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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제3인류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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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에 새로운 것을 배우고,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독서를 참 좋아하면서도 소설에만큼은 유난히 인색했습니다. 어렸을 때 세계문학전집이 있었기에 고전이라 불리우는 소설들은 꾸준히 읽었지만, 스스로 도서를 고르고 구입하기 시작하면서 주로 전공서적과 전문서적을 선택하게 되었죠. 그래서인가 지금도 저희 집의 여러 책장에는 전공도서가 빼곡히 차 있습니다만 소설책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결혼 후 신랑과 함께 독서라는 "같은 취미"를 갖기 시작하면서 서로의 도서 선정 취향에 영향을 받기 시작했는데, 저와는 달리 여러 소설을 두루 섭렵하고자(?) 했던 신랑 덕분에 저 역시 소설을 다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답니다. 특히 다니는 교회 도서관에서 매 달 신작 소설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되면서 신작은 물론이고 오래된 베스트셀러들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처음으로 읽었던 장편소설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였는데, 각 600쪽이 넘는 세 권의 엄청난 분량이었지만 일주일도 안되어 모조리 읽어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도대체 언제 책을 잠시 덮고 쉬는 것인지 몰라 밤낮없이 읽었던 것인데요, 정말이지 '아, 소설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답니다. 그 후 화차로 알게된 미야베 미유키(통칭 미미여사님)의 이유를 읽은 뒤 세 번째 만나게 된 장편소설이 바로 (당시 따끈따끈한 신작이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웃음입니다.
1Q84나 이유보다는 훨씬 적은 분량(?)의 장편소설이었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너무도 거대해지는 세계에 읽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아니, 이 작가. 나중에 이걸 어떻게 수습하려고 그러지?' 결말이 궁금해서라도 쉬지 않고 읽었고, 하루가 채 안되어 마지막 장을 읽을 수 있었어요. 책을 덮으면서 느꼈던 것은 '에이... 조금 더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을걸' 이었는데, 너무 성급하게 읽다보니 (나름의) 반전과 (어쩌면) 예상못할 결말의 임팩트를 충분히 만끽하지 못한 것 같더군요.
그러던 도중 정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바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제3인류의 번역본이 드디어 출간되었다는 것이었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조금 더 빨리 이 두 권의 책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엔 인류다!
"웃음"이라는 기발한 소재로 풀어나갔던 지난 소설과는 달리 이번에는 인류학 전체를 거꾸로 뒤집는 엄청난 소재로 돌아온 베르베르. 그의 말에 따르자면 우리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최초의 인류가 아니라고 합니다. 우리 전에 있었던 첫번째 인류는 멸망하였고 우리는 두번째로 세계를 덮은 인류라는 것인데요, 충격적인 이 사실에도 모자라 소설의 주인공은 우리 이후의 인류인 "제3의 인류"입니다.
만물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런데 어느 때가 되면 변화가 갑자기 빨라지고 급격해지고 두드러진다. (...)
그저 공포와 이기심과 폭력 속에서 살던 미개한 부족은 의식이 고양되어 서로 연대하는 문명사회로 변모해 간다. (...)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만약 유기체가 변화를 거부하면 경화증에 걸리고 낡은 껍질 속에서 숨이 막혀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
- 에드몽 웰즈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제 7권 (11~12페이지)
소설을 시작하는 에드몽 웰즈의 인용문에서 이 소설의 모든 컨셉을 담아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류의 발견과 발전 그리고 진화에 이르기까지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여러 과정들을 통해 베르베르는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을 역설합니다. 우리는 사회가 타락하고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그것이 아니라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인류의 특성이 아닐까 반문하는 것이죠.
실제로 이 소설에는 인간의 여러가지 특성을 대변하는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아직까지도 아이의 모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다비드와 상처를 숨기려는 엘리트 페미니스트 오로르, 강인하다못해 무자비하게까지 비추어지는 나탈리아, 그녀에게 종속된 듯 무능하게 보이지만 사실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가진 마르탱 대위, 자기중심적이고 독선적이지만 카리스마 있는 펜테실레이아, 그리고 헌신적이지만 지나치게 감성적인 누시아까지. 여기에 더욱 다채로운 주변 인물들이 더해지면서 제3인류는 과연 인간의 본질이란 무엇인지, 인간이 가진 성질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꺼내놓습니다. 그들은 모두 다른 사람들이고,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그들 하나하나가 더해져서 "인류"가 되는 것입니다.
기발한 발상과 섬세한 과학의 만남
지난 웃음에서도 그러했듯이 긴박한 상황이 점점 말초신경을 자극해올 때 베르베르는 말 그래도 "쉬어가는 페이지"를 통해 숨을 돌립니다. 소설을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이 완급조절이 때로는 너무 절묘해서 탄성이 나기도 한답니다. 웃음 때는 (엄연히 주인공 중 하나인) 다리우스 워즈니악의 유머가 적절하게 삽입되었다면 이번 제3인류에서는 주인공인 다비드의 증조할아버지인 에드몽 웰즈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 등장합니다. 사실 이 책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자신이 쓴 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세번째 개정판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실제로 "제3인류"에서 인용된 에드몽 웰즈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내용들은 상상력 사전의 내용과 같습니다 (일부는 조금 더 심화되어 있습니다).
웃음에 반한 이후 두 번째로 만나게 된 ("개미"는 전 권을 읽지 못했으니 굳이 포함시키지 않으려 합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은 본격적으로 그에 대한 흥미를 넘어 존경심마저(?) 가지게 된 계기였답니다. 하나의 세계관을 창조하고 그것들을 서로 연결시킬 때 완벽한 허구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위에 존재하지만 확실히 밝혀지지 않는 미지의 세계를 도입하여 현실과 상상의 완벽한 연결구를 찾아내는 그의 발상은 정말 기발하더군요. 워낙에 짧은(?) 저의 과학적 상식 때문인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읽다보면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허구인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어쩌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의 가장 큰 흡입력이 이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와 관계가 없는 "허구의 세상" 이야기가 아니라, 때로는 소름끼칠 정도로 가까운 테마들이 소설에 등장하면서 어느새 소설도 실제도 아니게 되어버리는 것이죠. 또한 특유의 유쾌함과 시니컬함으로 풀어나가는 소설의 내용은 영상으로 상상하고 싶지 않은 잔인한 내용 역시 포함하고 있습니다. 너무 덤덤하게 써내려가는 바람에 자칫하면 놓칠 수도 있지만, 조금만 깊게 생각해봐도 "절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이 연속해서 일어나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런 이유로 인해 베르베르의 작품이 영화화 된다고 해도 굳이 영화관에 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너무나도 현실적인 굴레 가운데서 일어나는 믿기 힘든 상상의 이야기. 그것이 진행되는 방향이 예측할 수 없긴 하지만 납득할 수 있기에 더욱 더 빠져드는 것이 아닐까요?
일단 믿고 읽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책을 받은 후 1주일만에 서평을 써야 했답니다. 책만 읽는다면 별 문제 없겠지만 녹록치 않은 스케쥴에, 책을 읽고 서평까지 쓰려면 정말 빡빡한 일정이겠구나 하고 내심 걱정을 좀 했습니다. 게다가 책이 배송된 날이 하필이면 제주도로 떠난 날이었기에 무려 이틀이나 늦게 읽기 시작했고요. 하지만 그런 걱정들은 모두 기우에 불과했으니, 책을 잡자마자 그냥 손에서 놓지를 못하겠더군요. 결국 이틀 밤을 읽어 결말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그래서인가 확실히 좀 피곤하긴 합니다! ㅎㅎ). 굳이 다 읽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 아니라,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도대체 어디서 잠시 끊고 휴식을 취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였고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은 역시 "일단 믿고" 읽는 소설인가 피식 웃음이 나더군요.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도 새벽 세시 반까지 잠을 재우지 않는 그의 긴장감 넘치는 문장과 도저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전개는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결말 역시 지난 웃음 때와는 달리 의미심장하고, 오히려 책을 덮은 이후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웃음의 경우 2부 중반부터 결말이 예측가능한지라 조금은 김빠지는 느낌이었거든요.
서평을 쓰면서 어떻게 하면 소설을 읽은 감상을 어떠한 스포일링도 하지 않은 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답니다. 비록 깨알같은 정보라 하더라도 모르고 읽었을 때와 알고 읽었을 때는 하늘과 땅 차이가 아닌가요. 저 역시 제3인류를 읽기 전 어떠한 정보도 접하지 않고 무작정 읽기 시작했답니다. 덕분에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요. 때문에 더이상의 어떠한 내용에 대한 언급 없이 그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일단 믿고 읽어보세요!"
끝으로 덧붙이자면, 책을 읽으면서 두 세 군데의 오타를 발견했답니다. 단어 중간이 빠져있거나 문장이 연결되지 않는 단순한 편집 실수였는데요, 그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맨 마지막 기다리고 기다리던 엔딩을 읽은 뒤 등장하는 "제 1부 끝"은 정말 혼란스러웠습니다. 처음에는 마찬가지로 오타인가 싶었는데 (설마 이런 중요한 부분에 오타가?!), 베르베르에 대해 조금 검색해보니 의문이 풀렸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제목으로 봐서는 상관없는) 소설들은 서로 연대기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었는데요, 예를 들어 1994년의 타나스토스가 2000년 천사들의 제국으로 이어지고 (이 둘을 "천사 시리즈"라고 합니다), 2004년 우리는 신이다, 2005년 신들의 숨결, 2007년 신들의 신비 세 권이 "천사 시리즈"를 이어가는 "신 시리즈"라고 합니다. 수많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들은 (일부는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국내에선 잘 알려져있지 않습니다) 이처럼 좀 더 큰 맥락 가운데서 연속성을 띄고 있는 시리즈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확실히 전체의 그림을 보려면 모조리 완독하는 수밖에는 없겠네요!
조금 조사를 해보면서 알게 된 것인데, 이미 2013년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마이크로인간이라는 제3인류 후속작을 공개하였습니다 (제3인류는 우리나라 발간이 2013년이며 프랑스에서는 2012년 공개되었습니다). 발간은 그가 항상 그래왔듯이 10월 3일 이루어졌는데, 아마 내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드네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들 (출처: http://www.bernardwerber.com)
후속작 마이크로인간이 발간되기 전 어서 제3인류를 완독하셔야겠습니다 ㅎㅎ 제3인류와 함께 새로운 시리즈 (그는 이것을 "인류 시리즈"라 이름지었습니다)가 시작된만큼 앞으로의 후속작들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기다리게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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