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의 열 가지 얼굴 - 내 안의 불안 심리 인정하고 내려놓기
한스 모르쉬츠키 & 지그리트 자토어 지음, 김현정 옮김 / 애플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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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가수 김장훈씨가 수 년간 앓아왔던 공황장애의 재발로 갑작스럽게 스케쥴을 전면 취소하고 활동을 중지했다는 기사로 떠들썩했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평소 여유만만하고 긍정적으로 보이던 김장훈씨였기에 그 충격은 더욱 컸던 것 같은데요, 이처럼 "공황장애"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연예인들은 김장훈씨 뿐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공황장애는 "연예인병"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인기 연예인들에게서 흔히 발견되곤 합니다. 겉으로는 건강해보이고 아무런 이상도 없는 것 같은 이들이 호소하는 "공황장애". 여러분은 어디까지 알고 계신가요?

 

 

 

 

위의 기사는 2011년 10월 18일 인터넷 한겨레 뉴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사 원문보기). 기사에서는 공황장애가 "특별한 이유 없이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는 극단적인 불안 증장"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설명이 오늘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것이 아닐까 싶네요. 이렇게 알게되는 공황장애에 대한 시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① "에이, 이유도 없이 그러는게 어딨어. 정신적으로 정말 나약한 사람인가보군" (공황장애에 대한 잘못된 인식). 혹은 ② "이유가 없다니 정말 무섭군. 남 얘기가 아닐 수 있잖아" (공황장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첫번째 반응의 경우, 일반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만한 반응입니다. 신체적으로 아무런 문제도 없고, 두려움을 가질만한 상황적 근거가 아무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죽을 만큼의 공포를 느낀다는 것은 비이성적으로 들릴 뿐만 아니라 단지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이라고 판단하기 쉽습니다. 특히 아직까지도 "정신질환=정신병환자"라고 인식되는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정신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 마저 상당히 억제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두번째 반응의 경우, 이미 공포증의 징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감할 수 있는 공포를 막연하게 두려워하면서 공포를 더욱 더 키워가게 되는 것인데, 이 때 이러한 증상이 완화되지 않으면 스스로 장애까지 키워나갈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불안과 우울"은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그것이 병적으로 발전할 때, 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줄 수 있는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안과 우울"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며, 어디서부터가 병적인 증상이라고 할 수 있는지 궁금하시다면 "이보연 아동/가족 상담센터 - 마음백과" 에서 위의 그림을 소개한 블로그 포스팅을 읽어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블로그 포스팅 보러가기). 아마도 상당히 많은 분들이 이러한 심리적 장애에 대해 읽어내려가시면서 "잠시만, 이것은 나도 경험했던 것인데?" 하고 놀라시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사회적인 인지 혹은 이해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현대인으로서 흔히 겪고 있는 질환이라는 구체적인 연구결과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아직까지는 우리에게 생소한 (혹은 상당히 "왜곡되어 알려져 있는") 심리적 장애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그에 대한 자가진단과 자가치료방법을 다룬 책을 오늘 소개하려 합니다. 바로 한스 모르쉬츠키와 지그리트 사토르 공저 "두려움의 열 가지 얼굴"입니다.

 

 

 

 

 

당신이 부정하는 불안이 당신을 갉아먹고 있다

 

"불안"과 "두려움"이라는 단어는 우리의 삶과 상당히 친숙한 편입니다. 누구나 불안해하는 것이 있고 두려워 하는 것이 있으니 이런 감정이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며, 사실 이것이 가장 정상적이고 건강한 리액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불안과 두려움의 정도가 지나쳐 일상적인 생활을 불가능하게 하고 살아가는 시간이 생지옥으로 바뀐다면 어떻게 될까요?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도 없다는 불안장애. 그리고 그것은 누구에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필요합니다.

 

 

 

 

"불안을 뜻하는 독일어 '앙스트(Angst)'는 라틴어인 앙구스티아(Angustia) 혹은 인도게르만어인 앙호스(anghos)에서 유래한다. 두 단어 모두 답답함, 압박감을 의미한다. 이렇게 이미 우리 선조도 목을 조르고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가슴을 압박하고 죄는 신체적 반응으로서 불안을 이해했다. 그리고 이것은 오늘날까지 계속 이어진다. 불안은 바로 '근원적 잠재 본능'이다." (14 페이지)

 

이 책에서는 두려움과 불안이 병적으로 치닫아 발생하게 되는 열 가지 불안장애를 먼저 소개합니다. 제 1부는 이른바 "두려움의 열 가지 얼굴" 즉, 불안장애의 종류와 알려진 원인, 특징 그리고 경과 과정을 설명하는 한편 제 2부에서는 괴로운 불안장애를 스스로 진단하고 완화시킬 수 있는 7단계의 자가치료법을 공개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불안장애는 일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이 아니라,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때로는 짧게, 때로는 긴 시간동안) 안고 살아가고 있는 문제입니다. 불안장애의 한 형태인 사회공포증의 경우 전체 인구의 8~13% 정도가 겪고 있다는 통계 (91 페이지) 는 아직까지는 생소한 개념이었던 불안장애가 얼마나 우리 삶 깊숙이까지 파고들고 있는지 알려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불안장애 혹은 불안장애의 전조를 앓고 있다고 해도 사회적인 시선 혹은 개인적인 무지로 인해 극복 방법 혹은 치료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국 공포증과 함께 홀로 남겨진 채 외로운 싸움을 시작하게 되지만, 그 과정은 고통스럽기만 합니다.

 

다른 병과는 달리 딱히 이렇다 할 징후나 신체적인 변화를 알아채기 힘든 불안장애의 경우, 본인의 적극적인 개선 의지와 그에 앞선 자가진단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이 책에서는 각 공포증에 따른 자가진단법을 구체적으로 기재하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권장함으로써 보다 체계적인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내 머릿 속 괴물의 세계

 

흔히 공황장애라고 하면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릴 것입니다. 주인공의 시야가 점점 흐려지면서 카메라가 빠르게 원을 그리며 돌아가고 점점 어지러워지는 느낌에 결국 주저앉아 소리를 치는 주인공. 한번쯤은 보신 적 있으시죠?

하지만 실제적으로 공황발작이 매번 이렇게 "드라마틱"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공황발작을 일으키는 사람 역시 우리가 생각하는 "정신질환자"가 아니라 평소에는 아무런 징후를 보이지 않던 평범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공황장애로 다시 보게 된 가수 김장훈씨 역시 평소에는 웃고 잡담을 즐기며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그야말로 "정상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를 비롯한 많은 연예인들이 때때로 대중을 두려워하고 공황발작을 일으키게 되는 것일까요?

 

 

 

 

"불안은 머리에서 시작된다.

과거 혹은 미래의 상황을 뚜렷하고 선명하게 의식하는 것만으로 생생한 신체 반응이 유발된다. 성공적인 사건과 행복한 감정에 해당하는 것은 불안이나 공황 상태에서도 마찬가지로 똑같이 해당된다.

이는 신체가 외적 현실 뿐만 아니라 기억과 근심 같은 내적 상태에도 반응하기 때문이다." (21 페이지)

 

놀라운 사실은 "신체는 실제 위험과 상상 위험을 구분하지 못한다" (28 페이지) 는 것입니다. 즉, 원하던 원하지 않던, 우리의 신체는 우리의 머리가 생각하고 명령하는대로 움직이게 됩니다. 그것이 뻔한 자기최면이 아니라 "현실 혹은 진실이라고 믿는 그 순간" 우리의 신체는 그것에 대응하여 반응하게 되는 것이죠. 공황발작은 이러한 연쇄작용의 하나로, 극도의 심리적 혹은 육체적 스트레스를 겪은 이후에 서서히 압박으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에서 겪게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안 장애를 극복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과 교육으로 "위험"이라고 느끼는 상황 및 과정을 서서히 "제대로 다시 인식해가면서" 완화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불안장애의 가장 큰 위협은 과거 (장애를 가지게 된 원인) 가 아닌 미래 (재발할까 두려워하는 공포) 에 있기에 무엇보다도 발작에 대한 공포감을 줄이고, 스스로가 자신의 장애를 극복할 수 있음을 깨닫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합니다 (51 페이지).

 

이 책은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심리치료사로 활동중인 한스 모르쉬츠키 박사와 오랜 세월 오스트리아 국영방송 ORF 에서 진행자를 맡아왔던 지그리트 자토어가 공저한 것으로, 자토어는 5000명의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실신해 쓰러진 것을 시작으로 극심한 공황장애를 앓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모르쉬츠키 박사를 만나 치료를 받아 호전된 그녀가 직접 전하는 이야기이기에 더욱 더 "불안장애에 고통받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실제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소개하는 "불안 장애"의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공황장애: 불안 자체에 대한 불안

② 광장공포증 : 불안할 때 탈출구나 조력자가 없어 생기는 불안

③ 특정공포증 : 특정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불안

④ 사회공포증 : 타인의 시선에 대한 불안

⑤ 범불안장애 : 모든 것에 대한 걷잡을 수 없는 불안

⑥ 외상스트레스장애 : 충격의 기억으로 인한 불안

⑦ 강박장애 : 두려움을 피하려는 강박감에서 생기는 불안

⑧ 건강염려증 : 병이 들었다는 상상으로 인한 불안

⑨ 기질성 불안장애 : 질병의 후유증으로 생기는 불안

⑩ 물질유도성 불안장애 : 알코올과 마약의 후유증으로 생기는 불안

 

 

 

 

이 열가지의 분류에서 각각의 증상은 비슷한 증상을 동반하기도 하고, 때로는 비슷한 경험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합니다. 또한 이러한 장애로 유발되는 증상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너무도 친숙하고 익숙한 것이어서 "맞아, 나도 이런 이유로 힘들었던 적이 있었지" 라고 고개를 끄덕이실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장애와 증상들이 충분히 극복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관심을 받지 못하고 따라서 완화되지 않아 더 큰 문제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언제나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괴로워하는 현대인이 정작 그것을 다스릴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은 대단한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자신이 불안을 느낀다고 해서 그것을 무조건 "불안장애"로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모르쉬츠키 박사는 "도움을 주는 불안"과 "장애적 불안"이 확실히 구분된 뒤에야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31 페이지).

 

열 가지의 장애 중 눈에 띄는 한 가지 장애를 짚고 넘어갈까 하는데요, 특히 지난 2009년 조선일보에 기제되었던 한 기사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역시 오스트리아의 디자이너들이 고안하여 만들었다는 "건강염려증 환자들을 위한 이불" 입니다 (기사 원문보기). 건강염려증이란 병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과 병에 걸렸다는 확신으로 인해 "나는 분명히 생명을 위협하는 병에 걸렸으며 그로 인해 죽을것이다"라는 불안에 시달리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들어보면 정신나간 이야기같지만, 건강에 대한 (때때로 서로 상반되는) 정보가 홍수처럼 범람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겪어야만 하는 과정처럼 보입니다. 듣고 아는 것이 많을 수록 공포는 커지게 되고, 그만큼 "걱정할 거리"가 많아지는 것이죠. 실제로 이런 건강염려증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발견되는 불안 장애 중 하나이며, 이러한 불안 증세로 인해 직업도 그만두고 자신의 건강을 돌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우습게 보일 수도 있어도, 당사자의 머릿속에서만큼은 "현실을 능가하는 현실"이기 때문에 더욱 더 위험한 불안 장애. 자신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정신과 육체를 갉아먹고 있습니다.

 

 

불안 일기로 자신의 감정을 극복하기

 

이 책에서 제시하는 일곱 단계의 자가치료로 들어가기 전, 모르쉬츠키 박사는 "불안 일기"를 소개합니다.

 

"우리가 제안하는 불안 극복 프로그램의 기초는 불안 일기다. 되도록 빨리 불안 일기를 시작할 것을 권장한다. 불안과 관련된 당신의 모든 행동 방식, 생각, 감정, 신체 반응을 불안 일기에 기록해두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느끼는 불안의 원인과 유발 요인을 인식하게 된다." (165 페이지)

 

 

 

자신이 불안을 느낄 때 그 즉시 불안 일기를 작성하게 되면 어떠한 상황에서 왜 불안한 감정이 들었는지 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자신의 불안을 글 혹은 말로 표현함으로써 더욱 구체적이며 현실적으로 자신의 불안을 관찰할 수 있게 됩니다. 극복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알고 있는 것 뿐" (191 페이지)이라고 모르쉬츠키 박사는 강조합니다. 막연하게 알고 있거나 추측하는 것으로는 불안을 극복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불안을 보다 더 세세하게 알아차리고 분석하는 것은 불안을 극복하는 것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입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던가요, 불안 역시 그 요소를 파악할 때에 비로소 극복할 수 있게 됩니다.

 

"어떤 감정이 당신을 실제로 움직이는지 인식했을 때에만 이 감정을 사회적 환경에서 적절하게 표출하고 다스리는 법을 배울 수 있다. (...) 그 순간의 감정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욕구를 전달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다." (309 페이지)

 

 

결정은 당신의 손에 있다

 

337 페이지에 걸쳐 두려움과 불안을 샅샅이 파헤치고 그에게서 유발하는 장애를 되짚어보며 극복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메세지는 다름아닌 "능동적인 행위자"가 되라는 것입니다. 모든 불안과 공포의 시작이 스스로의 머릿속에서 시작되었다면, 그것을 끝낼 수 있는 사람 또한 자기 자신, 단 한 사람 뿐입니다. 가족과 지인의 따뜻한 보조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어도, 스스로 자신의 장애를 대면하고 맞서려는 의지가 없다면 결코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이 모르쉬츠키 박사의 입장입니다. 또한 증상의 정도와 관계없이 스스로 자주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이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며 건강한 정신상태라는 것 역시 여러 차례에 걸쳐 강조됩니다.

 

"관계 개선의 첫 번째 단계는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다. (...) 불안장애 환자는 불안을 극복한 후에도 실제로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다양한 대인관계의 문제를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 (314 페이지)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극단성"에서 유발되는 강박장애의 경우 특히 자신이 아닌 상대의 잣대로 모든 것을 평가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가치 기준이 스스로에게 있지 않고 타인에게 의존되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위축된 자아의 부작용을 낳게 됩니다.

 

"강박은 자신에게 더 많은 확실함을 부여하기 위한 시도이다. 그 배후에는 대부분 가정이나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경험하거나 적정한 자율성과 독립성을 발휘하지 못한 직장 생활에서 경험한 불확실한 사건과 예측할 수 없는 사건으로 가득 찬 개인사가 숨겨져 있다." (286 페이지)

 

이처럼 어른이 된 후에도 정신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매사가 타인에게 의존되어 있는 사람의 경우 불안 장애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렸을 때의 상황이나 트라우마 혹은 특정한 계기로 인해 학습된 불안은 더이상 스스로 다스릴 수 없을 정도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됩니다. 많은 경우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부모님이나 다른 가족, 선생님 혹은 직장내 관계에 의해서 이러한 정신적 장애를 가지게 된다고 합니다. 이 때 특별히 나쁜 관계 (예를 들어 일방적이거나 폭력적인 관계 등) 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지나치게 의존하게 만드는 관계일 경우 마찬가지로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너무 친밀한 관계는 독자적인 삶을 전개하지 못하게 하고, 혼자 있을 경우 잠재적 혹은 드러난 불안감이 생기므로 혼자 있는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 (318 페이지)

 

 

 

 

그렇지만 "자신을 이런 상황으로 몰아넣은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못한 일입니다. 아무리 그 주장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또 다른 의존행위인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당신의 불안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을 비난하지 마라. 그렇게 되면 결국 당신은 그 사람의 영향력을 더욱 막강하게 만들어줄 뿐이다. 다른 사람에게 너무 많은 힘을 부여하지 말아야 한다. 이로 말미암아 당신은 영원히 희생자가 될 뿐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맞서 싸우려 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위해 노력하고 당신의 목표를 실현하도록 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비중을 두지 말고,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을 당신 자신이 떠맡아라. 당신에게 유익한 일을 하라!" (319 페이지)

 

아무리 극한 상황에 처했다고 할지라도 그것에 대면하는 자기 자신의 행동에 따라 스스로 희생양이 될 것인지, 자기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것인지 결정하게 된다고 모르쉬츠키 박사는 강조합니다. 이것은 우리 자신이 오랫동안 망각하고 있었던 진정한 "자유"를 되찾음으로서 다시금 스스로의 주인이 되는 것을 뜻합니다. 그리고 두려움과 불안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누리며 삶의 주인이 되기까지의 모든 열쇠는 어느 누구도 아닌 스스로의 손에 쥐여져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아직까지 많이 과소평가되고 있는 불안 장애.

조금씩 쌓이던 스트레스가 어느순간 포화상태에 도달하여 거꾸로 삶을 갉아먹기 전 우리 스스로에게 정직하고 애정어린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르쉬츠키 박사와 자토어 씨의 "두려움의 열 가지 얼굴"은 자칫 오해하거나 잘못 이해하기 쉬운 불안 장애에 대해서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하는 한편, 스스로가 장애를 극복하고 일어설 수 있도록 많은 조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스트레스를 다스리고 올바르게 표출하고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한 오늘, 이 책이 더욱 더 많은 관심을 받아 이슈화되어 사회의식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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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 시즌2 - 유엔 사무총장의 꿈과 성장과 휴밀리티 리더십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명진출판사) 1
김의식 지음 / 명진출판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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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인적으로 위인전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위인전의 경우 위인의 훌륭한 점만을 부각시키기 위해 사실을 과장한다던가, 뜬금없는 결론을 내린다던가 (예를 들어 "어렸을 때 나무를 베어 집중력이 좋아졌다"라던가) 양면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한쪽 면만을 주장하며 위인으로 추대하고자 하는 사람을 신격화하는 것이 식상하기 때문인데요. 제가 어렸을 때 출간된 위인전들을 읽다보면 도대체 이 사람들이 같은 "인간"인지 아니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신"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묘사되어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았답니다. 물론 어린이들을 위해 쓰여진 책들인지라 적은 페이지 수에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니 양면을 이야기해주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철저히 "완벽한" 위인들의 삶을 읽고 본받고 싶어하던 중 예기치 않게(?) 위인들의 "다른 면모"를 알게 되어 실망하기를 반복할 때면 위인전에 대한 신뢰도는 점점 바닥을 향해 내려가곤 했답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이 사람은 이러이러한 훌륭한 일을 했지만, 이런 면에서는 비판을 받았으며 이러이러한 이슈가 있었다"라고 이야기해주었으면 좋았을텐데라고 생각했죠. 


그러던 어느 날, 반기문 총장님의 새로운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반기문 총장님의 책"이 아니라 "반기문 총장님에 대한 책"이죠. 이미 2007년 첫 권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 이 선을 보인 이후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청소년들에게 권장되어 읽혀지던 반기문 총장님의 두번째 책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 시즌2". 바로 오늘 소개할 책입니다. 





앞서 고백했다시피 저는 위인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 1권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별다른 생각 없이 읽어내려가기 시작했고,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에는 실망 아닌 실망을 했답니다.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라는 주제에 맞는, 그야말로 "청소년을 위한 위인전 시리즈"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스스로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성된 책을 읽어가면서 "에이... 깨끗하게 읽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카에게 선물해야겠다"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반기문 총장님이 어렸을 때부터 성실하고 열심히 공부한 것을 읽으면서 본받아라 하는 "지극히 어른다운 발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어느샌가 반기문 총장님의 삶 이야기는 더이상 "위인전"의 일부분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 성공의 반열에 들어선 것이 그의 인생의 전부가 아니었기 때문이었죠. 예전에 제가 읽었던 "단순한 청소년 위인전"이었다면 "너희들도 반기문 총장님처럼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피나게 노력하며 포기하지 않으면 유엔총장이 될 수 있다"라고 끝났을테지만,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 시즌2"의 초점은 거기에 맞추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그가 "어떻게" 유엔 사무총장까지 올 수 있었느냐가 아닌 "왜" 유엔 사무총장까지 왔느냐가 이 책의 포인트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꿈이 없다면 그걸 먼저 찾아야 해"


충청북도의 한 외진 마을에서 태어난 반 총장. 도대체 그가 어떠한 삶을 살았기에 가장 작은 자리에서 가장 큰 자리까지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일까? 세계적인 나라로 발돋움하고 있는 대한민국이지만, 아직까지 선진국에 비해서 아쉬운 것이 많은 상황인데 세계기구인 유엔 사무총장을, 그것도 역임해가는 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인물은 우리나라 역사상 전후무후한 인물인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집안이 부유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소위 "라인을 잘 타서" 인맥 덕을 본 것도 아닌데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로비"라고는 알지 못할 것 같은 그가 어떻게 "불가능해보이는 길"을 갈 수 있었는지, 이 책에서는 그의 가장 어린 시절부터 차근차근히 재조명해나갑니다. 1권은 YTN 기자 신웅진씨가 집필한 것에 반해 2권은 김의식 교수님이 맡게 되었는데, 김 교수님는 어린 시절부터 반기문 총장님과 알고 지냈으며 고등학교 후배인만큼, 누구보다 가까이서 그를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어렸을 때부터 반 총장님을 롤모델 삼아 닮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합니다. 그래서인가 글에서는 저자의 반 총장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듬뿍 느껴집니다. 2011년 8월 11일 인천에서 열렸던 반기문 총장의 특별 연설문과 반 총장의 국내외 활동 사진으로 시작된 책은, 어린 시절 겪었던 에피소드들을 순차적으로 생생하게 증언하며 제 1장으로 이어집니다.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교육 수준이 열악했던 시절. 반기문 총장은 그러한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외교관이 되어야겠다"라는 목표 하나만 바라보며 영어공부를 합니다.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그의 크고도 구체적인 꿈은 외교관이 되겠다는 결심을 단단하게 뒷받침 해주었는데, 다른 것에 한눈 팔지 않고 자신의 목표만을 향해 달리는 그의 발걸음은 결코 무겁거나 괴롭지 않았습니다.


"나는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영어 공부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공부가 즐거웠어. 왜 아니겠어? 너희도 지금 성적을 몇 점 올려야겠다는 생각만 하지 말고 자신의 꿈을 먼저 생각해봐. 아직 꿈이 없다면 그걸 먼저 찾아야 해. 그게 가장 급한 일이야. 그래야 공부가 즐거워지고, 하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생길테니까." (156~157 페이지)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은 모든 학생들이 자의건 타의건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왜? 왜 공부를 열심히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곰곰히 생각해본 학생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입니다.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하나 하나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나가는 즐거움을, 그 달콤한 성취감을 반 총장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에 노력하는 과정이 힘들더라도 이겨낼 수 있었고, 그 꿈을 향해 달려가는 길이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기쁨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흔히 우리나라의 "주입식 교육"에 대한 불만과 우려의 소리가 높아질 때면 "스스로 결정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곤 합니다. 실제로 제가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후에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고 하더라도 허무맹랑한 이야기거나, 그 꿈을 향해 자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꿈과 지금의 현실은 전혀 관련이 없는 동떨어진 세계처럼 보입니다.

반 총장이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현실의 방향을 스스로 잡아나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진심으로 보람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귀중한 순간이라는 것. 이미 최상의 자리에 도달한 그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입니다.





유엔 사무총장의 하루가 얼마나 고달프고 바쁜지 일반 사람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그렇게 힘겹게 올라간 자리인데 휴일도 없이 밤낮으로 일하는 그에게 도대체 왜 그렇게 힘들게 사느냐고 물으면 그는 항상 이렇게 대답한다고 합니다.


"저는 이 일이 좋습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이니까요. 그래서 원 없이 하는겁니다." (206 페이지)


자신이 하는 일, 자신이 지금까지 이루어온 일을 자신있게 "하고 싶었던 일, 원 없이 하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의 모습이 진심으로 멋지고, 부럽습니다. 일이 잘 안 풀린다, 힘들다 푸념만 늘어놓으면서도 가슴에 당당히 손을 얹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어!"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반기문 총장이 지금의 자리에서도 당당하고 확신있게 일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의 자리가 우연히 도달한 종착지가 아닌, 그가 어렸을 때부터 꿈꾸어 왔던, 수 많은 시간동안 노력해왔던 그의 꿈의 자리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점잖게 웃는 미소 뒤의 치밀한 균형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답지 않게 겸손하고 온유한 반기문 총장의 성품은 이미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그저 "성격 좋고 사람 좋은" 사람이었다면 결코 지금 그의 자리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만약에 그가 운이 좋아 출세했다고 하더라도 출세한 그 자리에서 탁월한 인재로서, 유능한 리더로서 빛을 발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의 겸손하고 온유한 성품만큼이나 강인했던 의지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이것은 왠만한 마음가짐으로서는 이루어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저자는 반 총장이 싸워서 이긴 상대는 어느 누구도 아닌 그 자신이었음을 몇 차례에 걸쳐 강조합니다.


"모든 것은 밤 12시에 끝나야 한다. 그것은 그가 생활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으려고 무척 노력한다는 뜻이다. 생활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으려는 노력. 그가 가진 또 하나의 남다른 실행력이다." (206 페이지)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조차 매일 12시에 잠자리에 드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하물며 세계적으로 돌아다니면서 엄청난 일을 소화해야 하는 유엔 사무총장의 자리에선 어떨까요? 하지만 그는 학생 시절부터 지켜온 자신의 원리 원칙을 우선시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규칙적인 생활이 어떠한 제한이 아니라, 그의 큰 경쟁력인 체력을 키울 수 있는 일인 것을 그는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큰 깨달음을 얻은 뒤 단단히 결심을 하고서도 작심삼일이라 얼마 안 가 무너져버리는 저의 모습과는 정말 큰 차이가 있더군요. 자신을 위한 길, 자신이 발전하는 길이 무엇인지 알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나가며 그것을 수행하는 것. 언뜻 듣기에는 식상할 정도로 간단해 보이지만, 이것이야 말로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반기문 총장이 이렇듯 자신의 원칙을 지키면서 살 수 있었던 데는 그의 또 다른 성품이 큰 몫을 했는데, 바로 낙천성과 긍정성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힘들거나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을 때도 쉽게 낙담하거나 비관하는 성격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어려운 환경은 그의 꿈을 향한 도전의 불을 더욱 더 타오르게 만드는 촉진제 역할을 하곤 했습니다. 이것은 그가 노력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이유가 전적으로 "그의 꿈을 향해서, 그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였기 때문입니다. 확실한 목표와 꿈을 가진 사람으로서, 그리고 그 꿈을 이룰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사람으로서 그가 좌절하고 낙담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낙천성과 긍정성이다. 그는 어떤 걱정거리가 있어도, 어떤 큰 일을 앞두고도 밤 12시면 어김없이 잠자리에 든다." (240 페이지) 





"정치"라는 것이 그렇듯이, 깨끗하고 청렴한 사람도 어쩔 수 없이 검은 세계에 발을 들일 수 밖에 없는 곳이 정치판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보면 철저한 원칙주의자이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으려는 반 총장의 성격과는 전혀 맞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더군다나 세계기구인만큼 복잡한 문제로 가득찬 유엔에서 그는 어떻게 자신의 신념을 고집하고 있는것인지 의아했습니다만,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그의 "강인한 의지"와 그야말로 "얄짤없는(?) 실행력"을 다시금 되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반기문을 그저 실력도 좋고, 인품도 좋고, 운도 억세게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하면 안 될 것이다. 그보다는 자신이 아는 것과 깨달은 것을 반드시 실행하는 사람이라고 보아야 정확하다." (194 페이지)


책에서는 반 총장이 살아가면서 부딛칠 수 밖에 없는 많은 작고 큰 갈등상황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볼 때 그의 출세와 승진은 비교대상이 없을 정도로 탄탄하고 찬란하게만 보였겠지만, 정작 속사정은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여러가지 인간적인 문제들, 경제적인 문제들과 집안 사정 등, 자신의 꿈을 이루어나가기 전 그가 져야 할 짐은 결코 가볍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러 상황에서 그가 취한 행동이나 결정에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실행력"일 것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같은 수업을 듣고, 같은 강사의 가르침을 받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정도에 있어서는 천차만별의 차이를 보입니다. 또한 가르침을 이해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진정으로 받아들여 실천하는 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애초부터 이해하지 못했거나, 이해했지만 반감을 가지고 실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가 실천하고 싶어도 행동력이 부족하여 좌절하는 케이스일 것입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것도 알고, 체력을 쌓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하는 것도 알고, 지나친 수준의 컴퓨터 게임이나 수다 등을 줄여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학생은 없겠지만, 정작 자신을 이기고 올바른 습관을 들이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입니다. 머릿속의 지식이 행동으로 옮겨지기 어렵기 때문이죠. 결국 이렇게 한번 두번 실행력에 있어서 좌절을 맛보게 되면 더이상 노력하고 싶다는 마음도 들지 않게 되고 모든 것에 무감각해져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조차 알 수 없게 됩니다. 이렇게 무기력증에 빠져 귀찮은 마음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는 사람들에게 전문가는 "작은 것이라도 실행에 옮겨 그 성취감을 맛보라"고 권유합니다. 반 총장이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것이 있었다면, 바로 이러한 실행력에서 나오는 성취감을 잘 알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즐겼다는 것입니다. 



흔히 "리더"라고 하면 카리스마 있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을 떠올리곤 합니다. 특히 큰 조직의 리더일 경우, 권력도 행사할 줄 알고, 때로는 모질게 행동해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하게 되죠.

하지만 반 총장의 모습은 참 다릅니다. 지극히 동양적인 정서를 가진 그의 리더쉽은 그야말로 "부드러운 리더쉽"입니다. 아직까지 유교적 사상이 남아있는 우리나라라면 몰라도 많은 문화적 차이를 가지고 있는 외국에서 그의 리더쉽이 통한다는 것은 대단한 발견이나 큰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리더쉽의 본질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반기문의 리더쉽은 휴밀리티 리더쉽, 즉 겸손의 리더쉽이다. 여기에는 식물을 자라게 하는 흙과 같은 힘이 있다. 그러한 힘이 지난 5년의 1차 임기동안 유엔을 조용조용히 변화시켰다." (261 페이지)




"꿈은 높고 크게 가지되, 발은 현실에 닿아 있어야 한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목표가 분명했고, 항상 더 큰 꿈을 향해 꾸준히 전진하는 태도로 살았다. 하지만 큰 꿈을 갖되, 이상주의자는 아니었다. 어떤 순간에도 현실을 피하지 않았다." (178 페이지)


흔히 "꿈을 가지라"고 하면 대단히 추상적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렸을 적 디즈니 만화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Your dream will come true"를 외치면서 헛된 희망을 주입하는 경우도 빈번하죠. 한 예를 들자면, 탄광에 갇힌 광부들이 구조를 기다리면서 자연스럽게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고 합니다. 한 그룹은 이상주의자들로서 그들은 "내일은 곧 구조대가 올거야. 그럼 우리는 가족과 함께 따뜻한 저녁식사를 하게 되겠지"라고 서로를 위로했습니다. 다른 한 그룹은 현실주의자였는데 그들은 "이렇게 하면 다음주까지 버틸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음주가 되면 "이번 주를 버티기 위해 이렇게 하자"라고 현실을 직시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이상주의자들은 자신들의 큰 희망과 그만큼 크고 괴로운 좌절을 매일 맛보다가 모두 사망하였고,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생존했던 사람들은 현실주의자들이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현실주의가 이상주의보다 낫다"라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는 없겠지만, 자신의 이상에 도달하려면 현실을 망각해서는 안된다는 중요한 교훈을 주는 이야기임에는 분명합니다.


모두가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할 법한 큰 꿈을 가졌던 반 총장이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특별한 것은 바로 "꿈과 현실의 관계에 대한 깨달음 (179 페이지)" 이었습니다. 자신의 처지를 알고 현실을 직시한 후에 자신의 이상에 도달하기 위해서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 할지 고민하고 계획했기 때문에 엄청난 꿈이라 할지라도 결국은 이루어 낸 것이죠. 물론 이러한 그의 계획에 피나는 노력과 성실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앞날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는 젊은이들에게 그가 즐겨 하는 조언은 바로 "꿈은 높고 크게 가지되, 발은 현실에 닿아 있어야 한다" 입니다. 꿈은 크게 가질 수록 좋고, 포부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상황을 생각하고 어떻게 그 꿈까지 이루어나갈지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그의 진심어린 조언이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들의 순수한 열정이 현실이라는 벽에 반복되어 부딛쳐 좌절됨으로서 그 본질까지 변질되지 않도록 어른으로서, 멘토로서 그들을 이끌어 주는 것이 우리의 임무겠지요. 





"기문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타고난 재주가 별로 없는 사람도 한 가지에 몰입하면 남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출 수 있고, 그러면 세상이 알아준다는 것이었다." (160 페이지) 


누군가가 열심히 노력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말을 듣는 것은 참 쉽습니다. 아, 저렇게 노력했더니 역시 그렇게 되는구나 라고 감탄하기도 쉽죠. 하지만 열심히 노력한 당사자는 겉으로 보이는 성공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눈물이 있었는지 알고 있습니다. 때로는 남들에게 보이기에는 성공가도를 달리는 것 같아도 당사자는 끊임없이 피나는 노력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쉽게 넘겨버리는 부분이 바로 이 "길고도 외로운 사투의 시간"입니다. 



괴로운 시간이 언제쯤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포기해서는 안되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정작 노력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것만큼 불투명하고 어려운 일이 없습니다. 반 총장이 우리에게 주는 한가지 팁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결과 뿐만 아니라 노력하는 과정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 즐겁고 열심히 하라"는 것. 이것만 해결되면 좋아지겠지, 이 자리에만 오르면 모든 게 달라지겠지 등의 미래지향성 기대와 희망은 오히려 좌절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미래를 향해 앞으로 가되 현실에 가치를 두는 것. 그것이 그가 그 오랜 세월동안 한결같이 앞으로 걸어갈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요?




원칙을 지키는 삶 - 그 엄청난 힘



"기문은 이 문제만큼은 단호했다. 일체의 양보도 배려도 없었다. (...) 자신이 그날 그날 해야 할 학습량을 정해놓았다. 기문이 가장 싫은 것은 자신이 정한 학습량이 밀리는 것이었다." (165 페이지)


반 총장의 천재적인 요약노트는 지금으로 말하자면 학교 전체의 "레어 아이템"이었다고 합니다. 특히 시험기간이 되면 중요한 요점만 쏙쏙 뽑아 정리해둔 그의 노트는 그야말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곤 했는데, 노트를 빌리려는 학생들로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사람 좋고 마음 좋은 그는 기꺼이 노트를 빌려주고는 했지만 한가지 원칙에 있어서는 절대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학교에 있는 동안에만 보고 집에 갈 때는 반드시 돌려줄 것.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아무리 급하고 딱한 사정이라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얼핏 보면 참 인정머리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가 자신과 약속한 원칙을 지키는 기본적인 습관이 있었기에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준비된 자세로 차근차근 해결해나갈 수 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원리 원칙을 따지는 것이 답답하고 갑갑하게 보일지 몰라도 그것은 자신과 자신의 마음, 그리고 행동을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무엇보다도 그가 이렇게 노트를 돌려받으려 했던 것은 정당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자신이 공부해야 했기 때문이죠. 어느 누구도 강요하거나 검사하지 않아도, 자기 스스로와 약속한 학습량을 지켜나가는 것. 그것이 그의 공부 비결이었습니다. 한두 번 미루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흐트러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때로는 이런 사정으로 때로는 저런 이유로 계획을 변경하곤 하는 저에게는 참 큰 도전이 되었습니다. 나 자신과의 약속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것이 나를 이기는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반기문 총장의 이런 원칙적인 성격은 그가 본격적으로 일하기 시작한 다음에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힘이 있으니 조금 도와달라는 친척들이나 친구들의 부탁에도 결코 편법을 행하지 않는 것이 그의 원리 원칙이었고, 당장에는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라는 비난을 들었을지 몰라도 멀리 바라보았을 때 그의 가치를 더욱 더 높이는 일이었음에 분명합니다. "예외"라는 함정은 스스로 파는 것이고, 결국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무너지게 만드는 것임을 잘 알았기에 그는 분명하게 거절해야 할 때는 가차없이 거절했습니다.


그런 그에게도 큰 시련이 찾아왔는데, 저자는 그의 힘들었던 순간을 다음과 같이 서술합니다. 


"반기문은 인생에 느닷없이 겨울 같은 시련이 다가왔을 때 자신이 앙상한 나무처럼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다음 해 봄날 눈부신 이파리들을 단 나무처럼 될 수 있었다." (230 페이지)





많이 올라간 만큼 더 많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 억울하고 가슴이 답답한 상황에서도 그가 다시금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 바로 그의 원리 원칙이었습니다.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해나가는 것. 그래서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다시금 일어설 수 있도록 자신을 다잡는 것. 원리 원칙의 힘은 그의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눈에 어떻게 보일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했다." (235 페이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대세를 좇을 때"가 많습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따르고 있는 이른바 Main Stream 을 무시하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거나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은 사회생활하는데 있어서 큰 위험이자 모험입니다.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남의 시선이 신경쓰이고, 남들의 말에 흔들려 원하지 않는 결정을 하게 되었다면 그때 와서 자신을 원망해도 이미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아낼 수 없습니다. 반 총장은 거센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갈 길을 묵묵히 가는 것이 얼마나 큰 결과의 차이가 있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원리 원칙을 지킨다는 것. 때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할 수 없는 외곬수"로 손가락질을 받는다는 것. 그리고 눈 앞에 보이는 유혹을 뿌리치고 도덕적인 삶을 산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시험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시험은 한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시 찾아온다는 것에 있어 그 어려움이 가중되죠. 




반기문 총장을 말하다



"반기문 총장이 우리 시대 롤모델로서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이유는 그가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큰 성취를 거두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가장 어려운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하여 자신이 알고 있는 도덕과 윤리를 실행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181 페이지)


다시 한번 고백하지만, 저는 위인전을 정말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렸을 때의 기억 때문에 오히려 싫어한다고 하는 편이 사실에 가깝겠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고 또 다시 읽은 이유는 반기문 총장의 삶이 특별히 스팩터클하거나 흥미진진해서가 아니라, 그가 겪었던 시험들과 선택의 기로들이 바로 우리 삶에서도 매일같이 만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인전에 나오는 위대한 인물이 위대한 결정을 위대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삶과 너무나도 밀접한 상황들, 익숙한 도전들에 있어서 그가 묵묵히 앞으로 노력하며 나간 것에 감동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가 숨가쁘게 노력한 만큼이나 부족한 면이 있고, 그 부족한 면을 채워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애쓰는 사람이라는 것은, 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우리들에게도 큰 위로와 도전이 될 것입니다.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제 1권인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 시즌 2". 그러나 그 깊이와 메세지에 있어서는 청소년에 국한되지 않고, 꿈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고 발전하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큰 희망과 도전을 선사할 것입니다. 



여러분에게는 너무나 좋은 환경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여러분의 잠재력을 개발하기에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으니, 

이런 기회를 놓치지 말기 바랍니다. (26 페이지, "인천대학교 특별 강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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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들면 버려야 할 판타지에 대하여
노라 에프런 지음, 김용언 옮김 / 반비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2000년대 초반에 시작된 "오디션 열풍"은 10년이 넘도록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American Idol (엄밀히 말하자면 영국의 Pop Idol 이 원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시즌 1에서 Kelly Clarkson이 우승한 것이 2002년이니 올해 10주년을 맞았네요. 하지만 이러한 프로그램의 인기는 식어가기는 커녕 더욱 더 뜨거워져가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중인 오디션 프로그램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니까요.

저는 관심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는것도, 에피소드를 챙겨보는 쪽도 아닙니다만 가끔씩 기회가 될 때는 흥미진진하게 시청하곤 합니다. 베스트 중 베스트만 입성할 수 있다는 본선보다 개인적으로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지역예선인데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참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니, 가끔은 이것이 방송을 위해 서로 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랍니다. 멋진 밴드와 화려한 무대, 스타일리스트를 통해 새로 태어난 참가자를 보여주는 본선 무대와는 달리, 예선에서는 아무리 잘하는 사람이라도 무반주에 아무런 도움 없이 그야말로 "생으로" 자기 재능을 표출해야 하는 터라 참 난감할 때가 많이 있죠. 솔직히 현재 가수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도 그 환경에서 공연을 해야 한다고 하면 제대로 실력발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궁금해진 적도 있답니다.

아무튼 그렇게 여러 참가자들을 관찰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심사위원으로 빙의해 참가자들을 평가하게되곤 하는데, "에이~ 저 친구는 음감이 너무 부족하네" 혹은 "목소리도 괜찮은데 역시 가수감은 아니야" 등 혹평을 할 때면 노래 잘한다는 말을 듣기 위해 얼마나 많은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지 스스로가 놀라기도 한답니다. 그 짧은 시간 짧은 노래를 잠깐 들려주면서도 비판의 대상이 될만한 요소가 얼마나 많은지...

그러다가 상황이 180도 바뀔 때가 있습니다. 분명히 같은 조건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갑자기 시작하는 그 순간서부터 집중하게 되고 매료되는 그런 사람이 나타날 때죠. 시청자는 물론이고 화면 안의 심사위원들까지 숨죽이며 그의 노래를 듣습니다. 이미 "음정이, 박자가, 애드립이" 등의 잣대는 사라진지 오래고 그의 표현에 따라 이리저리 함께 파도를 타는 느낌! 심지어는 음정이 나가거나 목소리가 뒤집혔어도 별로 개의치 않게 되는 그런 사람. 모든 예술 분야가 그렇지만, 특히 노래의 경우는 재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가 너무나도 나기 때문이죠. 아무리 피나게 연습한다 하더라도, 재능이 없이는 일정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 "노래는 두 가지다. 할 줄 아는 것과 할 줄 모르는 것. 중간은 없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어떻게 보면 비참하기까지 한 현실인데요, 노래에 미쳐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는 참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신들은 몇 년 몇 십년을 피가나게 노력했는데도, 갑작스럽게 피자배달하던 사람이 나타나 관객을 매료시키질 않나, 노숙자에서 수퍼스타로 변신하질 않나... 그렇게 보면 예술은 정말로 불공평한 것 같습니다.





서론이 많이 길었네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나 궁금해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과 Kelly Clarkson이 도대체 오늘 소개할 책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이제부터 설명드리려고 해요. 키워드는 바로 "능력 (ability)" 입니다. 다른 면에서 보자면 재능과 동의어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노래와 마찬가지로 글을 쓴다는 것 역시 타고난 재능이 결정적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노력과 경험으로 글쓰기 솜씨를 향상시킬 수 있겠지만, 타고난 이야기꾼을 따라가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니까요. 이런 저런 잣대를 들이대며 비판하다가 갑자기 모든 잣대를 무력하게 만드는 "능력"을 가진 또 한 사람의 에세이를 오늘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로맨틱 코미니의 거장, 노라 에프런의 에세이 "철들면 버려야 할 판타지에 대하여" 입니다. 




1950년대와 60년대를 주름잡던 시나리오 작가 부모님 아래에서 태어난 노라 에프런이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것은 어쩌면 식상할 정도로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가 쓴 작품 만큼이나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던 노라 에프런은, 우리나라에 그녀의 두번째 에세이집이 발간된지 한 달을 채 넘기지 못하고 2012년 6월 26일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합병증으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녀의 나이, 겨우 61세였습니다. 이 책이 미국에서 발간된 것이 2010년이니 1941년생인 그녀가 만 59세에 출간한 에세이집입니다만, 그 내용을 읽어보면 환갑을 앞두고 있는 모습보다는 이제 청춘에서 벗어나기 시작해 푸념하는 중년의 여성이 떠오를 것입니다. 

아무튼 이 매력적인 작가가 이 세상을 떠나기 전 우리에게 또 한 권의 주옥같은 에세이집을 남겼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어렸을 때 그녀의 영화를 보고 울고 웃었다면 몇십년이 지난 지금 그녀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지 정말 궁금할테니까요.





한번 페이지를 펼치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이 읽어가다가 결국은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어버리는 책이 있습니다. 제게는 "철들면 버려야 할 판타지에 대하여"가 그러한 책들 중 한 권이었는데요, 노라 에프런의 인생 이야기나 그녀가 끊임없이 생각해온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해서 공감하며 웃다 보니 어느새 다 읽어버려 아쉽기까지 했답니다. 시니컬하면서도 사랑스러운 그녀의 문체는 중독성이 있어 읽고 또 읽으면서 웃게 되더군요. 마치 엉킨 실타래가 단번에 풀리듯이 미끄러지듯 흘러나오는 그녀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이야기를 실제로 듣고 있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테마에서 벗어나기도 하지만 금세 다시 돌아와 이야기를 이어가기도 하고, 강조하고 싶은 것은 몇 번이고 반복하며 밑줄을 치고 별표까지 그리는 느낌이랄까요? 그러한 그녀의 글이 그녀의 영화 속 여주인공들의 모습과 묘하게 합쳐지면서, 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노라 에프런"이라는 사람은 친근하게까지 느껴진답니다.


"이런 모든 일들은 나를 슬프게 하고, 애석하게 한다. 무엇보다 이런 일은 내가 정말 늙었다는 기분이 들게 한다. 노화의 징후는 육체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있다. 요즘 나는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말하는 버릇이 생겼다. 또 '내가 젊었을 때는'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종종 농담을 바로 이해하지 못한다. (물론 그 자리에서는 바로 알아들은 척한다.) 영화나 연극을 두번째로 보러갔는데, 생전 처음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바로 얼마 전에 처음 봤는데도 말이다. <피플> 잡지에 나오는 사람들이 누군지 전혀 모르겠다.

처음에는 내 두뇌 용량이 다 찬 게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그 반대가 사실임을 인정할 때가 된 것 같다. 내 머리는 텅텅 비어가는 중이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중, 13~14 페이지)


솔직담백하다 못해 스스로에게 시니컬하기까지 한 그녀의 고백은 수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바라는 것만큼,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큼 뛰어나지 못하고 훌륭하지 못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애석해하고, 스스로 농담거리로 만들면서도 그것이 이른바 "자학개그"가 되지 않는 것은, 그녀의 가슴 속 깊이 존재하는 건강한 "자존감"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스로를 존중하고,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아픈 기억이라 할지라도 담담하면서도 위트있게 풀어갈 수 있는 것이죠.





"뉴욕 포스트"의 기자에서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게 해준 영화 "해리와 샐리를 만났을 때". 로맨틱 코미디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지금 다시 보아도 세대를 막론하고 울고 웃으며 공감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영화 속 맥 라이언 (샐리) 의 깐깐하고 지극히 주관적이며 고집불통인, 하지만 결코 미워하거나 탓할 수 없는 성격이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가 궁금하시다면 더더욱 노라 에프런의 에세이를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샐리"의 캐릭터가 그렇게도 실제적이고 개성만점이었던 것은, 아마도 그녀가 가장 "잘 아는" 인물을 표현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으니까요.  


"몽키 바를 그 다음에 방문했을 때 나는 미트 로프를 또 주문했다. (...) 그런데 놀랍게도, 내 미트 로프가 좀 달라져 있었다. (...) 나는 수석 웨이터를 불러 이 변화에 대해 대화를 시작했다. 웨이터는 내 이야기를 정중하게 듣고는, 다른 손님이 버섯 소스는 요리 위에 뿌리지 말고 옆에 두는 게 좋겠다고 제안해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이런 식으로 바꾸려면 나하고 의논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떠오르고야 말았다. 나는 상냥하게, 아주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나야말로 소스를 항상 요리 옆에 뿌리는 걸 선호하는 사람이지만, 이 미트 로프만큼은 소스를 위에 뿌리는 게 맞는다고 말해주었다. 웨이터는 나의 제안을 고려하겠다고 약속했다" ("내 사랑 미트 로프" 중, 129~130 페이지)





그녀가 표현하고 있는 자신과,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스스로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적어도 자신에게는) 거침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눈을 생각하기보다는 충실하게 자신의 감정과 맞서고, 그것을 극복해나가려 합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 뿐만 아니라 노라 에프런의 인생 역시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처럼 참 다사다난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부모님이었지만 노후에는 알콜중독자가 되어 자식들에게 큰 짐이 되는가 하면, 몇 번의 결혼실패는 그녀가 꿈꿔왔던 "아름다운 판타지의 세계"를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에서야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을만큼 시간이 지난 일이지만, 야심차게 준비한 영화가 무너져내렸을 때의 좌절 역시 당사자가 아니고는 이해하기 힘든 일일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인생도 계속된다. (...) 그래도 실패작은 거기 남아있다. 지난 삶의 역사 속에, 난폭하고 강력한 힘을 빨아들이는 자기장을 거느린 블랙홀처럼." ("실패작" 중, 151 페이지)


하지만 그녀가 여느 실패한 다른 사람과 다른 것은, 결국은 실패를 뒤로 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는 것입니다. 그 실패가 마음 한구석에 치유될 수 없는 상처로 남아있다 할지라도 그녀는 특유의 시니컬함으로 다시 도전합니다. 그렇다고 좌절한 것을 부정하거나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미화하지 않습니다. 충분히 괴로워하고 충분히 불평한 후에야 조금씩 조금씩 일어서기 시작합니다. 바로 이런 면이 우리가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그녀의 "인간적인 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 커플"로 등극한 맥 라이언과 톰 행크스가 다시 만나 화제가 되었던 영화 "유브 갓 메일 (You've got Mail)".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은 에프런의 상상력을 다시한번 자극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금 그녀 특유의 "판타지에 기반한 애정"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그녀 자신은 자신이 나이가 들어 더이상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졌다고 푸념하곤 했지만, 실제로는 그녀가 불평한 것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유브 갓 메일"의 주제가 된 이메일이 하나의 예죠. "유브 갓 메일"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녀의 에세이 "이메일의 여섯 단계"를 읽으면서 계속 피식 웃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나도 착하고 애틋한 주인공들의 모습에 더해지는 그녀의 애교스러운 불평불만은 정말 매력적인 조미료가 될 것이니까요. 아무런 배경 없이 에세이만 읽는다면 매사에 불평불만을 던지는 여성의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노라 에프런의 작품 속 여주인공들을 잘 알고 있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헝클어진 머리로 불만을 토로하는 맥 라이언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시간이 약이며 고통을 잊게 될 거라고 말한다. 이런 말은 출산할 때 듣는 상투어이기도 하다. 엄마는 아이 낳을 때의 고통을 잊어버린다고들 한다. 나는 이 말에 동의할 수 없다. 나는 그 고통을 기억한다. 진짜 잊어버리는 건 사랑이다." ("이혼" 중, 172 페이지)


남들보다 예민하고 남들보다 감성적인 그녀였기에, 그만큼 인생에서의, 사랑에서의 좌절은 더욱 더 견디기 힘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녀가 겪은 일이 쓰디 쓴만큼 그녀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더욱 아름답고 애틋한 사랑을 한 것일지도 모르고요. 인생의 마지막 날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며 우리에게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 노라 에프런은 더이상 세상에 없지만, 그녀가 남긴 많은 주옥같은 작품들은 오랜 시간동안 그녀를 기억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파란만장하게 거침없이 살다가 어느 순간 자신을 돌아보니 늙고 고집스러워진 모습에 조금은 슬프고 조금은 풍자하는 어투로 삶에 대해 이야기한 그녀의 에세이집 "철들면 버려야 할 판타지에 대하여". 그녀가 남긴 마지막 이야기에 우리는 다시금 웃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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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문제는 리액션이다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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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시대인지라 교보문고 등 대형 서점을 방문해보면 "처세술" 혹은 전반적인 "자기계발" 책들이 넘쳐납니다. 처음 그 코너를 방문하여 이 책 저 책을 들추다 보면 자극적이면서도 획기적인 (혹은 획기적으로 보이는) 깨알같은 조언들과 노하우, 작고 큰 트릭들에 당장에 그 책을 구입하게 되곤 하죠. 그렇게 "자기계발도서"의 늪(?)에 빠지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머릿속에 온통 "다음에는 어떤 책을 읽어볼까?" 라는 질문으로 가득차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계발 신간이 발매될 때마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기도 하고 어려운 난관에 봉착했을 때 관련서적을 검색해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그러한 "효과적인 조언"들에 무감각해지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 작은 조언 한 마디에도 귀를 귀울이며 실천하려고 애를 썼다면, 이제는 왠만해서는 감흥을 느끼지 못하게 되어버리는 것인데, 사실상 이러한 현상은 "너 나 할 것 없이 다 쓰는 자기계발서의 범람"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금만 자극적이고 조금만 특별한 제목과 컨셉을 가지고 있다면 적어도 어느정도의 관심과 판매량은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자기계발서들은 제목이나 목차만큼 흥미로운 내용을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다. 휘황찬란하고 번지르르한 문제제기와는 달리 직접적인 실천 방법이나 예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죠.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한 이후로 "자기계발" 도서에 대해 약간의 의구심이 생기면서 더이상 관심을 주고 싶지 않게 되었다면 오늘 소개할 책에 주목하셔도 좋습니다. 창대한 시작 후에 결국 끝까지 "별 것 건질 것 없는" 다른 서적들과는 달리, 오늘의 책은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으며, 그 방법을 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해주기 때문에 시작하는 순간부터 생활을 바꾸어줄 제안들을 소개한 책, 바로 비전코리아의 따끈따끈한 신간, "문제는 리액션이다" 를 소개합니다. 



CASE 1. 열심히 일하고, 일하고, 일해도... 결국은 이리저리 치이고 혼만 나는 당신


어떤 회사에서건, 단체에서건 발견할 수 있는 너무도 흔한 사례입니다. 자신을 아끼지 않고 일에 매진하지만 주위의 동료 혹은 상사에게 인정을 받기는 커녕, 가끔가다 발생하는 작은 실수 때문에 욕만 먹기 일쑤죠.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성실한 인재인 자신을 어떻게 이렇게 몰라주는지 야속하기만 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요리조리 꼼수를 부리기도 하고 요령을 피우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유독 나 자신의 잘못된 행동만 부각되어 보이는 이유는 도대체 뭔지. 만회해 보려고 더 열심히 일하고 애를 써보지만, 그렇다 할 결과가 보이지 않아 결국에는 울며 자포자기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도대체 일은 일대로 하고 욕은 욕대로 먹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문제는 리액션이다"에서는 실제로 일을 잘 하거나, 성실한 모습 등의 팩트(Fact) 보다 더 중요한 "액션과 리액션"의 법칙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직장 생활을 막 시작하거나 대학교를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주어진 환경에서 끊임없이 액션이 들어오고 그럴 때마다 어떤 식으로 리액션을 취해야 할지 난감하기 떄문이다. 리액션을 잘하게 되면 액션도 저절로 잘하게 된다. 그러므로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멋진 리액션으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과 지혜를 길러야 한다. 사회 초년병이 아닌 베테랑 중에서도 리액션이 서툴러 애를 먹는 사람이 있고, 수년 간 연애를 하고 가정을 꾸리면서도 리액션이 부족해 원만한 삶을 살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8페이지)


"정의"를 꿈꾸어온 사람이라면 크게 실망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회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부모님이나 선생님처럼 우리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이해를 바탕으로 관계를 형성해나가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사회에 법칙"에 따라 그 정글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배워야 하기 마련입니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현실을 똑부러지게 가르쳐주는 학교는 많지 않으며, 대부분의 경우 스스로 부딫히고 깨우쳐가야 하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눈치가 빠르고 배우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그나마 빠른 시간 안에 여러 기술을 습득할 수 있겠지만, 천성적으로 눈치가 없거나 이해속도가 느리다면 시행 착오 과정이 길어질 뿐만 아니라, 본인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고역이 될 수 있습니다. 눈치는 없고 둔하지만 원칙주의자라면 그 과정은 눈물겹기까지 한데 더 열심히, 더 성실하게 하려는 노력에 대한 댓가는 오히려 더 큰 비판 혹은 짜증일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혹시라도 저 사람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 직장을 그만두면 되는 것 아닐까? 사표를 쓰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드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다시한번 "리액션"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합니다.                       


"사람을 피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 어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백이면 백 모두 다 나를 지지해 주고 내 편이 돼주는 곳은 이 세상에 없다는 점이다. (...) 다른 사람의 성격이 바뀌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 상대가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또 그 사람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파악하고 거기에 적절하고도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요령을 터득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46페이지)


조금 위험천만하고 다분히 논쟁의 여지가 있는 주장이겠지만,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상당히 큰 부분이 자신의 성격 혹은 행동에 그 원인이 있을 때가 많습니다. 특정 인물과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살면서 상당히 여러 사람들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 한번쯤은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액션과 리액션의 법칙 그리고 그 효과적인 방법만 잘 숙지한다면, 여러분의 사회생활 혹은 직장생활은 눈에 띄게 달라질 수 있을테니까요.






CASE 2. "아니오"라는 말을 못하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진 당신





흔히 남의 말에 잘 대꾸하지 못하고 모든 것에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예스맨"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몇 년 전에는 이것을 희화화한 짐 캐리 주연의 영화 "예스맨"이 개봉하기도 했었죠. 이런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대부분의 주위 사람들에게 "착한 사람"이라고 불리우고 있다는 것인데요, 남을 잘 도와주고 기꺼이 일을 떠안기도 하기 때문에 조직에 없어서는 안될 "천사같은 인물"이라고 인식되고는 합니다.

하지만 말이 "천사"지, 정작 본인과 주위 사람들의 가치평가는 판이하게 다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정 대리는 마음이 참 좋다.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한다. 그 사실은 본인도 잘 알고 있다. 착한 것이 자신의 운명이라 생각한다. '참 좋은 사람이야. 정말 진국이야' 같은 소리를 들어야 직성이 풀린다. 자신에 대한 비판을 듣는 것이 두렵기만 하다. 그게 문제다. 정 대리는 너무 착한 나머지 결코 거절할 줄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정 대리만큼 세상 사람들이 다 착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대단히 유감스럽지만 많은 경우 착한 사람이라고 평가받는 순간 이용당할 가능성이 높다." (92~93 페이지)


"너는 참 착해" 혹은 "당신은 참 착하시군요"라는 말을 듣는 것에 매이고 있다면 "착한 사람 증후군"을 의심해보아야 한다고 저자는 경고합니다. 실제로 착하고 남을 돕거나 배포가 큰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적 배경으로 인해 "착해야만 한다" 혹은 "착하다고 인정받아야 한다"라는 강박관념으로 괴로워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많다고 합니다. 이것은 특히 여성의 경우 그 피해가 더욱 심각한데, "여자가 참 냉정하고 까탈스럽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떠안거나 직장에서 손해를 보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죠.

착한 것에는 문제가 없고, 오히려 이런 사람들로 인해서 사회가 밝아지고 따뜻해지는 것임에는 분명합니다만, 정작 본인들에게는 상처가 되고 괴로움이 된다면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이익을 마다하고 남을 위해 사는 것 = 착한 것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에서 벗어나 과연 조직을 위한 일이 무엇이고 또 그만큼이나 중요한 자신을 위한 일이 무엇인지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거절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무리한 부탁을 들어주거나 지시에 따르면 결국 자신이 피폐해진다. 사람들이 착하다고 입에 발린 칭찬을 늘어놓으며 자신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업무나 책임을 '착한 사람'에게 떠넘기면 조직도 경쟁력을 읽게 된다. 조직과 구성원 모두 망가진다. 착한 사람이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93 페이지)





상사의 마음에 들기 위해, 동료들과 즐겁게 지내기 위해 지금까지 "아니오"라고 말하지 못하고 혼자서 끙끙대고 있다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그것이 자신 뿐만 아니라 결국은 조직에도 해가 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사람과의 관계가 "필요성"으로 묶일 때에 그 "필요성"이 사라지는 즉시 그 관계 역시 깨어지기 마련이니까요. "문제는 리액션이다" 에서는 이러한 착한 사람 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체계적으로 그 덫에서 빠져나와 당당하면서도 정중하게 사회생활을 해 나갈 수 있는지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CASE 3. 우물쭈물... 왔었나 싶게 사라져버린 기회를 애석하게만 생각하는 당신




"난 왜 맨날 이 모양인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잖아!"라고 한탄하고 있다면 한번쯤 자신의 행동패턴과 소통능력에 대해서 생각해보아야 할 때입니다. 이렇다 할 실수도 하지 않고 평소에도 꾸준히 열심을 다하고 있지만 정작 상사에게 자신을 어필할 기회가 되면 어처구니 없이 날려버리는 자신을 탓한다고 기분이 나아지지도 않는 법. 나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상대에게 전달하고 자신있고 당당하지만 예의바르게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노력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묵묵히 자신의 일에 매진하다보면 사람들이 알아주겠지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조직 내 구성원은 물론 외부 사람과 접촉하면서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기 때문에 평소 소통 능력이 곧 그 사람의 전체 능력을 좌우한다. 따라서 상황과 상대에 따라 단어와 말투를 적절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 습관을 들여놓지 않으면 안된다." (167 페이지)


소통과 화술은 타고나는 천부적 소질도 무시할 수 없지만,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누가 뭐라해도 끊임없는 노력과 연구 그리고 연습입니다. 이미 소통 분야에 있어서는 참 많은 서적들이 있고, 이들을 통해 단기간에 수많은 노하우와 비법을 전수받을 수는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연습 밖에는 답이 없다는 것, 그것이 "문제는 리액션이다" 가 다시금 강조하고 싶은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은 뛰어나지만 단지 남들 앞에 서는 것에 재능 혹은 용기가 없는 것 뿐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면, 차라리 야망과 꿈을 버리고 평생 그렇게 살아가는 길을 택하던가, 아니면 오늘부터 마음자세를 바꾸고 조금씩 자신을 개발해나가는 길을 택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선택은 자기 자신의 몫이기 때문에 이세상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는 것이겠죠.



같은 상황에서도 리액션에 따라서 그 가치와 결과가 달라진다!


"문제는 리액션이다" 의 내용을 이렇게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주로 다룬 것은 "어떻게 하면 회사 일을 더 잘할까?" 혹은 "어떻게 하면 업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까" 가 아닙니다. 오히려 같은 조건에서도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팩트(Fact)가 같아도 리액션에 따라 결론이 나는 셈입니다.

일부 소수의 직업을 제외하고는 인간관계는 삶에 있어서, 일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불가결한 존재입니다.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고, 무시하려 해도 무시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죠. 솔직히 고백하건데, "뮤지션이므로 커뮤니케이션에는 서툴러!" 라고 옹호 아닌 옹호를 외치며 어떻게 해서든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사람들과 즐겨 만나는 편은 아닙니다만, 일부러 약속을 잡지 않고 이메일로 업무를 처리하거나 전화가 오면 받지 않고 문자로 용건을 보내올 때까지 기다리는 버릇은 많이 고쳤으니까요. 


여러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남거나 좋다고 생각하는 책은 반복해서 읽는 편입니다만, 이 책은 받아본 이후로 벌써 세번째 줄을 쳐가면서 다시 읽고 있답니다. 결국 "나는 성격이 이래" 라고 스스로를 속여왔던 것이 나 자신의 게으른 실수였음을 고백할 수 밖에 없더군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한참 유행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동적으로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이리저리 흔들리고 울고 웃느니, 능동적으로 자신을 개발하고 자신의 의견과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책의 내용을 스포일링 하지 않기 위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만, "문제는 리액션이다" 에서는 실생활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문제상황들에 대한 구체적이면서도 간단명료한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만나게 되는 문제유형 뿐만 아니라 문제상황들, 그리고 평소에 자신을 단련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연습 (Exercise) 들을 하나 하나 실천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어른스럽고 성숙한 사회인으로서 단단히 무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융통성을 가지고 당당하게, 하지만 여유로우면서도 친절하게 - 듣기만 해도 신뢰가 가는 수식어가 아닌가요? ^^

사람과 사람의 관계 때문에 고민하고 직장이나 단체에서 괴로워하고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고, 하나 하나 실천을 통해 성숙한 자신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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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문제 깔끔하게 정리하기 - 핵심을 읽는 생각도구 50
미카엘 크로게루스 & 로만 채펠러 지음, 필립 언하트 일러스트, 이주만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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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겪게되는 가장 큰 위기는 역시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예기치 않은 상황이 돌발적으로 발생하거나 가뜩이나 골치아픈 문제가 점점 더 꼬여만 갈 때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게 됩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할까...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공식"이 존재했으면 하고 생각해보신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삶의 다양한 "문제"들과 직면하면서 배운 것은, 아무리 간단해보이는 문제라도 다양한 이면을 가지고 있으며, 다각적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깔끔한 정리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다각적 시선"을 키우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데, 어떻게 보면 다양한 경험과 연륜으로 하나하나 깨우쳐 가는 것이 정통적인 접근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스스로 부딪치고 그 경험에서 배워나가야 하는 것이죠. 혹은 선생님이나 멘토를 통해 배워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체계적으로 문제해결에 대한 가르침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의 제목은 그런 면에서 상당히 많은 것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복잡한 문제 깔끔하게 정리하기". 복잡한 문제를 정리하는 것오 어려운데 그것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이라니, 정말 그 내용이 궁금해지는데요, 처음 이 책을 받아들고는 제목과 상반되는 너무도 얇고(?) 컴팩트한 외관에 놀랐답니다. 과연 이 조그만 책이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 읽어나가기 시작했는데, 얼마 되지 않아 이 책은 제가 생각한 것과는 상당히 다른, 그러나 대단히 흥미로운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원제는 "50 Erfolgmodelle" 로 직역하자면 "50개의 성공모델들" 입니다. 성공을 향한 "모델"이라는 개념은 어떻게 보면 약간 생소할 수도 있는데요, 모델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역시 상황에 맞는 변수를 적용하여 공식에 맞추어 해결해나가는 과정일텐데, 이 책에 엄선되어 소개된 50개의 모델들은 인생의 피할 수 없는 결정의 순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각의 과정을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모델의 핵심을 소개"해주기 때문에 그 모델을 어떻게 현실에 적용하는 지는 사용하는 사람 자신에게 달렸겠지요. 




나와 남의 사이, 행동과 생각의 사이






특이하게도 50개의 모델들은 나와 남 (Y축) 그리고 행동과 생각 (X축) 으로 구분되어집니다. (이런 방식의 모델은 56 페이지의 "음악상자" 모형에서 그 원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각각의 분야는 다시금 "나를 형상시키는 방법 (나, 행동하기)", "나를 잘 이해하는 방법 (나, 생각하기)", 남들을 향상시키는 방법 (남, 행동하기)", "남들을 잘 이해하는 방법 (남, 생각하기)" 으로 정의되는데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 특성에 따라 거리로써 특징적으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와 가장 가깝고 남과 가장 먼 "갈림길 모형"의 경우 행동과 생각 사이에서 비교적 중간의 위치해 있습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치를 판단하여 앞날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모델이기 때문에 남보다는 나 자신에게 가까운, 행동과 생각 모두에 해당한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반대로 남과 가장 가까우며 생각보다는 행동에 가까운 "팀 모형"은 중요한 프로젝트를 앞두고 팀의 역량과 개개인의 특징을 판단하여 전략을 세우는 모델입니다. 같은 Y축 높이에 위치한 "차세대 모형" 그리고 "죄수의 딜레마 모형"보다 행동에 가까운 모형이라는 것을 그래픽을 통해 간단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이렇게 여러가지 모형 (혹은 아이템) 을 분류하는 방법 역시 이 책에서 소개한 모델 중 하나 (음악상자 모형) 입니다. 카테고리별로 분류하는 데 있어 애매한 부분이 많거나 정확한 분류가 어려울 때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모델이죠. 분류하기 어려워 정리하기를 꺼리고 있었다면 활용했을 때 성취감이 높은 모형이 될 것입니다. 이처럼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모형들은 본래의 취지에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활용할 수 있기까지 "상상력과 무한한 사고"를 전제로 합니다. 




의사 결정 모형



"왜 의사 결정 모형이 필요한가? - 혼란한 상황에 처하면 사람들은 문제를 체계화시켜서 그 본질을 꿰뚫어 보고 대강의 요점이라도 파악하려고 애쓴다. 이때 의사 결정 모형을 이용하면 불필요한 내용을 걷어내고 핵심 사안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10페이지)


어떠한 결정을 내릴 때에, 여러가지 방면을 생각하고 결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 바로 의사 결정 모델입니다. 어떤 문제를 너무 가까이서만 보다 보면 전체적인 그림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고자 나름대로의 논리와 경험에서 배운 지혜를 도입시켜 만들어 낸 것이죠.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러한 의사 결정 모델이 반대자들에 의해 "미리 정해진 방식으로만 생각하도록 사고를 고착시킨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는 사실을 명시하며 (11쪽) 그들의 의견은 정당하지 않다고 되받아칩니다. 틀에 박힌 사고는 모형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죠. 오히려 의사 결정 모델은 봉착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면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주장합니다. 





엄밀히 말해서 이 책은 어떠한 방법을 제시한다기보다는 "워크북" 즉 "연습문제집"과도 같습니다. 처음 보자마자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 수 있을만큼 직관적인 모형이 있는가 하면 설명과 그래픽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이용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모델도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50개의 모델을 전부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맞는 모델을 골라서 스스로 사고하는데 적용시켜나가는 것입니다. 기초적인 모형 하나 하나는 "과제"에 가깝기 때문에 이것을 숙련되어 사용할 수 있기까지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손에 쥐어진 무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려면 그 무기를 다루는 법을 연습해야 하는 이치와 같습니다. 즉, 한번 읽고 난 뒤 곧장 이해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복습하고 실생활에 적용해가면서 "도구를 익혀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의 것으로 만든 모델은 그 수준에서 머무를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발전시켜나가고 최적화시켜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결국 이 책에 소개되어있는 모델들은 "완성본"이 아닌, 아직까지도 발전되어가고 있는 "과정"에 있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생각을 유도하는 모형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은 이 모델들을 살펴보고 나면 어떤 한 관점만을 대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해결은 많은 모델들의 결정적 특징이자 목표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이 모델들로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은 바로 "사고의 확장"이기 때문입니다. 





모형들 중에는 "방법적인" 모형들이 있는가 하면 "철학적" 모델들도 있습니다. 표면적인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형이 있는가 사면 심층적인 자아 분석을 통해 발전을 꾀하는 모델들도 있죠. 특징적으로도, 분야적으로도 다양한 모형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특성이 있다면 판단과 결정을 돕는다는 것입니다. 올바르고 현명한 판단을 내리려면 외부적인 조건과 내부적인 조건,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자기 자신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제시된 모델들을 하나 하나 사용해나가면서 보다 다각적으로 이러한 조건에 접근할 수 있게 됩니다. 결국 제시되는 파라미터의 다양성 만큼이나 다각적인 사고가 가능하게 되기 때문에 그동안 반복적인 특에 박힌 사고로 난관을 넘지 못했다면 신선한 사고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To be continued...



이 책의 영어 번역본을 한국어로 번역한 이주만씨가 옮긴이의 말에서 소개하고 있듯이, 저자들의 블로그 www.2topmodels.com 에서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그리고 발전되고 최적화된 모델들을 소개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 모델들 역시 별다른 긴 설명 없이 가장 중요한 핵심만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 하나 익혀나가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죠. 어떤 모델을 혼자만 알고 있으려는 것이 아니라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퍼뜨림으로서 커뮤니티 안에서의 개선을 꾀하는 것은 이미 위키백과의 컨셉을 통해 그 효율성과 효과가 증명된 바 있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의지 결정 모델"의 역할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한다면 다소 생소했던 개념들이 효과적인 사고도구로 자리잡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되네요.





모든 것이 이미 준비되어 있는 햇반과 같은 대답을 기대하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실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전자렌지에 넣고 1분 30초 돌리면 완성되는 밥이 아니라, 이 책이 주고 있는 것은 갓 수확한 쌀과도 같은, 그야말로 원초적이고 가공되지 않은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이 쌀알을 어떠한 방법으로 전조, 저장, 도정 방법을 택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결정적으로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은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폭넓은 선택과 사고를 도와주는 것이 여러가지 모형들입니다. 





무기는 그 자체만으로 가치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궁극적인 결과를 볼 수 있듯이, 다양한 모델들의 잠재력과 가치를 깨닫고 여러 방면으로 도입해 나간다면, 저자들이 제시한 "정답"이 아닌 "정답으로 가는 공식"을 간파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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