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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의 함정
클라우스 베를레 지음, 박규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2000년대 초반 어느 날, 독일 방송 RTL에서 방영했던 오디션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접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나와서 노래를 하고 결국 최후의 한 명이 계약과 상금을 타는 방식이었는데, 지금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그렇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이런 식의 포맷이 흔하지 않았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나는데요, 그 방송의 성공 이후 셀 수 없는 수 많은 아류들과 비슷한 성격의 포맷들이 홍수처럼 밀려나오는 바람에 요즘에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면 덮어놓고 보지 않기도 한답니다.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느끼게 되는 것이지만, 세상에서 찾으면 찾을 수록 뛰어난 사람은 나오기 마련입니다. 실력은 물론이고 외모, 경제적인 조건과 인생스토리까지 갖춘 사람들이 즐비하다 보니, 이제는 왠만큼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 텔레비젼에 나와도 별로 감흥이 없어지게 되었지요. 예전에 가수 콘테스트에서 여러 출연자들을 보면서 감탄했다면, 이제는 (이미 후작업을 거쳐 "최적화"된) 가수들의 노래를 들을 때마저 심사위원으로 빙의해 이런 저런 비판을 늘어놓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승승장구하면서 이러한 예능 프로그램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이러한 "수요의 급증에서"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사람들은 기꺼이 모든 방법을 동원합니다.

 

이러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하나의 극적인 예에 속하지만 사실 우리의 인생에서도 그렇게 다를 것은 없습니다. "정보화 시대"라는 말은 이미 진부해져버렸고, 이제는 유용한 정보를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그 정보를 알지 못하는 것이 패배입니다. 인터넷의 보급과 SNS 돌풍으로 정보는 더이상 소수의 것이 아니라 모두가 가질 수 있는, 아니 (경쟁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가져야만 하는 그런 것이 되어 버린 것이죠.  

 

 

 

 

 

 

바로 오늘 소개할 책, "완벽주의의 함정" 의 테마와 완벽하게 맞아들어가는 시대적 현상입니다.

 

독일어 원제는 Der Perfektionierer, 즉 "완벽주의자"라는 뜻인데요, 원본의 부제는 "Warum der Optimierungswahn uns schadet – und wer wirklich davon profitiert (최적화의 광기가 우리에게 해로운 이유 – 또한 그것으로 인해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구인가)" 입니다. 다소 두꺼워보이는 320 페이지의 책을 다 읽고 난 이후,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려고 했던 것이 부제 안에 완벽하게 들어가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책은 말 그대로 "완벽주의자"들을 위한 책입니다. 하지만 그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 책에서 말하는 "완벽주의자"가 어떠한 사람들인지 먼저 알아야겠죠.

 

 

완벽주의자 – 그들을 낱낱이 파헤치다

 

"당신은 완벽주의자입니까?" 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여러분은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모르긴 몰라도 "에이, 저같은 사람이 무슨…", "아니요, 아직 한참 부족합니다." 라는 대답이 가장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위의 표지 그림에서도 볼 수 있듯이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뒤처진다고 생각하면 불안하다", "어떤 일에 실패할 바엔 차라리 도전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이미지로 인식되고 싶다" 따위의 설명을 듣게 되면 "어머, 저건 완전 내 이야기잖아?" 라고 말씀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끝없는 자유"라는 사탕을 선물하면서 덤으로 우리 자신의 가능성과 꿈을 실현하기 위해 끝없이 자신을 개발하려는 자유의지까지 얹어주었는데, 이것은 이제 너무도 당연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라 오히려 말을 꺼내는 것이 새삼스러울 정도입니다. 각자의 어린시절에 따라 그 강약의 정도가 있겠지만, 아무리 늦어도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우리는 "경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배우게 됩니다. 학교에서 습득하는 여러가지 지식들은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정한 채점방식으로 숫자로 평가됩니다. 이것은 비단 지식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닌데, 심지어는 우리가 움직이는 것 (체육), 감성을 표현하는 것 (음악, 미술 등) 그리고 행동하는 것 (생활) 까지 모두 평가대상입니다. 그 룰은 참으로 간단한데 점수를 많이 받을 수록 우등생에 가까워지고, 점수를 많이 받지 못하면 열등생이라 불리게 됩니다. 이런 채점방식을 통해 우리가 배우게 되는 것은 우리가 "우리의 가치를 위해 자기 자신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가 "반에서 1등을 하기 위해서",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서" 혹은 "인기가 있고 싶어서" 등 다양하다 할지라도 결국 우리 모두는 원하던 원하지 않던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이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를 갈망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완벽주의자"는 이렇듯 자신을 개발하기 위해서 밤낮으로 애쓰고 날마나 나아지기를 원하며 노력하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완벽주의"라는 말은 이 단어 안에서 그것의 의미만큼이나 반어법적인 용도로 쓰이는데, 이 완벽주의자들은 말 그래도 완벽한 사람들이 아닌 "완벽주의를 열망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남들과 경쟁하여 이길 수 있도록 스펙을 쌓고 차별화된 교육을 받으며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고 느끼지만, 정작 실수하는 것이 드물어 외국인 앞에서는 입도 뻥긋 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기보다는 남들이 모두 한다고 해서 자격증 시험에 도전하는가 하면, 패배를 극도로 두려워하여 찾아온 기회마져 놓쳐버리는 사람들입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가장 많은 "완벽주의자"들이 발견되는 곳은 엘리트 학교입니다. 아무리 개선되었다 하더라도 획일화의 비판을 피할 수 없는 학교에서는 학생이 학교가 선택하고 정한 규율과 잣대에 평가되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엘리트 학생들은 과연 진짜로 재능있고 혁신적인 학생들일까요? 아니면 학교가 그들에게 명령하는 조건을 훌륭히 이수하는 것일까요? 실제로 학교에서는 칭찬받던 우등생들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낙오되는 경우를 종종 봐왔는데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 공통적으로, 이들의 목표의식이 지금까지 타자 (여기서는 학교, 선생님 혹은 부모님) 에 의해 정해져온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착실히 공부하고 좋은 시험성적을 거두며 좋은 학교에 진학하고 지도교사의 조언처럼 공부해온 그들은 사회에 나오자 마자 자신들을 인도해온 "가이드라인"의 부재에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이런 다양한 "완벽주의자"들의 맹점에 대해서 논하며 그 실태를 여러가지 측면에서 관찰하고 있습니다.

 

 

 

완벽주의에게 던지는 질문

 

이 책의 내용이 참 방대하기 때문에 거론된 논제들에 대해서 일일히 논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또한 서평을 읽은 뒤에 누구든지 꼭 한번정도는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기에 너무 많이 스포일링(?) 하는 것도 좋지 않겠지요^^ 이 리뷰에서는 책이 말하고 있는 논제들을 종합하여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우리가 지금 빌 게이츠나 베컴 같은 사람들처럼 부유해지는 것은, 예전에 평민이 루이 14세처럼 부자가 될 수 없었던 것만큼이나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다. 다만 우습게도 우리는 그것을 더 쉽게 여기며,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고통을 받는다" (46 페이지)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이 말한 것을 저자가 인용한 것입니다. 자본주의 국가에 살면서 우리는 우리의 꿈을 실현할 자유를 누리고 있다는 "환상"을 가지게 됩니다. 예전에는 귀족과 평민으로 나뉘어 평민은 감히 귀족이 될 엄두를 내지 못했고 자신의 가업을 이어받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만, 지금은 가업을 잇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며 자신의 노력한 것에 따라 자신의 미래가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이러한 사고방식은 사실상 모순적이며 바로 그 모순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꿈을 이루지 못한 패배자"라는 죄의식에 사로잡혀 절망하고는 합니다. 부여된 자유가 커지면 커질 수록 그에 상응하는 책임감마저 커지기 때문이죠. 게다가 주위에 빌 게이츠나 마돈나 처럼 성공한 사람이 있다면 그 죄의식은 몇 배로 커집니다. 저 사람은 해냈는데 나는 이러고 있다니…라며 자기 자신과 남을 끝없이 비교하면서 상대처럼 자신을 개발하지 못한 것을 자책하죠. 사실상 이러한 자책감은 자신의 정신건강에 좋지 않은 것을 제외하고서라도 별로 이득이 되지 않는데 그 결정적인 이유는 우리가 머릿속으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최적화의 방식은 결코 우리를 원하는 곳으로 인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최근 SNS가 무서운 속도로 퍼지면서 요즘에는 너나 할 것 없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혹은 미투데이나 요즘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문자 어플이었던 카카오톡도 최근 "카카오스토리"를 런칭하면서 이러한 SNS 추세를 따르고 있습니다. SNS는 플랫폼을 초월하여 수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광고하고 또한 수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접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엄격한 경쟁사회에서의 우리들에게는 특정 부작용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페이스북 우울증" 이 좋은 예인데요, 예전에는 몇몇 지인들만 알고 있었던 사생활을 다른 사람에게도 공개하면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원하는 모습으로 새롭게 빚어내는 창조자 (56 페이지)"가 됩니다. 누구든지 최적화된 자신의 모습만을 보여주기를 바라기 때문이죠. 그래서인가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을 살펴보면 애인과의 데이트는 즐거워보이기만 하고 저녁식사는 항상 레스토랑을 방불케 하며 가족나들이는 잡지의 화보처럼 아름답기 마련이죠.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아무 의미도 영양가도 없는 넋두리도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에서는 고뇌에 찬 사색처럼 들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태계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다른 이들의 모습은 자신의 초라함과 비교될 수 밖에 없습니다. "어째서 남들은 이렇게 즐겁고 재미있게만 사는데 나는 이 모양이지"라는 우울증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자긍심이 부족한 10대와 20대에게 이 우울증은 생각보다 심각한 장애로 다가오게 된다고 합니다 [기사 보기].

 

그렇습니다. 우리는 학교 성적을 위해 과외를 받으며 족집게 강사를 따라다닙니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보다 나은 직장을 얻기 위해 여러 자격증을 따고 해외 연수를 다녀오며 좋은 가산점을 줄 봉사활동에도 참여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스펙을 쌓는 과정은 실로 눈물겹고 힘들기만 하지만 실제로는 특별한 내용도 없고 쓸모도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누구나 다 비슷한 목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66 페이지) 열심히 노력한 공든 탑은 수 많은 탑들 중 하나가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저자의 말처럼 경쟁의 우위란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지 않은 것을 혼자 갖고 있을 때 성립하는 것입니다 (96 페이지). 이렇게 간단한 원리를 잊어버린 채 너도 나도 획일화된 방법으로 최적화를 시도하다 보니 결국은 뛰어난 것이 오히려 평범한 것이 되어버립니다.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무시한 채…

 

 

누구를 위한 최적화인가?

 

최적화의 광기는 아주 어린 아이 때부터 시작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가 하면 모래를 가지고 노는 대신 영재교육을 받게 합니다. 사실 이렇게 지나친 교육에 열을 올리게 되는 것은 자신의 욕구보다도 "저 집 아이는 하는데 우리 아이가 안하면 혹시라도 뒤쳐질까봐" 라는 걱정이 더 클 것입니다. 특히 "허세"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남들에게 뒤쳐지고 싶지 않다는 강박적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지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마치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가문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 정작 본인들은 원치도 않는 호화결혼식을 감수하는 것처럼 "뒤쳐지고 싶지 않다"라는 욕구는 우리를 최적화의 늪으로 끌어들입니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최적화는 과연 우리 자신들을 위한 것일까요? 우리가 여러 자격증을 따고 원만한 회사생활을 위해 리더십 트레이닝을 받으며 아름다운 몸매를 관리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헬스클럽 PT에게 코칭받는 이 모든 것이, 정작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타자에 의한 욕망에 의한 것이라면 그 끝은 어디로 나아가고 있을까요? 정말 간단한 이야기지만 사람은 하기 원하는 모든 일을 할 수는 없고, 가지기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제한 안에 남들에게 모든 면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아둥바둥 살고 있는 모습 뒤에는 진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바로 터무니 없는 가격들로 학부모를 유혹하는 엘리트 유치원과 알아서 모든 스펙을 쌓아오는 직원을 부릴 수 있는 기업들 그리고 최적화의 유혹에 빠진 우리들을 일상에서 올바르게 인도해줄 코치들입니다. 이들이 이용하는 최적화의 기본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 충분히 노력하기만 한다면 모든 것을 성취할 수 있다
  • 모든 것에는 충족되어야 할 이상이 있다

 

바로 완벽주의의 지상명령 (247페이지) 이죠. 공식은 간단합니다. 주어진 가능성이 많을 수록 그것을 이용하지 않는 것은 더이상 용납되지 않으며, 모든 것을 최적화시킬 수 있는 이상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은 패배자가 됩니다. 최적화는 이제 개인에게 그의 우수성을 직접 증명하도록 압박하기 때문에 (260 페이지) 이런 차별화와 개인화에 보조를 맞추지 못하는 사람들은 낙오자로서 쓴 잔을 마셔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남들이 다 가진 스펙"을 나도 가지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죠.

 

 

 

 

완벽주의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저자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이제 "평균"이라는 말은 사실 욕이라는 것을. 그리고 아무도 "평균"이 되고 싶어하지 않지만, 모두들 남보다 뛰어나고 싶어하는 이상 이 모순은 극복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10페이지). 앞서 말한 오디션 참가자들은 이제는 같은 도시, 같은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아닌 전 세계 사람들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설사 그 오디션에서 최고로 잘한다는 인정을 받았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다른 오디션 혹은 외국의 다른 오디션 참가자들과 비교당하게 되는 것이죠. 예전에 동네 공연장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최고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면, 요즘은 아무리 작은 도시의 사람들이라도 유투브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세계적인 가수들의 노래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세계의 탈경계화로 인해 경쟁의 범위가 엄청나게 커져버린 셈이죠.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가 되려는 것이 아닌 이상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겠지만) 무작정 자신을 최적화 시키려는 노력은 고통만 수반할 뿐입니다.

 

어쩌면 이 책을 다 읽고 덮는 순간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이 너무도 밋밋해 실망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경쟁에서 승리하는 법'을 기대했다면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우리에게 이롭다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최적화는 오히려 우리의 장점을 무시하고 도달할 수 없는 성공만을 향해 달려가게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느 누구도 "대체될 수 있는 획일화된" 사람을 원하지 않습니다. 진정 자신이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그 목표를 향해서 가장 효과적인 길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의 몫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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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세계경제원론 04 : 세계화의 두 얼굴 내인생의책 청소년을 위한 세계경제원론 4
데이비드 앤드류스 지음, 김시래.유영채 옮김, 이지만 감수 / 내인생의책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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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편견일지 모르겠지만, 음악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경제나 경제관념과는 참 거리가 먼 사람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니, 어쩌면 잘 알지 못하는 것을 감추기 위해 괜히 음악의 핑계를 대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학생 때나 지금이나 경제 이야기가 나오면 함께 말하고 싶지 않아하는 편인데, 이미 시간이 이렇게 흘러버려서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배워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던 중 만나게 된 바로 이 책 – 청소년을 위한 세계경제원론! 일단은 "청소년을 위한" 이라는 친절한 제목에서부터 "왠지 이 책이라면 나에게 처음부터 차근차근 친절하게 설명해줄 것 같다" 라는 느낌을 받았더랬죠. 그래서 신청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드디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총 4권으로 구성된 세계경제원론 시리즈의 마지막 권 "세계화의 두 얼굴" 편입니다..  

 

 

 

먼저, "청소년을 위한 세계경제원론" 시리즈를 잠깐 소개하자면 총 네 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양장본 도서로 제 1권에서는 "경제학 입문"을, 2권은 "금융시장"을, 3권은 "경제 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마지막 4권은 앞서 소개한 대로 "세계화의 두 얼굴" 을 소개합니다.

청소년을 위한 책이라고 해서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확실히 이 책에서는 경제원론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쉽게 설명하고 있지만, 어른이 읽어도 거부감 가지 않는 문체와 기초부터 차근차근 설명하는 용어들은 확실히 경제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작점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얇은 책 한권에 담긴 알찬 구성

 

이 책은 네이버에서 사용료 없이 제공한 나눔 글꼴을 부분 사용하고 있어 상당히 읽기 편합니다. 본문은 나눔명조로 구성되어 있고, 간간이 글자가 균형있게 나누어져 있어 읽기 편한 나눔고딕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본문 역시 고딕체로 썼어도 좋았을 것 같네요.  

 

 

 

 

각 챕터는 단락마다 소제목 (키워드) 으로 나뉘어져 있어 읽기 편할 뿐만 아니라 나중에 원하는 내용을 찾기도 용이합니다. 한눈에 내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공부하는 청소년들이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기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중요한 단어는 굵은 글씨로 처리되어 있으며, 권말부록으로 따로 마련된 "용어 설명" 에서 정확한 정의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용어 설명"과 함께 책 뒷부분에 세계화 연대표인터넷 사이트 등이 수록되어 있어 원한다면 심화 학습을 할 수 있습니다. 원서는 영어이지만 우리나라 사이트들과 그에 대한 설명으로 대체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학생들이 사용하기에도 좋네요.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사이트와 (원서에도 포함되어 있었을 경우) 원서의 사이트들을 한꺼번에 게시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테마도 세계화인데, 어려서부터 외국 사이트를 둘러보고 원하는 정보를 찾는 등의 학습은 유용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다양한 논제와 다각적 시선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이 "아, 이제는 정말 교육도 많이 달라졌구나" 였답니다. 제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 확실히 초등학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 상당히 독단적인 지식을 일반화시켜 주입시키는 경우가 많았답니다. "세계화"라는 테마가 그 대표적 예 중 하나였죠. 세계화는 무조건 좋은 것이며, 우리나라에서 다른 나라에 많이 수출하면 수출할 수록 좋은 것이라는 일방적인 교육은 효과적인 면도 있지만 동전의 양면을 보지 못하는 독단의 결과를 낳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세계경제원론"에서는 섣불리 어떠한 사실과 입장에 대해서 판단하기보다는 상당히 객관적으로 보이는 현실과 보이지 않는 이면을 소개합니다. 일방적이지 않은 주장과 문체는 거부감이 들지 않을 뿐 아니라 책에서 제시하는 논제 뿐만 아니라 세상의 어떤 일이라도 독단적으로 옳고 그른 것을 정의내려서는 안된다는 조심성을 일깨워줍니다. 무턱대고 대기업을 찬양하고 좋다고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노동자들을 착취하기 때문에 대기업은 무조건 나쁘다라고 하는 것 역시 극적이고 옳지 못한 주장이니까요. 최대한 객관적 입장을 유지하면서 이면의 공존에 대하여 배우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경제에 대해서 가르쳐주기 위해 들고 있는 예가 우리에게 익숙한 토픽을 다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티는 어째서 그렇게 가난할까?" 몇 년 전 지진으로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은 아이티를 보면서 한번 정도는 생각해보았을 것입니다. 물론 쉽게 설명하기 위해 상당한 간단화(?)를 거쳤지만, 평생을 쌀을 재배해온 아이티 사람들이 수입을 장려하는 정부의 정책 때문에 더이상 값싼 수입쌀과 경쟁할 수 없게 되어 일자리를 잃었다는 설명은 "세계화의 문제점"을 제대로 꼬집었다는 생각입니다. 전혀 상관 없어보이는 미국의 자국기업의 보조금 정책이 먼 아이티에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세계화라는 것이 얼마나 큰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또한 Fair Trade 운동이 어째서 필요한지, 개발도상국에서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해결방법을 제시합니다. 먼 나라 이야기라고 해서, 내 이야기가 아니라고 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가난하기 때문에 무시"해도 괜찮다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특히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강대국이 약소국을 상대로 착취하는 것에 대한 현실을 직시하여 그들이 얼마나 불공평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WTO, WF, IMF 와 같은 세계기관에 대해서 소개할 때, 단순히 그 단체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단체가 주로 받고 있는 비판을 함께 소개함으로서 "성역은 없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부분은 바로 "대체 나와 무슨 상관이지?" 섹션입니다. 각 챕터별로 등장하는 이 섹션에서는 먼나라 딴나라 이야기 같은 경제 이야기가 내게 얼마나 가까운 이야기인지를 적용해볼 수 있도록 구체적인 예를 제시합니다. 이 외에도 지난 10년동안 기술과 통신의 발달로 대단한 변화를 겪은 무역에 대해 설명함으로써 기술의 가능성과 장단점을 다시한번 되짚어볼 수 있습니다.

 

 

 

결론: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읽을 수 있는 경제원론

 

경제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던 사람이던 관심이 없던 사람이던, 이 책을 읽으면서 구체적인 예와 친절한 용어설명으로 경제원론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다른 세 권은 읽어보지 못하지만, 이러한 구성이라면 자녀에게 혹은 다른 청소년들에게 훌륭한 경제원론 입문서 선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특히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는 극단적으로 양분화 되지 않은 객관적으로 논리적인 설명이 비단 경제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많은 선입견 (예를 들어 개발도상국, 대기업 혹은 국제기구 등) 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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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속 숫자의 거짓말 - 정부와 여당, 기업, 정치가는 통계로 우리를 어떻게 속이고 있는가?
게르트 보스바흐 & 옌스 위르겐 코르프 지음, 강희진 옮김 / Gbrain(지브레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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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전공이 음악이다 보니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음악은 수학이 아니잖아. 정답이 있을 수가 없다고!" 사실 이 주장은 음악가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신빙성이 있었는데요, 숫자라는 절대성이 없는 음악인지라 대단히 주관적인 (그러나 이해와 공감될 수 있는) 잣대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수학에서야 1 더하기 1은 2이고, 2 빼기 1은 1이니 이보다 더 간단명료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수학과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수학에 대한 생각을 조금 바꾸게 되었습니다. 수학의 "참과 거짓"이야 말로 절대성을 가장한 애매한 잣대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시간이 좀 지난 터라 자세한 논제는 기억이 나지 않네요. 아무튼 핵심은 모두들 수학이야말로 "절대적 참과 거짓을 가지고 있다"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 기준이 더 모호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럴리가. 1 더하기 1은 2인데... 네? 창문이라고요 (제가 어렸을 때 아이들이 주로 쓰던 장난이었는데 아실까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4 (남자와 여자가 결혼하여 아이를 둘 낳으니 모두 네 식구)?

 

오늘 소개할 "통계 속 숫자의 거짓말"은 바로 우리가 절대성을 보고 맹신해왔던 숫자와 통계의 오류 (혹은 의도된 거짓말) 을 신랄하지만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책입니다. 읽는 내내 즐겁기도 하고, 그동안 이런 말도 안되는 거짓말에 속아온 것인지 억울하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했던 시간이었습니다.

 

 

통계의 오류? 그게 도대체 뭔데!

 

"통계 속 숫자의 거짓말"

벌써 제목에서 학창 시절부터 친하지 못했던 "통계", "숫자" 등 두 단어나 들어가 있는 터라 사실 읽기 전에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내가 이해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게다가 리뷰도 써야 하는데!) 궁금증과 호기심에 서평단에 지원하게 되었지만, 혹시라도 테마가 너무 어렵다면? 남들이 크게 웃고 있는데 혼자서 멀뚱멀뚱 따라 웃는 일만 생기지 않기를 바랬죠.

하지만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에 안도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전문가들에게 국한된 지식이 아닌,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오류를 지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놀라운 것은, 이런 단순한 오류가 대부분의 경우 굉장히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죠).

 

원하던 원하지 않던, 우리는 살아가면서 참 많은 숫자들과 대면하게 됩니다. 그것이 단순히 전화번호이거나 우편번호라면 상관없지만, 생계와 직결된 중요한 숫자들이라면 심각해집니다. 의료보험이나 자동차 보험. 특수 상해보험이나 암보험, 연금까지...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재테크를 위한 투자도. 사실 알려고 하면 할 수록 더욱 더 미궁에 빠져버리는 느낌이 들기 십상이죠. 보험회사들은 저마다 자사의 상품이 최고라고 입이 마르게 칭찬하지만, 정작 그 뒤의 숨겨진 진실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사실 누가 하고 싶겠습니까만). 그래서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해 상담을 받게 되면, 결국은 거기서 거기, 오십보 백보라는 말만 돌아오면서 더욱 더 회의적이 될 뿐입니다. 이런 일을 오래 겪다보면, 신이 나서 자랑하는 보험사 직원들은 하나같이 사기꾼같고, 회의론자들의 말은 들으면 들을 수록 답답해지게 되죠. 또 주위 사람들의 의견이나 경험담에는 왜 그렇게도 팔랑귀가 되는지, 이 보험은 안 들면 손해라던데, 아니 노후계획은 적어도 이렇게 해야 하는거라던데, 여기 투자했더니 이만큼 이익을 봤다던데... 오히려 많은 정보가 머릿속을 흐릿하게 만들 뿐입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지르고 있는 큰 실수 중 하나는, 내가 알지 못하는 분야라고 해서 지나치게 전문가들을 맹신한다는 것입니다. "설마 전문가인데 나보다 많이 알겠지" 혹은 "조금 꺼림직하긴 하지만, 나보다 훨씬 많이 아는 사람들인데 설마 맞겠지" 라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죠. 악의 없는 단순한 실수이건, 고의적 거짓말이건 숫자는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참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으며, 이 때 그것은 절대성을 가진 증거물로 사용됩니다. 누구든지 소수점 이하까지 정확한 통계를 의심하거나 허구로 치부하진 않을테니까요. 자. 여기서 바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시작됩니다. 어렵게만 생각했던 통계나 숫자들을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숫자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손쉽게 그 오류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유쾌하게 마주하는 "불편한 진실"

 

비록 한글 번역본이였지만, 인생의 반 넘는 시간을 독일어권에서 보냈던 터라 그 특유의 시니컬한 위트 넘치는 문체가 보는 내내 즐겁더군요. 마치 "원문에서는 아마 이런 표현이었겠군" 하며 맞추기 게임이라도 하고 싶었답니다. 같은 말도 아 다르고 어 다른 만큼, 저자인 보스바흐가 유쾌하게 들려주는 "불편한 진실"은 그의 유머 속에서 그동안의 무지(?)를 회화시키듯 재미있게 알아갈 수 있습니다.

숫자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저자가 제시하는 그래프와 그 속에 숨겨진 트릭들을 간파하면서, 같은 수치와 결과라도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판이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또 한가지 좋은 점은, 16장에서 여러가지 "가상 상황"을 제시하는 연습문제들이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세미나에서 한참을 배우고 난 뒤에 막상 집에서 혼자 하려고 하면 머리가 하얘지는 경험, 아마 많이들 해보셨을텐데, 이 책을 그저 읽고 끝나지 않도록 스스로 오류를 찾아보고, 또 저자들이 제시한 "풀이"를 참고한다면, 엉뚱하고 일차원적인 트릭에 넘어가는 일은 아마 많이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

 

이 책의 다른 한가지 장점은,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통계의 오류가 단지 통계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반적인 논술에 있어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몇차례에 걸쳐 강조되는 "음과 양"의 이론, 즉, 어떠한 사실에는 반드시 그와 다른 이면이 있다는 것을 상기하는 것은, 통계에서 뿐만 아니라 어떠한 이론 혹은 의견을 접할 때에 반드시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방법은 전반적으로 논리의 오류를 보다 쉽게 알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또한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수많은 함정과 오류는, 다른 이론이나 의견을 비판할 때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겠지만, 스스로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나 논문, 레포트 등에 있어 반드시 검토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사실,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행동을 비판하기는 쉽지만, 자신을 돌이켜보는 것, 그리고 스스로의 의견에 있어 오류를 발견하는 것은 그만큼 쉽지 않습니다. 책에 제시된 체계적인 비판적 질문들과 오류를 찾아내는 방법을 활용한다면, 학업이나 직업에서도 좋은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오류를 알아내야 하는 이유

 

주위 사람들과 여러가지 테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봉착한 난관은 뜻밖의 것이었습니다. 무슨 테마든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논리적인 답을 추구하려할 때마다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냐, 다 원래 그런 것이고 바꿀 수 없는거다" 라고 지레 포기해버리는 반응이 그것이었는데, 유럽에서 자라난 저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방식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체념한 것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그것에 대해서 끊임없이 불평하고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정작 해결하는 것에는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어차피 정치인들은 계속해서 거짓말을 할테고, 보험회사들은 숫자놀음으로 우리를 속일텐데, 그걸 자세히 알아서 뭣하겠나!" 확실히 그렇습니다. 더 나아가자면,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절대 속지 않는다! 라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이러한 사회적, 논리적, 통계적 오류에 더욱 더 촉각을 세워야 하는 것은, 이것이 단순히 우리에게 금전적인 손실을 가져다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지 못한 선입견을 심어주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대부분은 우리를 조종하고자 하는 어떤 그룹층의 이익을 위해서요.

 

아래와 같은 (올바르지 못한) 선입견을 여러분도 가지고 계십니까?

 

  • 실업급여자에게 국가가 너무 많은 돈을 지급하기 때문에 그들은 오히려 일하려 하지 않고, 우리들이 내는 혈세로서 먹고 사는 게으름뱅이가 되어버린다.
  • 외국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도시가 불안정해졌으며 범죄율이 치솟았다.
  • 의료보험이 몇년 째 납부액보다 지급액이 증가했으므로 조만간 우리는 보험료 인상 폭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 사회 노령화로 앞으로 몇년 (혹은 몇십년) 뒤에는 한 사람의 젊은이가 두세사람의 노인을 먹여살려야 할 것이다.
  • 세금이 이렇게 오르는 것은 정치가들의 배를 불리기 위함이다.

 

(어린이를 위한) 철학책 "옥탑방으로 간 칸트"에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옵니다. "모두 일부만 보고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해. 그리고 여럿이 똑같은 것을 보면 그것이 실제라고 생각해." 위의 선입견에는 분명히 그것을 사실이라고 믿을만한 증거가 하나둘 정도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덮어놓고 실제라고 믿기에는 그 안에 너무도 많은 모순과 오류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죠.

보스바흐는 말합니다.

"위 결론들에 대한 수학적 근거도 나와 있다고 하니 그 모든 것이 결국 우연이라 주장해봤자 통하지도 않을 듯하다. 그럼에도 어쩌면 우리 모두 원인제공자나 희생자를 찾기 위한 '만사냥'에 동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혹을 제기하고 싶다" (60페이지 중)

 

 

하지만 아쉬운 것들…

 

대단히 즐겁게 책을 읽었고 읽으면서 얻고 배운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역시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네요.

무엇보다도 아쉬웠던 것은, 전체 주석이 변역되지 않은 원어 (독일어) 로 수록되어있었다는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책의 내용 전체가 구체적인 연구 결과인만큼 주석의 비중이 큰데다가, 어떤 문장은 주석을 읽어야지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텐데 원어 그래도 싣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의미가 없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예를 들어 237쪽 "가상 토론"에 등장하는 틸로 사라친 (Thilo Sarrazin, 전 Deutsche Bundesbank 대표이사로 보수성향의 정치가) 을 사회자 옌스가 묵살합니다. 다른 토론 참여자들에게는 친절했던 옌스가 어째서 사라친을 쏘아붙였는지는 주석의 내용들을 확인해보아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두 저자가 "가상 토론" 이라고 이름지은 이 장이 사실은 실제 공식석상에서 발표되었던 내용들을 교묘하게 인용하여 일종의 패러디를 선사하고 있다는 것 역시 (독일 정치에 대해서 대단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주석을 읽으면서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요. 우리나라에서 영어만큼 보급되어있지 않는 독일어라는 점에서, 많은 독자들이 이 감초같은 해석을 읽지 못한다는 것은 참 아쉬운 일입니다.

덧붙여서 말하자면, 주석 부분처럼 독일어가 연이어서 나오는 부분이라면 (아니, 적게 나오는 부분이라고 할지라도), 독일어 지원 폰트를 사용하여 움라우트 (Umlaut) 가 다른 폰트로 변환되어 나오지 않도록 했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영어 폰트가 움라우트를 지원하지 않다보니 움라우트가 등장할 때마다 교묘히 바뀐 (때로는 serif 가 있고 없고의 차이까지 있는) 폰트 때문에 가독성이 떨어지게 되니까요. 또한 이곳 저곳 스펠이 틀린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을 자신의 레포트나 프로젝트에 인용하는 독자의 경우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습니다. (저 역시 불어에는 문외한인지라 인용할 경우 상당히 조심스러운데요, 그럴 때마다 책에 오타가 없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결론

 

Im Grossen und Ganzen – 전체적으로 볼 때에 이 책은 학술적 연구를 일반인 모두를 위해 쉽게 풀어쓴 책으로서 상당한 재미와 동기부여를 가지고 읽을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이런 바보같은(?) 트릭에 속아왔다니! 하며 속상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어!" 라는 말이 그저 회의적 푸념이 될 것인지 아니면 하나의 깨달음이 되어 나 자신을 재정비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동기가 될 것인지는 전적으로 독자에게 달려있겠죠^^

마지막으로 맹신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보스바흐를 인용하면서 리뷰를 마칠까 합니다.

 

"앞으로도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대규모 구조적 변동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고, 그렇다면 지금 작성하고 있는 예측서들은 또다시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예측보고서를 마치 기정사실인 양 대중에게 제시하는 이들은 사기꾼에 불과하고, 그 사기꾼의 말을 믿는 사람은 생각이 없거나 멍청한 것이다. 미래란 원래 불확실한 것이고, 그러니 유연한 태도로 앞날을 대비하는 것만이 최선이다"

(142페이지 중)

 

 

- 이 책을 읽고 서평할 수 있게 해주신 네이버카페 "책으로 만나는 세상"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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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요! 당신 - 시작의 두려움을 설렘으로 바꿔주는 한마디 마음을 전하는 작은 책 시리즈
호리카와 나미 글.그림, 박승희 옮김 / 인디고(글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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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본 애니나 드라마를 참 좋아합니다.
모든 것을 다 좋아하는 것은 물론 아니고, 그중 특정 장르, 곧 일본사람의 특정 정서를 반영하고 있는 장르를 참 좋아하는데요, 그것은 "어둡고 음습한 면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보여주는 일상 속 사소하고 잔잔한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들이죠. 대표적인 예로는 드라마 "수박(스이카)"이라던가 영화 "우리 개 이야기", 만화 "아기와 나" 정도겠네요. 일본의 문화는 - 잘 알지는 못합니다만 - 상당히 상충되어있는 두개의 면이 공존하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끝없이 난폭해지고 잔인해질 수 있지만, "과연 이런 세상이 존재할까"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고 순수한 동심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것이 현실이고 어느것이 속이기 위한 가상현실이다 라고 말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잔잔하게 희망을 말해주는 감성적인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해드리고자 하는 호리카와 나미씨의 "힘내요! 당신" 입니다. 사진으로 보았을 때는 잘 몰랐는데, 조그마한 크기에 얇은 책, 딱딱한 커버와 매 페이지를 가득 채운 일러스트는 마치 한권의 동화책을 선물로 받은 느낌이더군요^^ 어렸을 때 그렇게도 좋아했던 동화책을 읽는 마음으로 돌아가 호리카와 나미씨가 전하고자 하는 "희망과 두근두근한 새 출발"을 함께해보았습니다.


감성이 느릿느릿 읽기를 권합니다

"경쟁"은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수단을 넘어서 전체적인 트렌드를 좌지우지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 되었습니다. 경쟁은 서로간의 발전을 부추기기도 하지만, 이미 생활이 경쟁구도로 가득차 있다면 누군들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을까요. 어딘가에서는 마음의 쉼을 찾고 싶지만, 요즘 유행하는 예능프로그램조차 경쟁을 앞세워 서바이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어느새 경쟁은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었으며, 경쟁에서 승리하는 자가 우월하고 패자들은 낙오자로서의 쓴 잔을 마셔야 합니다.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에도 몇백권의 새로운 책들이 쏟아져나오는 지금으로서는 남들과는 다른, 남들보다 자극적이거나 특별한 내용으로 독자를 사로잡아 경쟁력을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힘내요! 당신" 은 불붙고 있는 사회 이슈를 다루지도, 획기적인 자기계발의 방법이나 처세술을 말해주고 있지도 않습니다. 말 그대로 "힘 내세요"라는 한마디의 말과 함께 조근조근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입니다.


한 챕터는 짧은 글과 함께 일러스트로 마무리지어집니다. 일러스트의 내용은 굳이 글의 내용과 일치하고 있지 않지만, 같은 맥락에서 다른 시선으로 다시 조명하는 느낌을 주는군요. 이 책을 두세번 읽고 난 뒤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 이 책에 담긴 감성이, 우리에게 "느릿느릿" 읽어보기를 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매일같이 서로에게 하고싶은 말, 듣고싶은 말을 하다보면 평범한 하루도 특별하게 느껴져요 (p.44)"

일상의 소소하고 작은 것을이 알고 보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호리카와씨는 친절하고 따뜻한 말로 하나하나 짚어나갑니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하는 말, 모두 한번쯤은 들어보셨겠죠? "힘내요! 당신"의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내 옆에 있는 조그만, 하지만 행복한 것들이 수없이 떠오릅니다.

짧은 단락의 글을 마치 시집을 읽듯이 천천히 음미해가면서 읽고 있다보니 "이 책을 다 읽어야 해!"라는 강박관념은 어느새 다 사라져버렸답니다. 책을 읽은 뒤의 뿌듯한 성취감보다는, 아직 읽지 않은 남은 페이지가 있는 동안을 만끽하고 싶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요.


시작은 누구에게나 힘이든 것. 하지만 누구든 할 수 있는 것이죠

특별히 이 책을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선 모든 이들에게 선물하라"는 권유는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수긍이 갑니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우리는 참 많은 변화를 겪게 되죠. 그것이 사는 곳의 변화던, 가족의 변화건, 직장의 변화건... 때로는 원해서 때로는 원하지 않는데도 우리는 낡은 것 (하지만 익숙한 것) 을 뒤로 하고 새로운 것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이란말에서 뭔가 진취적인 향기가 난다고 하더라도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크고 작은 변화 가운데서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자신의 모습에 한숨을 쉬고 있는가하면, 나는 정말 소소하고 작은 것 조차 내가 원하는대로 할 수 있지 않아! 라는 좌절감에 빠지기도 하죠. 호리카와씨는 말합니다.

"자기 자신을 진심으로 믿는 것, 자신을 뛰어넘는 길이에요 (p. 48)"

하나뿐인, 단 한번뿐이 내 인생을 내가 원하는 대로, 바라고 소원하는 대로 이루어 갈 수 있도록 자신을 믿어주기. 그리고 목표를 향해 단 한걸음이라도 기쁘게 나아가기... 우리가 수없이 들어서 이제는 잔소리처럼 들리는 이 말을 하고 있는 호리카와씨의 목소리는 참 부드럽습니다.
한 실수를 반복해버리더라도, 또다시 좌절하고 낙심했다 하더라도 자기자신을 탓하고 매도해버리는 것보다 오히려 용기를 주고 다시 앞을 바라보는 것. 마찬가지로 옆의 사람들을 인내심과 사랑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 그들이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먼 길을 돌아 돌아 온다고 하더라도 화내지 않고 이해해주는 것. 이것이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관용이 아닐까요?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은 "소중한 것은 바로 나만의 이야기"라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의 생각하는, 세상의 잣대로 보는 멋지고 빛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중한 것을 하나하나 만들어간다면, 어느새 부자가 된 자신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남들이 바라는 것, 남들이 인정해주는 것만을 찾아 헤매다 보면 마음은 점점 피폐해져버리니까요.

"일상 속에 숨어있는 소중한 것들을 찾아내고 기억하며 살아갈거에요 (p.52)"


느릿 느릿...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목적이 아니라 과정을 사랑하고 만끽하는 것. 참 어려운 일이죠.
목적에 도달할 때까지 숨가쁘게 달려가는 것도 좋지만, 쉽사리 가까워지지 않을 때 낙심하지 말고 목적으로 나아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을 즐기고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을 소중하게 다룰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네요. 조바심내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걷다가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있을 나를 믿어주는 것. 나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참 각박한 세상. 오늘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외로움과 고단함으로부터 한걸음 떨어져 따뜻한 위로를 듣고 싶어하지 않을까요?
이 책을 한 번 읽고, 다시한번 천천히 읽고, 또 다시 훌훌 읽어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조그만 것에 얽매여 안달했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호리카와씨가 말하고 있는 "사소한 행복"과 "긍정". 그것은 누구에게나 찾을 수 있도록 일상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죠^^


"지금부터가 나의 새로운 시작"



좋은 책을 서평할 수 있게 도와주신 네이버 카페 "책으로 만나는 세상"에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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