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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일부 보신 분들도 계실 것으로 생각하는데

어쨌든 이 사이트에서 공개했던 <그가 간 길>이란 소설이

이번에 종이책으로 출판되었음에, 그 사실을 알려드립니다.

그러나 그 책에 대한 광고나 선전은 아니며

혹시라도 이미 보신 분들이 책방 등에서 그것을 보시고

오해를 하실까 해서 전해드리는 것이므로

추후 책방 등에서

그것을 보시는 분이 계시더라도

위의 점을 숙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단, 오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책의 표지는 공개하지 않으며

이 내용은 언제든 내려질 수 있다는 것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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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가(鄭家)가 떠난 밤>


 5.

 

 며칠 전에 나는 회사 일로 그 동네 근처를 지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사건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을 떠났는데, 그것은 또 마침 찾던 집이 구해진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러나 그런 기분으로는 그 동네에서 더 이상 머물 수가 없어 그렇게 서둘러서 떠나기로 결심을 했던 것이다.

 당시, 그 동네 사람들은 <정가(鄭家)의 일>은 다 잊고 있는 듯이 보이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떠날 때는 차에다 짐을 실어주기도 했고, 배웅을 해주면서는 다시 놀러 오라는 말도 잊지 않고 해주었으며, 가서 정리가 되고 또 시간이 나면 자신들을 초대도 해달라면서 잡은 손을 놓아주지 않기도 했던 것으로도 그런 것을 짐작을 해볼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그렇게 쉽게 잊힐 것은 아니었고, 때만 되며 문득 살아나는 무엇처럼 조그만 동네의 한 사건은 두고두고 회자되기 마련이었기에, 그런 이야기를 두고 떠나는 나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던 것이다.

 <내가 그 사건에 끼어있었다>


 <내가 가고 나서도 그들은 나의 이야기를 할 때면 그를 양념처럼 그 이야기에 섞어 넣을 것이다>

 <정가(鄭家)가 그날 밤 그렇게 허겁지겁 달려갔을 그 길을, 나는 이렇게 동네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면서 가고 있다>


 <...>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그 동네가 눈에서 멀어질수록 내가 편안함을 느꼈던 것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어쩌면 저 동네가 그동안 나에게서는 감옥 같은 곳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 정가(鄭家)도 그런 구속감을 견디지 못하고 그렇게 도주를 결심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이 아닌 다음에야 이 세상의 어디든 그런 마음이 생길 것은 뻔했다.
 그러므로 그런 나의 생각은 어쩌면 억지 같은 것이었을지도 몰랐는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새 도로가 생겼다. 공단이 점점 커지면서 그 좁고 낡은 구(舊) 도로로는 더 이상 그 많은 이동 수단들을 다 소화해낼 수가 없었던지 고속도로 같은 넓은 길이 그 길과는 반대 방향으로 생겨났고 그래서 공단에서는 더 이상 그 길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하지만 또 길은 길이어서 꼭 그 길을 고집하는 사람도 더러는 있는 듯했고, 그 길로 가지 않으면 한참을 둘러가야 하는 곳도 있었기 때문에 꼭 필요한 사람들은 그 길을 계속해서 다니고 있었던 모양이었지만, 그러나 나는 새 길이 생긴 이후로는 그 길로 가는 일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동네도 나의 기억에서 점점 옅어져만 갔고, 그 사건이며 그곳에서 살았던 때의 기억들도 잊듯 하면서 살고 있었던 것인데, 그런데 바로 며칠 전에 나는 근 십여 년 만에 다시 그 동네 앞을 지나가게 되었으며, 그 길을 지나고 또 그 동네가 눈에 들어오자 그 기억은 자연스럽게 떠올랐던 것이다.


 그 동네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아무 것도 없는 듯이 보이고 있었다. 그것은 또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마을처럼 일견 평화롭기만 했던 것이 아늑한 느낌마저 주고 있었는데, 그러나 그 동네를 덮으면서 내 눈에 떠오르던 정가(鄭家)의 얼굴을 보게 되자 나는 나도 모르게 급히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 떠올랐던 그에 대한 의문들...

 <정가(鄭家)가 도주했던 밤, 나는 정말로 죽음의 고비를 넘겼던 것일까?>

 <정말로 내 목숨은 그날 밤, 그 정가(鄭家)의 손에 달려있었던 것일까?>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정말로 정가(鄭家)의 본심에서였을까?>


 <...>

 하지만 그것은 이제 영원히 풀 수 없는 숙제 같은 것으로 나에게 남겨지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라도 그 정가(鄭家)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나는 그에게 꼭 물어보고 싶어졌다.


 <정(鄭) 형! 그날 밤 정말로 나를 죽일 작정으로 찾아왔던 거요?!>

 하고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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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가(鄭家)가 떠난 밤>


  4.

 

  아무튼, 나는 그가 다녀간 후부터는 제법 긴장을 했던 때문인지, 이런저런 생각에 자리에 누워서도 몸만 뒤척이고 있었다. 그것은 또 다른 경험으로, 일련의 일들은 어쩌면 그렇게 이어지지 않고 반대의 상황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것인지, 그가 찾아오기 전의 그런 몽롱했던 상태와는 달리 이번에는 긴장이 되어서 안절부절못하는 상태로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던 것이다.


 <
왜 그가 그런 모습으로 나를 찾아왔던 것일까?>
 <왜 그는 칼을 지닌 채로 나에게로 왔던 것일까?>
 <밤늦게 돈이 그렇게 급하게 필요했던 이유는?!...>


 나의 의문은 그렇게 밤이 깊도록 이어졌지만, 그러나 내가 그 정황만으로 밝힐 수 있다거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어쩌면, 나는 그토록 그란 존재를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
 <나는 여태 그의 껍데기만 보고 왔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것이 정확한 결론이라 여겨지는데, 어쨌든 나는 그런 저런 생각에 그날 밤을 거의 새우다시피 하고는 아침을 맞았다. 그리고 그날 저녁, 회사에서 돌아 와보니 동네 청년 둘이 가게 앞 평상에 모여서 술을 마시고 있다가 내가 나타나자 급히 자리를 청했다. 그리고는

 "김 형! 그 소식 들었소?"

 하고 급히 물었다.

 "네? 무슨 소식이요? 난 못 들었는데?"

 그러자 나는 그 동네의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었던 박(朴) 씨의 말에 이렇게 대답을 하고는 건네주던 막걸리를 들이켰다. 그러자 또 박 씨가 이렇게 말을 했다.

 "아, 그 정(鄭) 씨 말이요! 그 사람이 어제 밤, 야반도주를 했다는군요?"
 "예?! 그게 정말입니까?!"

 "예... 그리고 정말 사람 속은 알 수가 없다니까? 그 사람 우리한테 진 빚도 있고, 가게에도 외상값이 그렇게 많았다는데. 그리고 또 솔직히 우리가 그 사람에게 얼마나 잘 해줬소? 그런데 그렇게 도망을 치다니! 그리고 그 마누라도 마찬가지요! 우리 집사람이 얼마나 잘해줬는데! 그리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디 잠시 나간다고 하면서 여자가 먼저 집을 나갔다고 하고, 나중에 그 정(鄭) 씨가 짐을 챙겨나가서는 어디서 합쳐서 도망을 간 모양인데, 어려운 일이 있으면 우리한테 이야기라도 했어야지 그런 법이 어딨냐고 안 그래?"

 그러자 또 옆에 앉았던 이(李) 씨가 다소 흥분한 듯 이렇게 말을 하고는 술을 들이키는 것을 보면서 나는 그때서야 그 사건의 전말을 조금씩 알아갈 수가 있었고, 정가(鄭家)가 왜 그렇게 전날 밤 그런 모습으로 나를 찾아왔던 것인가에 대해서도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모두들 겉으로는 그를 외면하는 듯 했으면서도, 그러나 속으로는 어떤 식으로든 자신들의 모습을 닮아주길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고 있었는데, 그리고 또 그의 '박쥐사냥' 때의 유유했던 모습과는 달리 많지도 않았을 짐보따리를 지고서 그 길고도 길었을 동구 길을 누구에게라도 들킬까 두려워하며 그 어두운 밤길을 달려갔을 그를 생각하니 나는 가슴이 아려서 도저히 술잔을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네,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런데 어째, 김 형은 그 사람이 그런 짓을 할 거란 걸 전혀 눈치 못 챘소? 두 사람이 제법 가깝게 지내는 것 같던데?"
 "네? 무슨 말씀입니까? 그럼 제가 두 분과는 가깝게 지내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다른 분들과는?!"
 "아니,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혹시라도 그 사람이 김 형에게는 무슨 귀띔이라도 했던가 해서."

 박(朴) 씨는 혹시라도 자신이 말을 잘못해서 나의 심기라도 건드릴까 싶었던지 금방 변명 같은 말로 이야기를 얼버무렸다.

 그러나 나는 그의 말에서 뼈 같은 것을 느꼈다. 그러니까 어차피 정가(鄭家)나 나나 그 동네에선 뜨내기거나 타인들일 뿐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그것은, 그와 마찬가지로 나도 언제 그런 일을 저지르고 떠날지도 모른다는 것으로 그들에게는 이해되고 있었다고 해석해도 좋을 것이었고, 그것으로 또 그들은 나에게 주의를 주는 것으로 나에게는 받아들여지고 있었던 것이다.

 <조만간!...>

 하는 생각이 나의 머릿속을 빠르게 가로질러 갔던 것도 바로 그때였다.
 하지만 그것은 나중의 이야기였다.
 아직 정가(鄭家)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
아무리, 그런 사람이 어딨어?!"
 "아, 어르신 나오십니까?"

 박(朴) 씨가, 그 정가(鄭家)가 살던 집의 주인이자, 그 동네의 어른들 중 한명이었던 김(金) 영감이 나타나자, 대번에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이렇게 인사를 했다. 그러자 김 영감이 또 이렇게 말을 했다.

 "음, 그래. 그리고 내 오다 들었는데, 자네도 잘 모른단 말이지?"
 "네, 저도 지금 듣는 이야기라..."
 "나쁜 놈!..."

 김 영감도 그 동안 말은 없었어도 내가 그와 가깝게 지내고 있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었던지, 나에게 그렇게 말을 해놓고는 이를 갈듯이 나를 노려보는 채로 그 정가(鄭家)의 욕을 했다.

 "아마, 어르신 댁에 밀린 방세도 제법 되죠?"

 그러자 또 그때, 이(李) 씨가 인사가 늦어서 이제야 아는 척을 한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며 이렇게 말을 하자, 김 영감은 대답대신 그를 흘낏 쳐다보고는

 "꿍..."

 하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떠난 후였다. 그리고 이제 와서 누구에게 하소연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일 뿐이었다. 그리고 또, 그래서였던지 김 영감도 가지도 앉지도 못한 채 그렇게 서서는 우리를 한 번씩 둘러보고 있었을 뿐이었던 것이다.

 "아이고, 어르신 나오셨어요?"

 그리고 또 그때, 가게 주인이 김 영감의 소리를 들었는지 급히 밖으로 나오면서 이렇게 인사를 했다.

 "음... 그래, 자네에게도 외상값이 제법 있었다지?"
 "네, 제법 되죠. 하지만 그깟 것은 잃어버린 셈 치면 되지만, 그 인간이 불쌍해서..."
 "뭐? 불쌍하긴 뭐가 불쌍해! 어디 다른 곳에 가서 또 못된 짓이나 저지르고 다니겠지. 그러니 당하는 사람만 불쌍하지!"
 "아, 그야 그렇지만..."

 김 영감은 한 소리 지르고 나니 속이라도 좀 풀렸다는 듯, 줄 끊어져 날아가는 연(鳶)을 아쉽게 바라보듯 깜깜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서있었다. 그러자 또 가게주인이 이렇게 말을 했다.

 "하여튼, 사람 속은 알 수 없는 거라니까? 하지만 영감님은 그 사람 덕분에 박쥐는 실컷 자셨잖아요? 저는 그것 구경밖에는 못했는데!"
 "뭐, 박쥐? 아니, 근데 이 사람이?..."

 김
 영감은 가게주인이 박쥐라는 소리를 내자 발끈 화부터 냈다.

 "아뇨, 전 그저..."
 "아, 그럼 그 박쥐를 영감님 드리려고 그 사람이 그렇게 열심히 잡았던 거로군요?!"

 그러자 또 그때, 눈치도 없이 박(朴) 씨가 이렇게 말을 하면서 끼어들었다. 그리고 또, 우리는 그때서야 그 박쥐의 행방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그래서 또 아마도 그 정가(鄭家)는 밀린 방세를 어쩔 수가 없어서 그것이라도 잡아서 김 영감에게 갖다 바치는 것으로 환심을 사고는 그렇게 근근이 살고 있었던 것으로 나에게는 이해가 되었던 것이다.

 "흠, 그런 소리하지 말아! 그리고 그 몇 마리 되지도 않는 박쥐, 광에 그대로 있으니 먹고 싶으면 자네들 가져가서 먹어라구!"

 김 영감은 갑자기 속을 보인 것 같았던지 이렇게 뱉듯이 말을 하곤 어둠 속으로 총총하게 사라져갔다.

 "영감님께서 눈이 좀 좋지 못하신가 보죠?"
 "응, 글쎄! 어디서 듣고 오셨는지 갑자기 침침하다시면서 그 사람에게 그것을 부탁했던 모양이야! 그래 놓고는 저렇게..."
 "네, 하지만 노안이실 텐데?"
 "모르지 뭔지! 아무튼 천천히 들 들어, 난 들어갈 테니까!"

 가게주인은 김 영감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자, 내가 한 말에 그렇게 답을 하곤 가게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리고 우리들의 술자리도 그때부터는 썰렁하게 변해갔는데, 그러나 그것은 비단 그 정가(鄭家)의 일 때문만은 아닌 듯도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은 그것이었고, 나는 그런 중에도 다른 생각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 모든 것을 종합해봤을 때, 그것은 정말로 아무 것도 아닌, 한 몽상가의 또는 불성실자의 그리고 또 어쩌면 한 사기꾼의 마지막 카드 즉, 도주 극에 불과했던 것일 뿐이었고, 사람 사는 곳이라면 으레 있을만한 그런 이야기에 불과했던 것이라고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나에게서는 그 일이 그렇게 크게 와 닿지는 않아서 그랬기도 했지만, 그러나 그보다는 나의 입장이, 그리고 비록 그 자리에서 말을 내놓을 수는 없는 것이었지만, 어쨌든 그들과는 달라있었던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그날 밤 그가 나를 찾아왔던 것은 어쩌면 그가 나를 그만큼 믿었던 때문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또 달리 생각해보면 그는 그 동네에서는 어디 마땅하게 찾아갈 곳이 없었기 때문에, 그래서 또 제일로 만만했을 나를 택해서 그렇게 왔다고 볼 수도 있었고, 그것은 또 자신의 그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에 안성맞춤이었던 것이 나였기 때문에 그랬다는 이야기도 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칼은!...>

 하지만 지금까지도 내가 그를 느끼기에 그는 그 정도의 인물은 아니었다. 그래서

 <어쩌면 우발적인 또는 홧김에 어쩐다고, 술을 마신 김에 궁지에 몰린 기분을 그렇게 풀어보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는 것이지만, 그러나 그것은 이제 영원한 의문이 되고 말았고, 그것으로 나는 평생 그 의문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처지가 되었던 것이다.

 <그날 밤, 정가(鄭家)는 정말로 나를 죽일 목적으로 그렇게 찾아왔던 것일까?>

 <그래서 내가 돈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리고 또 내가 그것을 빌려줄 수 없다고 했다면, 그는 정말로 나에게 칼을 들이댔을 것인가?!------------->

 나는 그날, 그들과 어울려서 술을 제법 마셨는데도 그날 밤도 좀처럼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리고 또, 가져간 녹음기라도 팔아서 차비라도 할 수 있으면 하고 생각도 했지만, 그러나 개운치 않은 뒷맛은 여전했고, 금방이라도 그가 다시 문을 열고 들어설 것만 같아서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던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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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가(鄭家)가 떠난 밤>


 3.

 사실, 내가 그 동네에서 살았던 것은 약 석 달 간의 짧은 기간이었다. 하지만 동네가 워낙 작아 그처럼 오가며 만난 사람들과 쉽게 친해질 수가 있었고, 그러자 또 나중에는 퇴근 후에 그들과 막걸리라도 한잔 씩 나누는 사이까지 발전해갔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세 번째 쯤의 술자리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그때 그는 첫눈에 나를 알아보고는 "아, 안면이 있군요?"하며 먼저 인사를 했고, 그러자 또 나도 엉겁결에 "아, 네, 그때 그 박쥐?"하며 대답을 했던 것이 우리가 나눈 첫 인사의 전부였다고 할 수 있었지만, 그러자 또 옆에 앉았던 동네 청년들이 "이 사람 또 박쥐를 잡았군, 그래!"하는 것으로 그날의 첫 상견례는 치러진 셈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되었고, 그리고는 그 길로 남자들이 으레 하듯 술자리에서 쉽게 친해져서는, 제법 가까운 사이까지 가게 되어갔다는 것이 그와 다시 만나게 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또 그로부터 얼마 후에 그가 나를 자기 집에 초대하는 일이 있었다. 그의 말로는 저녁이라도 한 끼 같이 하자는 것이었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나는 그 초대에 흔쾌히 응했고, 그렇게 해서 그의 부인과도 인사를 하게 되어 그 후로는 수시로 서로 간에 왕래가 잦게 되었던 것이다.

 "김 형도 잘 아시겠지만, 사실 객지 생활이란 게 그렇게 녹녹한 게 아니에요. 왜, 고향 떠나면 고생이란 말도 있질 않습니까? 그리고 저도 할 수 없이 여기까지 흘러 들어온 것이지만, 그리고 언젠가는 벗어나야 할 텐데, 하고 생각은 하지만, 그런데 그것이 잘 안돼요. 아마도 이젠 이곳이 정이 들었나 봅니다..."

 "아무튼 김 형! 이렇게 알게 된 것도 인연인데, 앞으로 우리 서로 친하게 지내봅시다!"

 그러나 그는 박쥐에 대한 나의 물음에는 입을 닫았다. 무언가 말 못할 사정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그의 통달한 듯했던 <박쥐사냥법 강의>와는 달리 유독 그 부분에서 만큼은 함구했고, 나는 또 본인이 이야기 내기를 꺼려하는 것을 더 이상 물어볼 수가 없어 그 후로도 그것에 대한 이야기는 삼갔던 것인데, 아무튼 그 후로는 별 허물없이 서로 간에 접촉하는 일이 잦아갔던 것이다. 그리고 또 어떤 때는 그가 우연을 가장해서 스스로 찾아오는 것으로 그 만남이 이루어지기도 했고, 청하지도 않은 술자리에 끼어들 때는 나를 핑계로 슬그머니 참석을 해서는 동네 청년들과 어울리기도 하는 것으로 나와의 만남은 지속되어갔던 것이다.

 하지만 뒤에 안 것으로, 그는 그 동네 사람들에게서 좋은 평은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그가 나타나면 마지못해 서로 인사나 나누는 정도였고, 특히 술자리에 나타났을 때는 무언가 모두들 말은 하지는 않았지만, 그러나 그를 조금 꺼려하는 듯한 눈치를 읽을 수가 있었으며, 그가 또 당시 실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려운 상태라 그랬는지 동네에 달랑 두 개 뿐이었던 가게에다 외상값도 채울 만큼 채워놓고 있어서, 한 가게의 주인은 그를 보던 눈빛이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도 그런 것을 알 수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봤을 때도, 그는 그런 자리에 억지로라도 참석치 않으면 달리 어디 가서 술도 한잔 제대로 얻어먹을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에, 그래서 내심 그런 그가 이해되기도 했던 것인데, 그래서 또 언젠가는 그런 그가 측은해 보여서 내가 대신 외상값을 갚아주기도 했고, 돈도 못 받을 줄 알면서도 일부러 꿔주기도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도 몇 번에 그칠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또 그렇게 하다 보니 오히려 나의 호주머니 사정이 빠듯해져서 <우선 나부터 살고 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되었던 때문이었다. 그랬더니 그는 곧 원래대로 돌아간 듯 보였고, 다시 곤궁해져서는 부부 싸움을 하는 일도 잦아지는 듯 보여, 옆에서 지켜보던 나로 하여금 우울함을 느끼게 했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하지만 또 그럴 때면 으레 나의 거처로 찾아와서 "김 형, 오늘 술 한 잔 사 주세요!"하던 그였기에, 나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다른, 동네 사람들의 눈에는 그런 그가 그렇게 곱게 만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는 것으로 나에게는 여겨지고 있었다는 것 등이, 그 이유 같은 것이라고 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김 형, 왜 만날 그를 도와줘요?"

 그리고 어느 날, 동네 청년 한 명이 나에게 이렇게 물었던 적이 있었다.

 "예? 내가 도와준 게 뭐가 있다고!"
 "뭐, 내가 보니 술이며 돈이며 그가 요구하는 대로 다 해주는 것 같던데. 그리고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자꾸 그러면 오히려 그 사람 버릇만 나빠져요. 아무리 지금 세상에 자신이 노력을 해서 먹고살아야지, 매일 빈둥거리며 놀면서 박쥐나 개구리 같은 것이나 잡고, 산에 가서 이상한 나무 같은 것이나 베어서 오고, 그게 어디 젊은 사람이 할 짓이요? 어린아이도 아니고 말이지!"

 그러자 또 다른 청년이 이렇게 거들었다.

 "아, 그 개구리. 그 정말 맛있던데? 한번은 그 사람이 개구리를 잡아와서 나하고 같이 먹자고 하잖아? 그래서 같이 구워 먹었는데,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더라고? 그런데, 그러더니 그 사람 나보고 슬쩍 하는 말이, 술은 날더러 사라고 하는 거야, 하하하... 내참 기가 막혀서!"
 "뭐? 그걸 같이 먹었다고? 이런 등신!"

 그러자 또 다른 청년이 이렇게 말을 했다.

 "그런데 그 박쥐는 잡아서 어떻게 한 거지? 자기가 먹는 것은 아닌 것 같던데?"
 "모르지, 어디 내다 파는 건지도!"

 아무튼, 그들의 그에 대한 비난은 이 정도에 그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작은 마을에서 그 정도의 말이라면 이미 그 사람은 제외되어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어서 나는 그에게 더욱 동정이 갔던 것인데, 그러나 
그런 그에게도 동네 청년들이 일방적으로 무시할 수 만은 없었던 장점 같은 것도 있는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또 도시(都是) 내가 들었을 때는 사기성이 농후한 발언들로 밖에는 들리지기 않아 듣고 앉았던 자리가 민망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는 그런 것들을 어디에서 다 듣고 왔던지, 술자리에서 곧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라거나 정치 이야기 또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상한 이야기, 그것도 아니면 앞으로는 어떤 세상이 올 것이라는 것 등의 사이비 적인 종교 관에 가까운 말까지 거침없이 해댔고, 또 마치 자신이 그런 것들을 다 이룰 것인 양 큰소리를 치곤 했던 것이 그런 것이었다고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더욱 이상했던 것은, 그런 그의 이야기를 못 미더워 하는 것 같았으면서도 그 사람들에게는 먹혀 들어갔던지, 그 이야기들을 그들은 끝까지 듣고 있었더라는 것이, 그리고 또 내심 그것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더라는 것 등이 그런 것을 유추해볼 수 있는 이유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들에게서 물에 뜬 기름과도 같은 존재로, 그러나 영원히 그 물과 합쳐지지는 못하지만, 그러나 또 그 물과 공생하는 관계로 그 동네에 남겨져 있었고, 아마도 그래서 그는 청하지도 않은 술자리에도 당연하다는 듯이 나타나서는 그들과 함께 어울릴 수가 있었던 것으로 나에게는 보여졌던 것이다.

 아무튼, 그는 그런 묘한 구석이 있었던 사람이었던 것 만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의 사는 형편은 그의 그 장대하고 거창했던 예견이나 비전(vision) 혹은 논리와 자꾸 멀어지고 있었고, 그것이 또 그를 어쭙잖은 몽상가로 그 동네에 남겨지게 하는 이유 같은 것으로 내 눈에는 보이고 있었는데...

 "김 형! 내가 지금 계획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렇지만 아직 계획 단계라 지금 당장 밝힐 수는 없고, 아무튼 조만 간에 어떤 일을 하나 하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일만 잘되면 내 김 형을 섭섭하게 대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니 그때까지만 좀 기다려 주세요!"

 그리고 또 언제가 그가 이런 말을 했을 때 나는 금방이라도 그가 무슨 일을 터뜨릴 것만 같아 기대가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에야 생각하기로 <그것도 사기였을 뿐이었던가?>하고 생각은 하지만, 어쨌든 그에게는 그런 사람을 사로잡는 무슨 힘 같은 것이 있는 듯 했고, 그래서 또 당시의 우리들은 모두 그의 그런 매력에 넘어가고 말아, 나뿐 만이 아니라, 그리고 나는 솔직히 순수한 심정으로 그를 도왔다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동네의 다른 청년들도 다 나 같은 심정이 되었던지 그의 그런 말을 믿고 그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주곤하며 지냈던 것 만은 부인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그래서 아마도 그들의 분노가 더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그가 그날 밤, 그런 모습으로 나를 찾아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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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가(鄭家)가 떠난 밤>


 2.

 
 사실, 정가(鄭家)가 그 녹음기에 대해서 말을 냈던 것은 그날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날의 말과 같이 그 전에도 가끔씩 <영어 회화를 좀 해야겠는데 워낙 오래돼서 잘 안 돼요>라는 말을 했었고, 그래서 또 나는 그날도 그 때문인가 해서 그렇게 그것을 선뜻 내 주었던 것이었지만, 하지만 세상의 모든 것에는 그 시간까지도 주인이 따로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 녹음기의 주인도 내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원래, 그 녹음기는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를 했던
 <진(陳)>이라는 경리의 것이었다. 그녀는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라디오를 몹시 탐내했는데, 그것은 또 그 라디오가 당시로서는 구하기 아주 힘들었던 외제여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리고 또 그것은 외국에 나갔던 형이 돌아오면서 나에게 선물했던 것이었지만, 아무튼 당시 아직 처녀였던 그녀는 객지라고 할 수 있었던 그곳까지 들어와서 나처럼 혼자서 자취를 하고 있던 중이었고, 평소 사색을 즐기는 편이었던지 <일요일 같은 날은 혼자 조용히 앉아서 책을 보며 라디오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라는 말을 하는 것으로 나에게 그런 뜻을 은연중에 비치곤 했던 것이다.

 그런데 또 그랬던 것이 어느 날 회사를 찾아왔던 외판원에게서 내가 당시 잘나간다는 어느 강사의 영어회화테이프를 사게 되고, 그래서 또 당장에 녹음기가 필요하게 되자 그녀는 마치 그때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그것을 바꾸자는 의견을 물어왔던 것으로 그 주인이 바뀌게 되었다는 것이 내가 그 녹음기를 소유하게 되었던 연유라고 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의 주인은 나도 아니었던 모양이었고, 그리고 또 그 상황으로 보아서 그 정가(鄭家)의 소유도 아닌, 어쩌면 지금쯤은 쓰레기더미 속이나 중고품가게에서 먼지를 덮어쓴 채 자리만 지키고 있는 신세가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어쨌든 그것은 그날 그렇게 해서 정가(鄭家)의 손에까지 넘어가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이야기가 이쯤 되니 그 문제의 <정가(鄭家)>에 대한 소개 같은 것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래서 또 그에 대한 이야기도 잠시 언급하고 넘어가면, 그러니까 내가 그를 알게 된 것은 그 동네로 이사를 가고 나서였다. 당시, 새로 취직했던 회사가 살던 곳과 거리가 너무 멀어 그 근처로 거처를 옮겨야 했던 나는, 그래서 급히 방을 구해야만 했고, 하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서 수소문하던 중에 그 동네에 살고 있던 사람으로부터 임시로 거처할 그곳을 소개받아서 그 동네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때, 정가(鄭家)는 이미 그 동네에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그도 나와 비슷하게 회사 근처에 방을 구하기 위해서 그 동네로 들어왔던 것이라고 했고, 아이도 없이 마누라와 둘이서 내가 거처하던 집 몇 집 건너편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왕래도 잦게 되었는데, 그러나 그와의 첫 대면은 극히 우연었고, 그것은 또 내가 그곳으로 이사를 간 지 며칠 지나지 않았던 어느 날 퇴근 길에서였다.

 그날 나는 저녁 어스름에 집이란 곳을 찾아 귀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동네 입구에서 어떤 남자 한 명이 무엇엔 가에 열중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그래서 잠시 지켜본 결과, 그는 하늘을 쳐다보면서 꼼짝도 않는가 했더니, 다시 허리를 굽혀서 그가 가져온 듯했던 라면 박스 같은 것을 집어 들었고, 그리고는 또 다시 한참을 그렇게 무언가를 응시하다가 갑자기 그 박스를 하늘 높이 던져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그렇게 하기를 여러 번, 나는 제법 긴 마을 입구 길을 걸어가면서 그의 그런 모습을 다 지켜보고 있었지만, 그러나 그는 내가 다가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도 없는 듯이 보였고, 그래서 또 그런 짓은 내가 그를 스칠 때까지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이란 궁금증을 가진 동물이다. 그리고 나도 그것에서 예외는 아니어서, 하지만 또 평소에는 무엇에건 무관심한 채로 살아가려고 애쓰고는 있었지만, 그러나 그런 짓은 난생 처음 보는 것이었고, 그래서 또 <이것 만큼은 도저히 피해갈 수 없다>고 하는 무슨 관문(關門)처럼 여겨져서, 그에 참지 못한 나는 결국 걸음을 멈추고는 그에게 말을 걸고 말았던 것이 그 만남의 시작이었다 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죄송하지만, 지금 무얼 하고 계시는 겁니까?"

 그때 시간은 겨우 일곱 시를 넘겼을 뿐이었지만, 그러나 입하(立夏) 근처라 곁에 있는 사물도 잘 분간이 되지 않았을 만큼 주위는 많이 어두워져 있었다. 그리고 또 어쩌면 그 동네 같이 산이 뒤를 막고 있는 곳에서는 밤이 더욱 빨리 오는 것인지 제법 온기 있는 바람이 거슬리지 않았는데도 길조차 조심해서 걸어야 했을 만큼 주위는 많이 어두워져 있었던 것이다.

 "아! 네..."

 하지만 그는 무엇에 열중한 후라, 또는 어두워서 내가 잘 보이지 않는지, 아니면 처음 보는 사람이라 그랬던지, 순간적으로 미간을 모아서 나를 한번 힐끗 쳐다보곤 허리를 숙여서 다시 박스를 주워들었다. 그러자 나는 그의 다음 행동이 더욱 궁금해졌다. 그래서 가던 길을 멈추고 아예 그와 함께 하늘을 보고 서있게 되었는데, 하지만 도무지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던 것이다.

 "박쥐 잡아요!"
 "네? 박!..."
 "네, 박쥐요!"
 "아!..."

 그러고 보니 높지 않은 하늘에서 무엇인가 검은 것들이 팔랑이듯 춤을 추고 있는 듯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여전히 박쥐인지 뭔지는 알 수가 없었으며, 그것이 또 설사 그것이라 하더라도 그가 왜 그것을 잡으려 하는지 더욱 의문만 생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멍청하게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었는데 그러자 그가 또 이렇게 말을 했다.

 "저 게요, 눈 안 좋은데 그렇게 좋대요!"
 "네, 그렇군요. 근데, 그렇게 해서 박쥐가 잡힙니까?"
 "박쥐란 놈이 초음파를 쏘아서 먹이를 잡는다는 것은 아시죠?!"
 "아, 예! 말은 들어봤습니다만!"
 "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저보다 더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아, 아닙니다! 저도 그 정도로만 알고 있을 뿐, 박쥐란 것에 관심이 없어놔서."
 "네, 그렇습니까? 아무튼 저 박쥐란 놈이 그렇게 해서 먹이를 잡아먹는데, 하지만 모든 것엔 다 맹점이 있기 마련이죠. 물론 그것은 사람도 마찬가지겠습니다만, 어쨌든 사람이 그것을 이용해서 오히려 자신을 잡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 아마도 박쥐도 놀래 자빠질 겁니다. 그런 면에서 박쥐보단 인간이 좀 더 낫다고나 할까요?"
 "네... 그런데, 어떻게?"

 그는 내가 자꾸 물어오자 그때서야 처음으로 나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러나 그것도 순간이었고, 이어서 그가 또 이렇게 말을 했다.

 "어떻게 하냐면요? 이 박스를 가능한 하늘 높이 던져 올리는 겁니다! 그러면 저 놈들이 이게 먹이인 줄 알고 초음파를 쏘아대는데, 그리고는 목표를 향해서 돌진한다는 것이죠. 그러면 여지없이 이 박스에 갇히는 놈이 있다는 것이죠."
 "아! 그렇게 해서 잡는 거군요!"
 "네!"

 <하지만 사실일까?...>

 아니, 사실이든 아니든 나에게서 그것은 문제가 되질 않았다. 그가 그렇게 믿고 있고 또 자신의 귀중한 시간을 할애해서 그런 짓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에게서는 이미 그에 대한 검증이 끝난 후일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박쥐라니!>

 <
그것도 어두워져가는 동구(洞口) 길 위에 서서는!>

 <그리고 또 눈!>

 하지만 그때, 언뜻 봐서도 그가 벌써 눈이 멀었다거나 안질 같은 것이 있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아니, 말하는 것이나 태도로 보아 잘 봐야 나보다 조금 위일 것 같았던 그는, 겉으로 봐서도 건장한 신체를 지닌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그의 부친이거나 혹은 양친, 아니면 친척 누구에게 주려고 그런 짓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잡아서 팔려고 그런 짓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그게 사람이 할 짓인가?>

 <모르겠다! 그게 저 사람의 믿음이고 또 의지라면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

 <그리고 사람이란 동물이 못 먹는 것이 없다고 하니까!>

 나는 생각이 이쯤에 미치자 그에게 대충 인사를 하고는 서둘러서 그곳을 떠났다. 그것은 또 왜냐하면, 그와 그런 짓을 하는데 잠시라도 같이 서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괜히 공범이 된 듯한 느낌이 들어서 불쾌해졌기 때문이었고, 그리고 또 <이런 곳에서는 저런 짓도 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나를 서둘러서 그곳을 떠나게 했던 때문이었다.

 하지만 출퇴근 때마다 그곳을 지날 때면 그가 꼭 그곳에 서있는 듯 내 눈에는 아롱거리는 듯 했고, 그럴 때면 또 나는 일부러 급히 걸어서 그 길을 빠져나가곤 했는데, 아무튼 그 만남 이후 나는 당분간 그를 만나지 못했다. 아마도 그의 활동시간과 나의 불규칙했던 퇴근시간이 맞물리지 않아서였겠지만, 하지만 그런 시간이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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