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이웃들 북스 - 달빛문고 4
강민경 지음, 이은지 그림 / 아이음북스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파주로 이사오기 전 경기 광주 오포에 살았어요. 크고 작은 빌라들이 옹기종이 모여있던 마을이었는데 참 '사람 냄새'가 나던 곳이었습니다. 아들이 태어나고 본격적으로 필요한 육아와 교육 환경이 달라지면서 아파트로 이사를 왔지만 그전까지는 빌라에 살며 이웃들과도 꽤나 가깝게 지내던 편이었답니다. 한 달 한 번씩은 정기 모임을 가지며 안건도 논의하고 음식도 나누어먹곤 했죠.

<별별 이웃들>은 이렇게 사람 냄새가 넘쳐나는 흥남빌라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물론 그 시작은 순탄하지 않습니다. 개성 만점의 주민들은 툭하면 갈등을 겪어요. 모질거나 나쁜 사람은 없는데도 서로 처한 환경이 다르다 보니 사사건건 부딪히는 거죠.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층간소음부터 세대 갈등, 생활방식의 차이 등 다양한 문제가 등장합니다. 오죽하면 이제 겨우 초등학교 3학년인 주인공 선규는 "혼자 사는 세상에서 살고싶다!"라고 외칩니다. 그 마음, 저도 모르는 게 아니거든요. 코로나 시절 모두가 집 안에 갇혀 있을 때 층간소음으로 대차게 괴로움을 겪은 터라 말이죠.

그러다 뜻밖의 사건으로 흥남 빌라 사람들이 하나로 뭉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그동안 이웃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요. 일련의 사건들을 함께 겪으며 이들은 진짜 '이웃'이 되어가는데요, 상황이 바뀐 건 하나도 없는데 마음이 열린 것만으로도 얼마나 놀라운 변화가 찾아오는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보통 새로운 책이 집에 도착하면 함께 읽자고 할때까지 아들이 별 관심이 없었는데, 이 책만큼은 먼저 자기 방에 가져가 끝까지 읽더라고요. 그래도 나름 글밥이 있는 책이라 놀랐어요. 그 이후에도 몇 번씩 더 읽으면서 재미있다고 합니다. "흥남빌라 책" 더 사주시면 안되냐고 할 정도로요 ㅎㅎ 한 가지 부작용(?)은 다시 빌라로 이사가면 안되냐고 하네요. 초등학교에 가야 하는 지금은 학교 가까운 곳에서 살고, 조금 더 커서 혼자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되면 이사가자고 하고 마무리했습니다. 과연 이 마음 언제까지 갈지?

점점 사라지는 이웃간의 정. 아이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서로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잘 어우러져 살 수 있다"는 걸 알려줄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었어요. <별별 이웃들> 꼭 한 번 읽어보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주순찰대 고딱지 1 : 도형과 연산 - 수학으로 우주를 구하라! 우주순찰대 고딱지 1
고호관 지음, 최진규 그림, 염지현 콘텐츠 / 리틀포레스트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초등학생 교과서를 보셨나요? 다른 건 잘 모르겠는데 수학은 정말 만만하지 않아요. 체감상 제 때 6학년 때 배우던 걸 3학년 때 배우는 것 같습니다. 괜히 초등학교 때부터 수포자가 나오는 게 아닌 것 같아요.

3학년에 올라오면서 갑자기 어려워진 수학에 아들과 매일 함께 공부를 하고 있는데요, 가끔은 엄마인 저도 정답지 없이 설명이 어려운 문제가 등장합니다. 정말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어요.

다행스러운 건, 교과과정이 어려워진 만큼 즐겁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여러 방법 또한 많아졌어요. 제가 어렸을 땐 보기 힘들었던 학습 만화들이 그렇고, 오늘 소개할 <우주순찰대 고딱지>가 그렇습니다. 제목만 보면 완전 애니메이션 같잖아요.

이 책의 주인공 고딱지는 '딱' 부러지고 '지'적인 친구래요 (별명은 뭐가 될지 안 봐도 뻔하죠? ㅎㅎ). 은하계 우주순찰대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페가수스호에 탑승하러 가다 의도치 않게 해롱호에 탑승하며 겪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여러 수학적 원리와 문제들을 풀어가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딱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을만큼 짧은 이야기가 끝나면 챕터마다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문제를 풀어야 해요. 쉽게는 초등학교 1학년 수학과정부터 어렵게는 고등학교 과정에서 등장하는 개념들도 나오기 때문에 아이 혼자서는 좀 어려울 수 있어요. 물론 개념이 그렇다는 거지 적당한 난이도에서 타협(?)하고 있기 때문에 책을 읽어가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아, 이런 개념이 있구나' 정도로 읽고 넘어가기만 해도 유익할 것 같아요.

<우주순찰대 고딱지 1 : 도형과 연산>은 고딱지 시리즈의 첫 번째 책입니다. 현재는 3권까지 출간되었고 앞으로도 시리즈가 추가되겠지요. 글밥 많은 책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집 3학년 아들에게는 쪼끔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지만 이 또한 아이에 따라서 다르겠죠. 고딱지의 오디세이를 읽는다 생각하고 아들과 자연스럽게(?) 수학 이야기를 나눠볼 생각이에요. 엄마인 제가 읽어도 참 재미있고 짜임새 있는 책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고 아름다운 나태주의 동시수업 작고 아름다운 수업
나태주.나민애 엮음 / 열림원어린이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태주 선생님을 아시나요?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풀꽃"을 모르는 분이 없다싶을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한 시인이신 나태주 선생님과 따님이신 나민애 문학평론가께서 함께 책을 쓰셨다고 해서 얼른 가져왔답니다. 한 손에 들어오는 앙증맞은 크기에 정성스레 제본된 양장본을 받아드니 벌써부터 마음이 싱그러워지는 것 같았어요 :)


'시를 읽는 일은 하나의 축복'이라고 말씀하시는 나태주 시인. 평생 시를 쓰셨지만 아직도 시를 마주할 땐 가슴이 뛰시나보다 생각하니 부러웠습니다. 이 책을 쓰시는 내내 행복하셨다는 나태주 선생님은 정작 되돌이켜보면 삶이 행복하지 않으셨다고 해요. 하지만 '거짓말처럼 시를 읽을 때면 행복해졌다'는 고백이 참 인상깊었습니다. 이 작은 책을 천천히 읽고 음미하면 저도 그 마음을 느낄 수 있게 될까요?


이 책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유명한 시들과 조금은 생소해도 곧 새롭게 좋아하게 될 시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어떤 시들은 읽자마자 선율이 생각날 정도로 유명한 동요로 만들어지기도 했죠. 시가 끝난 뒤에는 나민애 교수님이 쓰신 짤막한 글이 다시 한 번 시의 글귀를 곱씹게 합니다. 문학에 삶을 헌정하신 분이 보는 시선은 사뭇 나와 다르구나 하고 느꼈어요.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지만 유난히 시집은 읽지 않았던 저에겐 시의 매력에 흠뻑 젖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답니다.


박목월 시인의 "물새알 산새알"이라는 시에서 나민애 교수님은 "안 봐도 눈에 그려지고 안 봐도 냄새가 맡아진다"며 "문자가 불러오는 오감이 신기하다"고 쓰고 계세요. 그러게요. 그저 문자일 뿐인데도 시인의 펜 끝에서 나열되기 시작하면 냄새가 되고 모양이 되고 노래가 되는 게 신기합니다. 수많은 글자와 소리의 공해에서 사는 우리들에게 "원래 문자가 가진 힘"을 알려주는 것 같기도 해요.


조금 더 반복해서 읽어본 뒤에는 아들에게도 읽어주려 해요. 함축된 단어와 단어 사이의 의미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고 무슨 생각이 들고 어떤 느낌이 드는지 나누어보고 싶거든요. 나민애 교수님이 쓰신 것처럼 우리가 "딱 동시만큼만 예쁘고 사랑스럽게 살아간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짧은 동시 하나로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네요. 조만간 캠핑을 갈 때 이 책을 챙겨 가야겠어요. 아마도 못 잊을 추억이 되겠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딩 인생 처음 논리 - 생각을 키우고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
이창후 지음 / 의미와재미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는 4학년부터 동아리 활동을 했어요. 제가 처음으로 들어가게 된 동아리는 "논리부"였는데요, 그 당시 유명했던 '노마의 발견'같은 책을 읽으면서 서로 토론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수업이었답니다. 4학년 교과 과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논리부에서 배운 건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된 것 같아요. 가장 적절한 시기 - 너무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 에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글을 쓰는 연습을 할 수 있었으니 말이죠.

올해 3학년이 된 아들은 해맑고 천진한지라(?) 많은 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곤 해요. 비문학을 읽을 때는 그나마 괜찮은데 비유나 은유가 등장하는 우화같은 책을 읽을 때면 이해하기 어려워하더라고요. 당연히 논리적인 추론이나 단계별 사고도 힘들어하고요.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얼마 전부터 아들과 문해력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글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고, 문장과 문장 사이의 의미를 알아채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그러다가 <초딩 인생 처음 논리>의 출간 소식을 들었답니다.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저자는 그야말로 엘리트 중 엘리트지만 뜻밖에도(?) 초등생 아이들과 노는 것을 좋아하고, 열정적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데다가 무술 유단자라고 해요. 이런 이색적인 이력에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었답니다. 궁금해서 유튜브 채널을 들어가보니 어마어마하시더라고요. 어른인 저도 이해하기 어려운 테마를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도 들을 수 있을만큼 친절하게 설명해주십니다. 아들이 조금만 더 크면 함께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구독을 권합니다 ㅎㅎ).


책의 부제 <논리적 사고를 위한 20가지 이야기 - 더 깊고 넓게 생각하는 논리학 연습>처럼 이 책은 한 번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 워크북처럼 곱씹고 토론하고 대화할 수 있는 책이에요. 재미있지만 울림있는 이야기를 읽고 난 뒤엔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연습할 수 있는 가이드가 등장합니다. 글씨가 작긴 하지만 워낙 일러스트도 예쁘게 되어있고 핵심 문장들이 강조되어 있어 엄마와 함께라면 초등학교 저학년도 읽을만해요. 무엇보다 이야기가 뼈가 있으면서도 재미있거든요. 제가 먼저 읽고 난 뒤 아들과 함께 읽으며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저자의 조언을 바탕으로 굳이 엄마가 원하는 방향보다는 아들 스스로 생각하고 논리적 사고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어요. 처음엔 좀 어렵겠지만 갈수록 나아지겠죠.


이런 책이 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물론 3학년인 아들과 이 책 한 권을 다 떼려면 반 년은 걸리겠지만, 이 책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는 워크북이 있다면 정말 유익할 것 같거든요 (작가님 제발?!). 재미와 유익함, 깊이와 너비를 다 갖춘 책을 만나기 어려운데 보석같은 책을 발견하게 되어 기쁜 마음입니다. 두고 두고 읽으면서 논리력을 키워갈게요!



#책콩 #책과콩나무 #서평 #책콩카페

#논리적사고 #초등학생 #초등도서추천 #이창후 #의미와재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데일 카네기 여자를 위한 인간관계론
데일 카네기 지음, 미리내공방 옮김 / 정민미디어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이 불쾌한가: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서 저자 박은미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타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존재하기를 희망할 수밖에 없지만 이러한 희망은 고통을 낳는다. 타인은 자기 방식대로 존재하지 내가 원하는 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엄정한 사실인데도 우리는 이러한 헛된 희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이 강렬한 서문 때문에 예정에도 없던(?) 책을 읽게 되기도 했죠. 그만큼 깊은 울림을 주는 깨우침이었던 것 같습니다.


갑자기 왠 쇼펜하우어냐고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실로 오랜만에 "자기계발서"를 가장한(!?) 인생책을 만났거든요. "인간관계"와 "처세술"이라는, 언뜻 보면 실용적인 조언들이 모여진 책 같은데 그 이면에는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와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바로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에요. 제가 이번에 읽은 책은 완역본이 아닌 (특이하게도) <여자를 위한 인간관계론>이라는 편역본입니다. 출판사의 설명에 따르면 이 시대 여성에게 도움이 될 부분들을 추려 엮어냈다고 해요. 그래서인가 뭔가 일러스트도 색감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집니다.


나름 책 좀 읽고 살았다(?) 생각했는데 그토록 유명한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은 읽어본 적이 없어요. 이번 기회를 통해 편역본이라도 읽으면서 전체 내용도 살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이 책을 단순히 "금 나와라 뚝딱"같은 주문처럼 처세술로 볼 것이 아니라, 카네기의 깊은 통찰을 기반으로 인간의 본질을 배우고, 나와 너무 다른 타자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초반 쇼펜하우어가 <의지와 표상>을 통해 설명했듯 타인은 나의 희망이 아닌 자신의 방식대로 존재하는 것인데 우리는 단지 말이 통한다는 이유로 설득하거나, 윽박지르거나, 회유해서 변할 거라는 이상한 확신을 가지고 살고 있으니까요.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 세상에 나온지 100년이 지나가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우리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담고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이 현대인의 삶에 완전히 녹아들며 자기만의 기준,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우리 사회를 더욱 각박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은 상호존중과 배려, 또한 이타적 사고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처세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합니다.


총 서른 가지의 조언으로 구성된 이 책을 굳이 "여자를 위한" 책이라고 해야할까 싶었습니다 (아니면 제가 모르는 인간관계론의 다른 부분들이 지나치게 "남성중심적"일지도요?!). 서문에서 역자는 "일부 사례는 여성들의 시선과 다소 거리가 있는데, 이는 카네기가 제시한 지침의 강조 차원에서 부득이 살렸"다고 쓰고 있는데, 끝까지 정독을 하고서도 어느 부분이 그런건지 못 찾겠더라고요. 오히려 남편에게도 부담없이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