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一 部

 


 

 

 


<파라나 강>

 


 第 一 章


<파라나 강과 그 지류들>


 ※ 스페인어로 Río Paraná, 포르투갈어로는 Rio Paraná이며, 남아메리카 브라질 중남부를 흐르는 강.
     브라질 남동쪽 고원에서 시작하여 팜파스를 지나 라플라타 강으로 흘러든다. 길이는 4,880km.

 

 그때, 조금 전에 지나갔던 그 배가, 그때는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된 대안(對岸)의 관목(灌木-떨기나무)이 가득 자란 늪지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그는 그런 것을 보면서 <모레노>의 마음인 <과묵함>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다시 책을 폈을 때, 이야기는 갈등의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의 아내는 그런 생활을 견디지 못했던지 그 집에 임시로 고용되어서 일을 하러 왔던 젊은이와 눈이 맞아서 도망을 가버렸다. 그 남자는 젊었던 데다 잘 생겼고 거기다 말솜씨도 아주 좋았다. 그 때문에 그의 아내는 금방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던 모양이었지만, 하지만 그 후, 그의 아내는 그 남자를 따라갔던 어느 바닷가의 마을에서 행복하지는 못했다. 그곳에서 그 남자는 일거리를 찾지 못했고, 그 때문에 두 사람은 끼니조차 해결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그 남자는 그때부터 동네의 술집을 전전하며 외상으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잔뜩 취한 채로 집으로 들어와서는 그녀에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러자 그녀는 다시 <모레노>의 집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후에 그녀는 다시 <모레노>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것을 본 <모레노>는 자신의 아내가 너무도 반가웠다. 하지만 그동안 마음의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았던 때문으로 그런 감정을 표현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평소에 먹었던 형편없는 식사를 했을 때처럼 식탁에 가만히 앉아서 말없이 두 손으로 턱을 괴고만 있었는데, 그때 그의 아내가 '마테 차'를 들고 와서 다시 그의 앞에 섰다...>


 그러자 그는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버려도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때 남았던 페이지는 100페이지나 되었다. 그래서 또 당연하게 그때까지는 그 <모레노의 마치즈모>도 충분히 발휘되지는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정도의 내용만으로도 그 결말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충 페이지를 빨리 넘기며 내용을 확인했을 때,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흘러가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그 후 <모레노>는 그 남자가 있던 술집으로 찾아갔다. 그리고는 가져 갔던 나이프(knife)를 들이대며 결투를 신청했다. 그러자 그 젊은이는 웃으면서 승낙을 했다. 그는 아마도 자신이 <모레노>보다 훨씬 젊었기 때문에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와서 결투에 임했다. 그런데 그때, 그의 아내가 달려와서 <모레노>에게 매달렸다. 그리고는 울면서 자신의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빌었다. 하지만 두 남자는 결국 승부에 임했고 예상대로 <모레노>는 그 젊은 남자의 칼을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그러자 그의 아내가 울면서 <모레노>의 가슴에 쓰러졌다. 그리고 잠시 후 <모레노>는 그의 아내를 용서하면서 눈을 감았다...]


 그러나 그는 <사아베드라>의 글 쏨씨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의 글에서는 장중(莊重)한 음악이 흐르는 듯한 느낌이 있었고, 거기다 운명(運命)적인 드라마가 펼쳐지는 느낌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또 그는 때때로 그 우울증(憂鬱症)환자에게 이렇게 말을 해주고 싶다는 충동도 느끼고 있었다.

 <보시오, 인생이란 그런 것이 아니요! 인생이란 위엄(威嚴) 같은 것도 필요가 없고, 더욱이 불가피적(不可避的)이란 것들도 하나도 필요가 없는 것이오. 아니, 오히려 인생에는 놀라운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부조리(不條理)란 것이오. 그렇기 때문에 인생에는 희망이 있는 것이며, 그래서 또 어떤 암(癌)에 걸렸다거나, 아니면 보통의 감기에 걸렸다고 하더라도, 계속해서 찾아보면 그것을 고칠 수 있는 방법도 나타나기 마련인 것이 바로 인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오!>

 어쨌든, 그는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뒤적거렸다. 그러자 <모레노>는 그곳에서 서서히 죽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하늘을 찢는 듯한 그의 아내의 비명 속에 마지막 장면이 이렇게 마무리되고 있었다.


 [<모레노>의 완고하게 닫혔던 입가 근육의 느슨함이, 마치 존재(存在)란 거대(巨大)함의 고통 앞에 눈을 감기 전에 자기 아내가 와주었다는 것에 기뻐하는 것 같은 마음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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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第 一 部

 


 

 

 


<파라나 강>

 


 第 一 章


<파라나 강과 그 지류들>


 ※ 스페인어로 Río Paraná, 포르투갈어로는 Rio Paraná이며, 남아메리카 브라질 중남부를 흐르는 강.
     브라질 남동쪽 고원에서 시작하여 팜파스를 지나 라플라타  강으로 흘러든다. 길이는 4,880km.

 

 아무튼, 그날도 그가 벤치에 앉아서 책을 보기 시작하자 그 옆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호기심어린 눈빛을 하며 그를 보고 지나났다. 그는 그런 그들을 보면서 그들이 자신을 외국인(外國人)이라고 생각해서 <저런 외국인들은 저렇게 벤치에 앉아서 책도 보는구나> 하고 생각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것은 또 왜냐하면, 그곳의 남자들은 주로 길모퉁이 같은 곳에 서서 이야기를 한다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고, 창(窓)에서 몸을 내밀어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처럼 그렇게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는 사람을 그곳에서는 단 한명도 찾아볼 수가 없었는데, 그래서 또 비록 그 역시도 그곳에서 태어났고 생활해 나가고는 있었다지만, 그러나 결코 그들과 같이 동화(同化)되지는 않고 있었다고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그 <사아베드라>는 한때 <수도(首都)>에서 비평가들에게도, 일반 독자들에게서도 인기가 아주 높았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후에 서평(書評)을 하던 사람들, 거기다 그에게 악의(惡意)를 가졌던 여자들, 그리고 신문기자들로부터 무시(無視) 당하고 있다고 느꼈을 때, 그는 <수도(首都)>를 떠나서 그곳 <북부(北部)>로 자리를 옮겨왔던 것이다. 그러자 또 그곳은 과거 그의 증조부(曾祖父)가 지사(知士)를 지냈던 곳이었던 때문이었던지 금방 그가 <수도(首都)에서 온 유명한 소설가>란 소문이 퍼지게 되었고, 그러자 또 그는 그곳 사람들로부터 존경까지 받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실제로 그의 작품을 단 한번이라도 읽어봤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는데, 어쨌든 그럼에도 신기하다 싶었을 정도로 그곳에서는 그의 작품들이 마치 정신적(精神的)인 성물(聖物)처럼 되어갔던 것이다.

 ​하지만 <닥터 에드>가 봤을 때, 그리고 또 그때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지 간에, 그의 <신화(神話)세계>는 자신이 어렸을 때 발견했던 특별한 장소라든가 또는 그가 휴일을 보냈다던 아주 먼 남쪽의 <트렐레우(Trelew-아르헨티나 추부트 주에 위치한 도시로 면적 249㎢, 높이는 11m, 인구는 2012년 기준 98,602명. 추부트 강 유역과 접하고, 1886년 영국 웨일스 출신 이주민들에 의해 건설되었다)> 근처 해변의 작은 동네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를 못하고 있었다. 거기에다 또 그는 <모레노> 또는 그런 사람과는 만났던 적도 없었다. 단지 어느 날 밤 <트렐라우>의 어떤 작은 호텔의 바(bar)에서 어떤 남자가 말없이 혼자서 술잔을 기울이면서 깊은 생각에 빠져있던 것을 보고서 <모레노>란 인물을 구상했을 뿐이었다고 했던 것이다.

 그런 이야기는 <사아베드라>가 <수도(首都)>에 있었을 때, 그의 옛날 친구였고 또한 그를 깊이 경멸하고 있었다던 어떤 남자로부터 들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또 그런 증언(證言)으로 다변(多辯)적인 조울병(躁鬱病)의 발작(發作)에 고민하고 있던 그를 파악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고 본다면, 그가 그 <사아베드라>의 과거에 대한 배경을 알게 되었던 것은 어느 정도 유익했던 것이었다고 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는 그런 것들을 토대로 생각했을 때 <사아베드라>의 전(全) 작품에는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어떤 성격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간의 경력(經歷) 같은 것은 조금 변했다고 할 수 있었지만, 그러나 그의 <침울한 침묵(沈默)>만은 결코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또, 그 젊었던 날의 <사아베드라>의 발견에 동행했던 그 친구이자 적(敵)이었던 그 남자는, 그에게 경멸(輕蔑)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소리까지 질렀던 것이다.

 [그러니까, 당신은 그 자(者)를 도대체 어떤 놈이라고 생각하는가? 설마 <마치즈모-남자의 명예>를 가진 웨일즈(Wales) 인(人)이라는 말 따위를 들었던 것은 아니었겠지?! 하기야 그쪽에는 <웨일즈 사람>들이 조금 살고 있기는 하지! 하지만 그 놈이 1주일에 한 번씩 그 촌구석에서 바깥으로 나온 것은 순전히 술을 마시기 위해서일 뿐이었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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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第 一 部

 


 

 

 


<파라나 강>

 


 第 一 章


<파라나 강과 그 지류들>


 ※ 스페인어로 Río Paraná, 포르투갈어로는 Rio Paraná이며, 남아메리카 브라질 중남부를 흐르는 강.
     브라질 남동쪽 고원에서 시작하여 팜파스를 지나 라플라타 강으로 흘러든다. 길이는 4,880km.

 

 잠시 후, 그는 하안(河岸)을 걸어가던 중에 가로등이 켜진 아래 벤치 하나가 있던 것을 발견하고는 그 자리에 몸을 앉혔다. 그리고는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책을 꺼냈다. 그 책은 자신의 환자 중 한사람이었던 <호르헤 홀리오 사아베드라(Jorge Julio Saavedra)>란 사람이 썼던 소설이었다. 그리고 그 <사아베드라(Saavedra)> 역시도 정식(正式) 학위(學位)를 가지고 있었던 <닥터>였고, 그것은 또 그 20년 전에 수도(首都)에서 받았던 명예박사(名譽博士) 학위였다.

 하지만 그는 그 책을 볼 때면 한번에 2,3페이지 이상은 읽지를 않았다. 그리고 그 책에 등장하는 <라틴아메리카(Latin America) 사람들>의 면면(面面)들은, 때론 소박(素朴)하거나 때론 영웅적(英雄的)이었기 때문에, 그에게서는 그것이 대체적으로 실제모델이 아닌, 현실감이 조금 떨어지는 인물들로 생각되었다.

 그리고 또 당시, 그 남()아메리카에서는 <루소(Rousseau, Jean Jacques-1712~1778. 프랑스의 계몽사상가)><샤토브리앙(François-René de Chateaubriand-1768~1848. 프랑스의 소설가, 외교정치가. 낭만주의문학의 선구자)><프로이트(Sigmund Freud-1856~1939.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 철학자, 정신분석학파의 창시자)>보다도 더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쓴 책의 내용을 조금 소개하면 다음과 같았다.

 

  [브라질에는 <뱅자맹 콩스탕(Benjamin Constant-1767~1830. 스위스 로잔 태생의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하여 활동한 수필가 겸 정치가)>의 이름을 딴 마을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그 즈음에 예사롭지 않은 바람이 바다로부터 불어와서 그렇지 않아도 건조했던 대지(大地)를 마구 휩쓸고 가고 있었고, 그래서 또 그때까지도 살아남아 있던 얼마 남지 않았던 식물들조차도 그 바람은 소금기로 말려죽이고 있었다. 모레노(Moreno)는 그런 것을 말없이 지켜보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그때, 그의 아내가 <마테(Mate) ()>를 들고 와서 그에게 내밀었다. 그는 그것을 말없이 받아들었다...]

 

 하지만 앞에서도 이미 소개가 되었지만, 그는 어렸을 때 그의 아버지로부터 선물 받았던 <디킨즈><코넌 도일>의 글들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사아베드라>의 글 같은 것에는 솔직히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또 그는 그런 내키지 않는 일도 의사로서의 의무(義務)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며칠 후에 <사아베드라><호텔 내셔널(Hotel national)>에서 정례(定例)의 식사를 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때 <사아베드라>는 분명히 그 책의 내용에 대해서 자신에게 물어볼 것이라고 생각되었고, 그러면 또 자신은 그에 대해서 무엇인가 자신의 의견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것을 위해서라도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그 책을 읽어 두고 있었다. 하지만 잠시 후, 지겨워졌던지 그는 책 읽는 것을 잠시 중단하고는 <사아베드라>가 써두었던 헌정사(獻呈辭)를 읽어보았는데, 그 내용은 또 다음과 같았다. 

 <이 책을 친애하는 나의 친구이자, 상담(相談)상대인 닥터(Doctor) 에드워드(Edward)에게 보냄이 나의 처녀작(處女作)으로 내가 언제나 정치적(政治的)인 작가(作家)는 아니라는 것을 그가 알아주길 바라며, 그리하여 우리가 서로 친한 친구가 되었다는 것에 대한 보답으로, 이 나의 영감(靈感) 최후의 결과를 보내드리니, 부디 충분히 만끽해주기를 기대함>

 

 그런데 그 <사아베드라>는 사실 <과묵(寡黙)>한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가 자신을 이상화(理想化)했던 것이 바로 그 책의 주인공인 모레노(Moreno)가 아니었을까?>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또 그는 <사아베드라>가 자신의 크리스천 이름 중 하나인 <모레노>를 자신의 책 주인공에게 붙여준 것은 별로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그는 그때까지 자신처럼 벤치 같은 곳에 앉아서 책을 읽는 사람들을 그곳에서 단 한 번도 봤던 적이 없었다그곳의 벤치들에는 항상 부랑자(浮浪者)들이 마치 제 자리인 양 누워 있었다거나, 어떤 때는 물건을 사서 돌아가던 피곤해 보이던 여자들이 앉아서 쉬고 있었다든지, 또는 가끔씩 연인들이 손을 잡고 앉아 있곤 했던 것만 그는 보아 왔던 것이다.

 

 그리고 또 그가 책을 밖으로 들고 나와서 그런 벤치에 앉아서 읽던 버릇은 그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던 습관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또 과거 그의 아버지는 어디를 다녔든 항상 책을 들고 다녔고, 그래서 또 그는 당시 그 고향(故鄕)의 오렌지 향기가 가득했던 대기(大氣) 속에서 <디킨즈>의 전작(全作) <크리스마스캐럴(A Christmas Carol)>을 제외한 전 작품을 독파(讀破)했던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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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나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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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나 강과 그 지류들>


 ※ 스페인어로 Río Paraná, 포르투갈어로는 Rio Paraná이며, 남아메리카 브라질 중남부를 흐르는 강.
     브라질 남동쪽 고원에서 시작하여 팜파스를 지나 라플라타 강으로 흘러든다. 길이는 4,880km.

 

 하지만 그가, 그 국경 근처 강(江)가의 조그만 항구 동네로 가려고 결심했을 때, 그 역시도 그곳이 차후에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단지 막연한 느낌과 함께 <그곳으로 간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또 굳이 그 이유를 대라고 한다면 <자신의 과거로부터 멀어지고 싶다> 또는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 정도로 말을 할 수 있었는데, 그러나 또 어떤 때 그가 알고 있었던 어떤 여자에게는 이렇게 말을 했던 적도 있었다.

 <내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떠나려는 것은, 가능하면 내 어머니로부터 멀어지기 위해서이다...>

 그 이유는 또 그때, 그의 어머니는 젊었을 때의 아름다움은 다 어디에다 두고, 한 명의 평범한 여인으로 그저 늙어가고만 있는 듯 보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또 그럴수록 과거 <에스탄시아>에서 살았던 때를 잊지 못하고도 있었는데, 그것은 또 그때는 자신의 아버지도 함께였고, 남들처럼 평범하고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갔지만, 그러나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그런 모습을 보일 때마다 뭔가 할 수 없는 답답함을 느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런 때마다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래서 어떤 때는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는 충동이 너무도 강렬해져서 가능하면 국경 근처로 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였으며, 그곳에서 밀항이라도 해서 자신의 아버지를 찾으러 가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던 것이다.

 그 때문에 그가 그 강가의 조그만 동네를 그렇게 쉽게 선택했는지도 몰랐지만, 어쨌든 그는 이제 항구를 뒤로 하고 강의 토제(土堤-흙으로 쌓아올린 제방)로 떨어지던 석양을 바라보면서 산책을 이어갔다. 그러자 하늘은 금방 어두워져서 우모(羽毛-깃털) 같았던 연기를 분간할 수도, 대안(對岸)의 토제(土堤) 능선(稜線)을 보는 것도 힘들어져갔다. 그리고 또 그때, 그 동네와 <차코>를 왕복하던 어떤 배의 등불이 아주 도도하게 남쪽으로 흘러가던 강을 거스르면서 마치 빛이 나는 연필로 천천히 파문(波紋)의 사선(斜線)을 그리듯이 하면서 그가 있던 쪽으로 가까이 오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늘에서는 <오리온(Orion)>의 <삼형제별(세 개의 마리아별)>이 정말로 <로사리오(Our Lady of the Rosary-성모마리아)>의 모습처럼 흐릿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십자가(十字架) 같이 생겼던 것은 그것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그것을 보던 그는 문득 알 수 없는 외로움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그곳에서 스페인사람이 아닌 또 다른 대화상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그런 심정을 기탄 없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하지만 그가 알기로 그 동네에서 영국인은 단 두 명밖에 없었다. 그 중의 한 사람은 대학(大學)은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으면서도 자칭(自稱) <늙은 영어선생>이라던 <닥터(doctor) 험프리즈(Humphries)>가 있었고, 그 노인(老人)이 그때 살고 있던 곳은 <호텔 볼리바르(Bolívar)>였다. 그리고 나머지 한사람은 바로 이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인 <명예영사(名譽領事)> <찰리 포트남(Charlie Fortnum)>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몇 개월 전부터 <찰리 포트남>의 부인과 불륜(不倫)을 저지르게 되었던 것으로 해서, 그 이후로부터는 왠지 <찰리>와 함께 하는 시간이 거북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가능하면 <찰리>와 함께 하는 시간을 피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또 물론 가벼운 <죄의식>에 의해서였는지도 몰랐지만, 하지만 그보다 <찰리>가 자신의 부인의 정절(貞節)을 꼭 믿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가 더욱 안타깝게 보여서 그랬던 것이 더 많았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또 그 <찰리>는 그의 부인이 임신 초기였기 때문에, 그래서 신체의 부조(不調)로 인해서 <무슨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기보다는, 그것(임신)이 마치 자신의 대단한 능력에 의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듯이 자랑을 하듯 찬사(讚辭)를 늘어놓는 때가 많았다. 그때마다 <닥터 에드>는 아연해져서는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싶어졌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것이다.

 <영사 님, 그 아이의 아버지가 도대체 누구인지나 알고 그러십니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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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나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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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나 강과 그 지류들>


 ※ 스페인어로 Río Paraná, 포르투갈어로는 Rio Paraná이며, 남아메리카 브라질 중남부를 흐르는 강.
     브라질 남동쪽 고원에서 시작하여 팜파스를 지나 라플라타 강으로 흘러든다. 길이는 4,880km.

 
 

 그리고 또 그가 14세 때에는 그의 아버지가 왜 그 강(江)에 면(面)했던 고도(古都)의 항구(港口)에서 머물게 되었는지에 대한 동기(動機) 같은 것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 후에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Argentina共和國의 首都이자, 聯邦區)>에서 세월을 꽤 보냈던 후에, 이윽고 그 역시도 망명자(亡命者)로 살아가는 것이 그리 단순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또 그 몸서리칠 정도로의 서류(書類)들과, 질릴 정도로의 관청(官廳) 출입(出入) 등에 시달리면서 그런 것을 알아왔던 것이다.

 하지만 지극히 단순(單純)한 <로마(Roma)인>들처럼, 단순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당연하게 그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들이며, 그래서 또 생활 조건이 어느 정도 복잡(複雜) 기괴(奇怪)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오히려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그리고 또 그 <로마인>들은 실제로 <스페인어(語)>가 <로마어(語)>에서 생겨났던 것이라고 믿고 있었을 만큼 정말로 단순(單純)한 인간들이었다.

 그리고 또 그곳에서 <마치즈모(machismo)> 즉 <남자의 기백(氣魄)> 또는 <남자다움> 또는 <남성(男性)스러움>으로 통용(通用)되던 <남자(男子)의 명예(名譽)>는 <스페인어>로 <미덕(美德)>과 동의어(同義語)였다. 그래서 <용기(勇氣)>라든가 <견인불발(堅忍不拔-굳게 참고, 견뎌서,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 같은 말은 실제로는 그런 것과 전혀 관계가 없는 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그의 아버지도 외국인(外國人)으로서 그 <남자의 명예>란 것을 지키기 위해서 당시 날로 증대(增大)되고 있었던 <파라과이> 국경(國境)의 위험(危險)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그곳으로 갈 결심을 했던 것인지도 몰랐는데, 그것은 또 그때, 그 항구(港口)에서 보여주었던 그의 아버지의 모습은 바로 그 <견인불발(堅忍不拔)의 모습> 그대로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그때, 그러니까 그와 그의 어머니가 그의 아버지를 전송하기 위해서 그 항구에 도착했던 것은 그때와 거의 마찬가지로 석양(夕陽)이 내려앉으려고 했을 때였고, 그 후에 두 사람은 시끄러운 남부(南部)의 수도(首都)로 가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그때 <정치적인 데모> 때문에 출발이 몇 시간 지연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곳에는 마치 빵가루를 바른 듯했던 화장(化粧) 회칠(灰漆)의 식민지풍의 집들이 강변의 도로가에 줄지어 서있었고, 연인(戀人)들은 벤치에 앉아서 서로 껴안고 있었다. 그리고 달빛을 받아서 반짝이고 있던 <나부(裸婦)의 상(像)>이라거나, 흔해빠진 <아일랜드인>의 이름을 붙였던 어느 제독(提督)의 흉상(胸像), 그리고 청량음료(淸凉飮料) 판매대 위에나 놓일 법했던 아주 크고 잘 익은 어떤 과일 같이 컸던 외등(外燈) 등, 그때까지 그가 전혀 보지 못했거나 알지 못했던 것들이 마치 <평화의 상징>처럼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후에 그는 그곳의 고층빌딩과, 교통장해와, 패트롤카들과, 구급차들의 사이렌소리와, 말에 올라탄 영웅들의 조상(彫像)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어졌을 때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온 자격(資格) 있는 의사(醫師)라는 이름을 가지고 그 북부(北部)의 작은 마을로 가려고 결심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또 당시, 그 수도(首都)에서의 친구들과 찻집에서 알았던 사람들 그 누구도 그가 왜 그 북부(北部)의 작은 마을로 가려는 지에 대해서 알지를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무턱대고 <그곳은 날씨가 덥다>거나 <습도가 높아서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를 해댔고, 무엇보다 <그런 무료한 곳에서 견뎌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들을 했던 것이다. 물론 <그곳에서는 폭력사건 같은 것도 일어나지 않는 무료한 곳>이란 말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는 미소(微笑)로만 답을 했을 뿐이었는데, 그것은 또 일단 그런 결심을 한 후에는 그들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또 그 미소는 마치 그의 아버지가 희망을 품었을 때 지었던 미소와도 같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또, 그는 자신의 아버지와 헤어진 후, 꽤 긴 시간동안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편지는 단 한통뿐이었다. 그리고 그 봉투에는 <자신과 어머니 두 사람 앞>이라고 되어 있었고, 그래서 그 글자는 <아내와 아들>이라고 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정식적으로 투함(投函)되어서 왔던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아파트의 문 밑 틈으로 누군가 밀어서 넣어져 있었던 것이었고, 그것은 또 그와 그의 어머니가 그곳으로 갔던지 4년째나 되었을 때의 어느 날 저녁, 세 번째로 봤던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발견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또 당시, 그의 어머니는 그런 지나간 영화가 <리바이벌> 되는 것을 놓치는 법이 없었는데, 그것은 또 아마도 그런 옛날 영화나, 거기에 출연하는 옛날의 <스타>들을 보고 있으면, 그 시간만은 내전(內戰)이라거나, 위험(危險) 같은 것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했던 것인지도 몰랐다. 그리고 또 역시, 그 영화에서 주인공이었던 <클라크케이블>과 <비비안 리>도 탄환(彈丸)이 날아다니던 그 전화(戰禍) 속에서 용감하게 빠져나오는 훌륭한 모습들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때, 그 편지의 봉투는 심하게 오염되어 있었고, 겉봉투에는 <직송의뢰(直送依賴)>라는 글자가 함께 쓰여 있었다. 하지만 그 직송(直送)을 했던 사람은 누구인지 알 수 없었으며, 다만 편지를 보냈던 곳이었던 듯 <에스탄시아(estancia-아르헨티나의 온대초원 pampas에 있는 대목장 등, 또는 라틴아메리카나 에스파냐어 권에서의 광대한 목장이나, 농장을 의미함)>라는 고딕체의 글자가 겉봉투에 화려하게 인쇄되어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안의 편지지도 일반편지지가 아닌, 그냥 선이 그어져 있던 공책을 아무렇게나 찢어서 쓴 것이었다. 그리고 또 그 내용은 항구(港口)에서 헤어졌을 때와 같이 온통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그 대충은 또 <사태(事態)는 이제 곧 마무리 될 것이므로,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는 등의 글이 그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쓴 날짜는 쓰여 있지 않았으며, 그래서 또 그 <희망(希望)>이란 것도 그 편지가 그의 집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모두 끝났던 것이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후, 그의 아버지에 대한 소식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고, 그래서 또 그와 그의 어머니는 그의 아버지가 감옥에 갇혔는지, 아니면 어느 자신들이 모르는 곳에서 사망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가 없었는데, 어쨌든 그 편지의 마지막에는 <스페인 식>으로 다음과 같은 글이 쓰여 있었다.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무사히 지내고 있다는 것은, 나에게서 아주 큰 위안(慰安)이다. 사랑하는 남편이자, 아버지인 헨리(Henry)로부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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