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는 왜 가위처럼 생겼을까
다나카 미유키.유키 치요코 지음, 오쓰카 아야카 그림, 이효진 옮김, 김범준 감수 / 오아시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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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발매된 W.H.I.T.E 3집 앨범 수록곡 "네모의 꿈"에서 화자는 왜 세상의 모든 게 네모 모양인지 묻습니다. 세상은 둥글게 살라고 하면서 어째서 물건은 죄다 네모로 만들었냐는 거죠. 지금 생각해도 참 재치있는 가사같습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여러 가지 물건들. 사용하다 보면 '왜 이 모양으로 만들었을까?'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한 번은 디저트와 함께 나온 스푼이 특이하게도 하트 모양이었는데, 케이크의 묽은 부분이 계속 중간으로 새는지라 왜 스푼을 동그랗게 만들었는지 의도치 않게(?) 알게되기도 했고요. 저와 비슷한 생각과 경험을 하신 분이라면 두 손 들어 환영할만한 신간이 나왔습니다. 두 명의 물리학자가 설명해주는 생활 속 과학의 원리.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친숙한 도구들에 대한 이야기라 더욱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세상 대부분의 물체는 원자와 분자로 이루어져있다는 말은 저에게 "수리수리 마수리" 만큼이나 추상적인 것이어서 아무리 이해하려고 노력해봐도 번번히 실패하곤 합니다. 뼛속까지 예체능과라서 그런 건지, 어른이 되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책을 읽어봐도 쉽사리 알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가위는 왜 가위처럼 생겼을까>의 두 저자는 엄청난 분들이 분명합니다. 물리와는 상극같은 저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거든요. 심지어 어느 정도 이해도 가더라고요! 저에게는 엄청난 도약입니다. 매일 쓰는 스물 다섯 가지의 도구들을 예로 든 것도 흥미로웠지만 자르거나, 꽂거나, 유지한다는 개념이 물리적으로 어떻게 이해되고 설명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부분이 굉장히 유익했어요. 주방에서 사용하는 칼은 용도에 따라 여러 가지 모양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왜 빵칼은 톱날처럼 생겼고 가정용 피자칼은 원 모양인지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피자에 닿는 면을 최소화하여 점성에 영향을 받지 않는 메찰루나는 반달 모양으로 생겼기에 상대적으로 짧은 길이로 훨씬 넓은 면적을 자를 수 있는 과학적인 원리를 가지고 있더라고요. 

읽으면서 아차 싶었던 건 집에서도 잘 쓰고 있는 매직 블럭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이 매직 블럭은 "플라스틱의 일종인 멜라민 수지를 발포시켜서 고형화한 멜라민 스펀지"라고 합니다. 공기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부드러워 보이지만 사실은 딱딱한 물체라는 거죠. 때문에 매직 블럭으로 손쉽게 얼룩을 제거할 수 있는 건 표면을 깎아서 부드럽게 만드는 사포의 원리와 같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을 모른 채 단지 부드러운 외형에 속아(?) 도장된 차체 등 코팅된 물체나 부드러운 금속을 박박 닦으면 순식간에 상처가 나 오염물질이 들어가 더러워진다고 하니, 앞으로는 뭔가를 사용하기 전 조금 더 꼼꼼하게 설명서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살짝 소름이 돋으며 그동안 뭘 닦았었는지 하나하나 떠올리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저처럼 물리를 잘 모르는 일반인이 읽어도 이질감이 들지 않도록 세심하게 과학적 원리나 물리의 원칙 등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아주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라든가 변형과 탄성, 가역 변화와 비가역 변화의 차이 등 살면서 한번쯤은 꼭 알아야 하는 기초적인 지식들을 풍부한 설명과 예시로 배울 수 있었거든요. 흡착판이 제가 붙이면 꼭 떨어지는 게 다이소에서 샀기 때문이 아니라 기압 차를 이용한 원리를 고려해 붙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며칠 시도했지만 안 되어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배운대로 잘 붙여봐야겠어요. 

물리가 참 재미있고, 우리 생활에 필요한 학문이구나 알려준 고마운 책입니다. 배려심 넘치고 친절한 문체에 술술 읽게 되니 많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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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시베리아 횡단열차 - 일러스트레이터 이다의 카메라 없는 핸드메이드 여행일기
이다 지음 / 미술문화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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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꾸 좋아하시나요? 저는 일찌감치 아이패드와 전자문서로 거의 모든 생활 패턴을 바꿨지만 꾸역꾸역(?) 트래블러스 노트 다이어리를 가지고 다닙니다. 종이에 쓰는 손글씨와 포스트잇, 손그림의 느낌을 포기할 수가 없어서에요. 제가 알던 다꾸와는 조금 달라졌지만 거의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지금도 많은 분들이 취미로 다꾸를 하시는 걸 보면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디지털이 편하다고 해도 사람의 손으로 만든 무언가의 기쁨과 가치는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처음 <내 손으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받아 들었을 때 (그리고 펼쳐보았을 때) 탄성이 절로 나왔답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심지어 ISBN 넘버까지도!) 모두 손글씨고 되어있거든요. 손으로 그린 책이라는 컨셉에 맞게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도 사람의 손길이 스며있는 책입니다. 여행하며 스크랩한 티켓이나 마스킹테이프 같은 것을 제외하면 이 책에 있는 모든 그림과 글을 저자가 직접 그렸다는 거죠. 적지 않은 분량인데 정말 엄청나지 않나요. 

마음이 맞는 친구 세 명이 (물론 끝까지 완주한 건 두 명이지만) 그야말로 갑작스럽게 계획한 시베리아 횡단 여행. 모두에게 초행길이건만 약 20일간의 일정을 촘촘하게 짠 것을 보고 정말 대단하다 싶었어요. 아무리 구글 번역이 뛰어나고 도움이 될만한 정보가 지천에 널렸다지만 말도 통하지 않는 러시아 여행을 이 정도로 본격적으로 계획하다니! 그녀들은 모두 능력자임에 분명합니다. 

출발하기 나흘 전 거짓말처럼 두 사람에게 찾아온 심한 감기, 결국 러시아 횡단을 마칠 때까지 낫지 않았다고 하네요. 출발 직전부터 끝나는 그날까지 도저히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여행기는 마치 한 편의 스릴러(?)를 보는 것 같았어요. 딱히 무서운 장면이나 괴물은 등장하지 않지만 너무 현실적이고 공감이 되어서 함께 마음을 졸이며 읽게 되더라고요. 러시아 물가가 저렴하고 여행 비용도 부담스럽지 않은지라 '어디 나도 한 번?' 용기가 생길 것 같았는데 반쯤 읽을 때 즈음에 완전히 사라져버렸습니다. 제 체력으로는 도저히 무리, 무리다 싶었어요. 그런 면에서 저자를 따라 책으로나마 여행할 수 있었던 게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여행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준비 과정(이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한 달 정도 남은 출국 전 꼼꼼하게 책을 읽고 러시아에 대해 공부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며, 얼마나 이 여행을 진지하게 준비했는지 알 수 있었어요. 러시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지라 많은 배움과 도움이 되었습니다)부터 준비물, 노하우와 시행 착오 등이 자세하게 나와있기 때문에 시베리아 횡단 열차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여행 가이드에도 나와있지 않을만한 내용들인지라 직접 확인해보시길 바라요 :) 

367페이지의 분량을 손글씨로 읽는 건 처음인데, 중독될만큼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똥손이라 다꾸는 못할지언정, 저도 이렇게 일상을 기록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이 단 한 장도 들어가있지 않은데 그 어느 여행기보다 생생한 느낌이 전달되는 특별한 책입니다. 딱 한 가지 조금 불편한 점이 있었는데, 아무리 에세이 형식의 기록이라지만 비속어가 많아 거북했어요(물론 그 상황에서는 그 말 밖에 안 떠오를 것 같다는 데는 십분 동의합니다). 뭔가 조금 더 독자를 배려하는(?) 정제된 언어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한두 번이면 그런가보다 할텐데 나중에는 좀 심하다 싶더라고요.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저도 참 나이가 들었나봅니다. 

앞으로도 계속될 저자의 여행을 응원합니다. 그때마다 이런 멋진 책이 나올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겠죠. 저자 덕분에 찌는 듯한 더위에 온 몸이 꽁꽁 얼 것 같은 러시아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으니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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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결전 초위험 수중 생물 최강왕 결정전 과학 학습 도감 최강왕 시리즈 26
Creature story 지음, 고경옥 옮김 / 글송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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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랑 누구랑 싸워서 누가 이기는지가 아들 인생에서 가장 궁금한 것이야"

"다 때려 부수면서 놀지만 사이코패스는 아니야"


제가 보는 몇 안 되는 웹툰 "육아일기"에서 아빠가 아들에 대해 설명하는 대사인데, 하도 공감이 가고 웃겨서 저장해놓았어요. 딸 둘인 집에서 자라고 가까운 남자사람 친구도 별로 없었던지라 아들을 처음 낳았을 땐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가 안 가는 것 투성이었습니다. 어언 10년이 흐른 지금도 아들은 미지의 세계지만, 그래도 나름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예전엔 (당연히 딸을 낳아서) 아이와 실베니안 패밀리로 인형의 집 놀이를 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우리집은 실베니안 패밀리 피규어 대신 바로 이!! 시리즈로 책장이 가득 차 있답니다. 아들 가진 엄마들은 모를래야 모를 수 없는 "최강왕 시리즈" 말이에요. 

책날개를 보면 최강왕 시리즈는 지금까지 26권이 나왔고 앞으로도 계속 나온다고 하네요(...) 이중 요괴나 공포 미스테리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소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요즘은 많이 나아졌는데 초반에 출간된 책들은 제본 상태가 영 좋지 않아 조금만 읽다보면 낱장으로 다 뜯어져버렸는데도 바인더 링으로 철을 해서 다시 읽는 거 있죠. 엄마 눈에는 다 비슷비슷한 내용으로 보이는데 아들은 디테일까지 다 외우고 있는 것을 보면 확실한 매력이 있는가봅니다. 


이번에 새롭게 출시된 책은 <정상결전 초위험 수중생물 최강왕 결정전>이에요. 최강왕 시리즈는 크게 백과 종류와 배틀 종류가 있는데 아들은 당연히 배틀 책을 훨씬 좋아합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서로 만날 수 없는 사나운 동물들이 실감나게 싸움을 펼치는 모습이 박진감 넘치나봐요. 이번 수중 생물 최강왕 결정전에는 총 여덟 개의 해역으로 나뉘어진 팀에서 토너먼트 형식으로 승자를 가려내는 방식인데요, 끝까지 승자를 알 수 없게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결국 오세아니아의 흑범고래가 우승컵을 거머쥡니다. 

중간중간에 맹독을 가진 동물, 멸종 동물 등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동물 이야기가 수록되어있어 유익합니다. 예전보다 글밥도 늘어난 느낌이에요. 엄마가 보기에는 정신없는데(?) 아들은 오히려 이런 글이 더 잘 읽히나 보더라고요. 희안하게 이 책에서 본 내용은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지 줄줄 외워서 이야기를 합니다. 그림체는 예전에 비해 조금 더 만화틱하게(?) 변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아이들이 보는 책이 맞나 싶게 실사처럼 그려져있어 좀 징그럽기도 했는데 한층 순화된 느낌이더라고요. 제본도 튼튼하게 되어있어 이젠 낱장으로 뜯겨나갈 걱정은 없어보입니다. 확실히 뭔가 점점 좋아지고 있네요. 


유치원 때부터 꾸준히 애정하는 최강왕 시리즈. 이번에도 역시 아들 취향 저격에 성공입니다. 처음에는 정신없는(?) 그림과 (밑도 끝도 없이 싸우는) 내용에 진입장벽이 있었지만 이젠 아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즐거운 이야깃거리가 늘어난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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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라든지 디자인이라든지
아오키 료사쿠 지음, 신혜정 옮김 / 잇담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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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키 료사쿠와 하루타 마사유키 단 두 사람이 일구어낸 크리에이티브 유닛 "TENT"는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회사 유형의 범주에도 들어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다소 생소한 직업도 그렇지만, TENT가 하고 있는 일을 한 마디로 표현하기가 어렵거든요. 어쩌면 "사람들이 무엇을 진정 바라는 것을 만드는 회사"라는 추상적인 설명이 가장 잘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것 하나에도 얽매이지 않는 그들답게 이 책의 구성도 참 특이합니다. 에세이 같았다가, 소개 인터뷰 같았다가, 보고서 같은 형식을 취하기도 합니다. 들쑥날쑥할 것 같지만 그 안에서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신선하고 유쾌한 기분이 들어요. 조금만 읽고 자야지 하면서 집어 들었는데 새벽이 되도록 기어이 다 읽게 되더라고요. 그만큼 흡입력있고, 공감하게 되며, 저의 상황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두근거리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지금은 '만드는 사람'이 전해지는 시대다"


일찌기 솔로몬 왕이 전도서에서 말했듯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당장 포털사이트 메인 화면만 봐도 없는 게 없는 것이 요즘 세상인데 무엇을 새롭게 만들 수 있을까요? TENT는 말합니다. 이제는 '만드는 사람'이 전해지는 시대이고, 시대가 바꾸어놓은 라이프스타일에 적응하는 물건이 팔리는 시대라고 말이죠. 애초에 "최고"라는 가치를 목표하는 것이 아니라 "최적"이라는 가치를 목표로 삼기 때문에 TENT는 고객의 마음을 훔치는 제품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최고와는 달리 최적은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죠. 


TENT의 스토리는 분야를 막론하고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려는 모든 분들에게 큰 영감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아이디어와 생각을 지키면서 고객의 니즈에 부응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실무적인 팁들이 가득 들어있는 책이에요. 무엇보다 매력적인 건, 거창할 것 없이 당장 오늘부터 시작할 수 있는 실천 가능한 방법들이라는 점이고요. 


유행을 따라가거나 누군가의 성공신화를 좇는 것이 아니라 "무엇으로 이어질지 모르는 자기만의 해야할 일을 해내는 것". 이것이 TENT가 고수하는 원칙이자, 우리들에게 건네는 조언입니다. 아오키 료사쿠 씨의 딸이 "아빠가 하는 일은 대체로 놀이 - 나중에 나도 아빠처럼 놀면서 돈을 벌고 싶다"라고 했다니, 진지하게 받아들일만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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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나의 첫 토론 수업 - 생각하는 십 대를 위한 이슈를 디베이트하다
홍진아 지음 / 슬로디미디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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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 교육전문가가 학부모들의 영어 교육 욕심의 헛점을 찌르며 한 말이 기억납니다.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모르는 아이는, 영어를 배워도 할 말이 없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언어를 배우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문해력을 키우려는 것도 결국은 스스로 생각하고 사유할 수 있기 위함인데도 불구하고, 자꾸만 "인풋(Input)의 늪"에 빠져 정작 아웃풋은 뒷전이 되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나의 첫 토론 수업>을 읽기 시작한 것도 비슷한 맥락 때문이었습니다. 그저 머릿속에 지식을 채워 넣으려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깊게 사유하고, 토론을 통해 나누며 "더 좋은 길"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아직은 조금 생소한 개념인 디베이트(debate). 이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나 많은 디베이트 대회가 있었는지 처음 알게 되었어요. 해외 청소년들은 이미 학생 때부터 이런 토론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니, 참 부러운 일이네요. Part 1에서는 디베이트의 전반적인 개념과 역사를 설명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러 디베이트 행사를 소개합니다. 디베이트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도 상세하게 나와있어 유익했어요. 굳이 해외 대회까진 아니더라도 뜻이 맞는 친구들끼리 모여 정기적으로 디베이트를 하며 실력을 키워나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듯 싶습니다. 


Part 2부터는 각각 교육 이슈, 사회 이슈, 차별 이슈에 관한 가상 디베이트가 펼쳐집니다. 클래스에 참여한 네 명의 고등학생 친구들이 어찌나 생생하게 그려졌는지, 나중에는 디베이트 주제만 봐도 어느 친구가 어떤 의견을 낼지 알겠더라고요. 여러 이슈들을 접하면서 지금 고등학생들에게 가장 와닿는 시사 테마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때때로 굉장히 첨예한 이슈도 등장하는데 - 현실에선 누군가 이야기만 꺼내도 금새 싸움으로 번질 것 같은 그런 이슈 말이죠 - 가상의 토론 친구들이 디베이트 안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여러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참 바람직해 보였어요. 몇몇 테마의 말미에는 여러 전문가의 개인적인 의견이 짧게나마 덧붙여져 있어 여운을 가지고 생각에 잠길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이슈들이 옳고 그름을 분명히 가리기 어려운 것들이기 때문에 애초에 찬성과 반대 중 어느 편에 설 것인지부터 고민이 많이 되거든요. 


신기한 건,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던 이슈들도 디베이트 형식으로 접하다 보니 좀 더 다각적이고 입체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찬성과 반대의 입장이 각각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근거를 논리적으로 제시할 수 있고, 상대편을 존중하며 그의 발언권을 보장해주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성숙한 토론 문화가 우리 사회에 정착된다면 참 많은 문제들이 절로 해결될 것 같은데 말이죠. 


토론은 "누가 옳은가가 아닌 무엇이 옳은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한 저자의 말이 큰 울림을 줍니다. 십 대 청소년들과 교육자들께 진심으로 권하고픈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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