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는 왜 가위처럼 생겼을까 - 2025년 행복한아침독서 추천도서
다나카 미유키.유키 치요코 지음, 오쓰카 아야카 그림, 이효진 옮김, 김범준 감수 / 오아시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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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발매된 W.H.I.T.E 3집 앨범 수록곡 "네모의 꿈"에서 화자는 왜 세상의 모든 게 네모 모양인지 묻습니다. 세상은 둥글게 살라고 하면서 어째서 물건은 죄다 네모로 만들었냐는 거죠. 지금 생각해도 참 재치있는 가사같습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여러 가지 물건들. 사용하다 보면 '왜 이 모양으로 만들었을까?'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한 번은 디저트와 함께 나온 스푼이 특이하게도 하트 모양이었는데, 케이크의 묽은 부분이 계속 중간으로 새는지라 왜 스푼을 동그랗게 만들었는지 의도치 않게(?) 알게되기도 했고요. 저와 비슷한 생각과 경험을 하신 분이라면 두 손 들어 환영할만한 신간이 나왔습니다. 두 명의 물리학자가 설명해주는 생활 속 과학의 원리.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친숙한 도구들에 대한 이야기라 더욱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세상 대부분의 물체는 원자와 분자로 이루어져있다는 말은 저에게 "수리수리 마수리" 만큼이나 추상적인 것이어서 아무리 이해하려고 노력해봐도 번번히 실패하곤 합니다. 뼛속까지 예체능과라서 그런 건지, 어른이 되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책을 읽어봐도 쉽사리 알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가위는 왜 가위처럼 생겼을까>의 두 저자는 엄청난 분들이 분명합니다. 물리와는 상극같은 저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거든요. 심지어 어느 정도 이해도 가더라고요! 저에게는 엄청난 도약입니다. 매일 쓰는 스물 다섯 가지의 도구들을 예로 든 것도 흥미로웠지만 자르거나, 꽂거나, 유지한다는 개념이 물리적으로 어떻게 이해되고 설명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부분이 굉장히 유익했어요. 주방에서 사용하는 칼은 용도에 따라 여러 가지 모양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왜 빵칼은 톱날처럼 생겼고 가정용 피자칼은 원 모양인지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피자에 닿는 면을 최소화하여 점성에 영향을 받지 않는 메찰루나는 반달 모양으로 생겼기에 상대적으로 짧은 길이로 훨씬 넓은 면적을 자를 수 있는 과학적인 원리를 가지고 있더라고요. 

읽으면서 아차 싶었던 건 집에서도 잘 쓰고 있는 매직 블럭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이 매직 블럭은 "플라스틱의 일종인 멜라민 수지를 발포시켜서 고형화한 멜라민 스펀지"라고 합니다. 공기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부드러워 보이지만 사실은 딱딱한 물체라는 거죠. 때문에 매직 블럭으로 손쉽게 얼룩을 제거할 수 있는 건 표면을 깎아서 부드럽게 만드는 사포의 원리와 같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을 모른 채 단지 부드러운 외형에 속아(?) 도장된 차체 등 코팅된 물체나 부드러운 금속을 박박 닦으면 순식간에 상처가 나 오염물질이 들어가 더러워진다고 하니, 앞으로는 뭔가를 사용하기 전 조금 더 꼼꼼하게 설명서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살짝 소름이 돋으며 그동안 뭘 닦았었는지 하나하나 떠올리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저처럼 물리를 잘 모르는 일반인이 읽어도 이질감이 들지 않도록 세심하게 과학적 원리나 물리의 원칙 등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아주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라든가 변형과 탄성, 가역 변화와 비가역 변화의 차이 등 살면서 한번쯤은 꼭 알아야 하는 기초적인 지식들을 풍부한 설명과 예시로 배울 수 있었거든요. 흡착판이 제가 붙이면 꼭 떨어지는 게 다이소에서 샀기 때문이 아니라 기압 차를 이용한 원리를 고려해 붙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며칠 시도했지만 안 되어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배운대로 잘 붙여봐야겠어요. 

물리가 참 재미있고, 우리 생활에 필요한 학문이구나 알려준 고마운 책입니다. 배려심 넘치고 친절한 문체에 술술 읽게 되니 많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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