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
조지프 핼리넌 지음, 김광수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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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하고 "XX녀"사건으로 시끄러웠던 요즘, 굳이 안방극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참 많은 반전을 겪게된 것 같습니다. 이제는 뭔가 좀 큰 일이 터지면 오히려 반전을 기다리게 될 정도로,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전개에 당황스럽거나 놀라워할 수 밖에 없었죠. 얼마 전에도 포스팅했었던 "악마 에쿠스 사건 (포스팅 읽으러 가기)" 역시 처음에 알려졌던 그리고 추측되어졌던 것과는 전혀 다른 정황이 밝혀졌고, 맞았다고 주장했던 "채선당 임산부"가 도리어 개념없이 종업원을 깔보고 욕설을 퍼부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네티즌의 반응도 이곳에서 저곳으로 휙 휙 달라지기도 했습니다.

 

이미 셀 수도 없이 경험한 판단의 오류들. 잘못된 판단들. 도대체 이런 실수는 어째서 발생하는 걸까요?

지금까지 저의 개인적인 생각은 "신중히 생각해보지 않고 성급히 결론을 내리기 때문에" 였습니다. 제대로 정황을 알아보지도 않고, 변수를 생각해보지도 않은 채 판단하기 때문에 실수하게 된다는 지론이었는데 언뜻 들으면 상당히 일리가 있어보이는 것 같습니다. 정황을 잘 알아보고 여러가지 생각을 거쳐 결론을 내린다면 그만큼 실수할 가능성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하지만 오늘 소개할 책을 읽은 뒤, 저의 지론에 더이상 자신감이 실리지 않더군요. 틀린 말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것이 참이라고 가정할 경우 "신중히 생각하고 내린 판단은 옳다 (혹은 아마도 옳을 것이다)"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신중한 판단이 실수를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향이라고 착각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실수를 예방하는 것". 누구든지 이 기술을 터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삶이 편해질까요? 실수하지 않는 삶이라는 것은 정말 편리할테니까요.

그리고 여기. "인간의 구조적 결함이 만든 실수의 감옥에서 탈출하는 비법!"이라는 엄청난 문구를 내건 한 책이 있습니다. 오늘 그 책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제목을 읽은 순간 "이 책은 꼭 읽어야 해!"라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퓰리처 상 수상 경력에 빛나는 저명한 저널리스트가 들려주는 비법이라니 정말 궁금해지지 않습니까? 세상의 많은 것들을 보고, 생각하고, 경험한 그, 조지프 핼리넌이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신비의 기술, "실수 예방법"이 무엇인지 꼭 알고싶었습니다.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 언제나 그렇듯이 – 책의 내용에 관한 자세한 스포일링은 삼가합니다. 리뷰는 언제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한 것이니 참고로 이용해주세요^^)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의 90%는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의 탓이다

 

자연재해라던가 불가항적 요소들을 제외하고 나면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의 90%는 순전히 우리의 탓이라고 합니다. 바꿔 말하자면 우리 스스로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것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수긍할 수 밖에 없던 것은, 실수라는 것을 깨닫고 난 뒤에는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많은 정황 증거가 있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한 뼈아픈 에피소드를 고백하려고 합니다.

작년 이맘 때였던 것 같습니다. 14년간의 긴 비엔나 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으로 들어올 준비를 하던 중, 14년간 쌓이고 쌓인 짐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처리할까 고민도 많이했고 적잖이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짐이 많으면 많을 수록 가격 부담도 커지는데다가 얼마 후 결혼식이었기 때문에 신혼집을 처음부터 여러가지 잡동사니로 꾹꾹 채워넣고 싶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렇게 정리하기로 마음먹어도 어찌나 그 과정이 지루하고도 힘들던지, 다시 그 때로 돌아가라면 그야말로 악몽일 것 같습니다.

때문에 지인들이 필요할만한 것들은 모두 나누어주고, 굳이 필요하지 않은 전자기기들은 모두 팔기로 마음먹었는데, 워낙에 좋은 가격에 내놓아서인가 감사하게도 눈 깜짝할 사이 거의 모두 처분되었습니다. 단지 지인들에게 이메일과 SNS를 통해 알렸을 뿐인데도요. 마지막 남은 몇 가지 물건들은 우리나라의 옥션에 해당하는 이베이(eBay)에 내놓게 되었는데, 시스템이 복잡하고 아무래도 위험부담도 큰지라 단단히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내놓은 물건은 Sony Handycam 세트. 아직 MiniDV카세트에 녹화하는 방식이었지만 작고 가벼운 외관에 구입한 당시 (2005년) 최고사양이었던지라 100만원 가까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따로 구입한 하드케이스 및 MiniDV 카세트, iLink 케이블 등 여러 악세서리도 함께 내놓았기 때문에 가격을 조금은 높게 책정했어요. 디지털 캠코더가 편리하긴 하지만 아직도 아날로그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혹시나 괜찮을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내놓은지 채 하루도 되지 않아서 덥썩! 어떤 사람이 최고가를 지불하고 사겠다고 나타났습니다 (이베이에서는 "경매가"와 "판매가"를 따로 책정할 수 있는데, 경매에 참여하고 싶다면 경매가를 부르고, 경매를 거치지 않고 꼭 구입하고 싶다면 판매가를 지불하면 됩니다. 이러한 시스템 때문에 판매가는 경매가보다 훨씬 높게 책정되고는 합니다) 좋은 모델이긴 하지만 선뜻 최고가를 지불한 것이 의아했답니다. 게다가 구입한지 얼마 되지 않아 실제 배송 요금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추가로 제시했고 나이지리아에 있는 삼촌에게 선물할 것이니 되도록 빨리 배송해달라고 부탁하더군요.

워낙 물건들을 처분하는데 지쳐있던 터라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은행거래가 아닌 이베이 고유의 거래 시스템 페이팔 (PayPal) 을 사용하겠다고 했을 때도 그런가보다 했고요. 한번도 페이팔을 사용해본 경험이 없었지만 해보면 되겠지라고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고 그쪽에서 이미 송금을 했다는 메일이 도착하면서 조금이나마 있었던 의심은 깨끗하게 사라져버렸습니다.

정성스레 포장을 한 상품을 우체국에서 부치고, 송장을 스캔해서 보내준 뒤 확인 사인을 기다리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페이팔의 한가지 특징은, 받는 사람이 확인한 후에야 송금한 돈이 실제로 이체되는 것입니다). 다시한번 메일이 오더군요. 세관을 거치려면 어느정도의 세금을 내야 하는데 제가 그 세금을 내면 자신이 확인한 후 다시 송금해주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어… 이상한데?" 생각이 들었을 때는 이미 늦었죠.

 

 

우체국에 문의해본 결과, 아프리카 대륙을 중심으로 이베이에서 성행하는 사기 수법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자신이 필요하지도 않은 물품을 구매하고 송금한 것처럼 꾸민 뒤 물건은 있지도 않은 주소로 배송하게 하는 것입니다. 물품을 발송한 후에는 상대적으로 송금한 돈을 더 빨리 받고 싶어지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세관에 쓰일 것이라는 돈도 송금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저에게는 약 110 달러 정도 (당시 약 12만원 정도) 를 송금하라고 했는데, 이와같이 물건의 가격에 비해서 약소한 돈을 요구하면 그만큼 넘어가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해주었습니다.

다급해져 우체국 소관의 항구에 연락해보았지만 이미 출발했다는 이야기밖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카메라는 있지도 않은 도착지를 향해 멀어져갔고, 저에게서 더이상 연락이 없자 그쪽 역시 연락을 끊어버렸습니다. 이베이에 신고를 하면서도 기분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더라구요. 주민등록번호제도가 없는 외국에서 다중 아이디를 만들어 사기행각을 벌이는 것은 일도 아닐테니까요.

 

 

실수를 저지르고 나면 "왜 못 알아차렸지?" 라는 자책감이 따라다닙니다. 그제서야 되짚어보면 충분히 의심할만한 구석이 많았는데도 말이죠. 또한 사람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이는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이런 사냥감을 고르는데 재주가 있어서 속을만한 사람을 잘도 찾아내는 것 같습니다. 당한 사람은 그저 억울하게 앉아있을 수 밖에, 다른 뾰족한 수가 없어 더 화가 나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 억울하고 분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속아넘어간 것은 자신이기 때문에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더군요. "더 큰 손해를 보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라"는 우체국의 위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런 실수를 저지르게 된 것일까요? 그리고 앞으로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지금까지는 막연히 "조심해야겠다"라고 생각한 반면, 이 책을 읽고 난 뒤 새로운 관점으로 다시금 "실수"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과연 결과적으로 실수를 줄여줄지는 모르겠지만, 실수의 매커니즘을 인식하는 것, 즉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실수를 알아가는 것이 그 첫 단계인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실수? 그 이유는 다중적이다

 

운전기사가 네비게이션을 조작하다가 큰 사고를 냈습니다. 이 사고는 누구의 책임일까요? 그리고 어째서 이런 실수를 저지르게 된 것일까요?

 

  1. 운전 중 네비게이션을 조작하지 말라는 경고를 무시한 운전자 탓이다
  2. 차에 운전을 방해할 수 있는 네비게이션을 설치한 탓이다
  3. 운행 중에는 네비게이션을 조작할 수 없도록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네비게이션 회사 탓이다
  4. 네비게이션을 조작하게 만든 상황 탓이다 (예를 들어 갑자기 목적지가 변경 되었다던가)
  5. 운전자가 충분히 숙면을 취하지 못한 상황이므로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한 탓이다
  6. 여러가지 색과 그래픽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네비게이션의 디자인과 화면 탓이다
  7. 어떤 일로 화가 나 시야가 좁아지고 판단력이 흐려진 운전자의 정신 상태 탓이다

 

이것이 객관식 문제라면 여러분은 어떤 답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저라면 아마도 1번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네요. 분명 네비게이션을 켤 때마다 운전중에는 절대로 조작하지 말라는 경고 문구를 알면서도 무시한 운전자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의 저자 조지프 핼리넌의 생각은 다릅니다. 물론 주 실수가 있고 그 주 실수에 도달하게 한 여러가지 작은 실수들이 있겠지만, 실수는 다중적이라는 것이 그의 의견입니다. 위의 경우, 경고를 무시한 운전자의 경솔함 만큼이나 차 안에 네비게이션을 설치한 실수도 크다는 것이죠. 결국 차에 네비게이션을 설치함으로서 운전자의 경솔한 경향이 드러나 사고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만약 애초에 네비게이션이 없었더라면 운전자는 이러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을 테니까요.

 

 

이처럼 실수는 여러가지 조건이 연쇄적으로 충족되면서 일어난다고 합니다. 조건으로는 인간의 한계, 편향, 구성(framing)의 문제, 익숙함, 기능석 고착 등 정말로 다양한 관점들이 제시됩니다. 바로 이 부분이 이 책에 있어서 가장 특별한 점이 아닌가 싶네요.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 우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아무리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써도 결국 우리가 영향받는 이 조건들부터가 전혀 이성적이지 않다는 것은 가히 충격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습관적으로 우리는 저지른 실수를 분석하면서 그 이유를 단순화시키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데, 실제로는 하나 혹은 둘의 이유가 아닌 여러가지 조건의 연쇄작용으로 일어나는지라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실수를 예방할 것인가?

 

실수가 일어나는 이유가 다중적이고 복잡한만큼, 그 실수를 예방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닙니다. 자신의 판단력과 객관성을 흐리게 하는 편향(bias)을 어렵게 깨달은 뒤라 할지라도 그것을 감안하여 태도를 바꾸는 일은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것을 보았을 때 어쩌면 실수는 인간에게 있어 구조적으로 예방하기 어려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흥미롭게 읽어내려가다가도 점점 "내게 이런 경향이 있고 이런 영향을 받고 있다니 그렇다면 어떻게 이성적으로 살 수 있을것인가?" 의문이 들 수도 있겠네요.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그 중요성을 깨달은 것은 바로 "겸손" 입니다.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다시한번 다른 가능성을 고려해보는 겸손. 자신의 주장이 꼭 옳지만은 않은 것이라는 여지를 두고 다른 의견을 들어보는 겸손. 그리고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기 때문에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는 겸손. 바로 이 겸손이 결국 실수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인간은 존재 자체가 참 많은 부족함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 부족함에서 벗어나려 하면 할 수록 점점 더 깊은 한계에 도달하게 되고,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부족함에 대한 좌절 혹은 부정하고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려는 독선으로 방향을 돌리게 합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실패란 없다 포기만이 있을 뿐이다"라는 명언들이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큰 위로가 되지 않는 것도 이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수많은 "나의 모습들". 나 자신도 잘 알지 못했던 "나 자신의 구조적인 오류"를 이해하고 그것을 통하여 관용을 키워간다면 자신의 실수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생산적인 노력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동안 우리가 필요이상으로 의지하고 맹신해왔던 정황, 재구성 그리고 자신에 대한 평가를 다시한번 되짚어보고 객관적인 시각을 발전시킬 수 있다면 저자가 주장한대로 분명, 실수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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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움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7가지 방법
가바사와 시온 지음, 김윤희 옮김 / 책이있는풍경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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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은 정말 사는 것이 어렵다" 라는 말을 자주 듣고는 합니다. 세계 자살 1위 국가라는 불명예가 어쩌면 고달프고 괴로운 우리의 현실을 반영해 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괴로움은 우리의 살아가는 가운데 떨쳐내기 힘든 존재로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괴로움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7가지 방법"이라니, 참 용감하고도(?) 대담한 제목을 읽고는 바로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이미 "365 시리즈"로 알고 있던 책이담긴풍경 출판사에서 발간된 책이라니 더욱 궁금해졌죠. (2012년 2월부터 이 출판사에서 발행된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을 항상 침대 옆에 두고 읽곤 한답니다. 짧은 문구에도 힘이 되고 도전이 되는 글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서 반복해서 읽어도 즐거운 책이에요^^)

이러한 배경으로 읽기 시작한 "괴로움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7가지 방법". 과연 이 책은 어떤 내용일지. 마술사의 주문처럼 요술을 부리는 것일지 아니면 너무 많은 것을 약속해버린 제목일지… 읽는 내내 흥미로웠던 이 책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과학으로 풀어보는 감정

 

만약 지금 내가 느끼는 괴로움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것이 전적으로 나의 선택이며 내 능력 안에 있다면?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은 어려움이 단지 생각의 전환만으로 해결될 수 있다면?

다소 허무맹랑하게 들리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가바사와 시온 박사는 "YES!"라고 답합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괴로움이라도, 심지어는 자살만이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돌출구라 느껴지는 희망없는 상황에서도 생각의 전환 만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얼마나 꿈같은 이야기인가요? 하지만 가바사와 박사의 설명을 차근 차근 따라가다 보면 이것이 마술사의 주문도, 이상한 종교의 눈속임도 아닌 "생활 안에서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가장 쉬운 실천에서 얻어지는 가장 효과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죠.

또한 이 책의 주장이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는 것은 회의적인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신빙성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저자는 삿포로 의과대학교를 졸업한 후 미국 일리노이대학 정신과에서 우울증과 자살 예방에 관한 연구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딴 심리학연구소를 설립한 뒤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풍부한 경험과 지식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이라니 아무리 회의적인 입장이라도 충분히 귀기울여 들을만한 가치가 있지 않겠습니까.

 

"도파민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간과 '하고야 말겠다'는 동기 유발을 높여주는 호르몬이다. 도파민이 많이 분비될 수록 '해낼거야', '좀 더 노력하자'는 의지는 더 강하게 우러난다" (35페이지)

 

지금까지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난제라고 생각해왔던 저에게, 이 모든 감정의 흐름이 물질로 환원된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했습니다. 그것은 바꾸어 말하자면 다룰 수 없다고 치부되었던 감정을 충분히 지배할 수 있다라고 풀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감정의 흐름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서 그 지식을 통해 내게 유리한 쪽으로 움직이는 것. 그것이 저자가 이 책을 통하여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이자 의의입니다.

생각만으로 괴로움을 극복하고 능동적인 삶을 살 수 있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충분히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더군다나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이 어렵기는 커녕 우리가 쉽게 생활에 적용시키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이라면 말입니다.

 

 

트위터가 훌륭한 정신 치유의 수단?

 

이 책이 가진 또 하나의 큰 장점은 저자가 누구보다도 현재, 바로 이 시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민을 해결해준답시고 시대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공감하기 힘든 가설이나 방법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바로 이 순간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방책을 소개하는 것이 특별합니다.

 

그 중 인상깊었던 하나만 소개하자면 바로 "트위터"에 대한 저자의 제안입니다. 가바사와 박사는 자신의 블로그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여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에 큰 기쁨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는 매일 3만 3천명 이상의 사람들이 방문한다고 합니다. 이 책을 내게 된 계기 역시 자살과 우울증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을 보다 직접적으로 돕기 위해서는 보다 넓은 독자층과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서문 중, 7페이지). 이미 "트위터 고수가 알려주는 페이스북 기술" 이라는 책을 썼을 정도니 SNS에 대한 저자의 지식과 애착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 싶습니다.

 

그렇다면 저자는 어째서 트위터가 훌륭한 정신 치유의 수단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일까요?

 

"트위터를 하는 사람들은 이해하겠지만, 단순히 신변잡기를 긁적이기만 해도 전혀 모르는 사람들까지 곧바로 반응을 보인다. 트위터에는 대화 상대가 없는 것 같지만 사실은 존재한다. 특히 트위터에 글을 올리는 사람의 심리 속에는 사람들이 자기 글을 읽어 줄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심지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반응해 준다면……" (135 페이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속이 후련해지고 그 고통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불특정다수 (그것도 대부분 오프라인에서는 알지 못하는 관계의 사람들) 에게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 (혹은 자신의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것) 을 표현하는 것으로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또한 "후폭풍"을 감당해야 하는 지인이 아니라 자신에 대해서 구체적인 것은 모르는, 그러나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 털어놓는다는 사실은 하기 힘든 말을 좀 더 쉽게 꺼낼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어줍니다.

 

저자는 더 나아가서, 가장 개인적이고 가장 들키고 싶지 않은 "일기"가 어째서 인터넷 공간에서 공개적으로 성행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합니다. 트위터가 가진 장점에서 조금 더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일텐데, 블로그던 SNS던 누구나 쉽게 아무런 돈을 들이지 않고 시작하고 유지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저자는 자신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이 매체들을 적극 활용할 것을 권유합니다.

이 모든 이론에는 결국 우리 모두가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전제가 바탕되어있는데, 상태가 심각하고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케이스의 경우, 전문가의 상담을 병행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언어가 달라서 대부분 이해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저자가 활발하게 인터넷 상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한 만큼 그의 트위터나 블로그 주소를 남겨두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조금 찾아보았는데 그의 영문 이름 (Kabasawa Shion) 으로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찾을 수 없더군요. 한자 이름을 알 수 없는 저로서는 검색이 무리인 것 같습니다^^; 구글 번역기를 통해서라도 그의 포스팅을 구독하고 싶은 만큼, 혹시라도 주소를 알고 계신 분께서는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치료와 예방, 두가지의 답안

 

언제나 그렇듯이 치료가 중요한 만큼 예방도 중요합니다. 애초에 건강하고 아프지 않다면 병을 치료할 이유도 없어지겠죠. 그런만큼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습관을 소개합니다. 책을 소개하는 제 1장 후 제 2장에서 5장까지 괴로운 상태를 극복하는 치료에 대해 다루었다면, 제 6장은 어떻게 하면 나의 정신을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귀중한 조언들이기 때문에, 평소에 스트레스로 크게 고민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도 – 그런 사람이 과연 현대에 존재할까라는 의문이 있습니다만 – 몇 번이고 읽어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이 아무리 중요하다 하더라도 그것 역시 건강이 있을 때의 중요도이지 만약 암 말기로 투병하게 된다면 무의미하게 될 것입니다. 육체의 건강은 정신의 건강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소한 우리가 육체의 건강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 만큼 정신의 건강에도 투자해야 할 것입니다.

 

 

자살을 하려는 사람들 중 도움을 요청하거나 상담을 받으려 하는 사람들은 불과 40%라고 합니다. 과반수가 넘는 사람들이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택할지언정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입니다. 기분이 좋고 정신적으로 건강할 때야 자신은 그런 바보같은 짓은 하지 않겠다고 단언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고통과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 후에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요? 현대인과 스트레스가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라면, 그 스트레스를 제압하고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은 스스로의 몫일 것입니다.

 

직장을 다니는 분들 뿐만 아니라 학생들, 주부들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은 것은, 읽어나가면서 저자의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마인드에 전염될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와 싸워 승리한다는 것은 이미 현대인이라면 꼭 갖추어야 할 필수불가결의 스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완독한 후 서평도 완료했지만, 아마도 이 책은 정기적으로 꼭 한번씩은 저 자신을 위해 읽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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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멘토! 내 자서전 쓰기 - 나를 찾아가는 25일간의 여행, 실전 자서전 쓰기
조영순 지음 / 굿글로벌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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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려고 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조언 중 하나가 "아는 것, 경험한 것을 써라" 일 것입니다. 인터넷이 보급되고 온라인 세계가 가속화되가면서 블로그가 아니라 할지라도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를 통해 우리는 오늘도 몇 개, 몇십 개 혹은 몇백 개의 글을 쓰고는 합니다. 대부분의 내용이 앞의 조언을 백분 반영한 아는 것, 경험한 것 혹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써, 새로운 페이스북의 컨셉 타임라인이 그 실제를 잘 반영해 주듯,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어쩌면 우리 인생의 타임라인을 온라인 상에 반영해나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여러 게시물들이 과연 우리의 삶을 깊이 있게 반영해주고 있는 것일까요? 나이가 들면 들 수록 자신의 "흔적"을 세상에 남기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 중 하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 젊었을 때는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어도 점점 자신이 세상에 머무는 시간이 머물었던 시간보다 적어질 때, 내가 이 세상에 존재했음을 그리고 어떠한 일을 했음을 남기고 싶어하는 욕구라고 합니다. 평소에는 편지 한 통도 안 쓰시던 분들이 갑작스럽게 자서전을 쓰기 시작하시는 사례들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살아온 이야기를 녹음하며 자서전으로 엮어주는 젊은 사람들의 아르바이트(?)가 어렵지 않게 눈에 띄곤 합니다. 과연 그 자서전이 자손 대대로 소중하게 읽게 될 지 아니면 할아버지, 할머니의 일순간 자기만족으로 끝날 것인지는 불확실하지만, 분명 사람의 본능 중에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영원화" 시키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바로 "자서전 쓰기"에 대한 가이드입니다. 단 한번도 제대로 글을 써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부담 없이 읽으면서 도전해 볼 수 있는 책, "성공멘토! 내 자서전 쓰기"를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시죠.  

 

 

 

 

 

 

우리나라에 산재한 많은 사회적인 문제 중 하나인 노인층 여가 활동. 복지 제도의 미달로 정년을 넘기신 어르신들도 생계를 위해 일을 하셔야 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하지만 생계를 굳이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도 여전히 문제로 남는 것은 바로 노인층의 여가 활동입니다. 어려운 세월 탓에 쉬지 않고 일만 하신 세대에는 딱히 문화 혹은 여가 활동의 공간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자신을 계발하고 일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문화 생활 혹은 여가 생활의 결여는 더이상 일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무기력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또한 노인층 우울증으로 악화되고는 합니다.

여기에 제시하는 저자 조영순 씨의 해결방책 – 노인층의 우울증 치료와 여가생활의 활용을 위한 자서전 쓰기. 그래서인가 이 책은 어르신들도 부담없이 읽으실 수 있도록 유난히 큰 폰트와 줄간이 눈에 띕니다. 오랜 시간 읽어도 눈이 피로하지 않도록 편집 측면의 여러가지 배려가 돋보입니다. 또한 종이 역시 가벼운 합지를 사용하여 들고 다니기에도 부담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성공멘토! 내 자서전 쓰기" 가 오직 노인층을 대상으로 쓰인 책은 아닙니다. 이 책은 젊은 층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져다 줄 수 있는데, 그것은 아직 진행형인 인생을 되돌이켜 보고 자신의 목표를 재점검함으로서 미래지향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현대인의 질병"이라고 불리우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를 위협하는 "우울증"에 괴로워 하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합니다.

 

자신이 겪어온 희로애락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행복한 순간들과 안타까운 사연들을 성찰해 상처 난 자신의 영혼을 스스로 치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2 페이지)

자서전쓰기는 노년층뿐만 아니라 중년 여성의 우울증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 삶에 대한 성찰은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도우며 새로운 인생을 향해 나아가는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13 페이지)

 

 

이 책의 저자 조영순 씨에 대한 소개입니다. 간결하면서도 상투적이지 않은 깔끔한 문체에 편안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저자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얻은 노하우들도 많이 전수하고 있기 때문에 글쓰기에 서툴러 고민하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자서전이나 에세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어떠한 전문 지식을 전제로 하지 않고 누구나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오히려 읽고 싶지 않은 조잡한 책의 탄생이라는 단점이 되고는 하는데, 저자가 제시하는 가장 기본적인 글쓰기의 기초를 연마한다면 이러한 위험성을 어느정도까지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다독을 시작한 후로 읽었던 책들 중 가장 끔찍했던(?) 책들이 대부분 에세이나 자서전이였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자서전을 쓰기 전 이러한 준비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는 저자의 귀중한 많은 조언들 중 일부만 소개합니다.

 

감상적인 은유보다는 정직한 글쓰기가 독자들을 감동시킨다 (135 페이지)

지루한 강의보다는 쇼를 하라고 디오게네스는 말하고 있다. 영향을 미쳤던 사건을 신명나게 풀어보자. 내가 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추상적이거나 개똥철학에는 관심이 없다 (114 페이지)

독자들을 이끌어내는 힘은 언제 어디서 글이 속도를 내야 하는지 아는 데 있다 (156 페이지)

 

 

 

총 25일 동안의 레슨. 이렇게 시간적으로 나누어진 레슨 구조 덕분에 책을 잘 읽지 않아 한꺼번에 한 권의 책을 읽기 어려워 하는 사람이라도 쉽게 이 책을 마스터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약 30 쪽 가량의 서론 (챕터 1)을 제외하고 매일 읽어야 할 분량은 약 5~6 페이지 가량입니다. 또한 매일 매일 레슨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진행되기 때문에 한번에 다 읽지 않고 매일 차근 차근 읽어나가는 것이 오히려 이 책이 주고자 하는 메세지를 받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루의 레슨은 언제나 하나의 ①시로 시작합니다. 아마도 이 시들은 모두 조영순 씨의 작품인 것 같은데, 시의 내용과 레슨의 주제에는 크고 작은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음미해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일 것입니다. 저 역시 책들을 가리지 않고 다독하려 하고 있지만 유난히 시집을 읽은지는 오래 되었던 터라 즐겁게 감상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답니다.

 

 

시가 소개된 이후 등장하는 ②본문입니다. 어디서부터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해야 하나 고민하는 독자들을 위해서 저자는 매일 하나의 주제를 소개합니다. 첫사랑, 잊을 수 없는 날의 기억, 자녀 교육, 꿈과 열정 그리고 죽음 준비… 삶의 다양한 스테이지에서 등장하는 주제들은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볼 수 있는 논제들이며, 이렇게 생각해나가는 과정에서 어느새 자신만의 자서전은 조금씩 체계를 잡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본문에서는 이러한 논제들 뿐만 아니라 글쓰기에 필수적인 여러가지 노하우를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천천히 음미하듯이 읽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본문에서 제시한 논제를 실제 자서전의 한 부분으로 다시한번 짚어보는 ③예문은 이론을 실전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좋은 참고가 될 것입니다. 또한 다른 훌륭한 자서전을 읽어보고 참고한다면 보다 성숙한 자서전을 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챕터 마지막에 수록되어 있는 독특한 이름의 ④레시피에서는 우리가 흔히 잘못 알고 있는 맞춤법이라던가 애매하거나 헷갈릴 수 있는 표현들을 소개합니다. 알면 알 수록 점점 어려워지는 우리나라 말인만큼 글을 쓰기 전 기본적인 문법과 맞춤법을 체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자신의 자서전을 출간할 계획이라면 어차피 전문가의 교정 작업을 거쳐야 하겠지만, 스스로 최대한 최선의 원고를 넘기는 것이 여러 면에서 시간과 물질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권말부록으로 저자가 책에서 언급했던 여러가지 자서전들과 기타 참고 도서의 목록이 수록되어 있어, 일부분을 읽는 것으로 아쉬웠다면 쉽게 직접 찾아 읽을 수 있습니다. 이미 여러 챕터에서 해당 도서로부터의 인용이 몇 차례 소개되었기 때문에 책을 읽은 후에는 자신이 더 읽고 싶은 자서전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쓰는 자서전.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고, 아직 인생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미래지향적인 사고와 함께 자신이 만들어나가고픈 꿈과 미래를 위해 재정비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또한 글을 쓰는 과정에서 다른 책들을 접하고 또 자신의 문장을 다듬어나가며 생각을 정리해가는 것은 자아 성찰 뿐만 아니라 한층 성숙한 자아를 형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많은 욕심을 가지지 않고 이 책과 함께 꾸준히 25일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글을 쓸 수 있는 자신감도 생기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갈 수 있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즐겁게 읽었던 유익한 책이었지만 아쉬운 점도 한 가지 있었는데, 앞서 소개한 "레시피" 부분이나 본문 중에서 상당히 많은 오타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특히 레시피에 소개된 바른 말 틀린 말의 경우 그 정도가 많이 심각한 부분이 몇 군데 있었는데요, 본문 중의 한 두개 오타는 그렇다 하더라도, 맞춤법에 대한 부분에 대한 신뢰도가 감소하지 않도록 개정판에서는 꼭 보완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언젠가 나의 자서전을 쓰기 위해서 스스로를 더욱 단련하고 발전시켜나가야겠다라는 도전을 많이 받았습니다. 여러분들은 함께 읽으시면서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지 모르겠네요. 매일 매일 손쉽게 올릴 수 있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의 글들도 좋지만, 가끔은 조금 더 깊고 많은 생각을 함유한 글을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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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 - 내 안에 숨은 1%를 깨우는 마법의 힘
은지성 지음 / 황소북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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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다른 사람에 대해서 너무 쉽게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걔는 원래 그래… 걔는 이런 타입이야… 걔는 그럴거야… 그럴 때 마다 내색은 않지만 "어떻게 자신이 확실히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확신하며 말할 수 있을까?" 궁금해지고는 합니다. 평생 함께 해온(?) 나 자신의 속도 잘 모르겠는데, 하물며 남의 마음이나 성격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자기계발서들을 열심히 읽다 보면 이 분류의 책들을 크게 셋으로 나눌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째 부류는 그야말로 "스파르타" – 달리는 말에 더 채찍질을 가하고, 불가능을 뛰어넘어 가능하게 만드는 지침서들이죠. 더 일찍 일어나고, 더 잠을 줄이고,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은 것을 공부하는… 다행스럽게도(?) 자기계발서가 쏟아져나오기 시작한 초반부를 제외하고는 점점 이런 부류의 독단적인 책들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의 경쟁시대에서 오히려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계발서들입니다. 일상의 긴장에서 한 걸음 물러나 다시금 자신을 통찰하게 하는 책들은 각박해져가는 현실을 반영해주는 듯 하나의 큰 유행처럼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발간된 많은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죠.

마지막 세번째 부류는 이 두 극적인 부류를 이어주는 책들입니다. 마치 양 극이 표시된 스케일 (자) 처럼 어떤 책들은 첫번째 부류에, 다른 책들은 두번째 부류에 가깝곤 하죠.

상당히 극단적인 분류일 수도 있겠지만, 많은 분들이 (아마도) 동의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뻔한" 분류에도 불구하고 책 한 권 한 권을 읽을 가치가 있는 것은 (좋은 책의 경우) 결론을 이끌어내는 관점이 독창적이며 그 과정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서론이 조금 길어졌는데, 오늘 소개할 책 역시 하나의 자기계발서입니다. 하지만 왠지 이 책을 단순히 "자기계발서"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깊이에 있어 적당하지 않다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그 방법에 있어 참 많은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죠.

 

 

 

 

 

 

마음이 뇌에게 말을 걸게 하라

 

아까 제가 "나 자신을 알지 못하면서 어떻게 남을 안다고 생각할까" 라고 물었던 것, 기억하시나요? 이 책에서는 바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우리 마음의 소리 (아마도 우리의 "자아"겠죠) 에 귀를 기울이며, 그 자아를 발전시키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습니다. "직관"에서 말하고 있는 "자아"는 참 특별한 존재인데, 우리의 뇌가 알 수 없는 것 – 가령 어떠한 선택에 기로에 섰을 때라던가, 진정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 우리가 해야 할 소명 등 – 을 알고 있는, 어떻게 보면 하나의 초월적인 존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우리의 직관을 발전시켜 마음과 진정한 소통을 나눌 수 있게 되면 비로소 진가를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해답을 스스로의 안에서 찾는다는 면에서 상당히 플라톤적인 접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직관"이란 무엇일까요? 저자는 이에 대해 여러 설명을 시도합니다.

 

직관은 우리 안에서 탄생한 보물이다 (11 페이지)

직관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단련되는 것이다 (23 페이지)

직관은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사고능력이며 짐승들도 가지고 있는 직감을 초월한 상태를 말한다 (41 페이지)

어느 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을 놓치지 마라. 자신을 의심하지 마라. 두려워 말고 행동해라. 돈보다는 행복해지는 연습을 해라 (205 페이지)

 

또한 자신의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총 열 여섯 명의 "직관적인 사람"들을 소개하는데, 익히 알려진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 에이브러헴 링컨 전 미국 대통령,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 등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신용호 회장 (교보생명 창업자), 블로그 하나로 매년 수억의 매출을 올리는 패션 블로거 스콧 슈만,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까지 시대적으로도, 분야면에서도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한 사람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이 어떻게 역경을 딛고 직관을 사용해 성공하게 되었는지 알게되는 과정이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또한 16인 16색의 진부하지 않고 독창적인 라이프 스토리는 이 책을 읽는 사람이 지금 어떤 상황이건, 어떤 일을 하고 있건, 어떤 취미나 꿈을 가지고 있건 분명히 자신의 삶에 직접 적용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것입니다.

작가 은지성 씨가 위인들의 삶의 공통적인 (하지만 매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직관과 그들의 본받을 점을 소개하는 방법 또한 흡수하기 좋습니다. 지나치게 찬양하지도 않고 자신의 논리에 끼워맞추기 위해 단적인 면을 강조하지도 않기 때문에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받는) "가르침받는 느낌" 보다는 "당장 실행에 옮기고 싶은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보처럼, 우직하게

 

스티브 잡스의 이 연설을 들었던 것이 저자에게 있어 이 책을 쓰게 된 큰 동기 중 하나가 되었다고 합니다.

 

여러분의 시간은 한정돼 있습니다.

그러니 타인의 삶을 살며 낭비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마음과 직관을 따를 용기를 가지십시오.

언제나 갈망하고, 언제나 우직하게.

 

살면서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참 사람에게는 수 없는 이유와 수 없는 핑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유 없는 무덤 없다" 라는 우리나라 속담처럼, 이유를 대려고 마음을 먹으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한 이유,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 이유, 사업이 실패한 이유, 자신의 천직을 찾지 못한 이유, 결혼하지 못한 이유 등등… 스스로에게 또 주위 사람들에게 수 많은 이유와 핑계를 대던 우리들은 가끔씩 촌철살인 같은 몇 마디에 무안을 당하고는 합니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탓하지 마라. 이 세상에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81 페이지)

 

사실 이 책에 등장하는 열 여섯 명의 위인들은 모두 "실패할만한 요인"들을 서너 개 씩은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이 사회에서 실패하고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해도 아무도 뭐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들의 조건은 풍족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루고자 하는 꿈이 터무니 없이 컸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어째서 모두가 우러러 볼 수 있을만한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일까요? 기회? 타이밍? 아니면 적절한 인맥?

 

저자는 그것이 "직관" 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말하고 있는 직관은 단순한 감이나 느낌이 아닌, 오랜 시간동안 많은 노력을 거쳐 쌓인 하나의 능력, 내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넘어지고 무릎이 깨져도 다시 일어나 한 곳을 향해 뛰는 투지이며 (53 페이지)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기 때문에 한눈 팔지 않는 우직함입니다 (63 페이지). 또한 자신의 한 분야에서 대가가 되기 위해 연습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77 페이지) 노력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이처럼 자칫하면 추상적이 되어버릴 수 있는 "직관"을 최대한 구체화시켰다는 것에 있습니다. 저자는 이 외에도 직관을 트레이닝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합니다.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여 전진하는 사람.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기쁨으로 노력하는 사람 – 그것이 자신의 기쁨인 줄을 알기에 그 과정도 즐길 수 있는 사람. 어떻게 보면 너무 이상주의적인 이야기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도전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확실히 도전하고자 하는 의지를 주고 동기를 부여하는, 다시한번 투지를 태울 수 있는 즐거운 느낌이었기에, 보다 많은 분들이 이 책과 함께 다시한번 마음 속 소리를 들으며 꿈을 향해 나아갈 용기를 얻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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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1 - 인생을 결정 짓는 시간
신세용 지음 / 유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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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서야 조기 유학이 글로벌 시대에서의 경쟁을 대비하는 많은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겪는 하나의 평범한 과정이 되었지만, 제가 유학길에 오를 때만 해도 그렇게 흔한 것은 아니었답니다. 오스트리아로 갔던 98년 초, 열세 살의 어린 나이에 보호자 없이 유학길에 오른 저는 참 희안한 취급을 받곤 했으니까요. 조기 유학이라는 것은 양날의 칼 같아서, 보다 넓은 세계를 몸소 체험하면서 도약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는 반면, 무분별하게 좋지 않은 문화를 받아들이고 탈선할 수 있는 위험이기도 합니다. 텔레비젼이나 다른 언론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되는 소위 "성공한 유학 케이스"는 굉장히 소수에 불구하며 그 사람들의 그림자 뒤에 셀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유학"이라는 음지에서 허무하리만치 간단하게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결국 성공적인 유학 생활이 무엇이냐를 정의하기 나름이겠지만, 오늘 소개할 책은 누구든 "정말 훌륭한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왔구나!" 라고 말할 수 있는 신세용씨의 자서전입니다. 제목이 특이한데요 "13-21"은 저자의 인생에 있어 대단한 터닝포인트였던 열세 살에서 스물 한 살까지를 뜻한다고 합니다. "인생을 결정짓는 시간" - 벌써부터 많은 것을 약속하는 듯한 제목입니다!  

 

 

 

 

 

 

책과 함께 동봉되있던 UE (United Earth 의 약자) 홍보물입니다. 유이는 신세용씨가 직접 발간하는 잡지인데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지구와 인류를 잇는 잡지]라고 합니다. 이처럼 전 지구적 이슈를 모두 다루는 잡지는 거의 유일무이할 것이라고 하네요. 포괄적인 주제를 다루는 만큼 유이의 활동 역시 다양합니다. 역시 신세용씨가 설립한 국제아동돕기연합 (Uhic) 은 전 세계적으로 불우한 아동들을 돕는 단체로서 자세한 활동 내역은 www.uhic.com 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제 책 속으로 들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누어져 있는데, 제 1부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13세~17세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이 부분은 이미 1992년 "나는 한국인이야"라는 제목으로 밀리언셀러가 되었다고 하네요. 개정증보판이라는 설명 외에는 정확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는 잘 알 수 없습니다만, 문체나 내용으로 보았을 때 당시 만 17세의 저자가 썼던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나는 한국인이야" 외에도 신세용씨는 13-21이 나오기 전까지 두 권의 책을 더 출간했는데, 바로 "그래도 나는 태양을 향해 날 것이다 (1999년)"와 "꿈 그리고 나의 선택 (2004년)" 입니다. 13-21의 제 2부는 18세~21세의 이야기인데, 짐작해보건데 아마도 저자가 24세 때 출간했던 "그래도 나는 태양을 향해 날 것이다" 의 개정증보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 2부에서 특히 이카루스 (단 한 순간의 영광을 위해서라도 기꺼이 태양을 향해 날아가는) 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와 책 제목이 잘 맞아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원했던 옥스포드 대학에 진학하면서 대학에서 겪었던 일 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어가면서 한가지 의아했던 것은 어째서 2012년 출간된 13-21 의 저자가29세 시점에서 서술하고 있는 것인가 입니다. "나는 한국인이야 (13~17세)"를 만 17세에 집필하고 "그래도 나는 태양을 향해 날 것이다"를 만 24세 때 출간한 것은 이해가 가지만 개정증보판을 재발행 하면서 굳이 현재가 아닌 29세의 시점으로 돌아가는 것은 그 이유가 궁금해지더군요. "미처 풀어내지 못한 풀스토리를 소개하기 위해" 출간된 개정증보판이라고 하는데, 이것에 대한 명확한 답변은 검색 조사를 통해서 얻지 못한 상태입니다.

 

 

 

 

어린 나이에 홀로 미국이라는 낯선 땅으로 유학을 떠나 갖은 고생을 하며 결국은 원하던 꿈을 이룬 신세용씨. 하지만 그의 삶은 아직까지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옥스포드 석사 졸업 후 창립한 금융회사는 좋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지만 만 서른이 되었을 때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추구해왔던 "구호사업"으로 전향하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평범한 학생이었던 그가 어느 계기로 인해 미국 유학을 결심하게 되고 여러 나라와 도시를 돌아 결국 옥스포드라는 큰 목표를 이루기까지의 여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가 거쳐온 길은 옳고 그름, 빠르고 느림, 효과적이거나 효과적이지 않은 것을 떠나 참 특별했는데,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않고 이겨나가려는 그의 성격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내 스스로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자 낙원은 도리어 나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늪이자, 나를 의욕도 없고 힘도 없는 나약한 인간으로 전락시키는 지옥으로 변했다." (179 페이지)

 

환경과 개인의 발전이 얼마나 상대적인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문구입니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와닿던 부분입니다. 결국 발전과 성장을 이끌어내는 것은 외적인 조건이 아니라 내적인 조건인 것을, 아무리 최선의 환경이라고 할지라도 내적 동기가 없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랜 유학 생활을 마치고 들어온 저에게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며 말합니다. 그 곳에서는 발전에만 집중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한국에서는 이것이 나쁘고 저것이 좋지 않아 힘들다고… 전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감하지도 않는답니다. 결국 사람이 사는 곳은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고질적인 문제들이 존재하며, 그것은 환경이나 도시에 따라 해결되거나 해결되지 못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물론 특별히 좋은 환경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봄이 오고 나니 이맘쯤 줄기차게 다녔던 재즈 공연들이 참 그리워지네요. 그 때만 해도 매일 저녁 세계적인 밴드를 만나는 것이 그렇게 행복하고 멋진 것인줄은 잘 몰랐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그 환경이 어떤 하나의 절대적인 요소로 각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끼칠 수는 없다는 것이 쟁점입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 의문. 그것은 바로 영감을 이끌어 내는 힘이다. 그리고 지혜가 비롯되는 원천이다. 의문과 영감과 지혜는 결국에는 모두 같은 것이다. 의문이 있어야 답을 찾아가며 영감을 떠올리고, 거기서 깨달음을 얻으면서 생기는 것이 지혜이기 때문이다." (232 페이지)

 

책을 읽어나가면서 눈에 확 띄었던 다른 문구입니다. 우리나라와 중유럽의 가장 큰 차이점을 하나 꼽는다면 단연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순간부터 대학 입시라는 크나큰 목표를 향해 교육받는 우리나라 학생들과는 달리, 중유럽에서는 "꼬마 이단아"가 환영받습니다. 선생님이 가르쳐준대로 하지 않아도, 다른 아이들과 비슷하게 행동하지 않아도, 엉뚱한 질문에 요상한 관심분야를 가졌다 하더라도 그대로 용납해주는 것이 아마도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희안한 것은, 학창 시절에는 유난히 성적도 좋지 않고 의미 없어 보이는 질문을 남발하던 학생이 졸업 후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탁원한 재주로 오히려 우등생들보다 성공가도를 달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읽었던 "완벽주의의 함정 (클라우스 베를레)"에서도 언급했듯이 "남들보다 뛰어나고 싶다면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노력하고 배워야 한다"는 단순명료하고도 아이러니한 원리죠. 신세용 씨의 삶을 한 걸음 한 걸음 따라가보면 그 역시 학교에서 사랑하는 모범생이나 우등생은 아니었던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의 말씀도 듣지 않는 쇠고집이었지만 결국 그의 그런 신념이 그가 원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도록 도와준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가 만약 처음부터 부모님과 선생님을 만족시키는 모범생이 되려고 노력했더라면 과연 이런 파란만장하고도 흥미진진한 삶을 살 수 있었을까요?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아쉬웠던 점도 있었습니다. 첫째로, 아무래도 UE가 전문 출판사가 아니다 보니 전반적인 제본 상태나 종이의 질감은 좋다 하더라도 책 안의 Editorial Design이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한글/영문 폰트의 선택 (특히 영문 폰트)도 탁월하지 않았던 데다가 여백이 많은 위아래옆과는 대조적으로 줄간이 작아 가독성에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또한 본문의 정렬이 left 가 아닌 justify로 되어 있었다면 보기 훨씬 좋지 않았을까요?

다른 하나는 아무래도 작가가 어렸을 때 쓴 글이라 지금의 연륜을 반영시키지 못한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다소 과장되고 너무 멋을 부린 듯한 문체가 처음에는 부담스럽더군요. 차츰 읽어나가면서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서른 일곱의 연륜으로 다듬어 고쳤더라면 조금 더 공감할 수 있고 객관적인 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입니다.

 

 

유학을 계획하거나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13-21은 큰 설레임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었던 일을 훌륭히 해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자극이 되고 동기부여가 되는데, 안타까운 것은 유학을 가려고 하는 대다수의 어린이 혹은 청소년들이 구체적인 계획이나 각오보다는 막연히 외국으로 나가면 모든 것이 잘 풀릴 것 같다는 무책임한 바람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잔인하게 들릴지 몰라도, 공부도 하던 사람이 하는 것이고, 연습도 하던 사람이 하는 것인데, 자신이 실패하는 이유를 환경으로 돌린다면 그만큼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멀어지는 것이겠죠. 환경이 바뀐 후 사람이 변화하는 것은 참 드문 일인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런 예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열심히 하지 않았던 학생은 오히려 부모님의 지도나 직접적인 관여가 덜한 외국에서 더 나태해지고 탈선하는 것을 곧잘 보게 됩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할당되는 자원입니다. 그것을 어떻게, 어디에, 얼만큼 쓰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지고는 하지요. 아마도 신세용씨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청소년들은 도전을 받으며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사람들은 그의 결단력을 부러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신세용씨가 스스로 "인생을 결정짓는 시간"이라고 이름붙인 열세 살에서 스물 한 살의 시기가 이미 지나가버렸다 해도 낙심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원하는 일, 해야하는 일을 시작하는 데에는 늦은 타이밍이 없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그것이 불가능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구차한 변명이 전부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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