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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을 지키는 미디어 글쓰기 - 기자들의 글쓰기 훈련 따라하기
이기동 지음 / 프리뷰 / 201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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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20세기 가장 큰 발명은 "Web 2.0"이라고 했습니다. 20세기는 어떤 면에서 보아도 인류역사상 가장 다사다난했던 격동기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의미있는 큰 발명이 다른 것도 아닌 Web 2.0이라는 의견은 의미심장합니다. 인터넷이 처음 상용화되었을 때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이었다면, Web 2.0의 도입으로 비로소 온라인 소통문화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불특정다수에게 무작정 정보를 뿌리는 것이 아니라 정보에 대한 피드백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죠.
이제 본격적으로 인터넷이 상용화되기 시작한지 15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이 새로운 매체가 우리에게 가져다줄 파급력과 잠재력은 모두 드러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자면 매일매일 새로운 포맷과 서비스, 포털이 등장하고 사라지면서 숨쉴 틈 없이 발전과 확장을 계속해왔으니까요. 그중 가장 "널리 퍼진 예"가 바로 블로그입니다. 이전에는 "자신만의 공간"으로 각광받던 블로그가 점차 여러가지 종류로 나뉘게 되면서, 혹자는 (대부분) 무료 블로그 서비스를 이용해 어마어마한 이윤을 창출하는가 하면, 블로그 운영으로 유명세를 톡톡히 보기도 합니다.
다른 언론매체를 거치지 않고도 자신의 의견을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발견이며 발언의 자유를 지지하는 긍정적인 변화가 분명하지만, 아무래도 그에 따른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공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제 모두가 블로그를 통해 글을 쓰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게 되었지만, 반면 "뭐든 쓰면 글"이 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파워블로거들이 가장 힘쓰는 것은 바로 양질의 콘텐츠 제작일 것입니다. 뭐가 되었든 다른 사람들에게 원하는 정보를 전달하고, 타 블로그 혹은 사이트와 차별화된 자체적인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블로그를 널리 알릴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일테니까요. 무언가 좋은 콘텐츠를 개발하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그 테마와 카테고리에 관계없이 직면하게될 가장 큰 산이 바로 "글쓰기"입니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도 그것을 글로 풀어나갈 수 없다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주기적인 구독자를 확보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위트 있는 글이건, 정형화된 보도성 자료건, 아카데믹한 정보제공이건 "글쓰기"에 능통해야 한다는 것 만큼은 공통적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글쓰기"에 대한 책을 찾아보면 생각 외로 발간된 책이 적을 뿐만 아니라, 누구든 인터넷을 통해 자유자재로 소통할 수 있는 요즘 시대에 걸맞는 "일반인 역시 편안하게 읽고 배울 수 있는" 책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 역시 블로그를 시작한 작년 초에, 조금이라도 더 글을 배우고 싶어 여러가지로 알아보았지만, 마음에 드는 결과를 찾지 못했고요.
저처럼 보다 나은 글쓰기를 꿈꾸시는 분들께 전할 희소식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책인데요, 글쓰기에 대한 탄탄한 기본바탕부터 여러가지 상황에 맞는 특화된 교육과 팁을 제공하는 멋진 책이랍니다.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이었던 이기동씨가 집필한 "기본을 지키는 미디어 글쓰기"를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시죠.
기자는 아무나 되나
종이신문보다는 인터넷 신문을 이용하게 되면서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아마 공감하실 수 있을 듯한데요, 프린트된 언론물과는 달리 인터넷 기사는 손쉽고 빠르게 작성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가볍고 (약간은) 성의없이 제작된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벌써 제목부터 이른바 "낚시질"을 하지 않나, 제목과는 무관한 사진과 내용에 "이게 뭐야" 하며 뒤로가기 버튼을 누른 것이 한두번이 아니니까요. 게다가 제대로 된 내용 없이 무작정 "속보"라는 제목 아래 충분히 논란이 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검증되지 않은) 자극적인 내용을 담은 기사들 역시 눈살을 찌뿌리게 합니다. 이러한 "저질 인터넷 기사"가 난무하게 되면서 기자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조차 현저하게 낮아진 것 같습니다.
"기사는 아무나 쓰네"
"이 기자 기사를 발로 썼네"
"기자 양반, 제대로 알아보고 기사를 쓰시지"
포털 사이트의 기사를 둘러보다 보면 어렵잖게 만나게 되는 코멘트들인데요, 그래도 나름 직업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쓴 기사에 조금 너무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초반에는 가지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 역시 성의없는 자극성 기사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답니다.
저자인 이기동씨는 서울신문에서 초대 모스크바특파원과 국제부 차장, 정책뉴스부차장, 국제부장, 논설위원을 지내면서 다년간의 경험을 쌓고 "미하일 고르바초프 최후의 자서전-선택", "인터뷰의 여왕 바버라 월터스 회고록-내 인생의 오디션" 등을 번역하는 등 글쓰기에 있어서는 자타공인 베테랑입니다. 숱한 기사를 쓰면서 그는 "글쓰기가 무엇이고, 어째서 글을 쓰는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왔던 것 같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그에게 있어 글쓰기는 직업 이상의 어떤 비전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글쓰기에 대한 그의 생각들은 한 대학에서 시작한 언론문장 강의를 통해 조금 더 구체적인 모습을 가지게 되었고, 그것이 정리되어 우리가 이 훌륭한 책을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이죠.
"기자가 만약 자신의 출세를 위해 발행인이나 권력의 눈치를 보고, 그들에게 유리하도록 정보를 왜곡, 침소봉대 하거나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기사를 가공하는 경우 그 글은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된다 해도 자신은 물론 사회에 해독이 되고 만다.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권력이 언론을 장악하고 또한 이용하려고 시도한다. 흔히 기자정신이라고 표현하는데, 사회 각 분야에 쳐진 다양한 유혹의 그물망에 걸려들지 않고 언론의 정도를 지키는 인격이 그 사람이 쓰는 글의 품격을 지켜 준다." (17 페이지)
책의 초반 (1~2장) 에서 저자는 보다 구체적으로 "기자로써 사는 삶"을 그려볼 수 있도록 조직도와 구조를 설명합니다. 아까도 언급했던 "질 낮은 인터넷 기사"를 쓰는 기자들 때문에 무너졌던 기자들에 대한 존경심이 조금씩 회복되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일부 기자들이 독자를 낚기 위한(?) 기사를 쓰곤 하지만, 대부분의 기자들은 오랜 인고의 세월을 거쳐 글쓰기를 배우고, 눈물겨운 노력 끝에 자신의 기사를 세상에 내보내기 때문이죠. 특히 언론사의 조직도를 살펴보면서, 기자로 살아가는 것이 단지 취재현장을 쫓아다녀야 한다는 스트레스보다 조직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면서도 "모든지 할 수 있는" 만능인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질 수 밖에 없겠구나 생각했답니다.
또한 우리가 접하는 일반적인 (인터넷) 기사와는 달리, 마치 학술논문을 쓰듯 출처와 표기를 명확하게 기재하고 신경써야 한다는 것을 읽고 포털 사이트에 있는 기사들을 조금 더 눈여겨보게 되었답니다. 물론 이러한 기본원칙을 지키지 않는 기사들이 많지만, 나 자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꼭 알아두어야 할 내용임에 분명합니다.
쓴다고 다 글이 아니다
내뱉는다고 모두 말이 아니듯이 쓴다고 다 글은 아닙니다.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지만, 저부터도 글을 쓰면서 종종 잊곤 합니다. 사실상 블로그가 소통의 창구라고는 하지만 직접적인 코멘트나 피드백을 받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자칫하면 편협된 지식이나 어줍잖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이죠.
"양질의 콘텐츠"라고 하더라도 글쓴이의 머리로부터만 쓰이는 글은 많지 않습니다. 많은 경로로 얻은 정보를 판단하고 검증한 뒤 취합하여 쓰이는 글은 "글솜씨"보다도 좋은 정보를 알아보는 능력을 필요로 합니다. 저자는 일단 언론 문장이 기본적으로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기사를 쓸 때에 어떠한 형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지 다양한 예시를 제공합니다. 같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쓰는 사람에 따라 부각시키고자 하는 부분이 다를 것이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역시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즉, 단순한 정보를 전달하는 기사라고 해도 기자에 따라 그의 사적인 가치판단 기준이 포함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 모든 절차를 진행함에 따라 자신이 어떤 것을 원하고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저자는 보다 객관적인 기사와 효과적인 정보 전달을 위한 노하우를 공개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저자가 같은 내용이라도 미묘하게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예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었습니다. 이론적으로 이렇다 저렇다 한들 효과적인 예시가 없다면 이해하기가 어려웠을텐데, 짧은 문장부터 단락으로 이루어진 기사 발췌문까지 인용되어 구체적인 예시를 제시하다보니 글쓰기에 능숙하지 않은 (저 같은)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하고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읽으면서 우리나라 말이 단어 선택과 문장의 조합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 뉘앙스와 서브텍스트(Subtext)를 내포할 수 있는지 다시한번 놀라게 되더군요. 보통 뉴스나 기사라고 하면 딱딱하게 있는 그대로의 사실 (혹은 기자 자신이 받아들인 사실) 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객관적인 글에서도 글쓴이의 의견과 판단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특히 첫 문장이라 할 수 있는 "리드"를 선별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결정적이고 어려운 부분이라는 것에 깊게 공감했습니다. 저부터도 첫 문장이 그닥 "눈길을 끌지 않는다면" 굳이 다음 문장을 읽어내려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으니까요.
기본적인 기사의 구성과 문장에 대해서 알아본 뒤에는 여러가지 상황에 맞는 글쓰기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특집기사의 특성과 작성 요령 (8강), 보도자료를 활용한 글쓰기 (9강), 기자회견과 연설문 기사 쓰기 (10강), 인터뷰 기사 쓰기 (11강), 외신기사 쓰기 (12강)까지, 새내기 기자들이라면 언젠가 처할 수 밖에 없는 상황별로 특징과 대처 방법을 소개하다보니, 기자를 꿈꾸는 분들이라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생각이 들더군요. 굳이 기자가 되려하지 않아도, 앞으로 여러가지 기사를 접하게 될 때 조금 더 눈여겨볼 수 있을 것 같아 흥미로웠답니다.
마지막 사설 쓰기 (13강) 와 칼럼 쓰기 (14강) 까지 마치고 나니, 그동안은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기자 역시 수많은 분야로 나뉘어진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물론 여기에 각 분야별 카테고리가 추가되고 소속된 언론 매체의 성격까지 더해진다면 "기자의 삶"은 더욱 더 다양하고도 복잡해질 것 같더군요. 물론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언론의 역할이나 기자의 활동은 사실상 상당히 이상주의적이긴 하지만, 언론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이러한 원칙들을 하나하나 존중하고 지켜주신다면 정말 깨끗한 미디어를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비록 그것이 실현 불가능한 이상향일지라도 말이죠.
기본을 지키는 미디어 글쓰기
여기까지 읽으신 분이라면 "에이, 이게 뭐야. 기자들을 위해 쓴 책이잖아"라고 말씀하실지 모르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우리가 블로그나 SNS에서 쓰는 글들은 기사와도, 사설과도, 칼럼과도 거리가 있고 어떻게 보면 쓰는 말이나 어투 하나까지도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만, 글쓰기를 대하는 자세와 정보를 취합해 골라내는 능력. 그리고 어떠한 글을 쓰기 전 조금 더 생각해보고 그것의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신중함은 기자들 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우리 모두가 지녀야 할 소양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의 힘과 언어의 위력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것을 사용함에 있어 책임감을 지니는 것. 어쩌면 봇물 터지듯 늘어난 블로그와 소통의 장의 확장에서 누락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얼마 전, 불의의 사고로 어린이집에 맡긴 아이를 잃은 부부의 사연을 TV를 통해 접하게 되었습니다. 아직까지도 원인불명의 이유로 아이가 사망한 뒤 누구보다도 힘든 시간을 보냈을 가족들의 마음에 더욱 날카로운 비수를 꽃은 것은 다름아닌 "인터넷"이었습니다. 아이의 아빠가 보험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했다는 근거 하나만으로 사실 아이를 사망하게 한 뒤 어린이집에 누명을 씌워 몇억 원의 보험금을 타내려 했다는둥, 아이의 할머니가 실수로 아이를 떨어뜨려 죽인 것이라는 둥... 누구나 "혹"할 수 있는 이러한 소문들의 근원지는 다름아닌 인터넷이었는데, 실명을 거론한 것은 물론, 체계적인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거짓의) 근거까지 조목조목 나열하고 있는지라 격분한 네티즌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가게 되었죠. 물론 4세 미만의 유아에겐 사망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보험에 가입한 사실도 없다는 것이 밝혀지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그 가족을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을 뿐더러, 그동안 겪어야만 했던 고통은 어느 누구도 보상해줄 수 없을 것입니다.
"기본을 지키는 미디어 글쓰기". 쉽고 간단해 보여도 막상 실천하려면 어렵고 복잡합니다. 예전에는 그저 써내려갔던 정보들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문장을 제대로 살핀 뒤 독자에게 어떤 것을 부각시켜야 할지 결정해야 하고, 자신의 글을 마지막으로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책을 읽은 지금도 제가 쓰는 글이 이러한 "기본"을 충족시키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할, 그리고 배워야 할 내용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있답니다.
글을 쓴다는 것. 그것은 자신이 쓴 글에 어떤 책임이라도 져야 한다는 것을 뜻하지 않을까요?
아무런 법적 제제도 없고, 규정이나 범주도 없다고 해서 책임지지 못할 말을 늘어놓기 시작한다면 양질의 정보와 그렇지 못한 잘못된 정보가 뒤엉켜, 인터넷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고 말테니까요.
정의하기 힘든 만큼 배우기도 어려운 글쓰기.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진정한 글쓰기의 소양을 갖추려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큰 도움이자 지침서이고, 참고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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