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一 章

<파라나 강과 그 지류들>
※ 스페인어로 Río Paraná, 포르투갈어로는 Rio Paraná이며, 남아메리카 브라질 중남부를 흐르는 강. 브라질 남동쪽 고원에서 시작하여 팜파스를 지나 라플라타 강으로 흘러든다. 길이는 4,880km.
잠시 후, 그는 하안(河岸)을 걸어가던 중에 가로등이 켜진 아래 벤치 하나가 있던 것을 발견하고는 그 자리에 몸을 앉혔다. 그리고는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책을 꺼냈다. 그 책은 자신의 환자 중 한사람이었던 <호르헤 홀리오 사아베드라(Jorge Julio Saavedra)>란 사람이 썼던 소설이었다. 그리고 그 <사아베드라(Saavedra)> 역시도 정식(正式) 학위(學位)를 가지고 있었던 <닥터>였고, 그것은 또 그 20년 전에 수도(首都)에서 받았던 명예박사(名譽博士) 학위였다.
하지만 그는 그 책을 볼 때면 한번에 2,3페이지 이상은 읽지를 않았다. 그리고 그 책에 등장하는 <라틴아메리카(Latin America) 사람들>의 면면(面面)들은, 때론 소박(素朴)하거나 때론 영웅적(英雄的)이었기 때문에, 그에게서는 그것이 대체적으로 실제모델이 아닌, 현실감이 조금 떨어지는 인물들로 생각되었다. 그리고 또 당시, 그 남(南)아메리카에서는 <루소(Rousseau, Jean Jacques-1712~1778. 프랑스의 계몽사상가)>와 <샤토브리앙(François-René de Chateaubriand-1768~1848. 프랑스의 소설가, 외교정치가. 낭만주의문학의 선구자)>이 <프로이트(Sigmund Freud-1856~1939.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 철학자, 정신분석학파의 창시자)>보다도 더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쓴 책의 내용을 조금 소개하면 다음과 같았다. [브라질에는 <뱅자맹 콩스탕(Benjamin Constant-1767~1830. 스위스 로잔 태생의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하여 활동한 수필가 겸 정치가)>의 이름을 딴 마을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그 즈음에 예사롭지 않은 바람이 바다로부터 불어와서 그렇지 않아도 건조했던 대지(大地)를 마구 휩쓸고 가고 있었고, 그래서 또 그때까지도 살아남아 있던 얼마 남지 않았던 식물들조차도 그 바람은 소금기로 말려죽이고 있었다. 모레노(Moreno)는 그런 것을 말없이 지켜보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그때, 그의 아내가 <마테(Mate) 차(茶)>를 들고 와서 그에게 내밀었다. 그는 그것을 말없이 받아들었다...] 하지만 앞에서도 이미 소개가 되었지만, 그는 어렸을 때 그의 아버지로부터 선물 받았던 <디킨즈>와 <코넌 도일>의 글들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사아베드라>의 글 같은 것에는 솔직히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또 그는 그런 내키지 않는 일도 의사로서의 의무(義務)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며칠 후에 <사아베드라>와 <호텔 내셔널(Hotel national)>에서 정례(定例)의 식사를 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때 <사아베드라>는 분명히 그 책의 내용에 대해서 자신에게 물어볼 것이라고 생각되었고, 그러면 또 자신은 그에 대해서 무엇인가 자신의 의견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것을 위해서라도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그 책을 읽어 두고 있었다. 하지만 잠시 후, 지겨워졌던지 그는 책 읽는 것을 잠시 중단하고는 <사아베드라>가 써두었던 헌정사(獻呈辭)를 읽어보았는데, 그 내용은 또 다음과 같았다. <이 책을 친애하는 나의 친구이자, 상담(相談)상대인 닥터(Doctor) 에드워드(Edward)에게 보냄. 이 나의 처녀작(處女作)으로 내가 언제나 정치적(政治的)인 작가(作家)는 아니라는 것을 그가 알아주길 바라며, 그리하여 우리가 서로 친한 친구가 되었다는 것에 대한 보답으로, 이 나의 영감(靈感) 최후의 결과를 보내드리니, 부디 충분히 만끽해주기를 기대함> 그런데 그 <사아베드라>는 사실 <과묵(寡黙)>한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가 자신을 이상화(理想化)했던 것이 바로 그 책의 주인공인 모레노(Moreno)가 아니었을까?>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또 그는 그 <사아베드라>가 자신의 크리스천 이름 중 하나인 <모레노>를 자신의 책 주인공에게 붙여준 것은 별로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그는 그때까지 자신처럼 벤치 같은 곳에 앉아서 책을 읽는 사람들을 그곳에서 단 한 번도 봤던 적이 없었다. 그곳의 벤치들에는 항상 부랑자(浮浪者)들이 마치 제 자리인 양 누워 있었다거나, 어떤 때는 물건을 사서 돌아가던 피곤해 보이던 여자들이 앉아서 쉬고 있었다든지, 또는 가끔씩 연인들이 손을 잡고 앉아 있곤 했던 것만 그는 보아 왔던 것이다. 그리고 또 그가 책을 밖으로 들고 나와서 그런 벤치에 앉아서 읽던 버릇은 그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던 습관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또 과거 그의 아버지는 어디를 다녔든 항상 책을 들고 다녔고, 그래서 또 그는 당시 그 고향(故鄕)의 오렌지 향기가 가득했던 대기(大氣) 속에서 <디킨즈>의 전작(全作) 중 <크리스마스캐럴(A Christmas Carol)>을 제외한 전 작품을 독파(讀破)했던 것이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