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살아서 즐거운 나날들 - 삶에 지치고 흔들릴 때, 프로방스에서 보내온 라벤더 향 물씬한 편지
원소영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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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뒤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바로 "좋았겠다" 였습니다. 자기 소개를 하다보면 항상 빈에서 오래 살았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고, 아직 살아온 이야기를 하기도 전에 어린 시절부터 빈에서 살았다고만 하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대답은 바로 "좋았겠다" 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빈에 살았던 것이 무엇이 좋다고 느끼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빈이라는 도시에 대해 별로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더욱 궁금해졌죠. 어디에 있는, 어떤 도시인지도 잘 모른채 "좋았겠다"라고 부러워하는 모습이 낯설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 마음이 이해도 가고 어떤 느낌인지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외국으로 유학가려는 학생들과 지인들을 상담할 때면 항상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이것입니다. 무조건 외국이 더 좋고, 뛰어나고, 많이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 아무리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에 이런저런 문제가 있고 아쉽고 고쳐야 할 점이 많다고 하더라도 무작정 외국에 나가면 잘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무책임한 것일테니까요. 정작 외국에 나가서 얻게 되는 장점은 전혀 다른 것이라고 말해주곤 합니다. 그것은 바로 "더욱 넓은 세계를 보고 더욱 다양한 것을 포용할 수 있는 힘"이라고 말입니다. 




한국에서 방송작가로 바쁘게 살던 원소영씨는 남편을 따라 무작정 프로방스로 떠나게 됩니다. 말이 "무작정"이지, 사실 알지도 못하는 - 특히 말도 통하지 않는 - 곳으로 가서 몇 년을 살아야 하는 것은 어지간히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막막한 일입니다. 특히 원소영씨처럼 자신의 일이 있어 그것으로부터 성취감을 느꼈던 사람은 갑자기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어 모든 것에 제약을 받게 되면 상실감마저 느끼게 되곤 하는데요, 이런 그녀가 5년 동안 프로방스에서 겪었던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을 엮은 책이 바로 "느리게 살아서 즐거운 나날들"입니다.


책의 내용만큼이나 아기자기한 에디토리얼 디자인과 간간히 보이는 삽화들 덕분인지, 책을 손에 들고 읽는 시간 내내 프로방스의 향기가 느껴져오는 듯 했습니다. 4계절로 나누어 크게 네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에는 좋고 나쁨의 구별이 없이 마치 담담한 일기장을 읽는 것처럼 프로방스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저자의 눈"을 통해 프로방스를 만나는 것이지만 자신의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최대한 있는 그대로 서술한 문체는 글을 읽으면서도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줍니다. 

사실 이 책은 저자가 프로방스에서 살았던 시절부터 시작했던 블로그의 글들을 정리하고 보충한 내용이라고 합니다. 5년간의 생활을 마치고 돌아보며 회상하는 글이 아니라 그 당시의 느낌과 모습들을 그대로 적은 글이기에 생동감이 넘칩니다. 글을 쭉 읽어나가면서, 왜 스스로는 이렇게 글 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아쉬움이 밀려왔습니다. 이제 한국에 들어온지도 만 2년이 넘어 빈에서의 기억들이 점점 가물가물해지고 "추억"의 자리로 밀려나고 있는데... 조금만 더 소중히 생각해서 미리미리 글로 옮겨놓았더라면, 한 장이라도 더 많은 추억을 남겨두었다면 하는 생각을 멈출 수 없더군요. 5년의 프로방스 시간을 이렇듯 생생하게 "보존"해둔 저자의 보물같은 재산이 부러워졌습니다.


모든 것이 느리기로 유명한 충청도에서 서울 사람이 탄 차 앞에서 느릿느릿 가고 있는 차에게 계속 크랙션을 울렸답니다. 1차선밖에 안되는 도로에서 추월할 수도 없고 그야말로 온 세상의 시간을 다 가진 듯 느리게 가는 충청도 사람 차 때문에 엄청나게 화가 난 상태였다는데요, 그 사람이 나중에 따져묻자 충청도 사람이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급했으면 어제 오지 그랬수."


물론 유머이고, 충청도 사람들이 느린 것 역시 선입견에 불과하지만 저는 이 이야기를 참 좋아합니다. 뚜렷한 목적과 의도 없이 그저 바쁘게만 살아왔던 나날을 본질적으로 꼬집는 한 마디라고 생각하니까요. 한국에서 운전을 시작한 후로 이 이야기를 더욱 더 떠올리곤 합니다. 별로 급하지도 않은데 앞차가 느릿느릿하게 가거나 누군가가 급하게 끼어들면 자꾸 마음부터 급해져버리곤 하는데, 사실 그것을 기다려 주는 시간이 그닥 길지 않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절대적인 시간이 아닌 상대적인 시간에 휘둘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되더군요.


운전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일본의 과속방지문구로는 이런 것이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좁은 일본,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나." 비행기 위에서 보면 한없이 보잘것없고 작아보이는 우리들의 세계. 그 좁은 땅과 공간에서 머리가 터져라 싸우고 내가 잘났는지 네가 잘났는지 끊임없이 다투고 경쟁하는 모습. 경쟁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이나 여유없이 각박하게 살아가는 것이 과연 건설적인 것인가 다시한번 생각해봅니다.

매사가 느린 프로방스 사람들. 저자는 거기서 느리게 사는 것이 결코 "늦게 사는 것"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사실 유럽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과 비해서 정말 다른 멘탈을 가지고 있습니다. 느리다고 표현이 안될 정도인데요. 뭐 제가 입학할 때 시작된 학교 공사가 아직까지도 끝나지 않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냉장고가 망가져 서비스를 부르면 2주 후에나 오기도 합니다. (그동안은 냉장고 없이 잘 살아야 합니다!) 이사를 하며 주문한 침대가 3개월 후에나 도착하기 때문에 그간에는 새 집의 바닥에서 자야 하기도 하고, 눈이 아파 안과진료를 예약하면 4주 후에나 예약을 잡아주는 바람에 4주가 지난 후 진료를 받을 즈음에는 이미 저절로(?) 나은 경험도 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도대체 그런데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잘 살고 있습니다".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높은 행복지수를 자랑하며 말이죠.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결코 우리나라보다 뒤쳐지지 않은 상태로요.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유럽에서의 생활을 떠올렸습니다. 한국에 들어와 몇 개월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각박하기 그지없는 환경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어찌나 짜증낼 일도, 괴로운 일도 많은지 불평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었을 것 같았고요. 그렇게 1년, 2년이 지나고 보니 어느새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많이 변해버린 성격이 새삼스레 안타까워지더군요. 이 책을 읽는 동안 다시금 예전의 생활을 떠올려보면서 조금씩 "초심"을 찾아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까, "이제는 빈에서 살았던 것이 좋았겠다라고 말할 수 있다"라고 했는데요. 그 때 행복했던 것은 빈이 우리나라보다 더 좋은 곳이여서가 아닙니다. 솔직히 말하면 살기는 우리나라가 더 편하고, 볼거리도, 쇼핑할 것도 훨씬 많습니다. 먹을 것은 얼마나 다양하고 (저렴하고!) 즐거운지 빈과는 비교하기도 힘들 정도죠. 

하지만 빈의 생활이 행복했던 것은 살기 편하고 즐거웠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것은 뭔가 정신없는 일상과 업무 속에서도 자기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마지막 보루"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만의 공간이 침해받지 않고 존중되며 다른 사람의 것 역시 존중해주는 그런 여유가, 느릿느릿하지만 행복한 삶의 이유가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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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와의 만남 - 음악으로 이룬 종합 예술 클래식 음악과의 만남 1
닉 킴벌리 지음, 김병화 옮김 / 포노(PHONO)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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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공부하는 초기에는 모든 것에 정의 내리는 것이 즐겁습니다. "이것은 이것이고 저것은 저런거야. 이것은 이렇게 유래하고 발생했고 저것과는 이러저러하게 틀리지" 등 수업 시간 혹은 책을 통해 배운 지식을 그대로 재생(Replay)하는 단계입니다.

시간이 지나 조금 더 깊이 들어가게 되면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들이 그렇게 단정적으로 결론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너무나도 당연하게 느껴졌던 개념들이 역사적으로 복잡다양하게 쓰였으며 그렇기 때문에 "A는 B다"라고 간단하게 말하기가 어려워진 것이죠. 이때 즈음 되면 음악에 관해 묻는 사람들의 질문에도 애매모호하게 대답하기 시작하는데, 덕분에 음악공부 초기보다 부쩍 자신감이 없어보이기도 합니다.

흔히들 사람들은 "전문가에게 물어보면 오히려 복잡하게만 이야기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네이버 지식을 검색해보면 쉽게 설명 가능한 것을 왜이렇게 빙빙돌려 이야기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죠. 15살에 대학에 입학하면서 중고등학교 과정을 건너뛰는 바람에 수학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는데, 작년 음향 공부를 시작하면서 여러 수학 개념들을 익혀야 했었습니다. 가장 먼저 부딪힌 벽은 다름아닌 로그함수였는데, 여러가지로 검색해보고 찾아본 뒤 결정적으로 모든 것이 헷갈리게 된 것은 바로 서울대학교 계산통계학과를 나오신 아버지께 여쭈어보았을 때인데요. 그나마 "이렇지 않을까"하고 추측하고 이해했던 것들이 아직도 미적분 계산이 가능하신 아버지의 설명을 들은 이후 와르르 무너져내렸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특정 분야에서 그래도 어느정도 경험과 경력을 쌓은 전문가들은 어떤 것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하기를 꺼립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에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너무나도 드물며, 모든 것에는 양면 혹은 적어도 몇 차원의 세계가 있기 때문에 쉽사리 단정을 내리는 것은 오히려 자신의 무지를 역설하는 것이 되어버립니다. 이런 신중함을 가장한 비겁함은 특히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걸림돌이 되곤 하는데요, 명쾌한 해답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그게 그렇게 간단한게 아냐'라고 설명할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짐을 느끼곤 합니다.


다른 교수님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제가 가장 말하기 어려워 하는 부분은 이 중에도 특별히 "역사"입니다. 짧은 시간에 오랜 기간의 역사를 종합하여 이야기해주려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생략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복잡한 것을 간단하게 설명해야 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마다 "과연 내가 하고 있는 이 이야기가 충분한 검토를 거쳐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매사에 조심스러워집니다. 어차피 베일에 싸여 어떤 색안경을 끼고 볼 수 밖에 없는 역사를 가르치는 저 자신이 확실하게 이야기해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참 크기만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이유 때문에 연구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자신감에 차있는(?) 문헌을 선호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문헌들은 (아마도 같은 이유로) 확실한 대답과 서술을 피하고 있기 때문에 답답하기는 매반입니다.


그러던 중 PHONO 출판사의 굉장히 특별한 시리즈에 대해 듣게 되었습니다. 이미 클래식 음악에 대한 주옥같은 책들을 다수 발간한 PHONO 출판사였기 때문에 어떻게 생각하면 그야말로 "믿고 보는" 시리즈가 되었는데요, 이미 우리들에게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모짜르트와 베토벤, 쇼팽, 바그너 등의 거장 작곡가들의 삶과 음악을 이야기한 책이죠)와 "클래식, 시대와의 만남 시리즈" (고음악서부터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클래식 음악의 작품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첫번째 재즈음반 12장" 등 음악역사에 대한 다양한 책들로 알려져있습니다. 제가 얼마 전에 정말 인상깊게 읽었던 "음악가의 음악가 나디아 불랑제" 역시 포노 출판사를 통해 발간되었습니다. 

조금 더 찾아보니 포노 출판사는 월간포토넷으로 알려진 (주)티앤에프출판사업부의 브랜드로 음악서적을 전문으로 발간하고 있더군요. 이젠 정말 박물관화 되어버린 서양음악출판계에 정말 필요하고도 소중한 출판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검색으로 발견한 페이스북 페이지 링크는 이렇습니다: http://www.facebook.com/photonetbooks).


이번 시리즈는 바로 "클래식 음악과의 만남"입니다. 전 시리즈에서 클래식 음악을 시대별로 분류하여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클래식 음악을 몇백년간 이끌어온 중요한 장르 혹은 형식으로 분류하여 각 형식의 역사와 주요 작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첫번째 장은 바로 "오페라와의 만남"입니다. 가장 복잡다양한 종합예술인 오페라. 서양음악이 시작되고 발전한 이래 가장 화려한 장르라고 할 수 있죠. 음악 뿐만 아니라 대사, 가사, 안무, 무대미술, 조명과 연출 등 예술의 모든 부분들이 만나 조화를 이루고 (또 조화를 이루지 않는) 장르인만큼 그 역사 또한 상당히 버라이어티합니다. 모두 네 권으로 이루어진 "클래식 음악과의 만남" 시리즈 중 "오페라와의 만남"이 가장 기대가 되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역사도서들의 문제점은 바로 "읽을 수만 있을 뿐 들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공부하면서 정작 음악을 듣지 못한다는 것은 대단한 핸디캡일 뿐만 아니라 그 본질을 이해하는데 있어 필수조건을 배제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학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교수님이 그에 따른 오디오 혹은 비디오 자료를 소개해주신다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학생들 (혹은 관심을 가진 분들) 은 그저 책을 읽는 데에서 그치곤 합니다. 하지만 요리의 만드는 방법과 그 맛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놓은 것을 읽었다고 해서 그것을 먹어본 것과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음악 역시 읽는 것이 아닌 듣는 데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내가 읽고 있는 이 작품이 어떤 소리가 나고 어떻게 나에게 다가오는지 경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PHONO에서 발간된 책들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주요 작품들을 무려 두 장의 CD에 담아 들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데요, 별책부록으로 들어있는 "아무 레코딩"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저명한 음악가들의 소중한 음원들이 담겨있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하게 됩니다. 

저 역시 음악사를 배우고 가르치면서 주요 작품들은 여러번 접하고 친숙하게 들어보았지만, 아무래도 현대로 거슬러올 수록 음반을 공수하기도, 신경써서 들어보기도 여의치 않아 이번 기회를 통해서라도 확실히 접하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약 400년의 오페라 역사를 130페이지의 짧은 분량에 소화해낸 저력도 그렇지만, 부록으로 기본적인 오페라 용어와 비교 연표 (Timeline) 등을 싣고 있기 때문에 오페라에 대해 짧지만 강력한 입문(Crash Course)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정말 만족스럽고 유용한 책이 될 것입니다. 현실과 동떨어져 이질감이 들 수 있는 역사도 쉽고 컴팩트하게 풀어내고 있어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역사적 중요한 사건과 작품을 중심으로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나가기도 수월합니다. 또한 각 페이지 왼쪽 컬럼에 CD 아이콘이 등장할 때마다 부록 CD의 해당 트랙을 재생하며 책을 읽는다면 그야말로 "멀티미디어적인" 오페라 경험이 가능할 것 같네요. 사실 쓰여진 글 역시 해당 트랙을 독자가 듣는다 혹은 들었다를 전제하고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각적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고서라면 가장 이상적인(!) 음악역사공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인 닉 킴벌리(Nick Kimberley)는 클래식 음악 평론가로 음악평론에 있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가 그의 문체에는 어떠한 주저함이나 여지를 남겨두고 있지 않은 것이 특징입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이것을 이렇게나 확실하게 말할 수 있구나" 하고 부럽기도 했답니다. 저에게는 여러가지 파편으로 어지러웠던 오페라의 역사와 작품의 순서들을 말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였습니다. 


PHONO의 시리즈들은 "완전체로 소장할 가치"가 충분한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모자란 부분들을 모두 채워넣고 싶을 정도로 한 권 한 권이 주옥같은 책인데요. 앞으로 이 시리즈를 통해 만나게 될 "교향곡과의 만남(2권)", "실내악과의 만남(3권)" 마지막으로 "합창곡과의 만남(4권)"까지 기대가 많이 됩니다. 음악역사에 대해서, 또한 음악 장르에 대해서 "살아있는" 입문을 원하는 분들께도 제격이지만, 그동안 교재선택에 어려움을 겪었던 다수의 음악사 교수님들께도 꼭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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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말하다
데이비드 두쉬민 지음, 추미란 옮김 / 정보문화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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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에 들어서면서 음악미학이 정립되던 시기, 가장 큰 수확(?)이라 할 수 있는 개념의 변화가 바로 기악음악(노래가 없이 악기로만 이루어진 음악, Instrumental Music)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었습니다. 이전까지는 가사가 없기에 그 전달성에서 천대받을 수 밖에 없었던 기악음악은 18세기에 들어와 그 언어적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고, 더 나아가 형이상학적인 위엄을 부여받게되어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한 표현"이 되었습니다. 언어의 한계가 시작되는 데에서 음악의 메시지가 시작되는 셈이지요. 약 150년이 흐른 19세기 후반에는 당대의 철학가이자 미학자 한슬릭과 쇼펜하우어 등이 기악음악이야말로 진정한 음악이요, 가장 높은 미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음악이라고 공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동안 텍스트를 수반하여 그 가치를 인정받던 음악이 드디어 홀로서기에 성공한 순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갈 수록 예술이 무엇인가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보게 됩니다. "열 명의 아티스트에게 예술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적어도 열두 개의 정의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우스갯소리처럼 이야기합니다만, 그만큼 예술에 대한 관념도, 정의도 사람마다 제각각인 것 같습니다. 

예술이 어떤 것에 대한 표현이라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구체적인 미디엄이 무엇이고, 무엇을 표현하는지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결국 우리는 예술을 통해 무언가를 말하고, 또 듣게 된다는 것이죠. 그래서인가 요즘은 음악외적인 요소들에서 언어적 개념을 찾는 것에 점점 더 큰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요즘은 취미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비록 멋진 장비도, 대단한 것을 찍으러다니는 것도 아니지만 카메라 렌즈를 통해 새롭게 정의되는 주변환경을 주의깊게 살펴보고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이 참 즐거운 일입니다. 그렇게 사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키워가던 도중, 오늘 소개할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제목에서부터 깊은 공감이 느껴지는 "사진을 말하다"를 함께 만나보시죠.

 

 

 

 

평평한 프레임에 입체적인 세상을 담다 

저자인 데이비드 두쉬민은 전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가 보고 느낀 것을 카메라에 담는 프로페셔널 포토그래퍼입니다. 본래 캐나다 출신인 그는 뜬금없게도 신학을 전공했는데 졸업한 뒤에는 더욱 더 뜬금없이 12년 동안이나 코미디언으로써 무대에 올랐다고 합니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연신 유쾌한 문장에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그 오랜 시간동안 갈고닦은 언변 덕분이 아닌가 싶네요. 뜬금없이 시작한 만큼 뜬금없이 무대를 떠난 그는 그제서야 비로소 포토그래퍼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물론 그 전에도 취미로 사진을 찍었다고 합니다만) 현재 사진을 찍고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뭔가 아담 샌더스를 연상시키는 장난기 가득하지만 선한 인상의 두쉬민의 글은 주의깊게 읽지 않으면 그 안에 담긴 유머와 은유를 알아채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음미하며 읽으면 깨알같은 멘트의 매력에 빠져버릴 것 같더군요. 사진을 사랑하고 열정을 가지고 설파하면서도 지나치게 진지하지 않고, 모든 것을 여유롭게 받아들이는 그의 자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진에 대해서만큼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인 제가 사진에 대해서 가장 알고 싶었던 것은 "어떻게 하면 좋은 사진을 찍는가?"라기보다는 "어떤 것이 좋은 사진인가?"였습니다. 취미로 찍는 사진은 그저 자기 만족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무언가 나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수단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아까 이야기한대로, 마치 외국어를 배우듯, "사진"이라는 언어를 조금이나마 배워보고 싶은 그런 마음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음악과도 너무나도 다른 세계의 언어를 이해하려면, 먼저 그 언어에 대한 개념부터 잡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두쉬민이 책의 초반부터 강조한 "3차원 세상의 2차원화"는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3차원으로 인식되던 세상은 2차원으로 재조립되고 그때 만들어진 사진 속 요소들은 건물이나 나무나 사람이 아니고 선과 톤이다. (135 페이지)

당연히 알고 있던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곱씹으면 곱씹을 수록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착시로 인해 (또는 오랫동안 그 기법의 컨텍스트에 익숙해졌으므로) 우리는 사진을 보면 자동으로 그것이 표현하고 있는 (원래의) 3차원 세계를 재조립해나갑니다. '이것은 작고 그림자 진 것을 보니 조금 더 뒤에 있는 사물이군' 혹은 '지평선이 여기 있는걸 보니 대충 높이가 이정도 되겠어' 하고 2차원적 정보를 토대로 렌즈가 바라보던 세상을 재구성하는 것이죠. 그저 사진을 감상하고 "읽기"에는 문제가 없습니다만, 어떤 특정한 메시지를 담고 싶다면 바로 이 면을 간파하고 역이용할 수 있는 지식과 노하우가 필요할 것입니다. 

 

3차원 세상에서는 선들이 서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절대 교차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두자. 그런데 사진으로 평면화하면 그 선들은 서로를 두 동강내거나 연결하거나 새로운 선을 만든다. (81 페이지)

셔터가 눌리는 그 순간 3차원 세상은 선과 톤으로 압축되어 2차원 프레임 안에 갇히고, 이것들은 그 구성 요소와 배치 그리고 각도에 따라 각각 새로운 메시지를 보는 사람에게 전달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막연하고 아리송했던 개념들이 시간이 지날 수록 점차 조금씩 구체화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진을 찍기 시작할 때 흔히 우리가 말하는 "입문서"에서는 먼저 노출이나 초점 그리고 렌즈에 대해 설명합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많은 입문서에서는 "좋은 사진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먼저 정해주기도 합니다. 그저 사진 찍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면 굳이 할 말이 없지만, 안그래도 모든 것이 정해진 각박한 사회에서 자신의 취미나 예술활동마저 주입식 "규칙"으로 얼룩지게 된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까요? 두쉬민의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미 능숙한 포토그래퍼인 그가 우리에게 어떠한 고정관념적 관습을 가르치기보다는 사진의 기초적 원리를 이해시킴으로 스스로 사진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해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이러하기 때문에 이렇게 했던 것인데, 당신 스스로 한번 다시 생각해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장인은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 

저번 달 비엔나에 여행을 갔다가 신혼 초 신랑이 선물해주었던 삼성 디카를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카메라에 정도 많이 들었고, 무엇보다도 신랑에게 처음 선물받은 카메라였기에 정말 속상했고, 이사와 여행 사진들이 가득 담긴 메모리카드조차 분실센터에 맡기지 않은 범인(?)이 정말 야속하기만 했는데요.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속상한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신랑은 제가 정말 가지고 싶어했던 뉴미러팝 카메라를 선물해주었답니다. 

새 카메라를 고르는 과정에서 참 고민을 많이 했어요. 다시 디카를 살 것인지, 아니면 요즘 그야말로 '핫'한 미러리스 카메라를 살 것인지, 따져보면 따져볼 수록 점점 미궁으로 빠져드는 선택에 이리저리 갈팡질팡하다 결국은 다시 디카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는데 그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디카로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없다면, 아무리 카메라가 좋아도 찍을 수 없을테니까요. 

 

모든 사진 입문 책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제가 겪은 몇 권의 책들은 "입문서"가 아니라 "지름신 강림서"였습니다. 이제 막 사진에 대해 알아가고 조금 더 배우고 싶은데 일단 멋진 고가의 장비들을 기준으로 설명하면서 이 렌즈 저 렌즈를 비교해주니 일명 "똑딱이"로는 아무것도 못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하고 싶은 것은 사진을 통하여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지, 적어도 A1 크기의 현수막에 고퀄리티 사진을 현상하고 싶은 것이 아닌데도 말이죠.

그러다가보니 뭔가 "사진 입문"으로 시작했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면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고가의 장비를 검색하고 있는 이상한(?) 데자뷰가 반복되곤 했습니다. 한참 둘러보다가 내리게 되는 결론은 "가격도 부담스럽고 가지고 다니기도 부담스러우니 그냥 관두자" 정도였고요. 그러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도대체 내가 뭘 하고 있나 싶기도 하더군요. 

(굳이 이것을 '사회적 분위기' 탓으로 돌리고 싶진 않지만 사실상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이런 어려움(?) 때문에 사진 입문을 어려워하시지 않나 싶습니다. 사진 좀 찍는다고 하려면 제대로 된 DSLR 정도는 가져줘야 하고 렌즈는 종류별로 하나씩은 있어야 '내가 사진좀 찍는다'하고 말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장비를 모두 갖추려면 적게는 몇 백, 많게는 몇 천 정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부담이 아닙니다. 특히 동호회나 인터넷 카페에 소속되어 있다면 심한 경우 제대로 장비를 갖추지 않으면 이야기에 끼기 조차 힘들다고 하는데요. 어마어마한 고가 DSLR에  어마어마한 대포 렌즈를 끼우고 어마어마한 해상도로 사진을 찍어 결국 블로그에 가로 550px로 압축해 올리는 이유는 아직도 잘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전문 포토그래퍼인 두쉬민씨의 장비는 물론 알아주는 고가 모델들이지만, 책을 넘기다 보면 그가 iPhone4로 촬영한 사진들도 눈에 띕니다 (그리고 그 사진들이 이러한 인쇄물에서 고가 DSLR 사진들과 비교해 - 사람들이 상상하는 만큼 -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놀라운 사실도 다시금 느끼게 되고요). 요즘 휴대폰 카메라도 성능이 좋기 때문에 사진 찍기에는 충분하다...라는 어줍잖은 결론을 내리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카메라의 스펙은 기종에 따라 달라지지만 결국 그것을 본질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다른 어떤 스펙도 아닌 "나 자신의 스펙"이 된다는 것이죠.

두쉬민은 카메라의 기능에 대해 설명하면서도 어떤 장비에 대해 강조하거나 칭찬하지 않습니다. 고의처럼 자신이 사용하는 장비나 그 장점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으며, 그가 사용하고 있는 장비에 대한 정보는 그저 사진에 첨부된 것이 전부입니다. 그러나 장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그리고 해야 할 이야기는 너무도 많습니다. 결국 셔터 스피드나 조리개의 성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의 기초를 이해하고 원하는 대로 적용하여 사용할 수 있는 나 자신의 능력이 더 중요하니까요. 자신의 실력이 점점 더 좋아져 결국 가지고 있는 장비의 스펙을 훌쩍 뛰어넘을 때 비로소 "좋은 장비"에 눈을 돌려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사진, 당신의 언어가 되다

우리는 원하는 대로 순간을 만들어 낼 수는 없지만 순간을 선택할 수는 있고 그런 순간의 선택은 사진에서 매우 중요하다. (107 페이지) 

그림과 사진의 가장 다른 점이라면 바로 "창조하는 것"과 "재창조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의 머릿 속 상상의 세계에서 마음껏 창조할 수 있는 그림과는 달리 사진은 이미 "있는 것"을 재창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예 없는 것, 혹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피사체로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의 세계가 신비롭고 무한한 것은 사진이 결코 "있는 그대로의 것을 그대로 재현"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히려 완벽한 객관성으로 존재 그대로를 전달하려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떻게 사진을 찍던간에 그 찍는 사람의 메시지가 담길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요?

 

순간을 선택하거나 선택하지 않는 것. 그것은 포토그래퍼가 가진 가장 근본적인 권리이자 그의 사진을 결정하는 핵심 포인트일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예술이 그렇듯, 그러한 포토그래퍼의 선택에 규칙을 일방적으로 적용하려는 것은 그 규칙의 고지식함 만큼이나 보수적이고 케케묵은 발상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규칙에 얽매여 창조한 예술은 규칙에 대한 예술이지 열정이나 아름다움, 혹은 인간이 수 세기 동안 예술의 대상으로 정직하게 다뤄온 것들에 대한 예술이 아니다. (55 페이지)

 

파트 1과 파트 2의 이론적 설명을 거쳐 파트 3에서는 두쉬민이 촬영한 스무 장의 사진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며 그 안의 요소들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두쉬민은 선택된 사진과 선택되지 않은 다른 사진들을 서로 비교하면서 각 한 장 한 장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를 짚어봅니다. 사진 속 언어들이 추상적으로 느껴졌다면 그것을 구체화시킬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사진찍기의 규칙과 정형화된 사진의 언어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되는지, 그리고 그것을 접한 우리들이 정말 그 의도대로 느끼고 읽게 되는지를 주의깊게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고요. 

 

다시 강조하지만 좋고 나쁘고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당신의 이미지가 어떻게 읽힐 것인가에 대한 문제인 것이다. (171 페이지)

 

보지 않고 "읽는" 사진. 찍지 않고 "말하는" 사진.

 

분명 사진에 대해 알고 싶고 사진을 배우고 싶어 읽기 시작한 책인데, 읽는 내내 오히려 음악과 접목시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사진이 말하고 싶은 만큼, 음악도 말하고 싶으니까요. 약 200년 전, 어떠한 텍스트로부터도 자유로운 기악음악의 미학을 재조명할 수 있던 것은, 직접적인 언어와 텍스트로 표현하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바로 그 한계에서 더욱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새로운 "언어"를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진도 마찬가지죠. 설명을 듣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 그 자체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비록 그것이 관찰한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오히려 그러한 불특정성이 우리로 하여금 상상할 수 있는 마지막 "예술의 한 켠"을 마련해준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며 다시한번 예술의 "소통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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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일하고도 많이 성취하는 사람의 비밀
로라 스택 지음, 조미라 옮김 / 처음북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나: 이 책은 여보도 꼭 읽어봐야 할 것 같아!

신랑: 응? 무슨 책인데?

나: "적게 일하고도 많이 성취하는 사람의 비밀"이라는 책인데, 정말 좋아.

신랑: 그 비밀이 뭐래?

나: 그걸 말해주면 안되지 ㅎㅎ 직접 읽어보라고요.

신랑: 뭐 그런 내용 아닐까?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나누고, 집중하고, 쓸데없는데 시간 낭비하지 말고, 효율적으로 일하고 등등...

나: ......

 

실제로 이 책을 읽던 도중 나누었던 대화입니다. "시간관리"와 "효율성" 그리고 "능률"에 대한 멘토링은 1997년 시간관리 플래너의 혁신이었던 "프랭클린 플래너"의 등장과 프랭클린 코비사의 공동회장이자 저명한 경영컨설턴트였던 스티븐 코비의 저서들을 통해 이미 그 공급이 수요를 넘어선지 오래인 것 같습니다. 코비의 저서들이 밀리언셀러를 기록하고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올라서면서 사실상 "너도 나도" 시간관리에 대한 일가견을 책으로 내는 것이 유행처럼 되었습니다. 이 분야에 얼마나 많은 책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는지는 오프라인 대형서점의 "자기계발" 섹션만 지나가도 체감할 수 있는데요, 아마도 처세술과 함께 가장 많은 신간을 기록하고 있는 분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많은 책들이 발간되다보니 한가지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그 전에는 효과적인 시간관리 방법에 관심을 가지고 하나둘씩 성심성의껏 시도해보던 사람들이 같은 말을 너무 반복해서 듣다 보니 그저 다 "똑같은" 소리로 치부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즉, 너무나도 많은 자극이 한꺼번에 밀려오다보니 결국은 그 자극에 무감각해지고 만 것인데요, 실제로 자신의 생활 패턴을 효과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마저 진부하고 지루하게 들리다보니 정작 멘토링 서적을 읽기 전보다 더 나태해지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기도 합니다.

자기계발에 관심이 많고 특히 시간관리에 욕심이 많은 저인지라 저 역시 이런 종류의 책들을 참 많이 읽었습니다. 나름대로 매번 다른 책을 접할때마다 최대한 초심(?)을 가지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노력을 했는데요, 때로는 많은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었지만, 때로는 시간낭비였다는 아쉬움과 함께 저 구석에 책을 쌓아두기도 했습니다.

오늘 소개할 "적게 일하고도 많이 성취하는 사람의 비밀"을 펴들면서도 반신반의했습니다. 과연 이 책이 내가 원하는 그것을 내게 줄 수 있을까? 이 책을 덮으면서 나는 무언가 멋지고 획기적인 것을 깨달아 즐거워하고 있을까? 등등. '이제 읽을만큼 읽었지'라는 생각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것은 바로 불가능해보이는 책의 제목 때문이었는데요, 과연 적게 일하고도 많이 성취할 수 있는지, 로라 스택이 전하는 "비밀"을 함께 만나보시죠.

 


일과 사랑, 어느 것도 놓치고 싶지 않는 욕심쟁이 당신을 위해

언젠가서부터 유능한 사람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할 일이 넘치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필요로 하며, 매일 매일이 그야말로 전투같은 워커홀릭과 동의어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왠지 바쁘다고 하면 유능해보이고, 반대로 시간이 많거나 유난히 연락이 잘 되면(?) 빈둥빈둥 할 일 없는 사람처럼 비춰지곤 합니다. 이것은 주변 사람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데, 하루종일 멀티태스킹을 하며 한꺼번에 몇가지 일을 해치워야 하는 자신의 일상이 괴롭고 힘들더라도, 그렇게 살아야지만 유능하고 멋진 (적어도 의미있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막연한 가치관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 심각성이 더 큰데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가장의 가계 부담이 절대적인 사회의 특성상, 한 가정의 가장(보통은 아버지)들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요즘같은 경제불황에서 "만족할만큼" 벌어들이기는 정말 어려운 일인지라 때로는 투잡, 쓰리잡도 불사하며 밤낮으로 일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가장들은 어떤 생각으로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을까요? 대부분의 대답은 "가족들을 위해서"입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서, 가족들의 삶을 위해서 스스로를 혹사하더라도 돈을 벌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열심히 일하는 이유의 장본인인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은 열심히 일하면 일할 수록 줄어만 갑니다. 물질적인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어쩌다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할지라도 이미 너무 힘든 업무와 일상으로 지쳐버린 아버지는 자녀들과 부인에게 즐겁고 유쾌한 파트너가 되기 힘들기 마련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 사회에서 아버지 (혹은 생계를 책임지는 어머니) 의 위치가 그저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해버린 슬픈 현실의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는 있지만 유대관계가 없어 그저 남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죠.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이 더 좋은 삶을 살게 해주고 싶다. 하지만 이는 아이러니하다. 오랫동안 일하면 당신이 열심히 일해서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쓸 수 있는 최고의 것이 바로 시간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쉽게 잊어버린다. (224 페이지)

자신이 왜 일을 하고 있는지, 일이 자신에게 어떤 존재인지 먼저 아는 것이야말로 앞으로 일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가질 것인지에 대한 핵심적 출발이 될 것입니다. 어느 누구도 평생 죽도록 일만 하다가 나이 들어 모든 인간관계로부터 고립된 채로 쓸쓸히 늙어가고 싶어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경쟁 구도의 우리 사회는 우리에게 이러한 데드앤드로 향할 수 밖에 없는 경로를 강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흔히들 '열심히 살다 보니 혼기를 놓쳤다'고 말합니다. 물론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하는 것만이 옳다고 할 수 없지만, 그것이 본인이 원하는 것이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사실 일은 자신의 개인적 삶과 공존해야 하는 것인데 일 따로 연애 따로 가족 따로를 고집하다보니 이런 부작용(?)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요? 아무튼 일과 더불어 행복한 개인적 삶을 꿈꾸고 있다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바로 "적게 일하고 많이 성취하는 것" 입니다!

 

"많이"가 "생산적인" 것이라는 착각부터 버려라

몇년 전 아직까지 아이패드가 일반 사람에게는 비싼 컴퓨터 대용 사치품처럼 느껴졌을 때 한 친구의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아이패드를 지급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대단히 감동받은 저와는 달리 그 친구는 상당히 풀이 죽어 있었는데 그 이유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이젠 정말 퇴근하긴 틀린 것 같아."


그제서야 '아!'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예전에 회사로부터 무상으로 블랙베리 휴대폰을 제공받은 다른 친구가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처음에는 사무실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이동중에 메일을 체크하고 곧장 답장을 보낼 수 있는 것에 감탄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도때도 없이 울려대는 휴대폰과 밤 12시가 넘어서도 잠을 모르는 "긴급 메일" 덕분에 휴대폰 노이로제가 걸릴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정신적인 고통도 대단했지만, 무엇보다 업무 시간과 개인 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업무 시간에조차 집중하기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업무 시간에 중요한 이메일을 받아도 마치 개인 시간에 대충 읽어내려가듯이 넘겨버리게 되는 것이죠.

생산성과 활동을 혼동하지 마라. (...) 목표는 책임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줄여서, 제시간에 퇴근하고 일 외의 삶을 갖는 것이다. (31 페이지)

로라 스택이 지적한 대로 상사는 (혹은 고객은) 내가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일했는지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그들의 관심은 오직 "생산성"입니다. 결국 그 일을 해냈는지, 계약을 따냈는지, 성사시켰는지가 중요하지 그것을 위해서 얼마나 오랜 시간 노력했는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상당히 "비인간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바로 여기에 "적게 일하고도 많이 성취하는 비밀"의 열쇠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업무의 패턴은 너무나도 비효율적인 초점에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기 보다는 그저 "일하고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안주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즉, 매일같이 같은 부분에 걸려 오랜 시간을 허비하더라도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업무가 많다고 불평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해결하는 것은 없지만 그 업무에 매여있는 시간은 많기 때문에 (그리고 사실상 이런 업무가 한꺼번에 여러개씩 산재해있기 때문에) 자신은 너무나도 바쁜 사람이라는 인식만 있을 뿐, 자신의 일하는데 문제가 있고 이것을 최적화해야한다는 욕구가 생기지 않습니다.

저자는 여기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목표는 제시간에 퇴근하고 일 외의 삶을 갖는 것"입니다. 즉, 우리가 앞으로 집중해야 할 것은 "어떻게 하면 제시간에 퇴근할 수 있도록 일하는가"입니다. 그리고 이 새로운 관점은 우리로 하여금 지금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방면으로 업무를 최적화하고자 하는 새로운 욕구(혹은 목표)를 선사합니다.

 

끊임없이, 집요하게 프로세스를 단축하고 향상시키라

일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유형 중 가장 안타깝고 함께 일하기 힘든 타입 중 하나가 바로 "너무 빨리 배우기를 그만두는 유형" 입니다. 보통 4~50대의 연령층인 이 유형의 특징은 "이미 나는 유행을 따라가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고 새로운 것을 습득하기 어려우니 당신이 나에게 맞춰 일하라"는 특이한 마이페이스 논리인데요, 클라우드, 웹하드 등 이제는 상용화된 IT 기술은 물론이고 심할 때는 카카오톡이나 메일, MMS까지도 사용하기를 거부하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입장에서는 적잖이 골머리를 썩을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연령대의 특성상 자신보다 "위"에 있는 경우가 많아 뭐라고 할 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불만을 표출하거나 조언을 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 더욱 당황스럽습니다.

"Never update a running system (잘 돌아가는 시스템이라면 절대 바꾸지 말라)"는 말도 있습니다만, 이들의 경우는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고 버벅거리더라도 바꾸려하지 않습니다. 아니, 시스템이 버벅거리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불편한 것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무뎌졌기 때문에 발전해야겠다는 (혹은 새로운 것을 배워야겠다는) 욕구 역시 생길 수가 없는 것이죠. 로라 스택은 바로 이 점을 꼬집습니다.

결국 당신은 업무흐름 고리를 끊임없이 조이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제대로 작동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실수를 통해 배우고, 부족한 부분이 생기면 메워야 한다. 그리고 적게 일하고도 많이 성취하기 위해 노력해라. (203 페이지)

그렇습니다. "적게 일하고도 많이 성취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프로세스가 필수적입니다. 즉, 실제적으로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지만 그만큼 능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오히려 오래 일하는 것보다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진부할 정도로 당연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사실 이것을 실현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수 많은 외적/내적 방해요소가 곳곳에 산재해있기 때문입니다.

로라 스택은 바로 이 방해요소를 제거하고 스스로의 최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합니다. 이 책에서 그녀는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최상의 컨디션과 업무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자세히 설명합니다. 직장 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인간 관계서부터 서류 정리, 할 일 관리 그리고 스마트한 경쟁 시대에 맞게 컴퓨터와 스마트폰 그리고 태블릿을 사용한 시간관리법을 소개하는데 이 방법들은 이해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도입하기도 어렵지 않아 책을 읽다말고 주변환경을 정돈하고 싶은 것을 몇 번이나 참아야 했답니다. 늘어만가는 서류에 자꾸 마감일과 기한을 놓치고 잊어버려 곤란한 상황에 있다면 그녀의 방법이 든든한 "백"이 되어줄 것입니다.

또한 그녀는 자신이 소개하는 방법에서 멈출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니즈(needs)에 최적화된 새로운 프로세스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라고 말합니다. 최적화된 환경을 더욱 더 최적화시키려는 갈망과 노력이 "적게 일하면서 많이 성취하는" 열쇠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최적화에 힘쓰는 것이 조금이라도 더 일하고 더 실적을 쌓으려는 것이 아니라, 능률은 올리되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위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즉, 더 많이 더 오래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일을 끝내고 일 외의 다른 자신의 삶을 즐기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언제나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의 마음은 참 가볍습니다. 무엇보다도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돼!"라는 강압감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것 같아 기분이 가벼워집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바쁘지 않으면 열심히 살지 않는 것"이라는 착각을 해왔는지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점점 일은 늘어만 가고 그만큼 능률은 떨어져 전반적인 만족감 역시 자존감 그리고 자신감과 함께 바닥을 향해 내려가던 중이었습니다. "현대인은 바쁘고 바뻐야 능력있는 사람이다"라는 삐뚤어진 시대관 때문에 오늘도 수 많은 사람들은 회사업무 외에도 자격증 공부를 하며 필요하지 않은 스펙을 쌓고, 늦은 저녁 귀가해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에게 "미안하다, 피곤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삶의 기준을 바쁜 것에 맞추고 스스로를 혹사시키며 산다면 그 끝은 어디로 갈지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바쁜 것"과 "생산적인 것"은 "열심히 하는 것"과 "잘 하는 것" 만큼이나 큰 차이가 있는 것을 다시금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살기 위해 일하는 것이지 일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듯, 주객이 전도되어버린 많은 현대인의 삶이 이 책을 통하여 유쾌한 반전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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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로 세상을 지배하라
전진국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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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진화하는 현대에서 성공하는 법"이라는 야심찬 제목을 내건 책들은 참 많습니다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거기서 거기인 이야기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행여라도 저자가 납득할만한 세상적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지라도, 100% 똑같은 방법으로 그 책을 읽는 독자 역시 성공할 수 있다고 할 수는 없죠. 결국 우리가 많은 성공한 사람들의 책을 읽으며 깨우치고 배워야 할 것은 마치 "연금술" 같은 마법의 성공 비법이 아니라, 성공하기 위해 노력한 그들의 생활과 마인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많은 사람들이 마법의 주문을 기대하며 책을 펴들었다가 실망하며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 음악 산업에 대해 강의를 준비하면서 참 알다가도 모를 것이 산업이고, 또 사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노라 하는 수 많은 전문가들이 끊임없이 연구하고, 분석하고, 예측한다 하더라도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버리는 것이 대중이고 유행이니까요. 마지막 디테일까지 치밀하게 계획했던 "성공할 수 밖에 없는 프로젝트"가 보기좋게 무너지는가 하면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컨텐츠가 그야말로 "대박"을 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거야 청개구리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라면 연구가 무슨 소용이 있나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문화와 음악 산업이라는 도저히 예측하기 힘든 분야를 정복(?)하라고 외치는 책 한권이 눈길을 끄는데요, 다른건 모두 둘째치고서라도 <1박 2일>, <불후의 명곡>, <개그콘서트>,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등을 연이어 히트시킨 장본인의 저서라는 사실부터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컨텐츠로 세상을 지배하라는 그의 강인하고도 인상적인 한 마디, 대중문화의 핵심을 파헤치는 그의 책을 만나보시죠.

 

 

 

 

아이디어와 기획 그리고 타이밍 

현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빠르게 변하는 이 시대", "자고 일어나면 달라지는 요즘"이라는 관용구는 더이상 낮설지 않은, 오히려 진부한 표현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도대체 이 시대가 "어떻게" 빨리 변하고 있는지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변하고 있는 것은 알겠지만, 어떻게 변하는지 알지 못한다면 그 변화에 대응하기란 어려울 것입니다.

문득 10여년 전의 일이 떠오릅니다. 한참 "웹서버"가 상용화될 때 즈음 애플의 MobileMe(지금 iCloud의 전신) 서비스를 이용하곤 했는데, 그 당시 iDisk는 지금의 클라우드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도 그렇게 빠르지 않았고 아직 서비스에 오류도 많았던지라 사용하기가 꽤 불편했는데요, 그래서 당시 구독하던 IT 매거진에서 21세기의 가장 혁신적인 IT 기술로 Web 2.0과 클라우드 컴퓨팅을 뽑았을 때 참 의아했습니다. 더군다나 10년 뒤에는 거의 모든 회사가 이 클라우드 컴퓨팅을 사용할 것이라고 하니 더욱 더 이해가 가지 않았고요. 그 당시에 아마도 그런 일은 없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10년 정도가 지난 지금, 클라우드 컴퓨팅은 기업 뿐만 아니라 개인도 활발하게 사용하는 기술이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콘텐츠 비즈니스의 전성기를 주도한" 전진국 KBS 편성센터장의 활약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그는 어마어마한 버짓과 기획을 필요로 했던 K팝 수출 프로젝트의 핵심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그의 계획은 한 걸음 한 걸음 진행되어갔고, 결국 놀라운 결과와 성과를 가져왔습니다. 엄청난 일을 이뤄낸 그가 우리에게 하는 말은 명료합니다: 

비즈니스라는 무대가 찬란한 이류는 누구든 각자의 생각을 지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상화되지 않은 생각은 몽상에 불과하다. 아이디어 단계에서 마감되어버린 생각은 가치가 없다. (머릿말 중, 11 페이지)

이 책을 읽다보면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이 듭니다. 그만큼 저자의 글은 긍정적이며 힘이 있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능동적으로 일하고 싶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의 주위에 그 오랜 세월동안 수 많은 인재가 많았던 것은 어쩌면 이 특별한 능력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더군요. 그는 상사 혹은 선배이기 이전에 함께 일하는 다른 이들에게 마치 일하고자 하는 동기와 힘을 부여하는 능력을 가진 것 같았습니다. 무조건 좋은 말만 하지도 않고, 아플만큼이나 날카롭게 지적하곤 하지만 그 가운데서 긍정적 마인드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일을 사랑하는 그의 열정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콘텐츠란 무엇인가

콘텐츠(Contents)라는 개념은 우리에게 더이상 낯선 개념이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콕 꼬집어서 콘텐츠가 무엇인지 설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모호하고 어려운 개념이기 때문에 이 책이 말하고 있는 "콘텐츠"란 과연 무엇인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플랫폼은 '판'에 해당되고, 콘텐츠는 '놀이'에 비유된다. 각자의 판에서 제대로 즐기면서 노는 사람이 바로 콘텐츠 플랫포머이다. (...) 문제는 어떻게 하면 찬을 잘 만들고, 제대로 즐길 수 있느냐는 점이다. 선언은 쉽지만 행동은 어렵다. (25 페이지)

저자의 말처럼 "모 아니면 도"인 콘텐츠 시장에서 콘텐츠가 무엇이고 이것을 어떻게 개발해나가야 할지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저자는 이 과정을 "생각을 지휘하는 다섯 단계"로 구분하여 설명하게 되는데, 각 단계는 짧은 단락으로 다시금 나누어져 생각을 지휘하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생각의 단계를 제시합니다. 

 

관찰 -> 브레인스토밍 -> 프로토타입 -> 정선 -> 실행

 

미국 디자인 전문업체 IDEO의 CEO인 팀 브라운의 아이디어 컨설팅 5단계에서 시작하여 보완되고 발전한 그의 다섯 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경험화 -> 체계화 -> 제작화 -> 편집화 -> 진화화 

 

각 단계로 나뉘어진 챕터에서는 그 단계를 거칠 때 생각할만한 내용과 저자의 가감없는 날카로운 조언이 담겨있어 오랜 시간의 경험으로 다져진 그의 노하우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추천한 수많은 전문가들과 유명인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은 다름 아닌 "누구나 읽어야 하는, 대중문화를 섭렵한 한권의 책"이라는 찬사입니다. 우리나라의 3대 기획사라 불리우는 SM과 YG 그리고 JYP의 대표 프로듀서들이 이 책을 극찬한 것은 그간 대중문화에 대한 연구가 많이 부족한 가운데 분석가 혹은 비평가가 아닌 실무자의 입장에서 논리적으로 관찰하고 연구한 결과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 콘텐츠로 세상을 지배하라 

어마어마한 신도시 붐이 일어난지 몇 년이 흘렀습니다. 약 일년 정도부터 "하우스푸어"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었고, 그간 이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져 이제는 아는 사람 가운데도 하우스푸어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택시장이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의 숨통을 조여오게 된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 중 한 이유에 주목합니다. 바로 "집"이라는 재산이 더이상 재테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얼마 전만 해도 발전 가능성 있는 땅에 집을 사게 되면 두 배, 세 배, 심할 때는 열 배 정도의 수익을 보게 되는 부동산 시장은 그야말로 "잭팟"의 꿈이 실현되는 곳이었습니다. 너나할 것 없이 자신의 집을 마련할 때도 자신에게 필요한 조건을 따지기 보다는 그 집이 얼마만큼의 "가능성"이 있냐를 따지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 리스크도 불사하고 투자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많이 변했고, 전문가들은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 지속적으로 계속될 "불황"이라고 예견합니다. 즉, 예전 상태가 정상이고 요즘에 불황이 닥친 것이 아니라, 거품이 가득했던 부동산 시장이 점차 그 본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그저 몇십 년동안 "안전하고 확실한" 재산으로 여겨졌던 부동산 재테크는 오늘날 정말 많은 사람들의 삶의 문제가 되고 말았습니다.

콘텐츠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확실한 성공이 보장된 (그런 것이 만일 있다면 말입니다) 콘텐츠라고 무조건 따라하고 안일하게 대처했다가는 도태될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다른 사람보다 한 걸음도 아닌 몇 걸음 먼저 앞으로 나아가고 더 멀리 볼 수 있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정글과도 같은 곳이 바로 콘텐츠가 돈이 되는 비즈니스 시장입니다. 

처음에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우리가 이러한 책들을 읽으면서 배울 수 있는 것은 확실히 "어떻게 하면 성공하느냐"가 아닌 듯 합니다. '이 사람이 이렇게 했으니 나도 이렇게 해서 성공해야겠다'는 안일한 발상은, 이미 110년 전 발명된 비행기를 2013년 다시한번 발명하는 것처럼 우스운 일로 귀결될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저자의 생각 패턴과 마인드를 본받을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떠한 마인드를 가지고 자신의 일에 충실했으며, 위기와 시련이 왔을 때에는 어떻게 대처했는지 배우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큰 도움이자, 스스로의 일에서 부딪히는 난관을 극복할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측할 수 없는 것 만큼이나 매력적인 것이 콘텐츠이고, 대중문화인 것 같습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기에 잠시도 방심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용감해지고 무모(?)해져야 하는 역설적인 스킬을 필요로 하는 이 분야에서 "콘텐츠로 세상을 지배하라"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입니다. 비단 콘텐츠 분야를 꿈꾸는 이들 외에도 비즈니스를 배우고 혁신을 지향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그래서 우리 사회가 더욱 더 건전하고 유쾌한 경쟁과 아이디어로 넘쳐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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