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 시즌2 - 유엔 사무총장의 꿈과 성장과 휴밀리티 리더십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명진출판사) 1
김의식 지음 / 명진출판사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저는 개인적으로 위인전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위인전의 경우 위인의 훌륭한 점만을 부각시키기 위해 사실을 과장한다던가, 뜬금없는 결론을 내린다던가 (예를 들어 "어렸을 때 나무를 베어 집중력이 좋아졌다"라던가) 양면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한쪽 면만을 주장하며 위인으로 추대하고자 하는 사람을 신격화하는 것이 식상하기 때문인데요. 제가 어렸을 때 출간된 위인전들을 읽다보면 도대체 이 사람들이 같은 "인간"인지 아니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신"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묘사되어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았답니다. 물론 어린이들을 위해 쓰여진 책들인지라 적은 페이지 수에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니 양면을 이야기해주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철저히 "완벽한" 위인들의 삶을 읽고 본받고 싶어하던 중 예기치 않게(?) 위인들의 "다른 면모"를 알게 되어 실망하기를 반복할 때면 위인전에 대한 신뢰도는 점점 바닥을 향해 내려가곤 했답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이 사람은 이러이러한 훌륭한 일을 했지만, 이런 면에서는 비판을 받았으며 이러이러한 이슈가 있었다"라고 이야기해주었으면 좋았을텐데라고 생각했죠. 


그러던 어느 날, 반기문 총장님의 새로운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반기문 총장님의 책"이 아니라 "반기문 총장님에 대한 책"이죠. 이미 2007년 첫 권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 이 선을 보인 이후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청소년들에게 권장되어 읽혀지던 반기문 총장님의 두번째 책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 시즌2". 바로 오늘 소개할 책입니다. 





앞서 고백했다시피 저는 위인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 1권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별다른 생각 없이 읽어내려가기 시작했고,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에는 실망 아닌 실망을 했답니다.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라는 주제에 맞는, 그야말로 "청소년을 위한 위인전 시리즈"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스스로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성된 책을 읽어가면서 "에이... 깨끗하게 읽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카에게 선물해야겠다"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반기문 총장님이 어렸을 때부터 성실하고 열심히 공부한 것을 읽으면서 본받아라 하는 "지극히 어른다운 발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어느샌가 반기문 총장님의 삶 이야기는 더이상 "위인전"의 일부분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 성공의 반열에 들어선 것이 그의 인생의 전부가 아니었기 때문이었죠. 예전에 제가 읽었던 "단순한 청소년 위인전"이었다면 "너희들도 반기문 총장님처럼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피나게 노력하며 포기하지 않으면 유엔총장이 될 수 있다"라고 끝났을테지만,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 시즌2"의 초점은 거기에 맞추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그가 "어떻게" 유엔 사무총장까지 올 수 있었느냐가 아닌 "왜" 유엔 사무총장까지 왔느냐가 이 책의 포인트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꿈이 없다면 그걸 먼저 찾아야 해"


충청북도의 한 외진 마을에서 태어난 반 총장. 도대체 그가 어떠한 삶을 살았기에 가장 작은 자리에서 가장 큰 자리까지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일까? 세계적인 나라로 발돋움하고 있는 대한민국이지만, 아직까지 선진국에 비해서 아쉬운 것이 많은 상황인데 세계기구인 유엔 사무총장을, 그것도 역임해가는 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인물은 우리나라 역사상 전후무후한 인물인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집안이 부유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소위 "라인을 잘 타서" 인맥 덕을 본 것도 아닌데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로비"라고는 알지 못할 것 같은 그가 어떻게 "불가능해보이는 길"을 갈 수 있었는지, 이 책에서는 그의 가장 어린 시절부터 차근차근히 재조명해나갑니다. 1권은 YTN 기자 신웅진씨가 집필한 것에 반해 2권은 김의식 교수님이 맡게 되었는데, 김 교수님는 어린 시절부터 반기문 총장님과 알고 지냈으며 고등학교 후배인만큼, 누구보다 가까이서 그를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어렸을 때부터 반 총장님을 롤모델 삼아 닮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합니다. 그래서인가 글에서는 저자의 반 총장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듬뿍 느껴집니다. 2011년 8월 11일 인천에서 열렸던 반기문 총장의 특별 연설문과 반 총장의 국내외 활동 사진으로 시작된 책은, 어린 시절 겪었던 에피소드들을 순차적으로 생생하게 증언하며 제 1장으로 이어집니다.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교육 수준이 열악했던 시절. 반기문 총장은 그러한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외교관이 되어야겠다"라는 목표 하나만 바라보며 영어공부를 합니다.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그의 크고도 구체적인 꿈은 외교관이 되겠다는 결심을 단단하게 뒷받침 해주었는데, 다른 것에 한눈 팔지 않고 자신의 목표만을 향해 달리는 그의 발걸음은 결코 무겁거나 괴롭지 않았습니다.


"나는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영어 공부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공부가 즐거웠어. 왜 아니겠어? 너희도 지금 성적을 몇 점 올려야겠다는 생각만 하지 말고 자신의 꿈을 먼저 생각해봐. 아직 꿈이 없다면 그걸 먼저 찾아야 해. 그게 가장 급한 일이야. 그래야 공부가 즐거워지고, 하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생길테니까." (156~157 페이지)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은 모든 학생들이 자의건 타의건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왜? 왜 공부를 열심히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곰곰히 생각해본 학생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입니다.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하나 하나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나가는 즐거움을, 그 달콤한 성취감을 반 총장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에 노력하는 과정이 힘들더라도 이겨낼 수 있었고, 그 꿈을 향해 달려가는 길이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기쁨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흔히 우리나라의 "주입식 교육"에 대한 불만과 우려의 소리가 높아질 때면 "스스로 결정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곤 합니다. 실제로 제가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후에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고 하더라도 허무맹랑한 이야기거나, 그 꿈을 향해 자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꿈과 지금의 현실은 전혀 관련이 없는 동떨어진 세계처럼 보입니다.

반 총장이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현실의 방향을 스스로 잡아나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진심으로 보람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귀중한 순간이라는 것. 이미 최상의 자리에 도달한 그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입니다.





유엔 사무총장의 하루가 얼마나 고달프고 바쁜지 일반 사람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그렇게 힘겹게 올라간 자리인데 휴일도 없이 밤낮으로 일하는 그에게 도대체 왜 그렇게 힘들게 사느냐고 물으면 그는 항상 이렇게 대답한다고 합니다.


"저는 이 일이 좋습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이니까요. 그래서 원 없이 하는겁니다." (206 페이지)


자신이 하는 일, 자신이 지금까지 이루어온 일을 자신있게 "하고 싶었던 일, 원 없이 하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의 모습이 진심으로 멋지고, 부럽습니다. 일이 잘 안 풀린다, 힘들다 푸념만 늘어놓으면서도 가슴에 당당히 손을 얹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어!"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반기문 총장이 지금의 자리에서도 당당하고 확신있게 일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의 자리가 우연히 도달한 종착지가 아닌, 그가 어렸을 때부터 꿈꾸어 왔던, 수 많은 시간동안 노력해왔던 그의 꿈의 자리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점잖게 웃는 미소 뒤의 치밀한 균형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답지 않게 겸손하고 온유한 반기문 총장의 성품은 이미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그저 "성격 좋고 사람 좋은" 사람이었다면 결코 지금 그의 자리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만약에 그가 운이 좋아 출세했다고 하더라도 출세한 그 자리에서 탁월한 인재로서, 유능한 리더로서 빛을 발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의 겸손하고 온유한 성품만큼이나 강인했던 의지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이것은 왠만한 마음가짐으로서는 이루어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저자는 반 총장이 싸워서 이긴 상대는 어느 누구도 아닌 그 자신이었음을 몇 차례에 걸쳐 강조합니다.


"모든 것은 밤 12시에 끝나야 한다. 그것은 그가 생활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으려고 무척 노력한다는 뜻이다. 생활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으려는 노력. 그가 가진 또 하나의 남다른 실행력이다." (206 페이지)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조차 매일 12시에 잠자리에 드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하물며 세계적으로 돌아다니면서 엄청난 일을 소화해야 하는 유엔 사무총장의 자리에선 어떨까요? 하지만 그는 학생 시절부터 지켜온 자신의 원리 원칙을 우선시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규칙적인 생활이 어떠한 제한이 아니라, 그의 큰 경쟁력인 체력을 키울 수 있는 일인 것을 그는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큰 깨달음을 얻은 뒤 단단히 결심을 하고서도 작심삼일이라 얼마 안 가 무너져버리는 저의 모습과는 정말 큰 차이가 있더군요. 자신을 위한 길, 자신이 발전하는 길이 무엇인지 알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나가며 그것을 수행하는 것. 언뜻 듣기에는 식상할 정도로 간단해 보이지만, 이것이야 말로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반기문 총장이 이렇듯 자신의 원칙을 지키면서 살 수 있었던 데는 그의 또 다른 성품이 큰 몫을 했는데, 바로 낙천성과 긍정성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힘들거나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을 때도 쉽게 낙담하거나 비관하는 성격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어려운 환경은 그의 꿈을 향한 도전의 불을 더욱 더 타오르게 만드는 촉진제 역할을 하곤 했습니다. 이것은 그가 노력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이유가 전적으로 "그의 꿈을 향해서, 그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였기 때문입니다. 확실한 목표와 꿈을 가진 사람으로서, 그리고 그 꿈을 이룰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사람으로서 그가 좌절하고 낙담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낙천성과 긍정성이다. 그는 어떤 걱정거리가 있어도, 어떤 큰 일을 앞두고도 밤 12시면 어김없이 잠자리에 든다." (240 페이지) 





"정치"라는 것이 그렇듯이, 깨끗하고 청렴한 사람도 어쩔 수 없이 검은 세계에 발을 들일 수 밖에 없는 곳이 정치판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보면 철저한 원칙주의자이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으려는 반 총장의 성격과는 전혀 맞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더군다나 세계기구인만큼 복잡한 문제로 가득찬 유엔에서 그는 어떻게 자신의 신념을 고집하고 있는것인지 의아했습니다만,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그의 "강인한 의지"와 그야말로 "얄짤없는(?) 실행력"을 다시금 되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반기문을 그저 실력도 좋고, 인품도 좋고, 운도 억세게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하면 안 될 것이다. 그보다는 자신이 아는 것과 깨달은 것을 반드시 실행하는 사람이라고 보아야 정확하다." (194 페이지)


책에서는 반 총장이 살아가면서 부딛칠 수 밖에 없는 많은 작고 큰 갈등상황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볼 때 그의 출세와 승진은 비교대상이 없을 정도로 탄탄하고 찬란하게만 보였겠지만, 정작 속사정은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여러가지 인간적인 문제들, 경제적인 문제들과 집안 사정 등, 자신의 꿈을 이루어나가기 전 그가 져야 할 짐은 결코 가볍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러 상황에서 그가 취한 행동이나 결정에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실행력"일 것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같은 수업을 듣고, 같은 강사의 가르침을 받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정도에 있어서는 천차만별의 차이를 보입니다. 또한 가르침을 이해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진정으로 받아들여 실천하는 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애초부터 이해하지 못했거나, 이해했지만 반감을 가지고 실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가 실천하고 싶어도 행동력이 부족하여 좌절하는 케이스일 것입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것도 알고, 체력을 쌓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하는 것도 알고, 지나친 수준의 컴퓨터 게임이나 수다 등을 줄여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학생은 없겠지만, 정작 자신을 이기고 올바른 습관을 들이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입니다. 머릿속의 지식이 행동으로 옮겨지기 어렵기 때문이죠. 결국 이렇게 한번 두번 실행력에 있어서 좌절을 맛보게 되면 더이상 노력하고 싶다는 마음도 들지 않게 되고 모든 것에 무감각해져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조차 알 수 없게 됩니다. 이렇게 무기력증에 빠져 귀찮은 마음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는 사람들에게 전문가는 "작은 것이라도 실행에 옮겨 그 성취감을 맛보라"고 권유합니다. 반 총장이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것이 있었다면, 바로 이러한 실행력에서 나오는 성취감을 잘 알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즐겼다는 것입니다. 



흔히 "리더"라고 하면 카리스마 있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을 떠올리곤 합니다. 특히 큰 조직의 리더일 경우, 권력도 행사할 줄 알고, 때로는 모질게 행동해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하게 되죠.

하지만 반 총장의 모습은 참 다릅니다. 지극히 동양적인 정서를 가진 그의 리더쉽은 그야말로 "부드러운 리더쉽"입니다. 아직까지 유교적 사상이 남아있는 우리나라라면 몰라도 많은 문화적 차이를 가지고 있는 외국에서 그의 리더쉽이 통한다는 것은 대단한 발견이나 큰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리더쉽의 본질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반기문의 리더쉽은 휴밀리티 리더쉽, 즉 겸손의 리더쉽이다. 여기에는 식물을 자라게 하는 흙과 같은 힘이 있다. 그러한 힘이 지난 5년의 1차 임기동안 유엔을 조용조용히 변화시켰다." (261 페이지)




"꿈은 높고 크게 가지되, 발은 현실에 닿아 있어야 한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목표가 분명했고, 항상 더 큰 꿈을 향해 꾸준히 전진하는 태도로 살았다. 하지만 큰 꿈을 갖되, 이상주의자는 아니었다. 어떤 순간에도 현실을 피하지 않았다." (178 페이지)


흔히 "꿈을 가지라"고 하면 대단히 추상적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렸을 적 디즈니 만화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Your dream will come true"를 외치면서 헛된 희망을 주입하는 경우도 빈번하죠. 한 예를 들자면, 탄광에 갇힌 광부들이 구조를 기다리면서 자연스럽게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고 합니다. 한 그룹은 이상주의자들로서 그들은 "내일은 곧 구조대가 올거야. 그럼 우리는 가족과 함께 따뜻한 저녁식사를 하게 되겠지"라고 서로를 위로했습니다. 다른 한 그룹은 현실주의자였는데 그들은 "이렇게 하면 다음주까지 버틸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음주가 되면 "이번 주를 버티기 위해 이렇게 하자"라고 현실을 직시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이상주의자들은 자신들의 큰 희망과 그만큼 크고 괴로운 좌절을 매일 맛보다가 모두 사망하였고,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생존했던 사람들은 현실주의자들이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현실주의가 이상주의보다 낫다"라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는 없겠지만, 자신의 이상에 도달하려면 현실을 망각해서는 안된다는 중요한 교훈을 주는 이야기임에는 분명합니다.


모두가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할 법한 큰 꿈을 가졌던 반 총장이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특별한 것은 바로 "꿈과 현실의 관계에 대한 깨달음 (179 페이지)" 이었습니다. 자신의 처지를 알고 현실을 직시한 후에 자신의 이상에 도달하기 위해서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 할지 고민하고 계획했기 때문에 엄청난 꿈이라 할지라도 결국은 이루어 낸 것이죠. 물론 이러한 그의 계획에 피나는 노력과 성실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앞날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는 젊은이들에게 그가 즐겨 하는 조언은 바로 "꿈은 높고 크게 가지되, 발은 현실에 닿아 있어야 한다" 입니다. 꿈은 크게 가질 수록 좋고, 포부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상황을 생각하고 어떻게 그 꿈까지 이루어나갈지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그의 진심어린 조언이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들의 순수한 열정이 현실이라는 벽에 반복되어 부딛쳐 좌절됨으로서 그 본질까지 변질되지 않도록 어른으로서, 멘토로서 그들을 이끌어 주는 것이 우리의 임무겠지요. 





"기문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타고난 재주가 별로 없는 사람도 한 가지에 몰입하면 남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출 수 있고, 그러면 세상이 알아준다는 것이었다." (160 페이지) 


누군가가 열심히 노력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말을 듣는 것은 참 쉽습니다. 아, 저렇게 노력했더니 역시 그렇게 되는구나 라고 감탄하기도 쉽죠. 하지만 열심히 노력한 당사자는 겉으로 보이는 성공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눈물이 있었는지 알고 있습니다. 때로는 남들에게 보이기에는 성공가도를 달리는 것 같아도 당사자는 끊임없이 피나는 노력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쉽게 넘겨버리는 부분이 바로 이 "길고도 외로운 사투의 시간"입니다. 



괴로운 시간이 언제쯤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포기해서는 안되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정작 노력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것만큼 불투명하고 어려운 일이 없습니다. 반 총장이 우리에게 주는 한가지 팁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결과 뿐만 아니라 노력하는 과정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 즐겁고 열심히 하라"는 것. 이것만 해결되면 좋아지겠지, 이 자리에만 오르면 모든 게 달라지겠지 등의 미래지향성 기대와 희망은 오히려 좌절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미래를 향해 앞으로 가되 현실에 가치를 두는 것. 그것이 그가 그 오랜 세월동안 한결같이 앞으로 걸어갈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요?




원칙을 지키는 삶 - 그 엄청난 힘



"기문은 이 문제만큼은 단호했다. 일체의 양보도 배려도 없었다. (...) 자신이 그날 그날 해야 할 학습량을 정해놓았다. 기문이 가장 싫은 것은 자신이 정한 학습량이 밀리는 것이었다." (165 페이지)


반 총장의 천재적인 요약노트는 지금으로 말하자면 학교 전체의 "레어 아이템"이었다고 합니다. 특히 시험기간이 되면 중요한 요점만 쏙쏙 뽑아 정리해둔 그의 노트는 그야말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곤 했는데, 노트를 빌리려는 학생들로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사람 좋고 마음 좋은 그는 기꺼이 노트를 빌려주고는 했지만 한가지 원칙에 있어서는 절대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학교에 있는 동안에만 보고 집에 갈 때는 반드시 돌려줄 것.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아무리 급하고 딱한 사정이라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얼핏 보면 참 인정머리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가 자신과 약속한 원칙을 지키는 기본적인 습관이 있었기에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준비된 자세로 차근차근 해결해나갈 수 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원리 원칙을 따지는 것이 답답하고 갑갑하게 보일지 몰라도 그것은 자신과 자신의 마음, 그리고 행동을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무엇보다도 그가 이렇게 노트를 돌려받으려 했던 것은 정당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자신이 공부해야 했기 때문이죠. 어느 누구도 강요하거나 검사하지 않아도, 자기 스스로와 약속한 학습량을 지켜나가는 것. 그것이 그의 공부 비결이었습니다. 한두 번 미루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흐트러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때로는 이런 사정으로 때로는 저런 이유로 계획을 변경하곤 하는 저에게는 참 큰 도전이 되었습니다. 나 자신과의 약속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것이 나를 이기는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반기문 총장의 이런 원칙적인 성격은 그가 본격적으로 일하기 시작한 다음에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힘이 있으니 조금 도와달라는 친척들이나 친구들의 부탁에도 결코 편법을 행하지 않는 것이 그의 원리 원칙이었고, 당장에는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라는 비난을 들었을지 몰라도 멀리 바라보았을 때 그의 가치를 더욱 더 높이는 일이었음에 분명합니다. "예외"라는 함정은 스스로 파는 것이고, 결국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무너지게 만드는 것임을 잘 알았기에 그는 분명하게 거절해야 할 때는 가차없이 거절했습니다.


그런 그에게도 큰 시련이 찾아왔는데, 저자는 그의 힘들었던 순간을 다음과 같이 서술합니다. 


"반기문은 인생에 느닷없이 겨울 같은 시련이 다가왔을 때 자신이 앙상한 나무처럼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다음 해 봄날 눈부신 이파리들을 단 나무처럼 될 수 있었다." (230 페이지)





많이 올라간 만큼 더 많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 억울하고 가슴이 답답한 상황에서도 그가 다시금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 바로 그의 원리 원칙이었습니다.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해나가는 것. 그래서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다시금 일어설 수 있도록 자신을 다잡는 것. 원리 원칙의 힘은 그의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눈에 어떻게 보일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했다." (235 페이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대세를 좇을 때"가 많습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따르고 있는 이른바 Main Stream 을 무시하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거나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은 사회생활하는데 있어서 큰 위험이자 모험입니다.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남의 시선이 신경쓰이고, 남들의 말에 흔들려 원하지 않는 결정을 하게 되었다면 그때 와서 자신을 원망해도 이미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아낼 수 없습니다. 반 총장은 거센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갈 길을 묵묵히 가는 것이 얼마나 큰 결과의 차이가 있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원리 원칙을 지킨다는 것. 때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할 수 없는 외곬수"로 손가락질을 받는다는 것. 그리고 눈 앞에 보이는 유혹을 뿌리치고 도덕적인 삶을 산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시험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시험은 한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시 찾아온다는 것에 있어 그 어려움이 가중되죠. 




반기문 총장을 말하다



"반기문 총장이 우리 시대 롤모델로서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이유는 그가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큰 성취를 거두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가장 어려운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하여 자신이 알고 있는 도덕과 윤리를 실행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181 페이지)


다시 한번 고백하지만, 저는 위인전을 정말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렸을 때의 기억 때문에 오히려 싫어한다고 하는 편이 사실에 가깝겠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고 또 다시 읽은 이유는 반기문 총장의 삶이 특별히 스팩터클하거나 흥미진진해서가 아니라, 그가 겪었던 시험들과 선택의 기로들이 바로 우리 삶에서도 매일같이 만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인전에 나오는 위대한 인물이 위대한 결정을 위대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삶과 너무나도 밀접한 상황들, 익숙한 도전들에 있어서 그가 묵묵히 앞으로 노력하며 나간 것에 감동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가 숨가쁘게 노력한 만큼이나 부족한 면이 있고, 그 부족한 면을 채워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애쓰는 사람이라는 것은, 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우리들에게도 큰 위로와 도전이 될 것입니다.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제 1권인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 시즌 2". 그러나 그 깊이와 메세지에 있어서는 청소년에 국한되지 않고, 꿈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고 발전하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큰 희망과 도전을 선사할 것입니다. 



여러분에게는 너무나 좋은 환경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여러분의 잠재력을 개발하기에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으니, 

이런 기회를 놓치지 말기 바랍니다. (26 페이지, "인천대학교 특별 강연" 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