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세상을 지배하라
전진국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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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진화하는 현대에서 성공하는 법"이라는 야심찬 제목을 내건 책들은 참 많습니다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거기서 거기인 이야기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행여라도 저자가 납득할만한 세상적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지라도, 100% 똑같은 방법으로 그 책을 읽는 독자 역시 성공할 수 있다고 할 수는 없죠. 결국 우리가 많은 성공한 사람들의 책을 읽으며 깨우치고 배워야 할 것은 마치 "연금술" 같은 마법의 성공 비법이 아니라, 성공하기 위해 노력한 그들의 생활과 마인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많은 사람들이 마법의 주문을 기대하며 책을 펴들었다가 실망하며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 음악 산업에 대해 강의를 준비하면서 참 알다가도 모를 것이 산업이고, 또 사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노라 하는 수 많은 전문가들이 끊임없이 연구하고, 분석하고, 예측한다 하더라도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버리는 것이 대중이고 유행이니까요. 마지막 디테일까지 치밀하게 계획했던 "성공할 수 밖에 없는 프로젝트"가 보기좋게 무너지는가 하면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컨텐츠가 그야말로 "대박"을 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거야 청개구리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라면 연구가 무슨 소용이 있나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문화와 음악 산업이라는 도저히 예측하기 힘든 분야를 정복(?)하라고 외치는 책 한권이 눈길을 끄는데요, 다른건 모두 둘째치고서라도 <1박 2일>, <불후의 명곡>, <개그콘서트>,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등을 연이어 히트시킨 장본인의 저서라는 사실부터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컨텐츠로 세상을 지배하라는 그의 강인하고도 인상적인 한 마디, 대중문화의 핵심을 파헤치는 그의 책을 만나보시죠.

 

 

 

 

아이디어와 기획 그리고 타이밍 

현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빠르게 변하는 이 시대", "자고 일어나면 달라지는 요즘"이라는 관용구는 더이상 낮설지 않은, 오히려 진부한 표현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도대체 이 시대가 "어떻게" 빨리 변하고 있는지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변하고 있는 것은 알겠지만, 어떻게 변하는지 알지 못한다면 그 변화에 대응하기란 어려울 것입니다.

문득 10여년 전의 일이 떠오릅니다. 한참 "웹서버"가 상용화될 때 즈음 애플의 MobileMe(지금 iCloud의 전신) 서비스를 이용하곤 했는데, 그 당시 iDisk는 지금의 클라우드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도 그렇게 빠르지 않았고 아직 서비스에 오류도 많았던지라 사용하기가 꽤 불편했는데요, 그래서 당시 구독하던 IT 매거진에서 21세기의 가장 혁신적인 IT 기술로 Web 2.0과 클라우드 컴퓨팅을 뽑았을 때 참 의아했습니다. 더군다나 10년 뒤에는 거의 모든 회사가 이 클라우드 컴퓨팅을 사용할 것이라고 하니 더욱 더 이해가 가지 않았고요. 그 당시에 아마도 그런 일은 없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10년 정도가 지난 지금, 클라우드 컴퓨팅은 기업 뿐만 아니라 개인도 활발하게 사용하는 기술이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콘텐츠 비즈니스의 전성기를 주도한" 전진국 KBS 편성센터장의 활약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그는 어마어마한 버짓과 기획을 필요로 했던 K팝 수출 프로젝트의 핵심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그의 계획은 한 걸음 한 걸음 진행되어갔고, 결국 놀라운 결과와 성과를 가져왔습니다. 엄청난 일을 이뤄낸 그가 우리에게 하는 말은 명료합니다: 

비즈니스라는 무대가 찬란한 이류는 누구든 각자의 생각을 지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상화되지 않은 생각은 몽상에 불과하다. 아이디어 단계에서 마감되어버린 생각은 가치가 없다. (머릿말 중, 11 페이지)

이 책을 읽다보면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이 듭니다. 그만큼 저자의 글은 긍정적이며 힘이 있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능동적으로 일하고 싶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의 주위에 그 오랜 세월동안 수 많은 인재가 많았던 것은 어쩌면 이 특별한 능력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더군요. 그는 상사 혹은 선배이기 이전에 함께 일하는 다른 이들에게 마치 일하고자 하는 동기와 힘을 부여하는 능력을 가진 것 같았습니다. 무조건 좋은 말만 하지도 않고, 아플만큼이나 날카롭게 지적하곤 하지만 그 가운데서 긍정적 마인드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일을 사랑하는 그의 열정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콘텐츠란 무엇인가

콘텐츠(Contents)라는 개념은 우리에게 더이상 낯선 개념이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콕 꼬집어서 콘텐츠가 무엇인지 설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모호하고 어려운 개념이기 때문에 이 책이 말하고 있는 "콘텐츠"란 과연 무엇인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플랫폼은 '판'에 해당되고, 콘텐츠는 '놀이'에 비유된다. 각자의 판에서 제대로 즐기면서 노는 사람이 바로 콘텐츠 플랫포머이다. (...) 문제는 어떻게 하면 찬을 잘 만들고, 제대로 즐길 수 있느냐는 점이다. 선언은 쉽지만 행동은 어렵다. (25 페이지)

저자의 말처럼 "모 아니면 도"인 콘텐츠 시장에서 콘텐츠가 무엇이고 이것을 어떻게 개발해나가야 할지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저자는 이 과정을 "생각을 지휘하는 다섯 단계"로 구분하여 설명하게 되는데, 각 단계는 짧은 단락으로 다시금 나누어져 생각을 지휘하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생각의 단계를 제시합니다. 

 

관찰 -> 브레인스토밍 -> 프로토타입 -> 정선 -> 실행

 

미국 디자인 전문업체 IDEO의 CEO인 팀 브라운의 아이디어 컨설팅 5단계에서 시작하여 보완되고 발전한 그의 다섯 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경험화 -> 체계화 -> 제작화 -> 편집화 -> 진화화 

 

각 단계로 나뉘어진 챕터에서는 그 단계를 거칠 때 생각할만한 내용과 저자의 가감없는 날카로운 조언이 담겨있어 오랜 시간의 경험으로 다져진 그의 노하우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추천한 수많은 전문가들과 유명인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은 다름 아닌 "누구나 읽어야 하는, 대중문화를 섭렵한 한권의 책"이라는 찬사입니다. 우리나라의 3대 기획사라 불리우는 SM과 YG 그리고 JYP의 대표 프로듀서들이 이 책을 극찬한 것은 그간 대중문화에 대한 연구가 많이 부족한 가운데 분석가 혹은 비평가가 아닌 실무자의 입장에서 논리적으로 관찰하고 연구한 결과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 콘텐츠로 세상을 지배하라 

어마어마한 신도시 붐이 일어난지 몇 년이 흘렀습니다. 약 일년 정도부터 "하우스푸어"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었고, 그간 이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져 이제는 아는 사람 가운데도 하우스푸어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택시장이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의 숨통을 조여오게 된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 중 한 이유에 주목합니다. 바로 "집"이라는 재산이 더이상 재테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얼마 전만 해도 발전 가능성 있는 땅에 집을 사게 되면 두 배, 세 배, 심할 때는 열 배 정도의 수익을 보게 되는 부동산 시장은 그야말로 "잭팟"의 꿈이 실현되는 곳이었습니다. 너나할 것 없이 자신의 집을 마련할 때도 자신에게 필요한 조건을 따지기 보다는 그 집이 얼마만큼의 "가능성"이 있냐를 따지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 리스크도 불사하고 투자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많이 변했고, 전문가들은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 지속적으로 계속될 "불황"이라고 예견합니다. 즉, 예전 상태가 정상이고 요즘에 불황이 닥친 것이 아니라, 거품이 가득했던 부동산 시장이 점차 그 본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그저 몇십 년동안 "안전하고 확실한" 재산으로 여겨졌던 부동산 재테크는 오늘날 정말 많은 사람들의 삶의 문제가 되고 말았습니다.

콘텐츠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확실한 성공이 보장된 (그런 것이 만일 있다면 말입니다) 콘텐츠라고 무조건 따라하고 안일하게 대처했다가는 도태될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다른 사람보다 한 걸음도 아닌 몇 걸음 먼저 앞으로 나아가고 더 멀리 볼 수 있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정글과도 같은 곳이 바로 콘텐츠가 돈이 되는 비즈니스 시장입니다. 

처음에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우리가 이러한 책들을 읽으면서 배울 수 있는 것은 확실히 "어떻게 하면 성공하느냐"가 아닌 듯 합니다. '이 사람이 이렇게 했으니 나도 이렇게 해서 성공해야겠다'는 안일한 발상은, 이미 110년 전 발명된 비행기를 2013년 다시한번 발명하는 것처럼 우스운 일로 귀결될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저자의 생각 패턴과 마인드를 본받을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떠한 마인드를 가지고 자신의 일에 충실했으며, 위기와 시련이 왔을 때에는 어떻게 대처했는지 배우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큰 도움이자, 스스로의 일에서 부딪히는 난관을 극복할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측할 수 없는 것 만큼이나 매력적인 것이 콘텐츠이고, 대중문화인 것 같습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기에 잠시도 방심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용감해지고 무모(?)해져야 하는 역설적인 스킬을 필요로 하는 이 분야에서 "콘텐츠로 세상을 지배하라"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입니다. 비단 콘텐츠 분야를 꿈꾸는 이들 외에도 비즈니스를 배우고 혁신을 지향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그래서 우리 사회가 더욱 더 건전하고 유쾌한 경쟁과 아이디어로 넘쳐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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