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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아름다운 나태주의 동시수업 ㅣ 작고 아름다운 수업
나태주.나민애 엮음 / 열림원어린이 / 2023년 9월
평점 :
나태주 선생님을 아시나요?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풀꽃"을 모르는 분이 없다싶을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한 시인이신 나태주 선생님과 따님이신 나민애 문학평론가께서 함께 책을 쓰셨다고 해서 얼른 가져왔답니다. 한 손에 들어오는 앙증맞은 크기에 정성스레 제본된 양장본을 받아드니 벌써부터 마음이 싱그러워지는 것 같았어요 :)
'시를 읽는 일은 하나의 축복'이라고 말씀하시는 나태주 시인. 평생 시를 쓰셨지만 아직도 시를 마주할 땐 가슴이 뛰시나보다 생각하니 부러웠습니다. 이 책을 쓰시는 내내 행복하셨다는 나태주 선생님은 정작 되돌이켜보면 삶이 행복하지 않으셨다고 해요. 하지만 '거짓말처럼 시를 읽을 때면 행복해졌다'는 고백이 참 인상깊었습니다. 이 작은 책을 천천히 읽고 음미하면 저도 그 마음을 느낄 수 있게 될까요?
이 책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유명한 시들과 조금은 생소해도 곧 새롭게 좋아하게 될 시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어떤 시들은 읽자마자 선율이 생각날 정도로 유명한 동요로 만들어지기도 했죠. 시가 끝난 뒤에는 나민애 교수님이 쓰신 짤막한 글이 다시 한 번 시의 글귀를 곱씹게 합니다. 문학에 삶을 헌정하신 분이 보는 시선은 사뭇 나와 다르구나 하고 느꼈어요.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지만 유난히 시집은 읽지 않았던 저에겐 시의 매력에 흠뻑 젖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답니다.
박목월 시인의 "물새알 산새알"이라는 시에서 나민애 교수님은 "안 봐도 눈에 그려지고 안 봐도 냄새가 맡아진다"며 "문자가 불러오는 오감이 신기하다"고 쓰고 계세요. 그러게요. 그저 문자일 뿐인데도 시인의 펜 끝에서 나열되기 시작하면 냄새가 되고 모양이 되고 노래가 되는 게 신기합니다. 수많은 글자와 소리의 공해에서 사는 우리들에게 "원래 문자가 가진 힘"을 알려주는 것 같기도 해요.
조금 더 반복해서 읽어본 뒤에는 아들에게도 읽어주려 해요. 함축된 단어와 단어 사이의 의미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고 무슨 생각이 들고 어떤 느낌이 드는지 나누어보고 싶거든요. 나민애 교수님이 쓰신 것처럼 우리가 "딱 동시만큼만 예쁘고 사랑스럽게 살아간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짧은 동시 하나로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네요. 조만간 캠핑을 갈 때 이 책을 챙겨 가야겠어요. 아마도 못 잊을 추억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