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속 숫자의 거짓말 - 정부와 여당, 기업, 정치가는 통계로 우리를 어떻게 속이고 있는가?
게르트 보스바흐 & 옌스 위르겐 코르프 지음, 강희진 옮김 / Gbrain(지브레인)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전공이 음악이다 보니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음악은 수학이 아니잖아. 정답이 있을 수가 없다고!" 사실 이 주장은 음악가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신빙성이 있었는데요, 숫자라는 절대성이 없는 음악인지라 대단히 주관적인 (그러나 이해와 공감될 수 있는) 잣대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수학에서야 1 더하기 1은 2이고, 2 빼기 1은 1이니 이보다 더 간단명료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수학과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수학에 대한 생각을 조금 바꾸게 되었습니다. 수학의 "참과 거짓"이야 말로 절대성을 가장한 애매한 잣대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시간이 좀 지난 터라 자세한 논제는 기억이 나지 않네요. 아무튼 핵심은 모두들 수학이야말로 "절대적 참과 거짓을 가지고 있다"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 기준이 더 모호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럴리가. 1 더하기 1은 2인데... 네? 창문이라고요 (제가 어렸을 때 아이들이 주로 쓰던 장난이었는데 아실까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4 (남자와 여자가 결혼하여 아이를 둘 낳으니 모두 네 식구)?

 

오늘 소개할 "통계 속 숫자의 거짓말"은 바로 우리가 절대성을 보고 맹신해왔던 숫자와 통계의 오류 (혹은 의도된 거짓말) 을 신랄하지만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책입니다. 읽는 내내 즐겁기도 하고, 그동안 이런 말도 안되는 거짓말에 속아온 것인지 억울하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했던 시간이었습니다.

 

 

통계의 오류? 그게 도대체 뭔데!

 

"통계 속 숫자의 거짓말"

벌써 제목에서 학창 시절부터 친하지 못했던 "통계", "숫자" 등 두 단어나 들어가 있는 터라 사실 읽기 전에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내가 이해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게다가 리뷰도 써야 하는데!) 궁금증과 호기심에 서평단에 지원하게 되었지만, 혹시라도 테마가 너무 어렵다면? 남들이 크게 웃고 있는데 혼자서 멀뚱멀뚱 따라 웃는 일만 생기지 않기를 바랬죠.

하지만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에 안도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전문가들에게 국한된 지식이 아닌,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오류를 지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놀라운 것은, 이런 단순한 오류가 대부분의 경우 굉장히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죠).

 

원하던 원하지 않던, 우리는 살아가면서 참 많은 숫자들과 대면하게 됩니다. 그것이 단순히 전화번호이거나 우편번호라면 상관없지만, 생계와 직결된 중요한 숫자들이라면 심각해집니다. 의료보험이나 자동차 보험. 특수 상해보험이나 암보험, 연금까지...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재테크를 위한 투자도. 사실 알려고 하면 할 수록 더욱 더 미궁에 빠져버리는 느낌이 들기 십상이죠. 보험회사들은 저마다 자사의 상품이 최고라고 입이 마르게 칭찬하지만, 정작 그 뒤의 숨겨진 진실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사실 누가 하고 싶겠습니까만). 그래서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해 상담을 받게 되면, 결국은 거기서 거기, 오십보 백보라는 말만 돌아오면서 더욱 더 회의적이 될 뿐입니다. 이런 일을 오래 겪다보면, 신이 나서 자랑하는 보험사 직원들은 하나같이 사기꾼같고, 회의론자들의 말은 들으면 들을 수록 답답해지게 되죠. 또 주위 사람들의 의견이나 경험담에는 왜 그렇게도 팔랑귀가 되는지, 이 보험은 안 들면 손해라던데, 아니 노후계획은 적어도 이렇게 해야 하는거라던데, 여기 투자했더니 이만큼 이익을 봤다던데... 오히려 많은 정보가 머릿속을 흐릿하게 만들 뿐입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지르고 있는 큰 실수 중 하나는, 내가 알지 못하는 분야라고 해서 지나치게 전문가들을 맹신한다는 것입니다. "설마 전문가인데 나보다 많이 알겠지" 혹은 "조금 꺼림직하긴 하지만, 나보다 훨씬 많이 아는 사람들인데 설마 맞겠지" 라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죠. 악의 없는 단순한 실수이건, 고의적 거짓말이건 숫자는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참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으며, 이 때 그것은 절대성을 가진 증거물로 사용됩니다. 누구든지 소수점 이하까지 정확한 통계를 의심하거나 허구로 치부하진 않을테니까요. 자. 여기서 바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시작됩니다. 어렵게만 생각했던 통계나 숫자들을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숫자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손쉽게 그 오류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유쾌하게 마주하는 "불편한 진실"

 

비록 한글 번역본이였지만, 인생의 반 넘는 시간을 독일어권에서 보냈던 터라 그 특유의 시니컬한 위트 넘치는 문체가 보는 내내 즐겁더군요. 마치 "원문에서는 아마 이런 표현이었겠군" 하며 맞추기 게임이라도 하고 싶었답니다. 같은 말도 아 다르고 어 다른 만큼, 저자인 보스바흐가 유쾌하게 들려주는 "불편한 진실"은 그의 유머 속에서 그동안의 무지(?)를 회화시키듯 재미있게 알아갈 수 있습니다.

숫자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저자가 제시하는 그래프와 그 속에 숨겨진 트릭들을 간파하면서, 같은 수치와 결과라도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판이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또 한가지 좋은 점은, 16장에서 여러가지 "가상 상황"을 제시하는 연습문제들이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세미나에서 한참을 배우고 난 뒤에 막상 집에서 혼자 하려고 하면 머리가 하얘지는 경험, 아마 많이들 해보셨을텐데, 이 책을 그저 읽고 끝나지 않도록 스스로 오류를 찾아보고, 또 저자들이 제시한 "풀이"를 참고한다면, 엉뚱하고 일차원적인 트릭에 넘어가는 일은 아마 많이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

 

이 책의 다른 한가지 장점은,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통계의 오류가 단지 통계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반적인 논술에 있어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몇차례에 걸쳐 강조되는 "음과 양"의 이론, 즉, 어떠한 사실에는 반드시 그와 다른 이면이 있다는 것을 상기하는 것은, 통계에서 뿐만 아니라 어떠한 이론 혹은 의견을 접할 때에 반드시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방법은 전반적으로 논리의 오류를 보다 쉽게 알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또한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수많은 함정과 오류는, 다른 이론이나 의견을 비판할 때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겠지만, 스스로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나 논문, 레포트 등에 있어 반드시 검토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사실,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행동을 비판하기는 쉽지만, 자신을 돌이켜보는 것, 그리고 스스로의 의견에 있어 오류를 발견하는 것은 그만큼 쉽지 않습니다. 책에 제시된 체계적인 비판적 질문들과 오류를 찾아내는 방법을 활용한다면, 학업이나 직업에서도 좋은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오류를 알아내야 하는 이유

 

주위 사람들과 여러가지 테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봉착한 난관은 뜻밖의 것이었습니다. 무슨 테마든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논리적인 답을 추구하려할 때마다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냐, 다 원래 그런 것이고 바꿀 수 없는거다" 라고 지레 포기해버리는 반응이 그것이었는데, 유럽에서 자라난 저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방식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체념한 것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그것에 대해서 끊임없이 불평하고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정작 해결하는 것에는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어차피 정치인들은 계속해서 거짓말을 할테고, 보험회사들은 숫자놀음으로 우리를 속일텐데, 그걸 자세히 알아서 뭣하겠나!" 확실히 그렇습니다. 더 나아가자면,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절대 속지 않는다! 라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이러한 사회적, 논리적, 통계적 오류에 더욱 더 촉각을 세워야 하는 것은, 이것이 단순히 우리에게 금전적인 손실을 가져다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지 못한 선입견을 심어주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대부분은 우리를 조종하고자 하는 어떤 그룹층의 이익을 위해서요.

 

아래와 같은 (올바르지 못한) 선입견을 여러분도 가지고 계십니까?

 

  • 실업급여자에게 국가가 너무 많은 돈을 지급하기 때문에 그들은 오히려 일하려 하지 않고, 우리들이 내는 혈세로서 먹고 사는 게으름뱅이가 되어버린다.
  • 외국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도시가 불안정해졌으며 범죄율이 치솟았다.
  • 의료보험이 몇년 째 납부액보다 지급액이 증가했으므로 조만간 우리는 보험료 인상 폭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 사회 노령화로 앞으로 몇년 (혹은 몇십년) 뒤에는 한 사람의 젊은이가 두세사람의 노인을 먹여살려야 할 것이다.
  • 세금이 이렇게 오르는 것은 정치가들의 배를 불리기 위함이다.

 

(어린이를 위한) 철학책 "옥탑방으로 간 칸트"에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옵니다. "모두 일부만 보고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해. 그리고 여럿이 똑같은 것을 보면 그것이 실제라고 생각해." 위의 선입견에는 분명히 그것을 사실이라고 믿을만한 증거가 하나둘 정도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덮어놓고 실제라고 믿기에는 그 안에 너무도 많은 모순과 오류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죠.

보스바흐는 말합니다.

"위 결론들에 대한 수학적 근거도 나와 있다고 하니 그 모든 것이 결국 우연이라 주장해봤자 통하지도 않을 듯하다. 그럼에도 어쩌면 우리 모두 원인제공자나 희생자를 찾기 위한 '만사냥'에 동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혹을 제기하고 싶다" (60페이지 중)

 

 

하지만 아쉬운 것들…

 

대단히 즐겁게 책을 읽었고 읽으면서 얻고 배운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역시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네요.

무엇보다도 아쉬웠던 것은, 전체 주석이 변역되지 않은 원어 (독일어) 로 수록되어있었다는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책의 내용 전체가 구체적인 연구 결과인만큼 주석의 비중이 큰데다가, 어떤 문장은 주석을 읽어야지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텐데 원어 그래도 싣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의미가 없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예를 들어 237쪽 "가상 토론"에 등장하는 틸로 사라친 (Thilo Sarrazin, 전 Deutsche Bundesbank 대표이사로 보수성향의 정치가) 을 사회자 옌스가 묵살합니다. 다른 토론 참여자들에게는 친절했던 옌스가 어째서 사라친을 쏘아붙였는지는 주석의 내용들을 확인해보아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두 저자가 "가상 토론" 이라고 이름지은 이 장이 사실은 실제 공식석상에서 발표되었던 내용들을 교묘하게 인용하여 일종의 패러디를 선사하고 있다는 것 역시 (독일 정치에 대해서 대단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주석을 읽으면서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요. 우리나라에서 영어만큼 보급되어있지 않는 독일어라는 점에서, 많은 독자들이 이 감초같은 해석을 읽지 못한다는 것은 참 아쉬운 일입니다.

덧붙여서 말하자면, 주석 부분처럼 독일어가 연이어서 나오는 부분이라면 (아니, 적게 나오는 부분이라고 할지라도), 독일어 지원 폰트를 사용하여 움라우트 (Umlaut) 가 다른 폰트로 변환되어 나오지 않도록 했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영어 폰트가 움라우트를 지원하지 않다보니 움라우트가 등장할 때마다 교묘히 바뀐 (때로는 serif 가 있고 없고의 차이까지 있는) 폰트 때문에 가독성이 떨어지게 되니까요. 또한 이곳 저곳 스펠이 틀린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을 자신의 레포트나 프로젝트에 인용하는 독자의 경우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습니다. (저 역시 불어에는 문외한인지라 인용할 경우 상당히 조심스러운데요, 그럴 때마다 책에 오타가 없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결론

 

Im Grossen und Ganzen – 전체적으로 볼 때에 이 책은 학술적 연구를 일반인 모두를 위해 쉽게 풀어쓴 책으로서 상당한 재미와 동기부여를 가지고 읽을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이런 바보같은(?) 트릭에 속아왔다니! 하며 속상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어!" 라는 말이 그저 회의적 푸념이 될 것인지 아니면 하나의 깨달음이 되어 나 자신을 재정비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동기가 될 것인지는 전적으로 독자에게 달려있겠죠^^

마지막으로 맹신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보스바흐를 인용하면서 리뷰를 마칠까 합니다.

 

"앞으로도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대규모 구조적 변동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고, 그렇다면 지금 작성하고 있는 예측서들은 또다시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예측보고서를 마치 기정사실인 양 대중에게 제시하는 이들은 사기꾼에 불과하고, 그 사기꾼의 말을 믿는 사람은 생각이 없거나 멍청한 것이다. 미래란 원래 불확실한 것이고, 그러니 유연한 태도로 앞날을 대비하는 것만이 최선이다"

(142페이지 중)

 

 

- 이 책을 읽고 서평할 수 있게 해주신 네이버카페 "책으로 만나는 세상"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합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