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문제 깔끔하게 정리하기 - 핵심을 읽는 생각도구 50
미카엘 크로게루스 & 로만 채펠러 지음, 필립 언하트 일러스트, 이주만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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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살아가면서 겪게되는 가장 큰 위기는 역시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예기치 않은 상황이 돌발적으로 발생하거나 가뜩이나 골치아픈 문제가 점점 더 꼬여만 갈 때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게 됩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할까...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공식"이 존재했으면 하고 생각해보신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삶의 다양한 "문제"들과 직면하면서 배운 것은, 아무리 간단해보이는 문제라도 다양한 이면을 가지고 있으며, 다각적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깔끔한 정리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다각적 시선"을 키우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데, 어떻게 보면 다양한 경험과 연륜으로 하나하나 깨우쳐 가는 것이 정통적인 접근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스스로 부딪치고 그 경험에서 배워나가야 하는 것이죠. 혹은 선생님이나 멘토를 통해 배워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체계적으로 문제해결에 대한 가르침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의 제목은 그런 면에서 상당히 많은 것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복잡한 문제 깔끔하게 정리하기". 복잡한 문제를 정리하는 것오 어려운데 그것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이라니, 정말 그 내용이 궁금해지는데요, 처음 이 책을 받아들고는 제목과 상반되는 너무도 얇고(?) 컴팩트한 외관에 놀랐답니다. 과연 이 조그만 책이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 읽어나가기 시작했는데, 얼마 되지 않아 이 책은 제가 생각한 것과는 상당히 다른, 그러나 대단히 흥미로운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원제는 "50 Erfolgmodelle" 로 직역하자면 "50개의 성공모델들" 입니다. 성공을 향한 "모델"이라는 개념은 어떻게 보면 약간 생소할 수도 있는데요, 모델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역시 상황에 맞는 변수를 적용하여 공식에 맞추어 해결해나가는 과정일텐데, 이 책에 엄선되어 소개된 50개의 모델들은 인생의 피할 수 없는 결정의 순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각의 과정을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모델의 핵심을 소개"해주기 때문에 그 모델을 어떻게 현실에 적용하는 지는 사용하는 사람 자신에게 달렸겠지요. 




나와 남의 사이, 행동과 생각의 사이






특이하게도 50개의 모델들은 나와 남 (Y축) 그리고 행동과 생각 (X축) 으로 구분되어집니다. (이런 방식의 모델은 56 페이지의 "음악상자" 모형에서 그 원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각각의 분야는 다시금 "나를 형상시키는 방법 (나, 행동하기)", "나를 잘 이해하는 방법 (나, 생각하기)", 남들을 향상시키는 방법 (남, 행동하기)", "남들을 잘 이해하는 방법 (남, 생각하기)" 으로 정의되는데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 특성에 따라 거리로써 특징적으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와 가장 가깝고 남과 가장 먼 "갈림길 모형"의 경우 행동과 생각 사이에서 비교적 중간의 위치해 있습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치를 판단하여 앞날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모델이기 때문에 남보다는 나 자신에게 가까운, 행동과 생각 모두에 해당한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반대로 남과 가장 가까우며 생각보다는 행동에 가까운 "팀 모형"은 중요한 프로젝트를 앞두고 팀의 역량과 개개인의 특징을 판단하여 전략을 세우는 모델입니다. 같은 Y축 높이에 위치한 "차세대 모형" 그리고 "죄수의 딜레마 모형"보다 행동에 가까운 모형이라는 것을 그래픽을 통해 간단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이렇게 여러가지 모형 (혹은 아이템) 을 분류하는 방법 역시 이 책에서 소개한 모델 중 하나 (음악상자 모형) 입니다. 카테고리별로 분류하는 데 있어 애매한 부분이 많거나 정확한 분류가 어려울 때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모델이죠. 분류하기 어려워 정리하기를 꺼리고 있었다면 활용했을 때 성취감이 높은 모형이 될 것입니다. 이처럼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모형들은 본래의 취지에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활용할 수 있기까지 "상상력과 무한한 사고"를 전제로 합니다. 




의사 결정 모형



"왜 의사 결정 모형이 필요한가? - 혼란한 상황에 처하면 사람들은 문제를 체계화시켜서 그 본질을 꿰뚫어 보고 대강의 요점이라도 파악하려고 애쓴다. 이때 의사 결정 모형을 이용하면 불필요한 내용을 걷어내고 핵심 사안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10페이지)


어떠한 결정을 내릴 때에, 여러가지 방면을 생각하고 결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 바로 의사 결정 모델입니다. 어떤 문제를 너무 가까이서만 보다 보면 전체적인 그림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고자 나름대로의 논리와 경험에서 배운 지혜를 도입시켜 만들어 낸 것이죠.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러한 의사 결정 모델이 반대자들에 의해 "미리 정해진 방식으로만 생각하도록 사고를 고착시킨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는 사실을 명시하며 (11쪽) 그들의 의견은 정당하지 않다고 되받아칩니다. 틀에 박힌 사고는 모형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죠. 오히려 의사 결정 모델은 봉착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면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주장합니다. 





엄밀히 말해서 이 책은 어떠한 방법을 제시한다기보다는 "워크북" 즉 "연습문제집"과도 같습니다. 처음 보자마자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 수 있을만큼 직관적인 모형이 있는가 하면 설명과 그래픽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이용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모델도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50개의 모델을 전부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맞는 모델을 골라서 스스로 사고하는데 적용시켜나가는 것입니다. 기초적인 모형 하나 하나는 "과제"에 가깝기 때문에 이것을 숙련되어 사용할 수 있기까지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손에 쥐어진 무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려면 그 무기를 다루는 법을 연습해야 하는 이치와 같습니다. 즉, 한번 읽고 난 뒤 곧장 이해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복습하고 실생활에 적용해가면서 "도구를 익혀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의 것으로 만든 모델은 그 수준에서 머무를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발전시켜나가고 최적화시켜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결국 이 책에 소개되어있는 모델들은 "완성본"이 아닌, 아직까지도 발전되어가고 있는 "과정"에 있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생각을 유도하는 모형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은 이 모델들을 살펴보고 나면 어떤 한 관점만을 대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해결은 많은 모델들의 결정적 특징이자 목표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이 모델들로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은 바로 "사고의 확장"이기 때문입니다. 





모형들 중에는 "방법적인" 모형들이 있는가 하면 "철학적" 모델들도 있습니다. 표면적인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형이 있는가 사면 심층적인 자아 분석을 통해 발전을 꾀하는 모델들도 있죠. 특징적으로도, 분야적으로도 다양한 모형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특성이 있다면 판단과 결정을 돕는다는 것입니다. 올바르고 현명한 판단을 내리려면 외부적인 조건과 내부적인 조건,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자기 자신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제시된 모델들을 하나 하나 사용해나가면서 보다 다각적으로 이러한 조건에 접근할 수 있게 됩니다. 결국 제시되는 파라미터의 다양성 만큼이나 다각적인 사고가 가능하게 되기 때문에 그동안 반복적인 특에 박힌 사고로 난관을 넘지 못했다면 신선한 사고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To be continued...



이 책의 영어 번역본을 한국어로 번역한 이주만씨가 옮긴이의 말에서 소개하고 있듯이, 저자들의 블로그 www.2topmodels.com 에서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그리고 발전되고 최적화된 모델들을 소개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 모델들 역시 별다른 긴 설명 없이 가장 중요한 핵심만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 하나 익혀나가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죠. 어떤 모델을 혼자만 알고 있으려는 것이 아니라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퍼뜨림으로서 커뮤니티 안에서의 개선을 꾀하는 것은 이미 위키백과의 컨셉을 통해 그 효율성과 효과가 증명된 바 있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의지 결정 모델"의 역할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한다면 다소 생소했던 개념들이 효과적인 사고도구로 자리잡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되네요.





모든 것이 이미 준비되어 있는 햇반과 같은 대답을 기대하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실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전자렌지에 넣고 1분 30초 돌리면 완성되는 밥이 아니라, 이 책이 주고 있는 것은 갓 수확한 쌀과도 같은, 그야말로 원초적이고 가공되지 않은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이 쌀알을 어떠한 방법으로 전조, 저장, 도정 방법을 택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결정적으로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은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폭넓은 선택과 사고를 도와주는 것이 여러가지 모형들입니다. 





무기는 그 자체만으로 가치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궁극적인 결과를 볼 수 있듯이, 다양한 모델들의 잠재력과 가치를 깨닫고 여러 방면으로 도입해 나간다면, 저자들이 제시한 "정답"이 아닌 "정답으로 가는 공식"을 간파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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