리는 신이다, 2005년 신들의 숨결, 2007년 신들의 신비 세 권이 "천사 시리즈"를 이어가는 "신 시리즈"라고 합니다. 수많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들은 (일부는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국내에선 잘 알려져있지 않습니다) 이처럼 좀 더 큰 맥락 가운데서 연속성을 띄고 있는 시리즈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확실히 전체의 그림을 보려면 모조리 완독하는 수밖에는 없겠네요! 

조금 조사를 해보면서 알게 된 것인데, 이미 2013년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마이크로인간이라는 제3인류 후속작을 공개하였습니다 (제3인류는 우리나라 발간이 2013년이며 프랑스에서는 2012년 공개되었습니다). 발간은 그가 항상 그래왔듯이 10월 3일 이루어졌는데, 아마 내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드네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들 (출처: http://www.bernardwerber.com)


후속작 마이크로인간이 발간되기 전 어서 제3인류를 완독하셔야겠습니다 ㅎㅎ 제3인류와 함께 새로운 시리즈 (그는 이것을 "인류 시리즈"라 이름지었습니다)가 시작된만큼 앞으로의 후속작들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기다리게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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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기타리스트 - 그들의 기타가 조용히 흐느낄 때
정일서 지음 / 어바웃어북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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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학생들을 가르친지 몇 년이 지나고 나니, 뭐든 "역사"와 관련된 과목을 어려워하는 것은 저 뿐만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말이 역사지 바꾸어 이야기하면 "옛날 이야기"인데 뭐가 그리도 힘들게 느껴졌던지... 아무튼 음악사 시험이 다가오면 입술이 바싹바싹 마르고, 평소에는 가깝게만 느껴지던 유명한 작곡가들의 인생이 점점 더 미궁속으로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답니다. 도대체 시험에서 뭐가 나올지 (게다가 대부분이 구두 시험이었기에!) 알기는 커녕 예상조차 할 수 없었기에 더욱 긴장되었던 음악사. 역사라는 것 자체가 너무도 다층적이고 다각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에 그렇지 않았을까요?

그러다가 대학원에 진학하고 (이제는 음악사가 필수과목이 아닌 선택으로 바뀌면서) 조금 더 여유롭게(?) 역사에 관련된 과목을 수강하기 시작했는데, 본격적으로 음악사에 대한 관심을 가진 것은 다음의 두 과목을 수강한 이후였습니다. 


- "여자들"의 역할로 본 음악사

- "스캔들"로 본 음악사 


"태초에 음악이 있었더니"로 시작하는 대부분의 음악사와는 달리 먼 옛날이 아닌 추정할 수 있는 어느 시대부터 시작할 뿐더러, 하나의 테마로 살펴보는 음악사는 예전에 알던 것과 딴판이었습니다. 이해가 될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내용이 궁금한 것이 마치 드라마를 기다리는 마음 같았는데요, 그래서인가 그 이후로 어떤 "테마를 가진 역사 이야기"에 열광하게 되었답니다.


이제는 대중음악 없는 우리의 일상을 생각하지도 못하게 되었지만, 이 대중음악의 역사는 너무나도 짧아서, 정확하게 '우리가 아는 대중음악'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채 100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950년대 초기 시작된 록큰롤만 해도 벌써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확실히 그간 많은 일이 있었던 것만큼은 분명해보입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뜨겁고 격동적이었던 20세기. 이 시기는 대중음악이 본격적으로 탄생하고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던 때인데, 사실 그 변화에 대해 기록하고 증언하고 있는 책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어쩌면 아직 "역사"가 되기에는 너무 가깝기 때문인지, 우리는 정작 우리가 (부분적으로나마) 겪어온 시기에 대해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더욱 특별한 오늘의 책. 더군다나 외국의 저명한 음악 저널리스트나 평론가가 아닌 우리나라 사람이 썼기에 놀랍고 감탄할 수 밖에 없는 "더 기타리스트 - 그들의 기타가 조용히 흐느낄 때"를 함께 만나보시죠.





While Their Guitar Gently Weeps 


비틀즈의 명곡 "While My Guitar Gently Weeps"에서 따온 이 책의 부제가 읽으면 읽을 수록 이 책과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블루스 시대로부터 오늘날까지의 역사를 105명의 기타리스트들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기타"는 단순한 악기도 아니고, 음악 그 자체도 아닙니다. 기타는 그것을 잡고 연주하는 사람의 인생이자 그의 삶을 대변하는 하나의 언어로써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고, 나타내고 싶었는지의 은밀한 이야기를 폭로하는, 그러한 매개체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어쩌면 본인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하고 싶지도 않았던 것들을, 은밀한 언어로 모조리 말해버리는 그런 미디엄(Medium) 말이죠.


105명이 기타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적어도) 105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같은 장르의 음악을 하고 있는 듯하면서도,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죠. 마치 우리가 다 같이 "한국어"를 구사하고 있지만, 이야기하는 내용은 다른 것처럼 말입니다.

사실 저자의 책을 읽기까지는 기타리스트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습니다. 물론 지미 핸드릭스나 에릭 클랩튼, 산타나, 반 헤일런 같은 유명한 기타리스트의 대략적인 특징이나 플레이 스타일은 알았지만 "그들의 스타일이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로 다른 스타일들과 구분되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기 어려웠습니다.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다르다고 느끼는지"가 설명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하지만 확실히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어가는 느낌이었답니다.


Chapter 01 초기 블루스의 거장들 (~1950)

Chapter 02 록큰롤의 개척자들 (1950년대)

Chapter 03 영웅들의 탄생 (1960년대)

Chapter 04 록 오브 에이지 (1970년대)

Chapter 05 헤비메탈 무법지대를 크로스오버하는 연금술사들 (1980년대)

Chapter 06 좀 더 강한 사운드 혹은 그 대안 (1990년~)


연대별로 여섯 개로 나뉘어진 챕터를 통해 기타리스트들을 만나다 보면 어느새 대중음악의 역사가 머릿속에 펼쳐집니다. 한 명의 기타리스트에 대해 배우고, 그의 음악세계에 대해 읽어나가면서 유투브나 멜론 스트리밍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여 그의 음악을 직접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이야기를 맺을 때마다 저자가 추천하는 "The One and Only" 음반에 수록된 곡이라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죠!




음악을 사랑하는 음악인의, 음악인을 향한 소중한 선물


"정말, 정말 하고 싶어서 한 (해낸) 일이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연신 되뇌었던 말입니다. 저자인 정일서 씨는 1970년 생으로 어렸을 때부터 알아주는 음악광이었고, 1995년부터 지금까지 KBS 라디오 PD로 맡은 프로그램 역시 모두 음악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황정민의 FM 대행진", "남궁연의 뮤직스테이션", "이금희의 가요산책", "김광한의 골든팝스", "전영혁의 음악세계", "이상은의 사랑해요 FM", "신화 이민우의 자유선언", "레코드마니아", "팝스갤러리", "유희열의 라디오의 천국" 등 이미 음악매니아라면 한번쯤 들어보았을 프로그램을 연출하였고, 현재는 KBS2 라디오의 "이소라의 메모리즈"를 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라디오를 잘 듣지 않는지라 (또한 들을 기회가 없었어서) 이런 프로그램의 이름과 인기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 프로그램들이 모두 한 PD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는 것을 알고 놀라웠답니다. 어떤 일을 10년만 꾸준히 해도 세계적인 전문가가 된다는데, 매일매일 전쟁터같은 방송을 19년 동안이나 해왔던 저자의 엄청난 내공은, 그가 사랑하는 음악에 대한 지식과 열정 그리고 감성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해서 누구나 책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저만 해도 대학과 아카데미 그리고 개인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화성학 혹은 음악통론 교재에 아쉬움을 느낀 것이 벌써 몇 년이 되었지만, 처음에 마음먹었던 "내가 직접 교재를 집필하자는" 다짐은 시간에 쫓기고 프로젝트에 지치다 보면 어느새 우선순위 가장 밑으로 떨어져버리기 일쑤였으니까요.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음악이 곧 일인 저자라 하더라도 방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하고, 다시금 다듬는 일은 정말 커다란 과제였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멋진 책을 출간할 수 있었던 저자의 저력이 한편으로는 놀랍고, 다른 한편으로는 부럽기 그지 없습니다.


"더 기타리스트"는 부족하기 그지없는 대중음악 관련도서에 큰 발전이자 수확일 뿐만 아니라, 음악인들에게는 머릿속 퍼즐을 맞추어 한 편의 거대한 그림을 완성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굳이 기타리스트를 꿈꾸거나 기타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더라도 이들의 역사는 곧 대중음악의 역사이기 때문이죠. 혹자는 대중음악의 역사를 "확성기(amplifier)의 역사"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확성되었던 가장 결정적인 악기 중의 하나가 바로 기타이고요.

기타음악의 역사를 따라 다시 바라보는 대중음악의 역사. 그리고 그 속에서 실질적으로 물결을 이루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더 기타리스트"는 단순한 기타리스트 평전 모음이 아니라 그들이 거대한 물결 안에서 어떻게 서로간 반응하고 발전해갔느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기타가 치고 싶었던게 아니라,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우면서, 가끔은 지겹고 어려워 접고 싶은 때가 있어도 쉽사리 그 매력을 포기하지 못했던 것은, 악기 안에 잠재되어있는 오케스트라같은 거대함 때문이었는데요, 다른 악기들과 달리 피아노와 기타, 혹은 오르간 등의 악기들은 연주자로 하여금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지고 다니기 용이하고 연주하는 모습이 멋진 기타는 수많은 (특히)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는데, 아마 여기서 언급하고 있는 105명의 기타리스트 모두가 남성인 것도 그런 연유가 아닐까요? 물론 제 지인 중에도 멋지게 기타를 연주하는 여성 기타리스트들이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기타가 남성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것만큼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기타는 누구나 주변에서 아주 쉽게 접하고 배울 수 있는 악기이다. 기타만큼 만만하고 편하게 접근 가능한 악기도 드물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것이 표현할 수 있는 음악적 영역은 무한하다 할 만큼 넓다는 것이 기타가 가진 최대의 매력이다" (머리글 중, 12페이지)


"중요한 건 대부분의 경우 기타라는 악기를 제대로 알기도 전에 이미 기타리스트를 꿈꾼다는 사실이다. (...) 아이들은 기타를 연주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어서 기타를 잡는다." (추천사 중, 박은석, 음악평론가)


추천사를 읽고서 그제서야 무릎을 탁 쳤습니다. 그렇구나. 기타리스트의 역사가 조금 더 특별한 것은 어쩌면 기타라는 악기 자체가 가지는 고유의 대중성으로 인해 음악을 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졌거나, 음악을 심각하게 고뇌하지 않고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어쩌면 이미 전설이 되버린 그들이 어렸을 때 누군가가 "음악을 시작하려고 하는구나. 그래, 이리 와봐. 음정과 음계부터 좀 배워보자"라고 말해버렸다면 그들은 채 자신의 판타지를 펼쳐보기도 전에 음악을 접어버렸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천만다행인건 아무도 그들에게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았고 (적어도 그들이 포기할만큼 겁을 주지는 않았고), 그래서 우리가 그들의 음악을 오늘날 들을 수 있는 것이고요.


책을 쭈욱 읽었습니다만, 다시한번 차근차근 읽어보면서 아까 이야기했듯 음악과 병행하여 한 명 한 명과 특별한 만남을 가져보려 합니다. 멋지게 서술된 책이긴 하지만, 직접 듣지 않고 읽기만 하는 음악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런 면에서 저자가 항상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명반을 소개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도움이자 감사해야 할 팁입니다.

"더 기타리스트"를 시작으로 앞으로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대단한 대중음악저서가 쏟아져나오길 기대하고 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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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100 아티스트 - 대한민국 음악의 발견
Mnet 레전드 100 아티스트 제작팀 지음 / 한권의책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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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레전드 100 아티스트 프로젝트"


약속이라도 한 듯 쏟아져나오는 오디션 프로그램들. 지상파 3사 이외에도 막강한 파워를 가진 채널은 바로 Mnet입니다. 이미 "슈퍼스타K"로 보컬 오디션의 흐름을 이끌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댄스와 뮤직드라마까지 그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죠. 한국 대중음악 (약) 100주년을 맞이하여 Mnet에서 준비한 프로젝트가 바로 "Mnet 레전드 100 아티스트"라고 합니다.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를 아우르지 못하는 장르의 편중화였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다양한 연령대가 컨슈밍할 수 있는 다양한 음악이 존재하고, 또 사랑받았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의 출연과 본격적인 아이돌 전성기의 시작으로 기성세대는 점점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찾을 수 없었고, 자연스럽게 "기꺼이 지갑을 넓게 여는 10대들"이 대중음악의 주 소비자층이 되었던 것이죠.

슬슬 대중의 관심사에서 벗어나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두번째 전성기를 맞이한 것은 - 이미 "나가수" 혹은 "불후의 명곡"에서 그 효과를 입증한 바 있는 -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를 이을 수 있는 연결고리를 공략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는데요. 이로인해 기성세대에 익숙한 멜로디와 아티스트를 젊은 세대가 잘 아는 아티스트가 재구성함으로 인해 훌륭하게 두 세대가 맞닿는 교집합을 찾아낸 것입니다. 





"Mnet 레전드 100 아티스트 프로젝트"에서는 젊은 세대에겐 낯설지만 기성세대의 향수를 일으키는 아티스트를 화두로 하여 "숨겨진" 명곡을 소개하였습니다. 도서 "레전드 100 아티스트"는 이 프로젝트의 연장선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프로그램을 제작한 제작팀이 공동집필한 책입니다. 

각각 보컬, 싱어송라이터, 록&밴드, 퍼포먼스, 그리고 아이콘의 다섯 개 부문으로 스무 명 (혹은 그룹)의 아티스트를 선별하여 소개한 이 책은 방송과도 깊은 관련이 있지만, 방송이 아니더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선별된 아티스트들은 단지 유명세나 대중성으로 나열된 것이 아니라 50명의 전문 음악전문가들이 고심 끝에 선정하였다고 합니다.


사실 각 부문에 Top 20을 선정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스무 명 이상의 아티스트가 실려 있습니다 (Top 20 선정 아티스트는 따로 표시가 되어있습니다). Top 20 이외에도 약 다섯 명에서 일곱 명 정도의 아티스트가 추가로 소개되고 있는데, 제작진이 조사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아티스트들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지 여실이 보여주고 있는 듯합니다.

각 아티스트에게 할애된 지면은 개인정보 외에 2~3 페이지 정도로 간략하게 활동 내역과 역사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효과로 일러스트레이트된 첫 페이지에서는 데뷔연도와 데뷔곡, 대표곡 등을 소개하고 있는데, 솔로가 아닌 팀의 경우 멤버의 연혁도 기재되어 있습니다. 아래에 있는 QR 코드를 스캔하면 Mnet의 해당 아티스트 페이지로 자동 연결이 되기 때문에 손쉽게 대표곡들을 만나볼 수도 있고요. 


혹자는 그 선정 과정에서 이런저런 이견을 제시할 수도 있겠고, 한 아티스트를 만나보기에는 할당된 지면이 많이 적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아티스트로 보는 한국 대중음악사 서적"에 첫 발을 내딛은 것이 정말 기쁘고, 감사한 일인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방송으로 끝나지 않고 그 연장선에서 이런 멋진 도서를 만나볼 수 있다는 것 역시 대단하고, 훌륭한 일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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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을 지키는 미디어 글쓰기 - 기자들의 글쓰기 훈련 따라하기
이기동 지음 / 프리뷰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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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20세기 가장 큰 발명은 "Web 2.0"이라고 했습니다. 20세기는 어떤 면에서 보아도 인류역사상 가장 다사다난했던 격동기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의미있는 큰 발명이 다른 것도 아닌 Web 2.0이라는 의견은 의미심장합니다. 인터넷이 처음 상용화되었을 때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이었다면, Web 2.0의 도입으로 비로소 온라인 소통문화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불특정다수에게 무작정 정보를 뿌리는 것이 아니라 정보에 대한 피드백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죠.


이제 본격적으로 인터넷이 상용화되기 시작한지 15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이 새로운 매체가 우리에게 가져다줄 파급력과 잠재력은 모두 드러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자면 매일매일 새로운 포맷과 서비스, 포털이 등장하고 사라지면서 숨쉴 틈 없이 발전과 확장을 계속해왔으니까요. 그중 가장 "널리 퍼진 예"가 바로 블로그입니다. 이전에는 "자신만의 공간"으로 각광받던 블로그가 점차 여러가지 종류로 나뉘게 되면서, 혹자는 (대부분) 무료 블로그 서비스를 이용해 어마어마한 이윤을 창출하는가 하면, 블로그 운영으로 유명세를 톡톡히 보기도 합니다. 

다른 언론매체를 거치지 않고도 자신의 의견을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발견이며 발언의 자유를 지지하는 긍정적인 변화가 분명하지만, 아무래도 그에 따른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공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제 모두가 블로그를 통해 글을 쓰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게 되었지만, 반면 "뭐든 쓰면 글"이 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파워블로거들이 가장 힘쓰는 것은 바로 양질의 콘텐츠 제작일 것입니다. 뭐가 되었든 다른 사람들에게 원하는 정보를 전달하고, 타 블로그 혹은 사이트와 차별화된 자체적인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블로그를 널리 알릴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일테니까요. 무언가 좋은 콘텐츠를 개발하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그 테마와 카테고리에 관계없이 직면하게될 가장 큰 산이 바로 "글쓰기"입니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도 그것을 글로 풀어나갈 수 없다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주기적인 구독자를 확보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위트 있는 글이건, 정형화된 보도성 자료건, 아카데믹한 정보제공이건 "글쓰기"에 능통해야 한다는 것 만큼은 공통적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글쓰기"에 대한 책을 찾아보면 생각 외로 발간된 책이 적을 뿐만 아니라, 누구든 인터넷을 통해 자유자재로 소통할 수 있는 요즘 시대에 걸맞는 "일반인 역시 편안하게 읽고 배울 수 있는" 책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 역시 블로그를 시작한 작년 초에, 조금이라도 더 글을 배우고 싶어 여러가지로 알아보았지만, 마음에 드는 결과를 찾지 못했고요.


저처럼 보다 나은 글쓰기를 꿈꾸시는 분들께 전할 희소식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책인데요, 글쓰기에 대한 탄탄한 기본바탕부터 여러가지 상황에 맞는 특화된 교육과 팁을 제공하는 멋진 책이랍니다.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이었던 이기동씨가 집필한 "기본을 지키는 미디어 글쓰기"를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시죠.




기자는 아무나 되나 

종이신문보다는 인터넷 신문을 이용하게 되면서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아마 공감하실 수 있을 듯한데요, 프린트된 언론물과는 달리 인터넷 기사는 손쉽고 빠르게 작성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가볍고 (약간은) 성의없이 제작된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벌써 제목부터 이른바 "낚시질"을 하지 않나, 제목과는 무관한 사진과 내용에 "이게 뭐야" 하며 뒤로가기 버튼을 누른 것이 한두번이 아니니까요. 게다가 제대로 된 내용 없이 무작정 "속보"라는 제목 아래 충분히 논란이 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검증되지 않은) 자극적인 내용을 담은 기사들 역시 눈살을 찌뿌리게 합니다. 이러한 "저질 인터넷 기사"가 난무하게 되면서 기자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조차 현저하게 낮아진 것 같습니다. 


"기사는 아무나 쓰네"

"이 기자 기사를 발로 썼네"

"기자 양반, 제대로 알아보고 기사를 쓰시지"


포털 사이트의 기사를 둘러보다 보면 어렵잖게 만나게 되는 코멘트들인데요, 그래도 나름 직업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쓴 기사에 조금 너무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초반에는 가지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 역시 성의없는 자극성 기사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답니다. 


저자인 이기동씨는 서울신문에서 초대 모스크바특파원과 국제부 차장, 정책뉴스부차장, 국제부장, 논설위원을 지내면서 다년간의 경험을 쌓고 "미하일 고르바초프 최후의 자서전-선택", "인터뷰의 여왕 바버라 월터스 회고록-내 인생의 오디션" 등을 번역하는 등 글쓰기에 있어서는 자타공인 베테랑입니다. 숱한 기사를 쓰면서 그는 "글쓰기가 무엇이고, 어째서 글을 쓰는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왔던 것 같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그에게 있어 글쓰기는 직업 이상의 어떤 비전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글쓰기에 대한 그의 생각들은 한 대학에서 시작한 언론문장 강의를 통해 조금 더 구체적인 모습을 가지게 되었고, 그것이 정리되어 우리가 이 훌륭한 책을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이죠.


"기자가 만약 자신의 출세를 위해 발행인이나 권력의 눈치를 보고, 그들에게 유리하도록 정보를 왜곡, 침소봉대 하거나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기사를 가공하는 경우 그 글은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된다 해도 자신은 물론 사회에 해독이 되고 만다.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권력이 언론을 장악하고 또한 이용하려고 시도한다. 흔히 기자정신이라고 표현하는데, 사회 각 분야에 쳐진 다양한 유혹의 그물망에 걸려들지 않고 언론의 정도를 지키는 인격이 그 사람이 쓰는 글의 품격을 지켜 준다." (17 페이지)


책의 초반 (1~2장) 에서 저자는 보다 구체적으로 "기자로써 사는 삶"을 그려볼 수 있도록 조직도와 구조를 설명합니다. 아까도 언급했던 "질 낮은 인터넷 기사"를 쓰는 기자들 때문에 무너졌던 기자들에 대한 존경심이 조금씩 회복되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일부 기자들이 독자를 낚기 위한(?) 기사를 쓰곤 하지만, 대부분의 기자들은 오랜 인고의 세월을 거쳐 글쓰기를 배우고, 눈물겨운 노력 끝에 자신의 기사를 세상에 내보내기 때문이죠. 특히 언론사의 조직도를 살펴보면서, 기자로 살아가는 것이 단지 취재현장을 쫓아다녀야 한다는 스트레스보다 조직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면서도 "모든지 할 수 있는" 만능인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질 수 밖에 없겠구나 생각했답니다. 

또한 우리가 접하는 일반적인 (인터넷) 기사와는 달리, 마치 학술논문을 쓰듯 출처와 표기를 명확하게 기재하고 신경써야 한다는 것을 읽고 포털 사이트에 있는 기사들을 조금 더 눈여겨보게 되었답니다. 물론 이러한 기본원칙을 지키지 않는 기사들이 많지만, 나 자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꼭 알아두어야 할 내용임에 분명합니다. 



쓴다고 다 글이 아니다 

내뱉는다고 모두 말이 아니듯이 쓴다고 다 글은 아닙니다.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지만, 저부터도 글을 쓰면서 종종 잊곤 합니다. 사실상 블로그가 소통의 창구라고는 하지만 직접적인 코멘트나 피드백을 받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자칫하면 편협된 지식이나 어줍잖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이죠. 

"양질의 콘텐츠"라고 하더라도 글쓴이의 머리로부터만 쓰이는 글은 많지 않습니다. 많은 경로로 얻은 정보를 판단하고 검증한 뒤 취합하여 쓰이는 글은 "글솜씨"보다도 좋은 정보를 알아보는 능력을 필요로 합니다. 저자는 일단 언론 문장이 기본적으로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기사를 쓸 때에 어떠한 형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지 다양한 예시를 제공합니다. 같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쓰는 사람에 따라 부각시키고자 하는 부분이 다를 것이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역시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즉, 단순한 정보를 전달하는 기사라고 해도 기자에 따라 그의 사적인 가치판단 기준이 포함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 모든 절차를 진행함에 따라 자신이 어떤 것을 원하고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저자는 보다 객관적인 기사와 효과적인 정보 전달을 위한 노하우를 공개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저자가 같은 내용이라도 미묘하게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예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었습니다. 이론적으로 이렇다 저렇다 한들 효과적인 예시가 없다면 이해하기가 어려웠을텐데, 짧은 문장부터 단락으로 이루어진 기사 발췌문까지 인용되어 구체적인 예시를 제시하다보니 글쓰기에 능숙하지 않은 (저 같은)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하고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읽으면서 우리나라 말이 단어 선택과 문장의 조합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 뉘앙스와 서브텍스트(Subtext)를 내포할 수 있는지 다시한번 놀라게 되더군요. 보통 뉴스나 기사라고 하면 딱딱하게 있는 그대로의 사실 (혹은 기자 자신이 받아들인 사실) 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객관적인 글에서도 글쓴이의 의견과 판단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특히 첫 문장이라 할 수 있는 "리드"를 선별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결정적이고 어려운 부분이라는 것에 깊게 공감했습니다. 저부터도 첫 문장이 그닥 "눈길을 끌지 않는다면" 굳이 다음 문장을 읽어내려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으니까요. 


기본적인 기사의 구성과 문장에 대해서 알아본 뒤에는 여러가지 상황에 맞는 글쓰기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특집기사의 특성과 작성 요령 (8강), 보도자료를 활용한 글쓰기 (9강), 기자회견과 연설문 기사 쓰기 (10강), 인터뷰 기사 쓰기 (11강), 외신기사 쓰기 (12강)까지, 새내기 기자들이라면 언젠가 처할 수 밖에 없는 상황별로 특징과 대처 방법을 소개하다보니, 기자를 꿈꾸는 분들이라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생각이 들더군요. 굳이 기자가 되려하지 않아도, 앞으로 여러가지 기사를 접하게 될 때 조금 더 눈여겨볼 수 있을 것 같아 흥미로웠답니다. 

마지막 사설 쓰기 (13강) 와 칼럼 쓰기 (14강) 까지 마치고 나니, 그동안은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기자 역시 수많은 분야로 나뉘어진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물론 여기에 각 분야별 카테고리가 추가되고 소속된 언론 매체의 성격까지 더해진다면 "기자의 삶"은 더욱 더 다양하고도 복잡해질 것 같더군요. 물론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언론의 역할이나 기자의 활동은 사실상 상당히 이상주의적이긴 하지만, 언론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이러한 원칙들을 하나하나 존중하고 지켜주신다면 정말 깨끗한 미디어를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비록 그것이 실현 불가능한 이상향일지라도 말이죠.



기본을 지키는 미디어 글쓰기

여기까지 읽으신 분이라면 "에이, 이게 뭐야. 기자들을 위해 쓴 책이잖아"라고 말씀하실지 모르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우리가 블로그나 SNS에서 쓰는 글들은 기사와도, 사설과도, 칼럼과도 거리가 있고 어떻게 보면 쓰는 말이나 어투 하나까지도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만, 글쓰기를 대하는 자세와 정보를 취합해 골라내는 능력. 그리고 어떠한 글을 쓰기 전 조금 더 생각해보고 그것의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신중함은 기자들 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우리 모두가 지녀야 할 소양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의 힘과 언어의 위력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것을 사용함에 있어 책임감을 지니는 것. 어쩌면 봇물 터지듯 늘어난 블로그와 소통의 장의 확장에서 누락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얼마 전, 불의의 사고로 어린이집에 맡긴 아이를 잃은 부부의 사연을 TV를 통해 접하게 되었습니다. 아직까지도 원인불명의 이유로 아이가 사망한 뒤 누구보다도 힘든 시간을 보냈을 가족들의 마음에 더욱 날카로운 비수를 꽃은 것은 다름아닌 "인터넷"이었습니다. 아이의 아빠가 보험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했다는 근거 하나만으로 사실 아이를 사망하게 한 뒤 어린이집에 누명을 씌워 몇억 원의 보험금을 타내려 했다는둥, 아이의 할머니가 실수로 아이를 떨어뜨려 죽인 것이라는 둥... 누구나 "혹"할 수 있는 이러한 소문들의 근원지는 다름아닌 인터넷이었는데, 실명을 거론한 것은 물론, 체계적인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거짓의) 근거까지 조목조목 나열하고 있는지라 격분한 네티즌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가게 되었죠. 물론 4세 미만의 유아에겐 사망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보험에 가입한 사실도 없다는 것이 밝혀지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그 가족을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을 뿐더러, 그동안 겪어야만 했던 고통은 어느 누구도 보상해줄 수 없을 것입니다.


"기본을 지키는 미디어 글쓰기". 쉽고 간단해 보여도 막상 실천하려면 어렵고 복잡합니다. 예전에는 그저 써내려갔던 정보들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문장을 제대로 살핀 뒤 독자에게 어떤 것을 부각시켜야 할지 결정해야 하고, 자신의 글을 마지막으로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책을 읽은 지금도 제가 쓰는 글이 이러한 "기본"을 충족시키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할, 그리고 배워야 할 내용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있답니다.


글을 쓴다는 것. 그것은 자신이 쓴 글에 어떤 책임이라도 져야 한다는 것을 뜻하지 않을까요?

아무런 법적 제제도 없고, 규정이나 범주도 없다고 해서 책임지지 못할 말을 늘어놓기 시작한다면 양질의 정보와 그렇지 못한 잘못된 정보가 뒤엉켜, 인터넷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고 말테니까요. 

정의하기 힘든 만큼 배우기도 어려운 글쓰기.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진정한 글쓰기의 소양을 갖추려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큰 도움이자 지침서이고, 참고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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